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의 진실
폐사의 문을 나선 월청의 손가락에서 피가 떨어졌다.
검에 붙어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여섯 번째 별을 밝히는 대가였다. 아운은 그의 뒤를 따라 산길을 내려갔고, 월하는 반달 창을 들고 선두에 섰다. 밤하늘 별들이 흐릿했다.
"스승님."
아운이 물었다.
"대비무께 정말 죄를 지으셨나요?"
월청이 멈췄다. 검을 든 손이 떨렸다. 아니—붙어 있는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내공의 폭발이 아니었다. 기억이었다.
삼십 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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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루의 밀실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한노가 지도를 펼쳤다. 종이 위에는 강호의 모든 대파와 소파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화산파가 그려져 있었다. 한노의 손가락이 화산파 위에 멈췄다.
"삼십 년 전."
그의 목소리는 얇았다. 세파에 씻겨 모서리가 없어진 돌처럼 부드러웠다.
"화산파는 강호의 으뜸이었다. 모든 정파가 따랐다. 소림파도, 태극검맥도, 우리도. 누가 화산파의 비위를 건드렸겠는가."
밀실의 촛불이 흔들렸다.
"하지만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었다. 화산파가 강할수록 다른 파들은 약해진다. 대비무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의 검은 여전히 강하고, 강한 검은 다른 이들의 목을 겨눈다."
한노가 화산파 위에 그려진 점들을 세었다. 하나, 둘, 셋. 많은 점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는가. 화산파를 꺾어야 했다. 그런데 정면으로 싸울 수는 없었다. 화산파는 너무 강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구를 찾아야 했다."
밀실의 어둠이 더 짙어졌다.
"검객 월청. 젊고, 자존심이 강하고, 외로운 남자. 그는 대비무를 만나고 싶어 했다. 우리는 그 소식을 흘렸다. 그리고 그가 화산파로 향했을 때, 우리는 대비무를 이미 죽이고 있었다."
한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화산파 위의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여러 칼이 대비무를 찔렀다. 검기파의 염태, 흑독맹의 흑영, 그리고 우리 신월루의 자객들. 하지만 월청이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대비무의 시신을 보여주었고, 그는 자신의 검이 대비무를 죽였다고 믿었다."
한노의 얼굴이 촛불에 비쳤다. 주름진 얼굴, 그리고 그 위에는 미소가 없었다.
"월청은 강호를 떠났다. 우리의 도구는 세상 밖으로 사라졌다. 화산파는 대비무를 잃고 급속도로 쇠퇴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한노가 지도를 접었다.
"그리고 삼십 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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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의 산길에서 월청이 멈추었다.
검에 붙은 손가락이 떨렸다. 그 진동이 검 전체로 퍼졌다.
"아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월청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운이 그를 받았다.
"나는 대비무를 죽이지 않았다."
월청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단지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다른 칼들이 대비무를 찌르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아니—본다면 무엇을 해야 했단 말인가."
월청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손가락이 검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의 몸이 한 줄의 현처럼 팽팽해졌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심장을 관통하는 그 고통은 삼십 년을 짓누르던 모든 것이 한 점으로 수축되어 폭발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도구였다. 누군가의 도구. 화산파를 무너뜨리기 위한, 강호의 권력을 재편하기 위한 도구."
월청의 손이 떨렸다. 그 손이 가슴을 움켜잡았다.
"삼십 년. 나는 죄책감 속에서 검을 갈았고, 제자를 길렀고, 별을 밝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월청이 무릎을 꿇었다. 아운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월청은 이미 땅에 닿아 있었다. 무릎이 돌에 부딪히는 순간, 또 다른 고통이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내 삼십 년은 무엇이었는가."
아운의 손이 월청의 검을 놓았다. 그리고 월청의 손을 잡았다.
"그렇다면."
아운이 말했다.
"스승님이 죄를 지으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비무는 죽었고, 화산파는 무너졌고, 나는 도망쳤다."
"스승님이 모르셨습니다."
아운의 목소리가 강해졌다.
"저는 스승님의 검에서 죽음이 아닌 생명을 봤습니다. 스승님의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봤습니다. 그것이 죄라면, 저도 죄를 져야 합니다."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네 눈이 미숙하다고 했잖아."
