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수선실
손목까지 은색이 올라왔다.
라나는 거울을 봤다. 손가락 끝에서 출발한 투명함이 이제 손목을 넘어섰다. 밤새 다섯 벌의 옷을 수선하는 동안, 자신의 몸은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림의 일부를 지우개로 문질러서 옅어지게 만든 것처럼.
아침해가 수선실 창을 비스듬히 밀고 들어올 때, 노엘은 이미 문 앞에 서 있었다.
라나는 바늘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스커트의 솔기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노엘이 기침을 하지 않았다. 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들어오게."
라나의 목소리는 낮았다. 옷감 위의 바늘 소리와 거의 구분이 안 갔다.
노엘은 들어왔지만, 옷을 들고 오지 않았다. 대신 빈손으로 카운터 앞에 섰다. 아이의 눈은 붉었다. 밤을 새운 것 같았다.
"우리 엄마를 봤어요."
라나는 바늘을 뽑았다. 천천히, 마지막 매듭을 완성하듯이. 그 사이 노엘은 계속 말했다.
"엄마가 여기 와서 옷을 고쳐달라고 했어요. 그 검은 치마. 옆선이 다 풀린 거. 엄마가 말했어요, 혼자서는 못 고친다고. 그래서 엄마가 여기 왔어요."
라나가 손을 탁자에 내려놨다. 손가락들이 자동으로 굽혔다가 펼쳐졌다. 통제 불능의 신경 반응처럼.
"고쳐드렸나 봅니다."
"고쳐주고 나서 엄마가 집에 왔어요. 옷을 입었어요. 그리고..."
노엘의 목소리가 끊겼다. 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가 짐을 싸서 나갔어요. 저한테 말도 안 하고."
라나의 손이 다시 움직이려 했다. 바늘을 찾으려는 반사 작용. 하지만 이미 손가락은 이 아이의 눈물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가 엄마를 돌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노엘의 음성이 변했다.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너무 깊게 상처를 품은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엄마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당신 때문이에요."
라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말이 거짓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옷을 고쳤다. 옷을 고친 후 그 여자가 어떤 기억을 직면했는지,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것이 왜 그녀를 집에서 내보냈는지—라나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자신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저한테 약속해 줄 수 있어요?"
노엘이 한 발 가까워졌다.
"날 엄마처럼 버리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아이가 목소리를 낮췄다.
"날 고쳐주고 나서도, 날 잊지 말아 달라고."
라나의 시선이 아이를 향했다. 노엘의 얼굴은 또렷했다. 손목까지 올라온 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라나의 눈에는 아이의 눈동자만이 선명했다. 거기에는 자신이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똑똑히 보였다.
라나는 손을 들었다. 투명해지고 있는 손. 은색 빛이 손가락 끝에서 흐르고 있는 손.
"난 아무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라나의 손이 더 빠르게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약속이 라나의 존재를 더 깊이 빨아들이는 것처럼. 라나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신이 노엘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자신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매 옷 하나마다, 매 손님 하나마다, 자신의 일부가 그들 안에 남겨지고 있다는 것을.
라나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대로 노엘의 머리에 닿게 했다. 투명한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노엘은 라나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기댔을 뿐이다.
라나는 노엘의 머리를 쓸어주며 생각했다. 이 아이를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자신을 더 투명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약속인가, 아니면 저주인가. 하지만 손은 계속 움직였다.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는 손.
오후가 되자 시장 방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빠르고, 다급한 걸음. 라나는 노엘을 탁자 옆 의자에 앉혀두고 다시 바늘을 집었다.
미르였다.
셔츠를 들고 왔다. 지난주에 라나가 고쳐준 그 셔츠. 소매 부분이 다시 찢어져 있었다. 깔끔하게 손상된 것이 아니라, 격렬하게 뜯어진 상태였다. 마치 누군가 억지로 벗겨낸 것처럼.
"다시 고쳐줄 수 있을까?"
미르의 목소리에서 여느 때의 명랑함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뭔가 다른 톤이 흐르고 있었다. 탐색하는 톤. 확인하려는 톤.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미르가 셔츠를 내려놨다. 손가락으로 찢어진 부분을 가리켰다.
