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새벽 네 시, 루나는 깨어있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의 어둠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언제부터 계속 깨어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제였나. 그 전날이었나. 시간이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옆에서 별이 자고 있었다. 아이의 숨소리는 고르고 평온했다. 루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별의 얼굴을 봤다.

아이의 얼굴이 예전과 달라 보였다. 그것은 외형의 변화가 아니었다. 별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담기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의 눈이 아니라, 훨씬 더 깊은 것을 보는 눈. 루나는 손가락으로 별의 이마를 살짝 눌렀다.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별."

루나는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응, 엄마."

별이 눈을 떴다. 아직 자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 말에는 완벽한 의식이 담겨있었다.

"너는 뭔가 이상해. 어제부터 계속."

루나의 손이 떨렸다.

"아니야. 난 괜찮아."

별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루나의 팔뚝에 은은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령의 빛. 루나는 숨을 멈췄다. 그 빛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으며 본 빛. 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 넌 왜 내 곁에 있는데 멀어 보여?"

별의 목소리가 작았다.

루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별이 맞았기 때문이다. 루나는 지금 자신의 딸 옆에 있으면서도,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매 순간 조금씩. 매 계약마다 한 뼘씩.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엄마, 우리 계약할 거야?"

별이 물었다.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입술은 움직였다.

"응. 우리 계약해야 해."

---

세 바위까지 가는 길은 예전보다 훨씬 길어 보였다. 루나는 별의 손을 잡고 숲을 헤쳤다. 나뭇잎이 발 아래에서 부스러졌다.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루나. 루나. 루나."

루나는 멈춰 섰다.

"뭐야, 엄마?"

별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별."

루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바람 같은,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 같은.

숲길을 돌아나가던 중, 루나는 길을 잃었다. 앞뒤가 같은 나무들뿐이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이 없으면 지도도 없었다.

"별, 어느 쪽이 맞아?"

루나가 물었다.

별이 하늘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저쪽. 저기서 뭔가 반짝여."

별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루나는 그곳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별이 본다면, 그곳이 맞을 것이다.

걷다가 루나는 갑자기 멈췄다. 기억의 편린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목소리. 낮고 부드러운 음성. "루나, 여기 봐. 이 길을 기억해."

루나는 손을 들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기억이 빠져나갔다. 얼굴도, 이름도, 모든 것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엄마?"

별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그냥 뭔가 생각났다가 사라졌어."

루나가 말했다. 목소리는 떨렸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루나는 별의 인도를 따랐다. 아이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세 바위 앞에 도착했을 때, 루나의 숨이 차 있었다. 별은 조용히 섰다. 아이의 눈이 세 바위 위의 공기를 향해 떠있었다.

"누가 왔어, 별?"

"지혜의 정령. 현이라고 해."

별이 대답했다.

그 순간, 공기가 흔들렸다. 세 바위 위에서 연한 초록색의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실의 은은한 흰색과는 달랐다. 용기의 정령 같은 금색의 강렬함도 아니었다. 현의 빛은 마치 늦가을 햇살처럼, 따뜻하면서도 슬픈 초록색이었다.

정령의 형상이 드러났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윤곽은 물처럼 흐릿했다. 눈은 없었다. 대신 이마 중앙에 하나의 빛이 있었다.

"루나."

정령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성 같기도, 남성 같기도 했다.

"저는 현입니다. 지혜의 정령."

루나는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렸다. 미르가 주었던 종이를 꺼냈다.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려다 멈췄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았나?

루나는 떨리는 손으로 'L-U-N-A'를 썼다. 글자가 선명했다. 피도 따뜻했다. 이것만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것만은.

정령 현이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루나의 머릿속이 명확해졌다. 마치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 남자의 얼굴. 그 남자의 검은 눈동자. 그 남자와 함께 보았던 풍경. 그 남자의 목소리—낮고 부드러운 음성. 그 남자의 손—따뜻하고 안정적인 손가락. 그 남자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졌다.

루나의 손가락이 펜을 놓쳤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루나의 숨이 얕아졌다. 가슴이 폐허처럼 무너졌다. 어떤 남자가 있었다. 중요한 남자. 루나의 전부였던 남자. 루나는 그 남자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손도 모두 사라졌다.

"엄마!"