"네, 하지만 지금은 미숙하지 않습니다."
아운이 잠시 말을 멈췄다.
"저는 화산파의 폐허를 돌아다니며 대비무께서 남기신 글귀를 찾아다녔습니다. 돌 위에, 벽에, 그 어디든. 그리고 마침내 찾았습니다. 대비무께서 마지막으로 새겨 놓은 글귀를."
아운의 눈이 밝아졌다.
"'검은 도구가 아니라 도(道)여야 한다.' 스승님은 이미 그 도에 닿아 계십니다."
월청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울음이었다.
"아니다. 내 검은 여전히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내가 감춘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나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일 것이다."
월하가 돌아섰다.
"움직임이 있습니다. 산 아래에서."
산길 아래로 횃불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많은 횃불들.
"신월루의 깃발입니다."
아운이 월청을 바라봤다.
"한노가 움직였나요?"
월청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몸이 움직였다. 검을 든 손이 올라갔다.
"강호가 먼저 우리를 찾아왔다."
월청이 산길을 내려다봤다.
신월루의 횃불이 산길을 밝혀갔다. 그 속에서 검을 든 무인들의 형상이 드러났다. 수십의 검객들. 그들의 앞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한노였다.
한노의 입이 움직였다.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이 위를 가리켰다. 산 위의 월청을 가리켰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의 옷깃을 잡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남은 눈물이 마르고 있었다.
"칠성검법의 여섯 번째 별은 이미 밝혀졌다."
"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일곱 번째다."
월청이 검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검에 붙어 있었지만, 검은 높이 솟아올랐다.
"일곱 번째 별을 밝히기 전에, 나는 한노를 직접 만나야 한다."
"스승님—"
"네가 화산파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이 이제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대비무가 너를 남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라."
월청이 산길을 내려다봤다.
한노가 다시 손가락을 올렸다. 신월루의 무인들이 칼을 뽑았다.
검이 울었다. 손가락이 검에 붙어 있었지만, 검은 울었다. 그 울음은 강호에 퍼져나갔다.
산 위에서 산 아래로.
폐사에서 강호로.
과거에서 현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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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루의 밀실에서 한노가 지도를 다시 펼쳤다.
화산파 위에 새로운 표시가 더해졌다. 빨간 선. 월청과 아운이 내려가는 길을 표시한 선.
"적수."
"예, 주인."
"월청이 움직인다. 검기파, 흑독맹, 소림파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먼저 그를 만나면 안 된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월청은 여전히 우리의 도구여야 한다. 그의 절망 속에서만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한노가 손가락을 멈췄다. 지도 위의 한 점에서. 아운의 왼팔이 새겨진 부분.
"그리고 아운을."
"네?"
"그 소녀를 반드시 살려두어라. 그녀의 왼팔에 새겨진 것을 보았는가. 화산파의 상징.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다."
한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 비밀을 먼저 알게 된다면, 강호 전체가 우리의 손 위에 떨어질 것이다."
적수가 물었다.
"월청을 죽이지 않습니까?"
"아직 아니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월청이 아운의 비밀에 가까워지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우리의 도구가 아니라 위협이 된다."
한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때는 직접 손을 써야 할 것이다. 월청을 죽이되, 그의 죽음이 다른 세력의 손에 의한 것으로 보이게 하거라. 검기파, 흑독맹, 소림파 중 누구든 상관없다. 우리는 그 혼란 속에서 아운을 거두고, 그녀의 왼팔에 새겨진 모든 것을 알아낼 것이다."
밀실의 촛불이 흔들렸다. 한노의 그림자가 벽에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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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입구에서 월청이 멈췄다.
앞의 길이 갈라져 있었다. 왼쪽으로는 강호의 큰 도시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산맥을 따라 올라가는 길.
아운이 물었다.
"스승님, 우리는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월청이 두 길을 모두 바라봤다. 그의 눈에 새로운 빛이 들어왔다. 절망이 아니라, 결연함.
"한노는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월청이 천천히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그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대비무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가 되고, 그것은 한노의 계획을 방해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나를 조종하는 것이다. 절망한 자를 지푸라기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월청이 왼쪽 길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기대를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강호의 도시로 간다. 그곳에서 검기파, 흑독맹, 소림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노는 그들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나를 먼저 만나려 할 것이다."
