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은 깊어만 갔다. 루나는 별의 침대 옆 방석에 앉아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마에 맺힌 땀, 자꾸만 움직이는 눈꺼풀,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악몽이었다.

"엄마... 엄마..."

별이 루나의 손을 꼭 쥐었다. 작은 손가락이 떨렸다. 루나는 딸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엄마가 여기 있어. 괜찮아."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이틀 밤을 내내 별은 같은 악몽을 반복했다. 첫날밤은 루나가 사라지는 꿈이었고, 둘째 밤은 루나가 깨어나지 않는 꿈이었다. 별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오열했다. 그리고 깨어난 후에도 한 시간 이상 루나를 놓지 않았다.

루나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느꼈다.

이것은 별의 정령의 피가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정령 혈통을 가진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감정들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불안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그 불안이 악몽이 되어 밤을 지배한다. 카엘이 말했던 것처럼, 별은 루나의 두려움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안으려 하고 있었다.

"엄마를 지켜야 해. 엄마를 지켜야..."

별이 또다시 중얼거렸다. 루나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것이 모성애인가, 아니면 정령의 저주인가. 루나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새벽 네 시경, 별은 마침내 고요한 수면에 들었다. 루나는 천천히 손을 빼냈다. 침대 위의 딸은 여전히 이불을 한 줌 쥐고 있었지만, 얼굴은 평온했다.

루나는 거실로 나왔다.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달빛골의 밤은 깊고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뭔가 날카로운 것이 숨어있었다. 카엘의 경고, 에스터의 협박, 미르 시장의 무언의 걱정. 모든 것이 루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루나는 부엌의 찬장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정령 실과의 계약서였다. 혈액으로 서명한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 위에 또 다른 종이를 놓았다. 빈 계약서였다.

루나는 손가락 끝을 물었다. 살짝 피가 맺혔다.

별의 악몽이 계속되는 한, 루나는 계속 계약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잃든 상관없었다. 딸의 안전이 첫 번째였다.

루나는 옷을 챙겨 입었다. 별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마을의 밤거리는 고요했다. 루나는 시장 방향을 피해 북쪽 숲으로 향했다.

세 바위는 달빛 아래 검은 그림자로 솟아있었다. 루나가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변했다. 차갑고, 무겁고, 생명력 있는. 정령의 기운이었다.

"나타나 주세요."

루나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바위 사이의 그림자가 깊어질 뿐이었다. 루나는 기다렸다. 정령과의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진심이 닿을 때까지, 정령은 나타난다.

그때였다.

붉은 빛이 바위 사이에서 타올랐다.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빛이었다. 용맹함 자체였다. 정령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 같은 형태를 한 정령은 루나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작았다. 하지만 그것이 내뿜는 기운은 거대했다. 붉은 기운이 루나의 피부를 데웠다. 용기의 정령이었다.

"내 딸이 두렵습니다."

루나가 말했다.

"불안이 악몽이 되어 밤마다 그녀를 괴롭힙니다. 그녀의 두려움을 없애 주세요. 내가 무엇을 주든 상관없습니다."

정령이 루나를 바라봤다. 그 눈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루나는 눈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계약 중에는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정령은 계약자의 진심을 눈으로 읽는다.

루나는 다시 눈을 들었다.

정령이 움직였다. 붉은 빛이 루나를 감쌌다. 따뜻함이 아니었다. 루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호흡이 얕아졌다가 깊어졌다. 손가락이 경직되었다가 서서히 펴졌다. 마치 겁먹은 몸이 용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새로운 힘이 몸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두려움을 마주할 수 있는 힘. 하지만 동시에 뭔가 중요한 것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도 있었다.

종이 위에 혈액을 흘렸다. 루나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 정령의 붉은 빛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루나는 세 바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사라졌다. 첫 번째 계약 때는 구체적이었다. 첫 키스라는 기억이 명확하게 떠올랐고, 그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엇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루나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린 시절의 어떤 오후가 흐릿해졌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던 따뜻한 햇살.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리는 감각.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소리. 그 모든 것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 사람이 누구였을까. 그 사람의 얼굴이 무엇이었을까. 루나는 기억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그 공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를 잃었다는 것만 알 뿐, 그것이 누구인지, 언제인지, 왜인지 모두 흐릿했다.

