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 열두 시 삼십 분. 수선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

라나는 미르의 셔츠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천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기억이 흐른다. 찢어진 부분마다 담긴 상처들. 미르가 저질렀던 실수. 자신이 되풀이하려던 과오. 그것들이 라나의 손끝으로 전해진다.

바늘이 움직인다. 은색의 실이 검은 천을 꿰맨다. 라나의 손가락에서 옅은 빛이 흐른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셔츠가 완벽해졌다. 마치 처음부터 손상된 적 없었던 것처럼. 라나는 옷을 들어 올렸다. 손이 떨렸다.

"다 됐어요?"

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그 얼굴을 라나는 모르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였다. 이 옷을 가져온 사람.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려던 사람. 하지만 이름이 없었다. 얼굴이 없었다. 오직 상처만 남아있었다.

"네."

라나가 옷을 건넸다. 처음으로, 라나는 자신의 손을 의식했다. 이 손이 무언가를 고치는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인가. 그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미르는 셔츠를 받아 들었다. 입지 않고. 그냥 품에 안았다.

"고마워요. 정말."

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슨 감사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미르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라나는 혼자 남겨졌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흐릿했다. 손가락부터 시작된 투명성이 이제 얼굴까지 미쳤다. 라나는 손을 들었다. 손가락 사이로 불빛이 통했다. 거의 유리처럼 투명했다.

그 순간, 마을 전체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종소리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집회의 신호. 긴급 집회의 신호. 여름의 끝자락, 밤 열두 시 삼십 분. 계절이 바뀌는 순간, 마을의 종이 울린다. 그것은 뭔가의 임계점을 알리는 울음이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세 번, 리듬 있게. 라나는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게."

문이 열렸다. 카일이었다. 카일은 라나를 보고 멈췄다. 손에는 낡은 옷 한 벌이 들려 있었다. 검은 색이 褪色된 작업복.

"이건 제 옷입니다."

카일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몇 년 전, 제 대장간이 화재로 타버렸을 때 말입니다. 저는 불 속에서 죽을 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저를 밀어냈습니다. 당신이 밀어냈어요. 이 옷을 입고 말이에요."

카일이 옷을 펼쳤다. 불에 그을린 자국들이 선명했다. 그 위에 정교하게 수놓인 길들. 라나는 그 길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기억하려 했다. 화염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자신을 밀어낸다. 뜨거운 공기. 타는 냄새. 그리고 이 옷. 이 옷이 자신을 보호했다. 아니, 자신이 이 옷으로 누군가를 보호했다.

"당신은 그 옷을 입고 저를 구했어요. 불 속에서 저를 끌어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당신을 지켜왔습니다. 당신의 수선실이 문을 닫지 않도록. 당신이 마을에서 몰려나지 않도록."

카일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근데 지금 당신은..."

카일이 라나의 손을 봤다. 투명한 손.

"사라지고 있어요."

라나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잃고 있는 건가요?"

라나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네. 당신은 손님들의 기억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억도 잃고 있어요. 제 대장간 화재 때 당신이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당신은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기억합니다."

카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라나의 투명해진 손을 잡으려 했다.

"불이 제 얼굴을 향해 쓰러지고 있었어요. 저는 죽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를 밀어냈어요. 이 옷을 입은 채로. 당신의 팔이 제 등을 밀었고, 저는 살았습니다."

카일이 손을 뻗었다. 라나의 투명한 손을 잡았다. 카일의 손은 따뜻했다. 라나의 손은 차가웠다.

"저는 당신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제가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라나는 카일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진심이 있었다. 하지만 라나는 그것이 충분한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가 지켜드릴 테니까 잊지 마세요."

카일이 말했다. 하지만 라나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잊었다.

그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올리버였다. 올리버는 수첩을 들고 있었다. 그 수첩은 글로 가득 차 있었다.

"라나 님. 안녕하세요."

올리버가 인사했다.

"저는 당신의 모든 손님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미르라는 사냥꾼. 토끼라는 여인. 노엘이라는 아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들이 당신의 손을 거쳐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모두요."

올리버가 수첩을 펼쳤다. 페이지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 옆에는 구체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미르가 울던 날의 날씨. 토끼 여인이 입던 옷의 색깔. 노엘이 처음 웃던 날의 시간.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면,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어디에 닿았는지, 누구를 고쳤는지. 그것이 당신이 존재했다는 증거입니다."

올리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이 기억되는 것이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라나는 그 수첩을 봤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모든 것들의 기록.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 올리버의 눈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카일과 올리버가 나갔다. 라나는 혼자 남겨졌다.

