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이 깊어갈수록 폐사의 돌담은 더욱 낡아 보였다.

월청은 법당의 어둠 속에서 검을 닦고 있었다. 손가락이 검에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힌 지 사흘이 지났고, 그 대가는 육체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아운은 지하실에서 수련 중이었고, 월하는 폐사의 동쪽 누각에서 반달 창을 손질하고 있었다. 세상은 고요했다.

그런데 고요함이 깨졌다.

폐사 동쪽 담장에서 처음 울음이 났다. 밤매미의 울음이 아니었다. 검이 돌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였다. 월청의 눈이 떠졌다. 서쪽. 남쪽. 북쪽. 일 초 간격으로 세 곳에서 같은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포위다.

월청은 검을 들고 일어났다. 손가락이 검자루에 붙어 움직이지 않으니 팔 전체로 검을 들어야 했다. 그 자체가 수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발걸음이 법당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떨리고 있었다.

"월청."

목소리가 들렸다. 폐사 중앙 광장에 한 인물이 내려섰다. 검은 옷, 검은 면포로 얼굴을 감싼 인물. 흑영(黑影). 월청은 즉시 그를 알아챘다. 삼십 년 전, 화산파 대비무가 죽던 밤. 그 밤의 어둠 속에서 검을 거두던 인물의 형상이 겹쳤다.

"당신은 과거를 기억하는가?"

흑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의 뒤로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나타났다. 흑독맹의 부하들이었다. 십 명. 아니, 열다섯 명. 그들은 법당을 완전히 포위했다.

월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만 들었다.

"기억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다." 흑영이 한 걸음 내디뎠다. "당신이 죽으면 모든 증거가 사라진다. 당신의 검. 당신의 손가락. 당신의 기억. 모두."

그 순간이었다.

월청의 검이 공기를 갈랐다. 손가락이 검자루에 붙어 있어도 상관없었다. 팔의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했다. 여섯 번째 별 '축성(軸星)'의 정세가 펼쳐졌다. 별빛이 검 위에서 소용돌이쳤다.

흑영이 검을 뽑았다. 검은 옷깃에서 빠져나온 그의 검은 독약처럼 검었다. 두 검이 맞섰다.

굉음이 났다. 폐사의 동쪽 돌담이 갈라졌다. 돌이 산산조각 났다. 그 안에서 일곱 별 조각상 중 다섯 번째 것이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다섯 번째가 깨졌군." 월청이 중얼거렸다.

흑영은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검은 면포가 흘러내렸다. 삼십 년 전과 거의 같은 얼굴이었다. 세월이 그를 늙게 하지 못했다. 오직 눈만 더 검어졌다.

"당신의 검이 예전 같지 않군." 흑영이 말했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히면서 손가락이 검에 붙었나? 그것이 대가인가?"

월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더 빨랐다. 여섯 번째 별의 두 번째 정세. 별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월청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렀다. 검은 그 피를 마시는 듯 더욱 밝아졌다.

흑영이 검을 들어 막았다.

굉음이 났다. 이번에는 남쪽 담장이 부서졌다. 흑독맹의 부하들 중 셋이 뒷걸음질 쳤다. 광장의 돌바닥이 갈라졌다.

"좋은 검이다." 흑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아비규환 같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남은 시간이 삼 년이라고 했나?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넌 어떻게 알았나?" 월청이 물었다.

"난 모든 것을 안다." 흑영이 검을 다시 들었다. "당신이 폐사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당신의 손가락이 왜 검에 붙었는지도. 그리고 당신이 누구를 위해 죽으려 하는지도."

월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흑영이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 더 깊은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자신이 죽으려 하는 이유를.

"당신은 누구인가?" 월청이 물었다.

흑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었다. 폐사 주변에서 새로운 검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흑독맹의 무인들이었다. 오십 명. 아니, 백 명. 폐사는 완전히 포위되었다.

"당신의 스승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흑영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당신의 검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폐사의 북쪽에서 검의 울음이 났다.

"월청!"

아운의 목소리였다. 지하실에서 나온 아운이 검을 들고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화산파의 검술이 담겨 있었다. 아직 미숙했지만, 그 검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흑독맹의 부하 다섯 명이 아운을 향해 검을 들었다. 아운은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휘둘렀다. 명혈(明穴)의 별빛이 그녀의 검 위에서 피어올랐다. 부하들의 검과 만나자 그들은 한 발씩 물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아운의 왼팔에서 빛이 났다.

화산파의 문양이었다. 불꽃 모양의 붉은 문양이 팔 전체를 감싸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었다. 내공의 흐름이 한 곳에 집중되면서 피부 위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화산파의 혈맥 표식이었다.

흑영이 검을 내려놓았다.

