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제단 뒤의 글귀

아운의 손가락이 돌 뒤의 글씨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손가락 끝에서 다섯 번째 별이 피어올랐다. 지하실의 석등잔 불빛이 그 별빛에 밀려났다. 폐사 지하의 돌벽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권성(權星)이다."

월청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넷이다. 명혈, 현수, 태음, 권성. 다섯 번째까지 닿았다는 것은 넌 이제 강호의 중급 무인들과도 겨룰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운의 호흡이 가팠다. 손가락에서 별빛이 사라지자 통증이 몰려왔다. 단순한 신체의 통증이 아니었다. 자신의 뼈가 재구성되고, 혈맥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듯한 고통이었다. 아운은 이빨을 깨물며 견뎠다.

월청이 아운의 손가락을 들어 살폈다. 다섯 개의 별이 손가락 끝에 새겨져 있었다. 달빛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월청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힌 후로 손가락이 검에 붙은 채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의 손을 쥐었다.

"당신은 창백해 보입니다."

월청은 아운의 손을 가만히 놓고 일어섰다. 그의 등은 구부러져 있었다. 삼십 년을 폐사에서 보낸 검객의 등은 이제 곧게 펼 수 없었다. 아운은 그제야 깨달았다. 월청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죽음을 선택하고 있었다.

"곧 시간이 될 것이다."

월청이 지하실의 계단 방향을 바라봤다. "법당에 가자."

---

법당은 침묵 속에 있었다. 화산파 대비무의 초상화가 제단 위에 놓여 있었고, 월청이 매일 올리는 절의 흔적이 돌바닥에 남아 있었다. 아운은 제단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단의 왼쪽 모서리에 놓인 돌이 느슨해 보였다. 아운이 그것을 정리하려다 손이 닿자, 돌이 밀려났다.

돌 뒤에서 글귀가 드러났다.

아운의 손이 멈췄다. 손가락으로 돌 뒤의 글씨를 더듬었다. 글씨는 칠해져 있었고, 수십 년을 견뎌낸 것처럼 희미했지만 여전히 읽을 수 있었다.

"스승님."

아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월청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운이 돌을 들어 제시했다. 월청의 얼굴에서 모든 색이 빠져나갔다.

월청이 아운의 손에서 돌을 받아들였다. 손가락이 글씨 위를 더듬었다. 그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마치 돌 뒤의 글씨가 화염인 것처럼.

글귀는 이것이었다.

*'월청은 내 검의 후계자다. 하지만 강호는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 죽음이 월청의 검에서 비롯되었다는 거짓이 퍼진다면, 월청은 죽을 때까지 속죄할 것이다. 그것이 강호의 뜻이다.'*

월청의 무릎이 꺾였다. 아운이 서둘러 몸을 받쳤다. 월청은 대비무의 초상화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에 들린 돌이 바닥에 떨어졌다. 목이 메었다. 아운은 스승의 어깨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이었다. 아운은 월청이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검객의 눈물이었다. 그것은 애원하는 눈물도, 자책하는 눈물도 아니었다. 그것은 삼십 년을 견뎌낸 침묵이 마침내 무너지는 소리였다. 돌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이 음악처럼 울렸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죄인이 아니셨군요."

월청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아운을 향했다. 그 눈에는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렸던 무언가가.

"나는 여전히 죄인이다."

월청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대비무의 죽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운이 입을 열려 했을 때, 법당의 돌문이 열렸다. 찬 바람이 들어왔다. 촛불이 일렁거렸다.

월하였다.

그녀는 반달 창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흘렀다. 왼쪽 팔뚝에 자국이 났고, 어깨 부분의 옷이 찢어져 있었다. 반달 창의 끝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월청."

월하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아래에는 다급함이 숨어 있었다.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

월하가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신월루의 정보망을 통해 수집된 것이었다. 한노가 보낸 것이었다.

월청이 일어섰다. 무릎에서 피가 흘렀다.

"대비무의 시신에서 발견된 자국이 하나가 아니었다."

월하가 종이를 펼쳤다. 그 위에는 칼자국의 궤적이 그려져 있었다. 깊은 상처도 있었고, 얕은 상처도 있었다. 어떤 것은 비스듬하고, 어떤 것은 곧바로였다.

"여러 칼의 흔적이 있었다. 월청의 검만이 아니라, 다른 검들도 관여했다."

아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월청이 종이를 받았다. 글귀 위에 여러 칼 자국의 흔적이 그려져 있었다. 월청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분노였다. 아니, 분노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것은 삼십 년을 속죄하며 견뎌낸 시간이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법당 안의 공기가 변했다. 월청의 내공이 흔들렸다. 촛불이 크게 일렁거렸다. 대비무의 초상화 앞 제단의 향이 연기를 피웠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의 팔을 잡았다.