라나는 수선실을 바라봤다. 이 가게를 열었던 이유. 처음 재봉틀을 샀던 이유. 왜 옷을 고치기 시작했는지. 모두 희미했다. 안개 속에 잠긴 것처럼.

거울로 다시 걸었다. 거울 속을 봤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투명한 공간. 공기. 소리 없는 존재.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횃불을 들고. 그들의 얼굴은 결연했다.

"라나의 수선실을 닫아라!"

"우리 마을을 되찾자!"

"약한 사람들을 만드는 마녀를 몰아내자!"

시온이 맨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횃불의 빛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라나는 수선실의 문을 닫았다. 손잡이를 잠갔다. 하지만 손이 투명했다.

밖에서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울음소리. 분노. 광기. 라나는 의자에 앉았다. 수선실의 한가운데, 불이 켜진 채로. 그리고 기다렸다.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종이 울 때마다 마을의 목소리도 커졌다. 라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그 다음엔 거칠어졌다.

"라나! 나와!"

시온의 목소리였다.

"마을을 괴롭히는 짓을 그만둬!"

라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아무도 거기에 없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이제는 발로 차는 소리였다.

"문을 열어!"

"이 마녀를 끌어내!"

"우리 아이들을 돌려줘!"

여러 목소리가 겹쳤다. 라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투명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아도 현실감이 없었다.

그때 옆문이 열렸다. 뒷골목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카일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나가야 합니다. 지금."

카일이 라나의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라나의 팔을 통과했다. 마치 물 위의 잔물결을 헤치는 것처럼. 카일의 손가락이 라나의 팔을 통해 들어간다. 냉기가 카일의 손을 감싼다.

카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나가지 않겠습니다."

라나가 말했다.

"라나."

카일이 다시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도왔다면, 그것은 당신이 한 일입니다. 당신이 누군가의 옷을 고쳤다면, 그것도 당신이 한 일입니다. 그것들이 모두 당신을 만듭니다."

라나는 카일을 봤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내 대장간이 탔던 날, 나는 죽을 뻔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끌어냈습니다. 불이 천장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고, 저는 움직일 수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손이 제 등을 밀었습니다. 뜨거운 옷을 입은 채로. 당신은 자신을 태우면서 저를 구했어요."

카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기억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무엇이 되든, 그 기억만은 내가 지키겠습니다."

카일이 손을 내밀었다. 라나는 그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느낄 수 없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이제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도 났다.

"가세요."

라나가 말했다.

"당신도 나갈 수 없습니다. 저도 나갈 수 없습니다."

카일이 라나의 어깨를 잡았다. 손이 통과했다. 하지만 따뜻함은 남았다.

"올리버에게 기억을 맡겼습니다.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카일이 말했다.

"당신이 사라진다면, 당신의 손길은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당신이 고친 모든 것. 당신이 도운 모든 사람. 그것들이 당신입니다."

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조각이 흩어졌다.

시온이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따랐다. 횃불의 불빛이 수선실을 밝혔다.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분노. 두려움. 확신.

라나는 그들을 봤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라나."

시온이 말했다.

"당신은 우리 마을을 약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강해야 한다. 상처를 받으면 그냥 견뎌야 한다. 치유하려고 하면 약해진다. 당신의 손은 독이다."

시온은 마을 사람들을 주도하며 이곳에 온 지 오래였다. 라나의 수선실이 생기기 전, 시온은 마을의 강함을 지키는 자였다. 하지만 라나가 나타나면서 마을 사람들이 변했다. 상처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약함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시온에게는 배신이었다. 마을의 기강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했다. 오늘 밤, 종이 울렸을 때, 시온은 결심했다. 이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그때 또 다른 발걸음이 들렸다.

미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결연했다. 그 뒤에는 노엘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올리버도 있었다. 수첩을 들고.

"이 사람을 해치지 마세요."

미르가 말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 있지 않습니다.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의 이름은 미르입니다. 미르는 숲의 사냥꾼이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과거를 반복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손으로 그것을 직면했습니다."

올리버가 수첩을 펼쳤다.

"그것이 치유입니다. 약함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시온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건 상관없다. 이 마녀는 없어져야 한다."

시온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불이 있었다.

"당신이 약해지는 것처럼, 우리도 강해져야 한다."

라나는 불을 봤다. 불빛이 자신의 투명한 손을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노엘이 라나 앞으로 달려왔다.

"엄마!"

