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악몽이 또 시작되었다.
루나는 어둠 속에서 딸의 신음을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을 느꼈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별의 이마를 문질렀지만, 손가락이 떨려 제대로 된 온기를 전하지 못했다. 별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꿈속에서 무서운 것을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루나는 별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은은한 빛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렀다. 정령의 빛이었다.
루나는 손을 물렸다.
자신의 손에 흐르는 빛은 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나온 것 같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신과 별 사이의 무언가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하니 머리에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별은 울음을 멈추었다. 루나가 손을 잡자마자 악몽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몸이 이완되었다. 루나는 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중얼거렸다.
"엄마가 여기 있어. 괜찮아."
"엄마?"
"응."
"엄마가 자꾸 나를 잊어."
루나의 손이 멈췄다. 그 말은 어제 밤 별이 자기 전에 했던 말과 같았다. 그때도 루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별을 안아주기만 했다. 이번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별은 어떤 거짓말도 감지하는 아이였다.
"엄마가 기억을 잃고 있는 건가?"
별의 목소리는 어린 목소리였지만, 루나는 그 안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말 위의 깊이. 루나는 말문이 막혔다.
"엄마는... 엄마는 절대 너를 잊지 않아. 약속해."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이 약속인지 기도인지 자신도 모를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자꾸 잊어."
별이 다시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관찰이었다. 여섯 살 아이의 담담한 관찰이 루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거야. 너를 지키기 위해."
루나는 별을 안았다. 딸의 몸이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는 자신이 점점 커지는 기분일 수도 있었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질수록, 자신이라는 존재도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남은 건 뭘까.
새벽 4시 47분.
루나는 별이 다시 자는 것을 확인한 후, 침대에서 내려왔다. 부엌의 물통에 찬물을 떠서 얼굴을 씻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낯설었다. 더 이상 낯설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낯선 것 같았다. 루나는 거울 속의 여인을 바라봤다. 그 여인이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썹의 각도, 입술의 선, 피부의 결—모든 것이 타인의 것처럼 느껴졌다. 거울을 손으로 가렸다. 그러자 손만 남았다. 손도 누구의 손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창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렸다.
루나는 몸을 굳혔다. 이 시간에 마차가 올 리 없었다. 미르 시장도, 마을의 누구도 이 시간에 나올 리 없었다. 루나는 침실로 돌아가 별이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루나는 현관으로 나갔다.
마차는 이미 집 앞에 멈춰 있었다. 한 남자가 내렸다.
차분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이곳을 여러 번 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집의 구조를 훑어보듯 시선을 움직였다. 처마의 높이, 현관의 너비, 창문의 위치—모든 것을 재는 듯했다. 루나는 그 남자를 본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낯선데 낯설지 않은 기분. 처음 만나는데 처음이 아닌 기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감정은 실재했다.
"루나."
남자가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는 뭔가 떨리는 부분이 있었다. 마치 오래 견뎌온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그런 떨림이었다.
"누구세요?"
루나가 물었다. 현관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문턱이 자신과 그 남자 사이의 유일한 경계였다.
"나는 별의 아버지야."
침묵이 흘렀다. 루나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하얀 안개로 가득했다. 별의 아버지. 그 말은 루나의 생에서 가장 먼 말이었다. 별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고, 별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또는 너무 먼 과거에 있어서 잊혀야 하는 것이었다.
"들어올 수 없습니다."
루나가 차갑게 말했다.
"별이 깼어?"
남자가 물었다. 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악몽이 계속되고 있나?"
"당신이 뭘 안다고."
"많이 안다. 그리고 너는 날 봤어. 분명 기억이 있을 거야. 비록 흐릿하겠지만."
그 말은 맞았다. 루나는 이 남자를 본 기억이 없는데, 동시에 본 기억이 있다고 느꼈다. 마치 꿈에서 본 사람을 깨어난 후에 마주한 것 같은 그런 기분. 루나는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별의 아버지라는 게 사실이라면, 왜 지금 나타나세요?"
"늦었어. 너무 늦었어."
남자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내려갔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는 정령과의 계약으로 기억을 잃고 있다. 그리고 지금 별 안에서 뭔가 깨어나고 있어."
루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정확히 맞혔기 때문이었다. 실이 며칠 전 나타나 '별의 능력이 깨어나고 있다'고 말했고, 루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지혜 정령과의 계약을 생각하고 있나?"
남자가 물었다. 루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건 안 돼. 지혜 정령과의 계약은 단순한 기억 손실이 아니야."
남자가 한 발 가까워졌다. 루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나를 믿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당신이 누구길래."
루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별의 아버지고, 너는... 너는 내가 잃어버린 사람이야."
그 말이 루나를 맞혔다. 정확히 어디를 맞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깊숙한 어딘가를 맞혔다. 루나는 문을 닫으려고 손을 올렸다.
"잠깐."
남자가 손을 들었다.
"나 카엘이야. 별의 아버지이고, 그리고..."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루나가 현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침실로 돌아가 별을 안았다. 별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루나는 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둘이서 충분해. 우리는 가족이야. 다른 누구도 필요 없어."