루나는 새벽 다섯 시경 집으로 돌아왔다.

별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하지만 루나가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별의 눈이 떠졌다. 아이는 루나를 보고 소리도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악몽이 없었어. 엄마..."

별이 루나의 목을 안았다. 작은 팔이 루나의 목을 졸랐다.

루나는 딸의 등을 쓸어내렸다. 별의 손에 은은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정령의 축복이었다. 별은 이제 두려움 없이 엄마를 지킬 수 있을 것이었다.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어."

루나의 목소리는 떨렸다.

밤은 지나갔다. 아침이 되면서 루나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되돌릴 수 없는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별이 계속 성장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늘어날 것이었다. 용기, 지혜, 사랑,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 그리고 루나는 매번 자신의 기억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었다.

루나는 부엌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정령 실이 나타났다. 정령은 루나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은은한 빛만이 공기를 밝혔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령 실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매 계약마다 당신은 뭔가를 잃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계속 계약할 것입니다."

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당신이 잃은 기억들은 정령의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흩어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그저 다른 곳에 있을 뿐입니다."

정령이 루나의 손을 가볍게 만졌다.

"내 딸을 위해서라면..."

루나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가 뭘 하는 건지 몰라도, 별을 위해서라면..."

그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분명하고, 강렬하고, 거부할 수 없는 소리였다.

루나의 몸이 굳었다. 정령 실이 사라졌다. 이른 아침, 누군가가 루나의 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루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문을 열기 전에 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루나가 마을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 남자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서류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루나의 손이 문고리에 닿았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내 이름은 루나인데... 내가 누구였지?'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명확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남자가 누구인지, 왜 왔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루나는 그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려 했지만, 마치 물 위에 그은 선처럼 흔적만 남고 사라져갔다.

루나는 문을 열었다.

낯선 남자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눈이 루나를 훑고 지나갔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루나 씨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어떻게 아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남자는 서류를 펼쳤다. 루나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였다. 오래된 초상화 같았다. 하지만 루나는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달빛골 행정청에서 나왔습니다. 외부 거주자 신원 확인 차원의 정례 방문입니다."

그의 말은 차분했지만, 루나의 본능은 경고음을 울렸다. 이 남자는 행정청 직원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이, 손의 긴장이, 몸의 무게 중심이 모두 전투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사냥꾼이 먹이를 재는 듯한 시선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바쁘신 건 알겠습니다."

남자가 말을 끊었다. 그의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루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이 일은 시간이 중요합니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배지였다. 귀족 연맹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루나는 그것을 본 적이 없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직관적으로 알았다.

위협.

루나는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남자가 발을 들었다. 루나의 발로 밀려나갈 수 없는 무게였다.

"별 양은 안에 있겠죠?"

그 순간, 루나 뒤에서 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별이 침실에서 나왔다. 아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악몽에서 깨어난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별이 낯선 남자를 보는 순간, 아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정령의 피. 아이가 위협을 감지했다.

남자의 입가에 냉소가 피어올랐다.

"역시 혈통이 남아있군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가 손을 들었다. 루나는 즉각 별을 밀어 침실로 보냈다.

"별, 안으로!"

루나는 몸을 날려 남자와 사이에 벽이 되었다. 남자는 루나를 밀어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펼쳤다. 종이였다.

"루나 씨에게 귀족 연맹의 심문 소환장을 전달합니다. 정령 혈통의 불법 양육에 대한 혐의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항거할 경우, 아이는 즉시 격리 조치됩니다."

루나의 손이 떨렸다. 소환장. 그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루나와 별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공식 문서였다.

"별을 만나고 싶으시면 법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남자가 종이를 루나의 손에 밀어주었다.

"정해진 기일은 열흘입니다."

그 순간, 마을 광장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미르 시장은 오래전부터 이 신호를 준비하고 있었다. 루나가 이 마을에 온 그 날부터, 그는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왔다. 마을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신호. 외부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신호.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마을 주민들은 광장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그것이 미르 시장이 몇 주 전부터 준비한 계획이었다. 루나가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올 때를 대비해서.