"이걸 내가 찢었거든. 일부러."
라나의 손이 멈췄다.
"왜?"
"당신을 테스트하고 싶었어. 처음 셔츠를 받았을 때, 나는 정말 달라졌어. 그 옷을 입으면 과거가 보여.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이. 내가 누군가를 상처 준 순간들이. 그리고 그걸 보면서 나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미르가 탁자에 기댔다.
"근데 생각해 봤어. 그게 정말 나의 변화일까? 아니면 그냥 당신이 뭔가를 내 안에서 빼갔을 뿐일까? 내 안의 나쁜 부분을 없애버린 게 아니라, 그걸 보는 능력을 뺏어간 걸까?"
라나는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찢었어. 다시 고쳐달라고 해서, 다시 그 옷을 입어서, 같은 기억을 보고 싶었어. 만약 내가 또 다시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건 진짜 변화일 거야."
미르가 라나의 눈을 봤다.
"하지만 만약 아무것도 안 나타난다면?"
말은 미완성이었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라나는 셔츠를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손가락은 자신의 의도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의 떨림은 다른 종류였다. 공포의 떨림이었다. 자신이 미르에게 준 것이 정말 깨달음인지, 아니면 단순한 환각인지 알 수 없다는 공포.
"고쳐드리겠습니다."
라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밤이 되자 마을의 소문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올리버가 가져왔다. 주점에서, 시장에서,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라나의 수선실에 다녀온 사람들이 집을 떠난다고 해요."
올리버는 수첩에 무언가를 기록하면서 말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럿. 그 여자, 토끼 귀의. 그리고 그 남자, 호랑이 수인. 다들 옷을 고쳐달라고 했다가, 고쳐받고 입은 후에 사라졌어요."
올리버의 펜은 계속 움직였다. 마치 라나의 투명화를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무인 것처럼. 그 기록 자체가 라나를 더 희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라나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라나는 손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있었다. 탁자 옆에 있는 작은 거울. 그 안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얼굴이 희미했다. 어제보다 더 희미했다. 눈의 윤곽이 흐릿했고, 코의 선이 사라지고 있었다.
라나는 갑자기 거울을 내려놨다.
"봄에 누가 왔었지?"
올리버가 기록을 멈췄다.
"뭐라고요?"
"봄. 이 수선실에 봄에 온 손님들. 이름이 뭐였지?"
올리버는 수첩을 뒤적였다. 하지만 라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올리버의 수첩에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나 자신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손님의 이름. 그 토끼의 이름. 아직도 기억해야 하는데, 그 이름이 라나의 뇌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마치 계절이 바뀌면서 낙엽이 떨어지듯이. 자연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속도로.
"기억이 안 나는군요."
라나가 중얼거렸다.
"누구를 만났는지도. 왜 만났는지도. 내가 뭘 했는지도."
올리버가 가까워졌다. 그의 얼굴도 흐릿했다. 이제 라나의 눈에는 모든 것이 흐릿했다.
"라나님. 당신이 투명해지고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멈춰야 하는 거 아닐까요? 손님들을 더 이상 받지 말고."
라나는 올리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손이 자동으로 바늘을 집었다. 아직도 수선할 옷이 있었다. 탁자 위에 쌓여 있었다. 밤새 들어온 것들. 주인을 기다리는 것들.
"손님들이 필요합니다."
"손님들이 필요한 거, 아니면 당신이 필요한 거요?"
올리버가 물었다.
라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의 답을 자신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손이 움직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인가. 손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공포가 있었다.
밤 열한 시. 노엘은 여전히 수선실에 있었다. 카운터 옆 의자에 앉아서, 라나의 손을 보고 있었다. 투명해지고 있는 손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을 붙잡으면 자신도 함께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으로, 또 동시에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라나는 계속 수선했다.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의식의 개입이 필요 없었다. 오직 근육의 기억만으로 충분했다.
그 때였다.