"그... 그 문양..."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드러났다. 공포였다. 삼십 년을 기다려온 그 순간, 자신이 완전히 제거했다고 믿었던 것이 다시 나타났다. 화산파. 그 이름만으로도 그의 손이 떨렸다.

"당신은 화산파의 생존자인가?" 흑영이 외쳤다.

아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만 휘둘렀다. 그녀의 검은 이제 명혈을 넘어서고 있었다. 현수(懸水). 태음(太陰). 권성(權星). 축성(軸星). 다섯 번째 별까지의 정세가 순간적으로 펼쳐졌다. 그것은 월청이 가르친 모든 것이었다.

흑독맹의 부하들이 밀려났다.

흑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아운의 팔을 바라봤다. 그 문양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다. 화산파의 검술이 살아 있다. 그렇다면 대비무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더 끔찍한 가능성이 있었다. 화산파의 생존자들이 강호 곳곳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가능하다. 화산파는..." 흑영이 중얼거렸다.

"화산파는 죽지 않았다." 월청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차분했다. "당신이 죽였어야 했는데, 죽이지 못했다."

흑영이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뛰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월청이 아니었다. 아운이었다. 아운을 죽이면 모든 증거가 사라질 것이었다. 그 문양도, 화산파의 존재도.

월청이 아운 앞에 섰다.

두 검이 다시 맞섰다. 여섯 번째 별의 정세와 흑영의 검이 부딪혔다. 폐사 전체가 흔들렸다. 북쪽 담장이 무너졌다. 서쪽 누각의 기둥이 부러졌다. 일곱 별 조각상 중 네 번째 것도 무너져 내렸다.

흑영의 눈이 흔들렸다. 월청의 검이 예상보다 강했다. 여섯 번째 별의 경지는 이미 완성 단계에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월청이 물었다.

흑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거둬 들었다. 그의 눈은 아운을 향했다. 아운의 팔의 문양을 향했다.

"화산파의 생존자들이 있다는 것이군." 흑영이 중얼거렸다. "강호 곳곳에. 그들이 당신을 보냈나? 당신이 당신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복수를 위해 여기 온 것인가?"

아운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자체가 답이었다. 흑영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읽었다.

아운의 검이 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검자루를 놓을 뻔했다. 월청을 바라보는 아운의 눈에는 의심의 빛이 스쳤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혹시 월청도 누군가의 계획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손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승님." 아운이 검을 내렸다. 목소리는 떨렸다. "그들이 저를 보냈습니까?"

월청은 아운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슬픔이 있었다.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의심받는 그 순간, 월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다." 월청이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제 팔에 이 문양이?" 아운이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절망이 섞여 있었다. "제가 여기 온 것이 제 선택이 아니라면, 제 복수가 제 것이 아니라면?"

월청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침묵 자체가 또 다른 의심을 낳았다. 아운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스승을 향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었다.

월하가 먼저 달려와 흑독맹의 무인 셋을 반달 창으로 날려 보냈다. 그녀의 움직임은 예전보다 더욱 날카로워 있었다. 삼십 년 전 월청 곁에서 배운 것들이 세월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피어났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끌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월하가 월청 옆에 섰다. 그녀의 눈은 정면의 흑독맹 무인들을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월청을 향했다. "무엇을 숨기고 있습니까?"

월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운의 팔이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아운아." 월청이 말했다. "그 문양을 보이면 안 된다. 지금부터는 팔을 감싸거라."

"스승님, 먼저 말씀해주세요." 아운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 "그 문양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제 팔에 나타났습니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증거다." 월하가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비통함이 담겨 있었다. "화산파의 생존자들이 당신을 찾아냈다는 뜻이다."

아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폐사에 도착하기 전까지, 강호의 어느 누구도 자신의 동료가 아니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그 문양이 의미하는 바는 다른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냈다. 누군가가 자신의 복수를 자신의 복수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운은 월청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혼란과 함께 어떤 의심이 섞여 있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혹시 월청도 누군가의 계획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손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승님이 저를 이용하신 겁니까?" 아운이 물었다. 그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월청의 손이 떨렸다. 검자루에 붙은 손가락이 더욱 깊게 박혔다.

"아니다." 월청이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약했다. "나는 당신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문양은?" 아운이 팔을 들었다. 붉은 불꽃이 더욱 밝게 빛났다. "누가 제 피에 이것을 새겨 넣었습니까?"

월청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 순간, 강호의 모든 검이 동시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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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소림파의 무인들이 폐사의 동쪽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들의 진두는 한 명의 고승(高僧)이 이끌고 있었다. 그 고승의 얼굴은 달빛 아래에서 자애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차가웠다.

"월청이여." 그 고승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했다. "당신의 칠성검법이 정말로 도(道)의 검인지, 아니면 여전히 살인검인지 확인할 시간이 왔다. 당신의 제자 앞에서 그것을 보여주시오."