"스승님—"
"그 순간이 우리의 기회다, 아운."
월청이 검을 들어올렸다.
"한노를 직접 만나는 것이 내 마지막 검이 될 것이다. 그 전에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아운과 월하가 뒤를 따랐다. 산길에서 강호의 먼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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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내려오던 월청의 일행이 신월루의 무인 다섯 명과 마주쳤다.
"월청!"
신월루의 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노께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
"한노는 이미 나를 알고 있다."
월청이 대답했다.
"삼십 년 전부터."
검이 울었다. 손가락이 검에 붙어 있었지만, 검은 울었다.
신월루의 무인들이 동시에 칼을 뽑았다. 다섯 개의 칼이 한 점으로 향했다. 월청의 가슴.
월청의 검이 움직였다. 손가락은 검에 붙어 있었지만, 검은 자유로웠다. 첫 번째 무인의 칼을 아래로 누르고, 두 번째 무인의 칼을 옆으로 밀어낸다. 세 번째 무인의 칼은 검의 등으로 받아내고, 네 번째 무인의 칼은 한 치 앞에서 멈추게 한다. 다섯 번째 무인의 칼은 검 끝에 걸려 하늘로 날아간다.
한 번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다섯 번의 움직임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신월루의 무인들이 뒷걸음질쳤다.
"물러나거라."
월청이 말했다.
"한노는 내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아직은."
신월루의 무인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물러났다. 계곡 아래로 향하는 길을 막지 않고.
월청이 내려갔다. 아운과 월하가 뒤를 따랐다.
강호의 먼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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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루의 밀실에서 한노가 지도를 다시 펼쳤다.
"적수."
"예, 주인."
한노의 손가락이 지도 위에서 멈췄다. 화산파의 위치. 그리고 그 아래로 그어진 여러 선들. 검기파. 흑독맹. 소림파. 모두가 월청을 향해 수렴했다.
"월청이 움직였다. 신월루의 무인들을 통과했다."
"월청이 죽으면 대비무의 죽음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습니다."
한노가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화산파에서 출발한 선이 강호 전역을 가로질렀다.
"그렇다. 그것이 문제다."
한노가 중얼거렸다.
"월청이 아운의 비밀에 닿기 전에 죽으면, 우리는 그 비밀을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너무 오래 살아 있으면, 다른 세력들이 진실에 먼저 닿을 수도 있다."
적수가 기다렸다.
"지시를 내리겠습니까?"
"아직 아니다. 월청이 어디까지 알아내는지 보자. 그가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도 그 진실의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노의 눈이 아운의 왼팔 문양이 그려진 부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우리가 직접 손을 쓸 것이다."
밀실의 촛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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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도시 입구에서 월청이 멈췄다.
앞으로는 검기파의 빨간 깃발이 보였다. 왼쪽으로는 소림파의 승려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흑독맹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스승님."
아운이 물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월청이 세 방향을 모두 바라봤다. 그의 눈에 새로운 빛이 들어왔다.
"중앙이다."
월청이 말했다.
"세 세력이 모두 나를 막으려 한다면, 그들의 중심을 뚫어야 한다. 그곳에 한노가 있을 것이다. 신월루는 어느 한 세력도 완전히 믿지 않는다. 그들 모두를 이용하되,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 균형점이 바로 중앙이다."
월청이 검을 들어올렸다.
"나는 삼십 년간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내 죄는 거짓이었고, 내 속죄도 거짓이었다. 남은 시간이 삼 년이라면, 나는 그 시간을 진실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스승님—"
"한노를 직접 만나겠다."
월청의 목소리가 강해졌다.
"그 노인이 나를 도구로 만들었다면, 이제 나는 그를 거울로 만들 것이다. 자신의 죄를 비추는 거울로."
아운과 월하가 뒤를 따랐다.
강호의 중앙으로.
그 먼지 속에서, 검기파의 횃불이 올라왔다. 소림파의 승려들이 염주를 흔들었다. 흑독맹의 암살자들이 나타났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월청의 검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 검의 끝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일곱 번째 별이 있었다.
검이 울었다. 손가락이 검에 붙어 있었지만, 검은 울었다.
그 울음은 강호 전체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