남자의 눈이 일그러졌다. 그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미르 시장이..."

루나는 남자의 목을 노려 손을 뻗었다. 남자가 몸을 날려 피했다. 그 사이 루나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미르 시장이 목재소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마을의 남정네들이 서 있었다. 모두 농기구와 목재를 들고 있었다. 무기는 아니었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누가 우리 마을에 함부로 들어오는가."

미르 시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철저한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이곳은 과거를 묻지 않는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들인 사람을 내보내지도 않습니다."

루나의 눈이 떨어졌다. 미르 시장이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그 뒤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마을 주민들이었다. 루나를 피하던 그들이, 지금은 그녀 앞에 벽이 되어 서 있었다.

"귀족 연맹의 소환장은 이 마을에서 효력이 없습니다."

미르 시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 움직임은 느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법을 따릅니다."

남자가 다시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미르 시장은 그를 주시하며 한 발 더 나아갔다. 마을 주민들도 함께 움직였다.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빠르게 후퇴했다. 마을 입구로 향했다.

"이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귀족 연맹이..."

"나가."

미르 시장의 한 마디가 그를 끊었다.

남자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빠르게 마을을 떠났다.

루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무릎을 꿇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열흘.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었다.

미르 시장이 루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집으로 가시죠. 별이 혼자 있습니다."

루나는 손을 잡고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이 띄엄띄엄해졌다. 방금 전의 일들이 명확하지 않았다.

소환장의 내용이 무엇이었더라? 기일이 몇 일이었더라? 남자의 얼굴이... 그의 이름이...

루나의 손이 다시 떨렸다. 계약의 부작용이었다. 두 번째 계약이 그녀의 기억을 더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다. 마치 안개가 걷혀가듯 명확했던 것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루나 씨?"

미르 시장이 루나의 팔을 잡았다.

"괜찮으세요?"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지 않았다. 기억이 사라지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도, 어린 시절의 추억도, 자신의 이름도.

루나는 손에 들린 소환장을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루나.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었다.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루나는 자신의 손을 펼쳐 봤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은은한 빛.

아니, 그건 빛이 아니었다. 그건... 뭔가 다른 것이었다. 뭔가 중요한 것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그런 것. 하지만 그것이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루나는 손을 쥐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별은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엄마, 누가 왔어? 엄마 아파?"

별이 루나의 얼굴을 살폈다.

루나는 딸을 안았다. 별의 몸이 따뜻했다.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하지만 루나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별이 루나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은은한 빛이 흘러내렸다. 별의 정령의 피가 엄마를 감지하고 반응하고 있었다.

루나는 그 빛을 바라봤다. 뭔가 익숙한 빛이었다. 누군가와 손을 잡으며 본 기억. 그 기억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루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내 이름은 루나인데..."

그녀가 혼잣말했다.

"내가 누구였지?"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다른 소리였다. 절박하고, 빠르고, 위협적이지 않은 소리였다.

에스터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루나! 열어요! 레이언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어. 다른 길로 돌아오고 있어!"

루나의 혈액이 얼어붕었다.

레이언. 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지난 화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명확했다. 공포. 위협. 죽음.

그런데 왜? 루나는 자신이 그 사람을 아는지,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찾는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 일어난 일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데, 레이언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알겠는가.

별의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별의 손에 들었던 은은한 빛이 갑자기 붉게 변했다.

정령의 축복이 경고 신호로 변했다.

루나는 별을 안은 채로 문을 열었다.

에스터가 서 있었다. 에스터의 눈이 루나를 재빨리 훑고 지나갔다.

"당신, 기억이 많이 사라졌네요."

에스터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당신은 기억 못 하겠지만,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레이언은 심각합니다. 당신을 죽이려고 오는 거예요."

루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죽이려고?

왜?

그 이유를 루나는 알 수 없었다. 기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루나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령 실이 다시 나타났다. 은은한 빛이 루나의 곁에 모였다.

"준비하세요."

정령이 속삭였다.

"당신의 세 번째 계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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