릴로

# 폐사의 진실

폐사의 돌담이 무너지며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월청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히는 순간, 한쪽 손가락이 검자루에 융합되기 시작했다. 다른 손가락들은 떨리고 있었다.

법당 돌벽에서 글귀가 떨어져 나왔다.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공중을 맴돌았다.

"대비무는 죽지 않았다."

월청의 눈이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담장 너머로 화산파의 붉은 옷을 한 무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 앞에는 칼 자국이 있는 얼굴을 한 인물이 서 있었다.

대비무였다.

삼십 년 전 월청이 죽였다고 알려진 그 인물이.

월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자신이 죽였다고 확신했던 자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월청의 내면에 균열이 생겼다. 삼십 년을 지탱해온 죄의식이 흔들리고 있었다.

"스승님!"

아운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왼팔에서 화산파의 불꽃 문양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여섯 번째 별의 힘으로 인해 팔에 흐르는 혈맥이 드러난 것이었다. 아운은 월청의 곁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강호의 모든 세력이 폐사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기파의 염태가 먼저였다. 적혈검법의 기운을 내뿜으며 폐사의 동쪽 담을 넘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삼십 년 전 월청에게 패배했을 때의 치욕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월청이여."

염태의 목소리가 웅장했다.

"이번엔 네 검이 아무리 높다 해도 내 적혈검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 뒤를 소림파의 청로 고승이 따라왔다. 팔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의 발걸음은 단단했다. 검이 아닌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월청을 보지 않고 아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산파의 혈맥이 살아 있었다니."

청로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렇다면 대비무의 죽음도, 월청의 죄도 모두..."

"모두 거짓이었다."

한노의 목소리가 법당 뒤에서 울렸다. 신월루의 주인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은 수십 명의 무인들이었다. 한노의 눈은 아운을 향해 있었다.

"그 팔에 새겨진 문양이 정말 화산파의 혈맥인가."

한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승리의 웃음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이제 명확해진다. 대비무가 살아 있고, 화산파의 혈맥도 살아 있다면, 월청을 죽이고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폐사의 북쪽 담장에서 검은 옷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흑독맹의 흑영이었다. 그의 옆에는 십여 명의 암살자들이 서 있었다.

"월청."

흑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네 시간이 다 왔다. 그리고 그 소녀도 함께."

달빛 아래서 폐사는 마치 전쟁터처럼 변해 있었다. 검기파, 소림파, 신월루, 흑독맹. 그리고 화산파. 강호의 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월청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여섯 번째 별로 인해 손가락이 검에 붙은 채로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또렷했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동요가 가득했다. 대비무의 생존이 자신이 알던 모든 진실을 뒤흔들고 있었다.

"아운."

월청의 목소리가 낮고 조용했다. 아운이 재빨리 월청의 곁으로 내려갔다.

"넌 여기서 벗어나라."

월청이 말했다.

"폐사 뒤의 골짜기로. 월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싫습니다."

아운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스승님,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불안감이 떠올랐다.

"아운. 이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스승님도 감당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운이 월청의 손을 잡았다. 여섯 번째 별로 인해 떨리고 있던 그 손을.

"스승님의 검에서 저는 죽음이 아닌 생명을 봅니다."

아운의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 폐사에 올 때는 복수의 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스승님의 곁에서 배우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검은 죽음의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월청의 눈이 떨렸다. 삼십 년을 혼자 걸어온 검객의 눈이.

"스승님의 검이 정말로 살인검이라면, 저는 죽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 있습니다. 스승님의 곁에서."

아운의 왼팔에서 화산파의 불꽃 문양이 더욱 붉게 빛났다.

"그렇게 하자."

월청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삼십 년 동안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혼자가 아니기로 하는 결정.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는 결정.

월청은 천천히 일어섰다. 여섯 번째 별로 인해 붙어 있는 손가락으로도 검을 들 수 있었다. 그것이 칠성검법의 경지였다.

"법당으로 가자."

월청이 아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를 두 사람이 걸어갔다.

"멈춰라!"

염태가 적혈검을 들고 나섰다.

"삼십 년을 기다렸다. 이번엔 반드시 내가 이길 것이다."

월청은 염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여섯 번째 별의 금색 기운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염태의 적혈검이 날아왔고, 월청의 검이 그것을 받아냈다. 금색과 적색이 부딪히는 순간, 폐사의 동쪽 담장이 한 줄로 갈라졌다.

"이 정도인가."