문이 열렸다. 기침도 없이. 의식도 따르지 않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하지만 라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세상이 너무 흐릿해져 버렸다. 오직 손에 들려 있는 것만 선명했다.
찢어진 옷. 또 다른 찢어진 옷.
"제가 당신을 믿어도 될까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라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은 알고 있었다. 손은 자동으로 그 옷을 받아들였다. 바늘을 들었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라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투명해지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도 희미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꿈처럼. 이미 깨어난 지 오래인 꿈처럼.
손가락만이 계속 움직였다.
노엘이 갑자기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라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누나."
노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미르 누나예요."
라나의 손이 마침내 멈췄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경직되었다. 미르.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무언가가 흔들렸다. 라나의 기억 속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라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세상 속에서 그 사람의 윤곽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옷만 선명했다.
검은 옷. 한때 라나가 수선했던 그 옷. 하지만 지금 그것은 다시 찢어져 있었다.
"미르."
라나가 중얼거렸다. 마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것처럼.
미르가 한 발 다가왔다. 올리버는 벌써 수첩을 들고 기록을 시작했다.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라나의 투명화, 노엘의 눈물, 미르의 절망—모든 것이 기록되고 있었다. 그 기록이 마치 라나를 더 희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노엘은 라나의 옆에 서 있었다. 라나가 더 투명해지지 않도록, 자신의 존재로 그것을 막으려는 듯이.
"저는 당신을 기억해요."
미르가 말했다.
"처음 왔을 때. 당신이 제 옷을 받아주셨을 때. 손이 조금 떨렸어요. 아셨나요? 당신도 두렵고 있었어요."
라나는 답할 수 없었다. 그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제가 옷을 입고 나왔을 때, 당신이 말씀하셨어요. '입은 후의 경험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그건 당신이 사람들에게 건네는 약속 같았어요. 그들의 상처를 당신이 가져가지 않겠다는."
미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당신은 가져갔어요. 모두 가져갔어요. 내 기억도, 저 아이의 엄마도, 모두."
노엘의 어깨가 떨렸다.
"아니다."
라나가 처음으로 명확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것 같았다.
"나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럼 당신 손은 뭐예요?"
미르가 라나의 손을 가리켰다. 투명한 손. 은색 빛이 어깨까지 올라와 있는 손.
라나는 자신의 손을 봤다. 마치 그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인 것처럼. 그 손이 뭘 했는지, 왜 그렇게 변했는지, 라나는 알 수 없었다.
라나는 미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거부하려 했다. 조건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저는 여기 왔어요."
미르가 옷을 내밀었다.
"또 다시. 왜냐하면 제가 당신을 믿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이 모습으로도."
라나의 손이 자동으로 그 옷을 받았다. 옷의 감촉이 선명했다. 천의 질감, 찢어진 부분의 거친 끝자락, 모두가 생생했다. 마치 라나의 손만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라나는 바늘을 들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한 땀, 한 땀.
몇 시간이 흘렀을까. 미르의 옷이 거의 다 수선되어 갈 무렵, 라나는 갑자기 손을 멈췄다. 바늘이 공중에서 정지했다.
"미르."
라나가 말했다.
"이 옷을... 다시 고쳐주고 나면?"
미르의 얼굴이 긴장했다.
"당신은 뭘 보게 될까요?"
말이 끝나자, 라나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마지막 땀을 꿰뚫었다. 바늘이 옷에서 빠져나왔다.
"완성됐습니다."
라나가 옷을 건넸다.
미르는 옷을 받았지만, 입지 않았다. 손에 들고만 있었다. 마치 그 옷이 뭔가 다른 것으로 변해 있을까 봐 두려운 것처럼.
"입어보세요."
라나가 말했다.
미르는 천천히 옷을 입었다. 셔츠의 소매가 팔을 감쌌다.
그 순간, 미르의 눈이 변했다. 무언가를 보는 눈. 기억을 마주하는 눈.
"저는..."
미르가 중얼거렸다.
"같은 것을 봐요. 같은 기억을."
미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절망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확인. 그리고 그 확인이 가져온 무거운 무언가.
"당신은 변하게 하는 게 아니군요."