"그렇다면 대비무는 누가 죽였습니까?"

월청이 아운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아닌 다른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칠성검법의 별빛처럼. 법당의 제단 위 촛불이 흔들렸다. 월청의 내공이 폐사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아운은 손에 들린 돌을 내려놨다. 제단 뒤에서 나온 그 돌. 대비무의 글귀를 감춰낸 그 돌. 이제 그것은 과거를 봉인하던 것이 아니었다.

대비무가 남긴 글귀의 의미가 명확해졌다. 그것은 저주이면서 동시에 축복이었다. 대비무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 뿐만 아니라, 그 죽음이 월청에게 씌워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감수했다. 월청이 진실을 찾아 나설 날을 위해.

"대비무는 왜 이 글귀를 남겼는가?"

월청의 물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 속에는 절망이 아닌 다른 것이 있었다.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그것은 더욱 위험했다.

월하가 한 걸음 물러섰다. 반달 창을 들고 경비를 섰다. 이제 그녀의 역할은 명확했다. 월청과 아운이 진실로 나아가는 동안, 자신은 외부의 위협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밝혀야 할 일곱 번째 별이다."

월청이 일어섰다. 손가락이 여전히 검에 붙어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죽음을 향하지 않았다. 그것은 진실을 향하고 있었다. 절망이 아닌 분노로 점화된 눈빛이었다.

월청이 검을 들었다. 손가락은 검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울렸다. 그 울음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의 증거였다. 마치 검과 손가락이 이미 하나가 되었다는 증거처럼.

"강호로 나가자. 남은 시간이 삼 년이라면, 우리는 그 안에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운이 월청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이제 그것은 제자가 스승을 따르는 손잡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 진실을 추구하는 두 검객의 손잡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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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 밖의 산 위에서, 여러 기척들이 포진해 있었다. 검기파, 신월루, 정체 모를 자들. 모두가 월청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염태는 자신의 검을 천천히 뽑고 있었다. 적혈검법의 기운이 밤하늘에 붉게 물들었다.

"월청이 나온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염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짐 같았다.

신월루의 정보망은 점점 촘촘해지고 있었다. 한노의 지시는 이미 전달되었다. 월청을 죽이지 말 것. 대신 그의 움직임을 추적할 것. 그의 검이 밝혀질 때마다 기록할 것.

흑독맹의 암살자는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명령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비는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언제든 칼날을 날릴 준비가.

그리고 한노는 신월루의 밀실에서 모든 것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었다. 월청의 위치, 검기파의 위치, 흑독맹의 위치. 모든 점이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월청이 나온다."

한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따뜻한 미소가 아니었다. 마치 거미가 거미줄의 중심에 앉아 먹이가 걸려드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이제 모든 조각이 맞춰질 차례다."

한노가 손가락으로 지도를 눌렀다. 그 지점은 폐사에서 강호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월청의 검이 밝혀질 때마다, 강호가 한 겹씩 벗겨진다. 우리는 그 벗겨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십 년을 기다렸다."

한노가 다른 종이를 펼쳤다. 그 위에는 대비무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기록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식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호의 지하에서 속삭여지는 진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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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의 문이 열렸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산 위의 어둠에서 기척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묘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돌이 굴러가는 음, 호흡을 죽인 자들의 긴장감. 하지만 그 움직임은 점점 커져갔다.

화살이 날아왔다. 어둠을 가르는 검은 화살. 그 위에는 독약이 발라져 있었다.

월하가 반달 창을 휘둘렀다. 창의 끝이 화살을 맞았다. 화살이 궤도를 벗어나 돌벽에 박혔다.

그 순간, 산 위의 어둠에서 더 많은 기척들이 움직였다. 검기파의 검기가 하늘을 그었다. 신월루의 암살자들이 몸을 날렸다. 흑독맹의 독화살이 빗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간다!"

월청이 외쳤다. 손에 든 검이 빛을 냈다. 칠성검법의 첫 번째 별이 밤하늘을 가르며 폐사의 문을 열었다.

아운이 월청의 뒤를 따랐다. 월하가 반달 창으로 하늘을 지키며 그들의 뒤를 막았다.

폐사를 나서는 순간, 월청의 검에 여러 개의 검기가 부딪혔다. 염태의 적혈검법이 월청의 칠성검법과 충돌했다. 불꽃이 튀었다. 그 불꽃은 밤하늘을 밝혔다.

"월청!"

염태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

월청의 눈빛이 변했다. 죽음을 향하던 눈이 이제는 진실을 향하고 있었다. 검을 든 손이 흔들렸다. 두 번째 별이 피어올랐다.

"강호는 기다릴 수 없다."

월청이 말했다.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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