월청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삼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염태는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승리의 확신이 없었다. 대신 깨달음이 있었다. 자신이 맞서고 있는 것이 단순한 검객이 아니라는 것을.

월청과 아운은 다시 법당으로 향했다. 한노가 손을 들었다. 신월루의 무인들이 움직이려 했으나, 한노는 다시 손을 내렸다.

"아직이다."

한노가 중얼거렸다.

"그 검이 완성되는 순간을 봐야 한다."

그의 신호를 받은 것처럼, 강호의 세력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염태의 적혈검이 공중에서 멈추었고, 흑영의 암살자들도 발을 멈추었다. 청로 고승은 금강경을 외우기 시작했고, 화산파의 무인들도 대비무를 중심으로 천천히 법당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폐사의 법당은 어둠 속에 있었다. 달빛만이 돌벽을 통해 들어왔다. 일곱 개의 별 조각상이 원을 이루고 있었고, 그 중앙에 월청과 아운이 섰다.

월청은 검을 높이 들었다. 여섯 번째 별로 인해 손가락이 검자루에 붙어 있었지만, 그의 팔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운."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이제부터가 마지막이다. 일곱 번째 별을 밝히는 순간, 나는..."

월청은 말을 멈췄다. 아운이 자신의 옆에 서서 검을 들고 있었다. 화산파의 검을. 아운은 여섯 번째 별까지 완성한 상태였다.

"함께합니다."

아운이 말했다.

"스승님이 일곱 번째 별을 밝힐 때, 저도 여섯 번째 별을 다시 한 번 밝히겠습니다."

그 순간, 월청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복수의 칼을 들고 이 폐사에 왔던 스스로를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는 생명을 지키는 검이 있었다. 아운의 손과 함께.

월청의 눈에서 무언가가 흘렀다. 그것이 눈물인지 피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흘렀다.

"그렇게 하자."

월청이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일곱 번째 별을 밝히기 위해. 마지막 별을.

아운도 검을 들어올렸다. 여섯 번째 별의 빛을 다시 한 번 내기 위해.

그 순간, 폐사의 모든 담장이 무너졌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법당으로 진입했다. 염태는 적혈검을 들고, 청로는 합장한 손으로, 한노는 신월루의 무인들을 이끌고, 흑영은 검은 칼을 들고. 담장 너머로는 화산파의 무인들이, 그 맨 앞에는 칼 자국이 있는 얼굴을 한 대비무가 나타났다.

법당의 중앙에서 월청과 아운의 검이 천천히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일곱 번째 별이 밝혀지려 하고 있었다.

월청의 검이 천천히 들어올려지는 순간, 법당의 돌벽에서 일곱 별 조각상들이 동시에 빛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 다섯 개는 희미한 백색이었으나, 여섯 번째 별에 다다르자 그 빛이 금색으로 변했다. 아운의 검에서도 같은 금색이 흘러나왔다. 두 검의 빛이 만나는 순간, 법당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멈춰라!"

염태가 외쳤다. 적혈검을 들고 월청에게 돌진했다. 삼십 년을 기다린 복수심이 그의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월청은 염태를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직 검 끝에 맺혀 있는 일곱 번째 별을 향해 있었다.

아운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스승님을 건드리지 마세요."

아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화산파 대비무의 제자로서의 위엄이 담겨 있었다. 여섯 번째 별의 빛이 아운의 전신을 감싸고, 그녀의 검이 염태의 적혈검을 받아냈다. 금색과 적색이 부딪히는 순간, 법당의 돌바닥이 갈라졌다.

염태는 뒤로 밀려났다. 여섯 번째 별의 경지에 도달한 제자 앞에서 그의 적혈검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검기파의 무인들도 함께 후퇴했다.

한노의 신월루 무인들이 우측에서 진입했다. 그들의 창과 칼이 휘몰아쳤으나, 월청의 일곱 번째 별의 음성 앞에서 그들의 동작은 점점 느려졌다. 마치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한노는 무인들을 멈추게 하고 손을 들었다. 신월루의 무인들이 물러섰다.

흑영의 검은 칼이 좌측에서 번득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이 떨렸다. 검을 놓친 흑영은 무릎을 꿇었다. 흑독맹의 지도자인 그도, 그 음성 앞에서는 더 이상 칼을 들 수 없었다. 암살자들은 주인을 따라 물러섰다.