미르가 라나를 봤다.
"당신은 깨닫게 하는 거예요. 계속 깨닫게 하는 거. 그리고 그 깨달음이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거."
라나는 답할 수 없었다.
밤 열두 시. 라나는 거울을 다시 봤다. 올리버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라나님. 제발 좀 봐요. 당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거울 속의 얼굴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눈도 없었다. 코도 없었다. 입도 없었다. 오직 얼굴의 윤곽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그마저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봄의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라나는 무언가를 기억하려 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손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하지만 그 모든 기억도 희미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꿈처럼. 이미 깨어난 지 오래인 꿈처럼.
라나의 손이 자동으로 바늘을 집었다. 탁자 위의 다음 옷으로 향했다. 아직도 수선할 옷이 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이번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라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세상이 너무 희미해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는 들렸다.
"라나. 내 옷을 봐."
남자의 목소리였다.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 라나는 그 목소리 속에서 뭔가를 감지했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다른 감정. 마치 자신과 같은 종류의 무언가.
"이건 새로운 옷이야. 어제 밤에 내가 직접 만들었어.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라나는 고개를 들려 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손이 계속 옷을 수선하고 있었다. 손은 라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 옷에는 금색 길이 있어. 너처럼. 그리고 은색 길도 있어. 너처럼."
그 남자가 계속 말했다.
"넌 이 옷을 봤나? 넌 누가 이 옷을 만들었나 알고 있나?"
라나의 손이 마침내 멈췄다. 바늘이 떨어졌다.
"난 날 고쳤으니까."
남자가 말했다.
"당신이 내 옷을 수선해줬을 때, 나는 나를 봤어. 내가 뭘 했는지, 내가 뭘 잃었는지. 그리고 나는 변했어. 당신 손처럼."
라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서 이제 난 너를 고치러 왔어. 이 옷으로. 너도 나처럼 변하게."
남자가 옷을 펼쳤다. 금색과 은색의 길이 엉켜 있는 옷. 라나는 그 옷을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손은 알고 있었다. 손은 그 옷을 만드는 데 관여했던 것 같았다. 아니, 그 옷 안에는 라나의 손이 만든 기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누구예요?"
라나가 물었다. 마지막 힘을 모아.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옷을 라나 앞에 내밀었다.
"입어봐."
라나의 손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옷을 받으려고.
노엘이 라나의 팔을 잡았다.
"누나! 하지 마!"
아이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올리버는 여전히 기록하고 있었다.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미르는 라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연민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라나님."
올리버가 말했다.
"당신이 누가 만든 옷을 입으면, 당신도 누군가의 옷이 될 거예요."
라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손은 이미 옷을 받고 있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죠? 당신의 투명화가 뭔지. 당신이 손님들에게 주는 게 뭔지."
올리버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지막 기록을 남기듯이.
"당신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옷이 되고 있는 거예요. 누군가의 기억을 담은 옷."
라나는 옷을 입었다.
그 순간, 세상이 명확해졌다. 처음으로. 라나의 눈에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남자의 얼굴도, 올리버의 수첩도, 노엘의 눈물도, 미르의 절망도.
그리고 라나는 알았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손이 왜 투명해졌는지.
그 남자는 라나가 처음 고쳐준 손님이었다. 봄에. 라나가 아직 투명해지지 않았을 때. 그 남자는 라나의 손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직면했고,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자신을 무언가로 만들었다. 라나처럼.
하지만 그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라나의 몸이 이미 변하고 있었으니까.
옷 속의 금색과 은색 길이 라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라나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 끝이 투명해지더니 이내 직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피부가 사라지고 천의 질감이 드러났다. 손목에서 팔로, 팔에서 어깨로 확산되는 변화. 신체가 옷감으로 변환되는 과정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서서히 다른 무언가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처럼.
노엘이 라나의 손을 붙잡았다.
"누나!"
아이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라나의 귀도 투명해지고 있었나.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멀어지고 있었나.
라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자신이 무엇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저주인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약속인지.
손이 완전히 투명해졌을 때, 라나는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 옷을 입으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