별이 루나를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아이의 목소리가 어른이었다. 루나는 별의 등을 쓸어주려 했지만, 손이 무거웠다.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정령 현이 말했다.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졌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루나는 별의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별이 길을 인도했다. 아이는 모든 방향을 알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 마을을 설계한 사람처럼.

"엄마, 기억해. 우리 집은 마을 끝에 있어. 검은 지붕이고, 문이 파래. 그리고 정원에는 약초들이 있어."

별이 말했다.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것이 루나가 사는 집인지,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집인지 알 수 없었다.

집에 들어갔다. 루나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여자는 낯선 사람이었다. 눈이 공허했다. 뺨이 움푹 들어갔다. 머리는 엉클어져 있었다. 루나는 손을 들어 거울 속 여자의 얼굴을 따라 그었다. 차갑고 딱딱한 유리.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누구지?"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이 거울에서 떨어졌다. 숨이 얕아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여자. 자신의 얼굴도 모르는 여자. 그것이 지금 루나였다.

별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이는 루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불안감이 없었다. 대신 깊은 이해가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엄마는 루나야. 루나는 나의 엄마야. 루나는 나를 사랑해. 그리고 나는 루나를 사랑해."

별이 천천히 말했다.

루나는 책상 위에 있던 펜을 들었다. 종이에 글을 썼다.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읽었다.

"루나. 내 이름은 루나다."

다시 읽었다.

"루나. 루나. 루나."

마치 주술을 외우듯이. 마치 이 이름이 자신을 붙잡아두는 마지막 줄이라도 되는 듯이. 루나는 같은 글자를 계속 썼다. 손가락이 종이를 찢을 정도로. 펜을 놓으면 자신이 사라질 것 같았다. 루나는 글자를 쓰고, 읽고, 또 썼다. 그것이 자신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밤이 깊었을 때, 정령 실이 나타났다.

루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별은 이미 자고 있었다. 실은 루나의 머리맡에 서있었다. 은은한 빛이 방을 채웠다.

"루나."

정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는 고개를 돌렸다. 실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그 정령의 모습은 마치 물 속의 풍경처럼 흐릿했다.

"계약의 대가로 잃은 기억은 정령의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실이 속삭였다.

정령이 손을 루나의 가슴 위에 얹었다. 루나의 손이 정령의 손을 감싸 안았다. 따뜻한 감각이 흘렀다. 그 온기 속에서, 루나는 편린적인 기억들을 느꼈다. 첫 키스의 온기. 그 남자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어린 시절 누군가 품에 안겨있던 감각. 모두 희미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꿈처럼.

그 온기가 루나의 가슴을 채웠다. 공허했던 곳이 조금씩 빛으로 물들었다. 루나는 눈을 감았다. 이 감각만이라도 기억하고 싶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누군가. 하지만 이 온기만큼은.

"당신이 잊은 것들이 여기 있습니다."

정령의 손이 루나의 손을 더 단단히 감쌌다. 그 순간, 루나의 가슴 깊숙이 뭔가가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기억은 아니지만, 기억이 있었다는 증거.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증거.

"당신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기억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정령이 말을 이었다. 루나는 눈을 떴다.

"내가 모두 잃어버리면 어떻게 돼?"

루나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기억해주겠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의 기억을 찾을 방법도 있습니다."

실이 루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카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세요. 그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당신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쪽 산 너머, 검은 탑에 그가 있습니다."

루나는 정령의 말을 듣고 있었다. 카엘. 그 이름이 무엇인가를 깨웠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무언가가 일어났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령의 손이 루나에게서 떨어졌다. 따뜻함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뭔가가 남아있었다. 기억은 아니지만, 기억이 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이제 찾아야 할 이름. 카엘.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기억해주겠습니다."

실이 사라졌다. 은은한 빛이 방에서 빠져나갔다. 루나는 침대에 누웠다. 별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루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카엘. 그 이름을 반복했다. 기억하려고. 그 이름만은 잃지 않으려고.

---

루나는 다시 깨어났다.

밤중이었다. 시계는 오전 3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루나는 깨어나지 않으려 했지만, 별이 일어나 앉아 있었다.

"별? 뭐해?"

루나가 물었다.

별이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은은한 빛이 흘렀다.