그 고승이 월청을 알고 있었다. 월청도 그 고승을 알고 있었다. 청로(淸老). 삼십 년 전 화산파의 대비무와도 만났던 소림파의 고승이었다. 그 고승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월청의 눈빛이 변했다. 처음으로 그의 눈에 분노가 담겼다.

"당신도 알고 있었나?" 월청이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청로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의 검이 누구의 검인지 말이다."

서쪽에서는 검기파의 홍기가 보였다. 검기파의 진두를 이끄는 한 명의 장수 같은 무인이 나타났다. 적혈검(赤血劍). 염태(焰泰)였다. 그는 월청을 바라보며 외쳤다. "드디어 나타났군! 당신과 다시 칼을 맞댈 날을 삼십 년을 기다렸다! 당신의 검이 아직도 날카로운지 확인해 주시오!"

북쪽에서는 신월루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폐사로 몰려오고 있었다. 한노의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예측했을 것이다. 월청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월청의 검을 보기 위해서였다. 소림파는 도의 검증을 원했고, 검기파는 삼십 년 전 대결의 재개를 원했다. 그리고 흑독맹은 증거의 소멸을 원했다.

흑영이 사라졌다. 검은 연기처럼 흩어지며 그의 몸은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화산파의 생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스승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당신의 검 때문일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폐사 남쪽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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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청은 폐사를 둘러싼 검들을 바라봤다. 강호의 모든 세력의 검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각각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월청의 죽음.

달빛 아래에서 일곱 별 조각상 중 여섯 개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폐사의 중앙, 법당의 제단 뒤 돌에 그려진 대비무의 초상화가 달빛에 비쳤다. 그 초상화 옆에는 여전히 월청이 읽지 못한 글귀가 있었다.

월청이 그곳을 향해 돌진했다. 그 글귀를 읽어야 했다. 모든 것이 그 글귀에 달려 있었다. 대비무가 왜 죽었는지.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죄가 정말로 죄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음모 속의 한 조각인지.

그 순간, 강호의 모든 검이 동시에 울렸다.

월청을 향해 칼을 내밀던 모든 세력이 일제히 움직였다. 월청이 글귀를 읽으려 돌진하자, 청로와 염태, 그리고 흑독맹의 무인들이 동시에 검을 들었다. 그들은 월청이 그 글귀에 도달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폐사의 밤이 검의 소리로 가득 찼다.

월청은 검을 들고 전진했다. 손가락이 검자루에 붙어 있었다. 그 제약이 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팔 전체로 검을 들어야 하고, 손목의 회전도 제한되었다. 여섯 번째 별의 정세가 펼쳐졌지만, 그것도 완벽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박힌 검자루가 그의 의지를 가두고 있었다.

앞을 막는 흑독맹의 무인들이 좌우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 뒤로는 또 다른 검들이 나타났다. 소림파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월청의 진로를 막았다.

염태의 적혈검이 월청의 검과 만났다. 삼십 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의 대결은 월청의 승리로 끝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월청의 손가락이 검에 붙어 있었다. 염태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좋은 핑계군!" 염태가 웃음을 터뜨렸다. "손가락이 붙었다고? 그것도 핑계일 뿐이다. 당신은 여전히 살인검이다. 그 검이 도의 검이 될 수 없다!"

월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더욱 강하게 휘둘렀다. 손가락이 박힌 검자루가 그의 팔을 더욱 강하게 묶었다. 그 고통이 검의 움직임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고통이 곧 검이 되었다.

청로의 소림파 무인들이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월청을 둘러싸고 있었다.

"월청이여!" 청로가 외쳤다. "당신의 검이 정말로 도의 검이라면, 그 글귀를 읽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검이 여전히 살인검이라면, 그 글귀는 당신을 죽일 것이다!"

월청은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글귀가 자신의 죄를 부정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의 모든 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삼십 년을 살아온 모든 것이 허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월청의 손이 떨렸다. 검자루에 붙은 손가락이 더욱 깊게 박혔다. 그 고통이 월청의 심장을 짓눌렀다.

"아운아." 월청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당신의 복수가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해방인지 저주인지는 이제 밝혀질 것이다."

아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검을 들고 월청을 따라 돌진했다. 그 검은 월청의 칠성검법으로 단련되었다. 명혈, 현수, 태음, 권성, 축성. 다섯 개의 별이 그녀의 검 위에 피어나 있었다.

하지만 아운의 눈빛은 복수의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심의 빛이었다. 월청을 따라가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자신의 복수 대상이 정말로 누구인가? 월청인가? 흑영인가? 아니면 자신을 보낸 화산파의 배후인가?

그 의심 속에서 아운의 검은 흔들렸다.

강호의 밤이 검의 빛으로 환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월청은 마지막 진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손가락이 검자루에 박힌 채로, 그 글귀가 자신의 죄를 부정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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