노엘이 라나를 안았다. 아이의 팔이 라나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안으려고 했다. 냉기가 아이의 팔을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노엘은 놓지 않았다.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사라지지 말아요."

노엘이 울었다. 눈물이 라나의 투명해진 가슴팍에 떨어진다.

"엄마, 제발."

라나는 노엘을 안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팔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시온이 횃불을 들었다. 수선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거울이 깨졌다.

라나가 거울을 내려쳤다. 거울 조각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조각들 위에는 무언가가 비쳤다.

라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라나 자신이 본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투명하지 않았다. 선명했다. 그 안에는 여우의 얼굴이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올리버가 말했다.

"당신의 기억이 사라져도, 당신의 손이 투명해져도,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당신은 존재합니다."

시온이 횃불을 던졌다. 그것이 수선실의 벽에 맞았다. 불이 번졌다.

화염이 커졌다. 재봉틀을 태웠다. 옷감을 태웠다. 수첩도 타기 시작했다.

올리버가 수첩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불이 번져 있었다.

"안 돼!"

올리버가 외쳤다.

"모든 기록이!"

라나는 불을 봤다. 투명한 것은 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태워진 것처럼, 불도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라나는 움직였다. 투명한 손으로 올리버의 수첩을 잡았다. 손이 통과했지만, 라나는 계속 움직였다. 냉기가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른다. 투명한 손이 불길을 밀어낸다. 차가운 기운이 화염을 꺾어낸다. 수첩을 불에서 빼냈다.

올리버가 라나를 봤다.

"당신이..."

"나가세요."

라나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분명했다.

"모두 나가세요."

노엘이 라나의 투명한 손을 놓지 않았다.

"안 돼요. 엄마를 놓을 수 없어요."

라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손이 아이의 머리를 통과했다. 하지만 따뜻함이 남았다.

"당신은 내 엄마예요. 제가 기억할 테니까. 제가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

노엘이 라나를 안은 채 말했다.

"당신이 저를 안아줬던 날. 당신이 제 옷을 고쳐줬던 날. 당신이 저를 웃게 했던 모든 날. 제가 기억할 거예요."

카일이 미르의 팔을 잡았다. 미르가 따라왔다. 올리버도, 노엘도. 그들은 뒷문으로 나갔다. 노엘은 마지막까지 라나를 바라봤다.

시온만 남았다.

"당신은 죽어야 한다."

시온이 말했다.

"마을을 위해."

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이 계속 번졌다. 재봉틀이 재가 되고 있었다. 라나가 만든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라나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투명한 손이 더 투명해졌다. 마치 공기가 되어가는 것처럼. 냉기가 라나의 몸을 완전히 집어삼킨다. 무게감이 사라진다. 촉각이 소멸한다. 라나는 자신의 몸이 한 층씩 벗겨지는 것을 느낀다.

시온이 또 다른 횃불을 들었다. 그것을 천장으로 던졌다.

라나는 창문을 봤다. 밖에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희미했다. 라나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옷은 기억했다.

누군가의 스커트 단. 누군가의 코트 소매. 누군가의 찢어진 셔츠. 누군가의 헤진 치마. 모두 자신의 손으로 고친 옷들이었다.

그 옷들이 마을 사람들을 입고 있었다.

라나는 손을 들었다. 투명한 손이었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고쳤다는 사실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손으로 만든 길들. 그 손으로 꿰맨 상처들. 그것들이 지금 마을 사람들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불이 창문을 깼다. 유리 조각이 흩어졌다.

라나는 마지막으로 수선실을 봤다. 자신이 만든 이 공간. 누군가가 여기서 울었다는 것은 기억했다. 누군가가 여기서 자신을 찾았다는 것은 기억했다.

그 울음이 치유였는지, 상처였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불이 라나를 태웠다.

투명한 존재는 불에도 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라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정말로 사라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더 투명해져서 진짜 자신이 되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 답은 이미 불 속에 있었다.

밖에서 올리버가 수첩을 펼쳤다. 그 페이지에는 라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라나.

여우 수인. 재봉사. 수선실의 주인.

올리버는 그 페이지 아래 새로운 문장을 썼다. 손이 떨렸지만, 글씨는 또렷했다.

'여름의 끝에서 라나는 투명해졌다. 손가락부터, 팔로, 그리고 마침내 온몸이. 하지만 기억은 남았다. 누군가의 손길로. 누군가의 마음으로. 라나는 사라졌지만, 라나가 고친 모든 것들 속에 라나는 존재한다. 라나가 만난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라나는 존재한다. 그것이 라나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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