"엄마, 산 너머에서 누가 오고 있어. 나는 알아."

별의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손은 루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루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이 알고 있었다. 비록 루나의 머리는 반쯤 비어있었지만, 본능은 여전히 깨어있었다.

위험. 누군가 오고 있다. 자신들을 데려가려고 오고 있다.

"별, 그들이 몇 명이야?"

루나가 물었다.

"많아. 하지만..."

별이 말을 멈췄다. 아이의 눈이 더 크게 떠졌다.

"하지만 뭐?"

"두 가지 기운이 섞여 있어. 하나는 차갑고, 하나는 따뜻해. 차가운 기운은 다섯 명 이상이야. 그들은... 철 냄새가 나. 무기를 들고 있어."

별이 천천히 말했다. 아이의 감지 능력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루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추적자들이다. 그들이 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따뜻한 기운은. 루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알고 싶으면서도 두려웠다.

"따뜻한 기운은... 뭐야?"

루나가 물었다.

"모르겠어. 그건 뭔지 모르겠어. 차가운 기운은 우리를 잡으려고 오는 것 같아. 하지만 따뜻한 기운은... 엄마를 찾는 것 같아."

별이 천천히 말했다.

루나는 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자신을 찾는 누군가. 카엘인가. 정령 실이 말했던 그 남자인가. 루나는 그 따뜻한 기운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본능이 반응했다. 그 기운이 자신에게 중요한 누군가라는 것을.

"우리 어디로 가야 해?"

루나가 물었다.

별이 대답했다.

"세 바위로. 정령들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루나는 별을 안은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이 떨렸다. 밤공기가 차갑게 피부를 스쳤다.

"옷 입어. 빨리."

루나가 속삭였다. 별은 묻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자신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도.

별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겼다. 작은 손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은은한 빛이 다시 흘렀다. 별의 정령의 피가 반응하고 있었다. 마치 위험 신호를 감지한 나침반처럼.

루나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마을 쪽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산 너머, 검은 실루엣 너머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횃불인가. 아니면 마차의 불빛인가. 거리가 멀어서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불빛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엄마, 밖에 누가 있어?"

별이 물었다.

"응. 나쁜 사람들이야."

루나가 대답했다. 이제 거짓말을 할 힘이 없었다. 기억을 잃으면서 함께 사라진 것 중 하나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유순한 거짓'이었다. 남은 것은 순수한 본능뿐이었다.

"엄마는?"

"엄마는 너를 지킬 거야."

루나가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확실했다.

루나는 침대 밑에 숨겨둔 자루를 꺼냈다. 약간의 돈, 별의 옷 몇 벌, 그리고 약초 다발이 들어있었다. 언제 준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손—자신의 손—이 이미 도망칠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우리 어디로 가?"

별이 다시 물었다.

루나는 생각했다. 미르 시장? 아니다. 미르는 마을을 지켜야 한다.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그 남자—카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남자는 어디에 있는가. 정령 실이 말했다. 북쪽 산 너머, 검은 탑에 그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추적자들이 그 길을 막고 있을 것이다.

"세 바위로."

루나가 말했다.

정령들이 있는 곳. 정령 실이 있는 곳. 그 정령이 말했다. 루나의 기억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그리고 루나를 지켜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정령들은 루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루나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루나는 별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은 따뜻했고, 작았고,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 손 놓지 마. 알겠어?"

"응."

별이 대답했다.

루나는 창문을 열었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차갑고, 신선하고, 자유로웠다. 산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 마을 숲 쪽으로 가야 했다. 세 바위는 마을 북쪽에 있었다. 그곳이 정령들의 땅이었다.

루나와 별은 침대를 밟고 창문 밖으로 나갔다. 떨어지는 거리는 크지 않았다. 루나는 별을 안고 내려갔다. 흙이 신발 끝에 닿았다.

뒤를 돌아봤다. 창문 너머로 집 안의 촛불이 보였다. 그 불빛 속에서 누군가의 삶이 끝나고 있었다. 루나의 삶. 하지만 루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기억이 없으면 상실도 없다. 그것이 기억 상실의 가장 끔찍한 부분이었다.

"엄마, 달이 이상해."

별이 말했다.