청로 고승은 법당의 입구에서 금강경을 외우고 있었다.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 경문이 월청의 검을 지탱하는 것처럼. 그는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화산파의 무인들은 대비무를 중심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도 점점 느려졌다. 대비무는 여전히 월청의 검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깊은 슬픔이 가득 찼다. 자신이 버린 제자가 이루어낸 것을 보는 슬픔. 그리고 자신의 죄를 깨닫는 슬픔.

"저 검은..."

대비무가 중얼거렸다.

"내가 알던 그 검이 아니다. 내가 죽이려던 그 검이 아니다."

월청의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여섯 번째 별과 일곱 번째 별 사이의 경계에서, 내공이 손가락을 뚫고 나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점점 창백해지고, 팔의 혈맥이 검게 물들어갔다. 그 피가 검의 칼날에 떨어지자, 칼날이 더욱 맑아졌다. 마치 그 피가 검을 정화하는 것처럼.

아운이 월청의 옆에서 자신의 검을 더욱 높이 들었다.

"스승님!"

아운이 외쳤다.

"저도 함께합니다!"

아운의 여섯 번째 별이 월청의 일곱 번째 별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 법당의 모든 것이 진동했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그 진동 속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염태의 적혈검이 공중에서 떨렸고, 한노의 신월루 무인들의 발걸음도 흔들렸다. 청로 고승의 금강경도, 화산파 무인들의 호흡도 모두 일시에 정지되었다.

오직 월청과 아운의 검만이 계속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그 검들이 드디어 일곱 번째 별의 꼭짓점에 도달했을 때, 법당의 모든 돌벽이 한 번에 무너졌다.

폐사가 붕괴되고 있었다.

월청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섯 번째 별과 일곱 번째 별을 동시에 구사하는 내공이, 그의 육체를 천천히 태워가고 있었다. 손가락부터 시작된 고통이 팔 전체로 퍼졌다. 팔의 혈맥이 검게 변하고, 근육이 경직되며, 뼈가 하나하나 부서져 내렸다. 그 고통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내장이 녹아내리는 듯한 타는 고통.

월청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검의 칼날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공기 자체가 검이 되어가는 것처럼.

"스승님!"

아운이 외쳤다.

"아직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법당의 뒷벽에서 글귀가 나타났다. 대비무의 제단 뒤에 숨겨져 있던 글귀가, 월청의 일곱 번째 별의 빛에 의해 드러나고 있었다.

"죄는 한 번의 칼에 있지 않다. 죄는 그 칼을 휘둘렀던 마음에 있다."

그 글귀가 읽히는 순간, 월청의 검이 더욱 밝아졌다.

"그리고 속죄는 죄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죄를 벗어나는 것이다."

법당의 돌벽 너머에서 월하가 나타났다. 아운을 보호하기 위해 폐사로 향하던 그녀는, 월청의 일곱 번째 별의 빛을 보고 멈추어 섰다. 그 빛 속에서 자신의 스승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월청이 선택한 길을 존중하기 위해. 대신 그녀는 아운에게 다가갔다. 제자를 지키기 위해.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넌 내 죄를 벗어나게 해줬다."

월청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혼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함께였기에. 그것이 속죄다."

아운의 검과 월청의 검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 폐사의 중앙에서 일곱 번째 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것은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이었다.

그리고 그 생명의 빛 속에서, 월청의 몸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승님!"

아운의 절규가 울렸다. 손에서 검을 놓친 그녀가 월청을 붙잡으려 했으나, 월청의 몸은 이미 별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월하가 아운을 안았다. 제자의 절망을 감싸기 위해.

일곱 번째 별의 진정한 대가는, 검객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소멸 속에는 죄의 소멸도 함께 있었다. 삼십 년을 짊어진 죄가 별빛으로 정화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폐사의 법당은 무너졌지만, 그 중앙에는 여전히 일곱 개의 별 조각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별들 위에는 월청의 검과 아운의 검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노의 얼굴은 창백했다. 신월루의 주인인 그도, 그 광경 앞에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조종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대비무가 살아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거짓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비무."

한노가 천천히 돌아섰다. 화산파의 지도자를 바라봤다.

"모든 것이 끝났다."

대비무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월청의 검을 보고 있었다. 아운의 검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에는 회한이 가득 찼다.

"내가 죽인 것은 무엇인가."

대비무가 중얼거렸다.

"내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아운은 월하의 팔 안에서 월청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검에는 아직도 일곱 번째 별의 빛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월청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생명의 빛.

복수가 아닌, 구원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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