하지만 그 말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말이었다. 별을 설득하는 말이 아니라.
루나는 다시 현관으로 나갔다. 카엘은 여전히 서 있었다. 마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나는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별을 건드리지 마세요."
카엘의 눈이 흔들렸다. 마치 오래 기다린 것이 마침내 허용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현관으로 들어왔다.
실내는 어두웠다. 루나는 등불을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라면 카엘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별이 악몽을 꿔."
루나가 먼저 말했다.
"정령의 각성 때문이야. 별 안에 있는 정령의 피가 깨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악몽은 그 과정의 신호야."
카엘이 대답했다.
"어떻게 멈추게 하나요?"
"별이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필요해. 너는 시간이 없어."
카엘은 어둠 속에서 침실 쪽을 바라봤다. 루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침실에서 별의 숨소리가 들렸다.
"레이언?"
루나가 물었다.
"그것도 있고, 귀족 연맹의 추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그들은 별의 능력을 이용하려고 한다."
루나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 정령 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실은 루나에게 "계약의 대가로 잃은 기억은 정령의 마음 속에 남아있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루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은?"
루나가 물었다.
"다섯 개. 다섯 개의 계약을 했어."
카엘이 대답했다.
"그럼 당신은 누구예요?"
"너를 지키려는 사람이야."
"내 기억을 빼앗은 정령들의 계약을 받아준 사람이 왜 날 지키려고."
루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내가 너를 떠나지 않았다면, 별은 태어나지 않았을 거고, 넌 정령과 계약할 필요가 없었을 거야. 모든 건 내 잘못이야."
루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책임진다는 것—그것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았다. 루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의 고통이 누군가의 책임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 것 같았다.
루나는 침실로 돌아가 별을 안았다. 별은 이미 깨어 있었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루나는 딸을 품에 안겼다. 별의 작은 손이 루나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악몽이 났어?"
"응. 엄마."
별이 대답했다. 루나는 별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따뜻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 자신의 딸이 여기 있다는 증거.
"누가 왔어?"
별이 현관을 향해 물었다. 루나는 말을 잃었다.
"엄마?"
별이 다시 물었다.
"손님이야. 손님이 왔어."
루나가 대답했다. 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온기가 필요했다.
현관에는 여전히 카엘이 서 있었다. 루나는 별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나갔다. 별은 카엘을 보는 순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 이 사람 누구지?"
순간, 루나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별이 카엘을 처음 본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를 본다는 뜻이었다. 카엘의 눈이 흔들렸다. 마치 그것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면서 동시에 가장 원하던 것인 듯이.
"나는 카엘이야. 별."
카엘이 천천히 말했다. 별의 이름을 마치 처음 부르는 것처럼.
"엄마, 이 사람이 누구야?"
별이 다시 루나를 보며 물었다.
루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말을 만들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는 이 남자가 없었다. 또는 있었지만, 잊혀졌다.
"밤이 깊으니까, 아침이 되면 얘기해줄게. 지금은 다시 자야 해."
루나가 말했다. 별은 루나의 손을 잡고 침실로 돌아갔다. 루나는 별을 침대에 누이고, 옆에 누웠다. 별의 손을 놓지 않았다. 별은 곧 다시 자기 시작했다.
루나는 현관으로 나왔다. 카엘은 여전히 서 있었다.
"나가세요. 아침이 되면 다시 오세요."
루나가 말했다.
"시간이 없어. 내일 아침이면 늦어."
카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레이언이 올 거야. 그리고 귀족 연맹도."
그 순간, 마을 어딘가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희미했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러 필의 말이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였다. 카엘의 얼굴이 굳었다.
"이미 시작됐어."
카엘이 중얼거렸다. 루나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창밖으로 횃불의 불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마을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렸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현관 문이 서서히 열렸고, 정령 실이 나타났다. 실의 모습은 분명했다. 은은한 빛을 지닌 정령의 모습이 더 이상 흐릿하지 않았다.
"루나, 별이 새로운 능력을 깨우고 있다."
실이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루나의 전신을 얼리는 무게가 있었다.
"지혜 정령과의 계약이 필요할 것 같아."
실이 손을 내밀었다. 루나는 카엘을 보았다. 카엘은 루나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카엘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루나는 침실로 돌아가 별을 안았다. 별의 몸이 따뜻했다. 작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 루나는 별의 등을 쓸어내렸다. 한 손, 두 손, 세 손. 몇 번을 반복해도 모자랐다. 별의 숨이 고르게 흐르고 있었다. 입술의 온기. 머리카락의 향기. 팔에 전해지는 무게.
루나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로 했다. 이름 없이. 말 없이. 그저 감각으로. 이것이 자신의 딸이고,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루나는 현관으로 나왔다.
"계약은 하지 않겠습니다."
루나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카엘의 눈이 반짝였다. 그 순간, 말발굽 소리가 집 앞에 도착했다. 창밖에서 횃불의 빛이 더욱 밝아졌다. 누군가 집의 문을 두드렸다. 강하고 거친 손짓이었다.
"루나! 나가 왔다!"
레이언의 목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