루나는 하늘을 봤다. 달은 평소처럼 떠있었다. 하지만 별의 눈에는 뭔가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정령의 피를 이은 아이의 눈에는.

"뭐가 이상해?"

"달이 우리를 봐. 달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

별이 대답했다.

루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이는 맞았을 것이다. 정령 혈통의 아이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 루나가 기억을 잃으면서 별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마을 숲으로 들어갔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쳤다. 루나는 감각을 따라 걸었다. 기억이 없으면 지도도 없다. 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세 바위까지 얼마나 멀었는가. 루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

산 너머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렸다. 여러 마리였다. 그리고 횃불의 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루나는 속도를 높였다. 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별은 울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숨을 참고 있었다.

"엄마, 나는 무섭지 않아."

별이 귓가에 속삭였다.

"지혜 정령이 나한테 말해 줬어. 두려움은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고. 두려움은 그냥 신호일 뿐이라고."

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게 걸었다. 별의 말이 맞다면, 루나의 두려움도 신호일 뿐이었다. 자신을 지키라는 신호. 별을 지키라는 신호.

세 바위가 보였다. 검은 석조 구조물이 밤하늘에 솟아있었다. 정령들의 집. 인간과 정령이 만나는 장소.

루나는 세 바위 사이로 들어갔다.

그 순간, 정령 실이 나타났다.

은은한 빛이 어둠을 가르며 떠올랐다. 정령의 모습이 이전보다 선명했다. 마치 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루나."

정령이 이름을 불렀다.

루나는 별을 내려놨다. 아이는 정령을 봤다. 별의 눈에서도 빛이 흘렀다. 정령과 아이가 마주봤을 때, 세상이 아주 잠깐 멈추는 것 같았다.

"우리를 숨겨 줄 수 있어?"

루나가 물었다. 그 질문은 기억을 잃은 루나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것은 명백히 절망의 것이 아니라 결연함의 목소리였다.

정령 실이 움직였다. 손을 들었다. 정령의 손가락이 공기를 그었고, 그 자취에서 은은한 문이 나타났다.

"들어가세요."

정령이 말했다.

"그곳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입니다. 당신들을 찾는 사람들이 올 때까지, 당신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루나는 별의 손을 잡았다. 은은한 빛의 문 너머로 들어갔다.

세상이 변했다.

밤이 아니었다. 낮도 아니었다. 그곳은 영원한 황혼이었다. 해가 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보라색이었고, 땅은 부드러운 풀로 덮여 있었다.

루나는 한 걸음씩 더 깊이 들어갔다. 발 아래 풀이 부드럽게 밟혔다. 공기가 낯설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어떤 법칙이 지배하는지 루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별은 알고 있는 듯했다. 아이의 눈이 이 공간을 천천히 훑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별이 물었다.

"우리의 집이에요."

정령 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정령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공기 속에 떠있었다.

"당신이 잃은 기억들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 우리가 기억해주겠습니다."

루나는 별을 안았다. 아이의 몸이 따뜻했다. 그것만이 루나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있어야 해?"

루나가 물었다.

"필요한 만큼."

정령이 대답했다.

루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 하늘 너머, 저 보라색 저편에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말발굽 소리가 아니라, 더 무거운 것. 더 결연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 루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별은 알고 있었다.

"엄마."

별이 루나를 바라봤다.

"산 너머의 그 사람들, 그들이 나쁜 사람들만은 아니야. 나는 알아. 우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 중에, 우리를 지키려고 오는 사람도 있어. 따뜻한 기운을 가진 사람이. 그 사람의 이름은 카엘이야."

별이 말했다.

루나는 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카엘. 정령 실이 말했던 그 이름. 루나를 찾고 있는 그 남자. 루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 하지만 별은 알고 있었다.

루나는 별을 더 단단히 안았다. 별을 지키겠다는 결연함이 가슴을 채웠다. 기억이 없어도, 이 아이를 지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따뜻한 기운의 주인—카엘을 만나야 한다는 것도.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보라색 하늘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정령의 문을 부수려고 하고 있었다. 루나는 별을 더욱 단단히 안았다. 기억을 잃은 자신은 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보다 강한 것이 있었다. 별을 지키겠다는 맹목적인 의지. 그리고 카엘을 찾아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

루나는 그것만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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