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기억의 희석

수선실 문이 열렸을 때, 라나는 손님인 줄 알았다. 기침 소리가 들렸고, 저녁 햇빛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바닥에 길게 드리웠으니까.

"들어오게."

라나가 말했다.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들어온 것은 마을의 상인 조합 회장 에스더였다. 그녀는 옷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는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고, 그 위로 금실로 수놓인 패턴이 빛났다.

"라나님. 마침 혼자시네요."

에스더의 목소리는 꿀처럼 부드러웠다. 마을의 상인 조합 회장이라는 지위가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묻어났다. 라나는 손에 들고 있던 바느질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였다. 라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손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에스더는 수선실을 한 바퀴 둘러봤다. 창문에 드리워진 얇은 린넨 커튼, 벽에 걸린 재봉 도구들, 구석에 쌓인 손상된 옷들. 그녀의 눈길은 특히 라나의 손에 자주 머물렀다. 손가락 끝에서 희미하게 흐르는 은색 빛. 에스더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당신의 명성이 대단하더군요. 하루에 몇 명이 이곳을 찾는지 알고 계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라나는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라나는 손님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얼굴도 흐릿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는 선명했다. 손을 통해 흐르는 감정들은 마치 자신의 것처럼 생생했다.

"그런데 혼자 모두를 감당하시나요?"

에스더는 초대받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검은 장갑을 벗으며 계속 말했다.

"저희 가게에서 일해보시지 않겠어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더 나은 재료, 더 나은 환경, 더 많은 사람들. 당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곳."

라나는 침묵했다. 침묵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에스더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진심 어린 웃음이 아니었다. 마을의 모든 거래에서 그녀가 사용하는, 다루기 쉬운 감정 표현이었다.

"그럼 언젠가 후회할 거예요. 당신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올 테니까."

에스더는 일어났다. 라나의 손을 한 번 더 보고서.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있었다. 능력에 대한 호기심. 라나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 건지, 그 손에서 무엇이 나오는 건지에 대한 것.

문이 닫혔다.

라나는 손을 들어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에스더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후회할 거예요." 그 말은 협박이었다. 하지만 라나의 가슴에는 다르게 박혔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정말 올까? 라나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이 정말 안전한 것일까?

라나는 손가락을 움켜쥐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저항했다. 마치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라나는 손을 내려놨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해는 이미 반 이상 지고 있었다.

오후가 저물어갔다.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커트를 든 여인이 들어왔다. 라나는 여인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 속에는 절망이 있었다. 라나는 옷을 받아들였다.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에스더의 협박이 자꾸만 떠올랐지만, 여인의 절망이 더 크게 들렸다.

"감사합니다."

여인이 말했다.

밤이 되자 라나는 여인의 스커트에 바늘을 들었다. 찢어진 밑단이 보였다. 누군가가 그것을 잡아당긴 흔적. 폭력의 자국.

바늘이 움직였다.

그 순간, 라나는 느꼈다. 손가락을 통해 뭔가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여인의 기억. 여인의 공포. 여인이 그 옷을 입고 있을 때의 모든 감정들이 마치 물처럼 라나의 손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라나의 팔이 떨렸다. 바늘을 멈추려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지만,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이끌려 움직이는 건지 라나는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바느질은 계속됐다.

여인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그 옷이 찢어진 날의 모든 것. 손길. 목소리. 그 후의 침묵. 그것들이 모두 라나의 손을 통해 옷에 봉제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라나의 머리 속에서는 무언가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손님의 이름. 그 여인을 처음 본 날의 일들.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났다. 새벽이 찾아왔다.

스커트가 완성됐을 때, 라나의 손은 멈췄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빛은 어제보다 더 선명했다. 더 밝았다.

라나는 거울을 봤다. 수선실 구석에 있는 낡은 거울. 그 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어제와 달랐다. 윤곽이 흐릿했다. 마치 물 속에 비친 것처럼.

라나의 손이 거울 앞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뭐지?

라나는 자신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거울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얼굴은 더 희미해졌다.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코도. 입도. 남은 것은 형태뿐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라나를 천천히 지워나가고 있는 것처럼.

공포가 올라왔다. 라나의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손가락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라나는 손을 멈춰 세웠다. 손가락이 닿으면 자신마저 흡수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수선실 근처를 거닐고 있었다. 라나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봤다.

올리버였다. 마을의 이야기 수집가. 그는 매일 밤 수선실 근처를 거닌다. 올리버는 손에 작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그 안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라나는 그의 손이 멈춘 것을 봤다. 펜이 수첩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마치 뭔가 중요한 것을 기록하려다 멈춘 것처럼.

올리버는 수선실 앞 계단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갔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한 것처럼.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라나는 다시 거울로 돌아갔다. 자신의 얼굴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전이 밝아왔다.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코트를 들고 왔다. 소녀가 드레스를 들고 왔다. 청년이 셔츠를 들고 왔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선명했다. 반짝였다.

라나는 그들의 옷을 받아들였다.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손가락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할머니의 코트에 바늘이 들어갔다. 수십 년의 후회가 라나의 손을 통해 흐르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외면했던 그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옷에 봉제되고 있었다. 라나는 한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동시에 라나의 기억 속에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사라지고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아빠의 얼굴. 그런 것들이 옅어져 갔다.

소녀의 드레스에서는 두려움이 흘러나왔다. 미래에 대한 공포. 자신이 되어야 할 무언가에 대한 거부감. 라나의 손은 그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라나는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처음 손님이 누구였는지도. 그 사람의 상처가 무엇이었는지도.

청년의 셔츠에서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분노. 자신의 노력이 무시당한 분노. 그것이 라나의 손을 통해 흐르면서, 라나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라나라는 이름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라나의 몸은 점점 투명해졌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라나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손을 펼쳐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흘러내렸다. 그 빛은 이제 손목을 넘어 팔뚝까지, 어깨까지 올라와 있었다. 라나의 몸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선명했다. 마치 손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저녁이 내려앉았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라나는 수선실 앞 계단에 앉았다. 손을 들어 달빛에 비춰봤다.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빛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손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손인지 라나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라나 언니."

라나는 고개를 들었다. 노엘이었다. 마을 외곽에 혼자 사는 어린 여우. 라나의 수선실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는 아이. 노엘의 눈은 라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절망이 있었다. 그리고 소망도 있었다.

"넌 왜 계속 옷을 고쳐?"

노엘이 물었다. 라나는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마치 대답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손가락만 움직이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라나는 손을 내려놨다. 그리고 노엘의 눈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에는 물이 맺혀 있었다.

노엘이 한 발 더 가까이 왔다.

"엄마가 언니한테 옷을 맡기고 나서 집을 떠났어."

아이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상처가 담겨 있었다. 라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 속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옷을 입고 나서 달라졌어. 울고, 웃고, 그리고 떠났어."

노엘의 손이 떨렸다. 작은 손가락들이 주먹을 쥐었다.

"언니가 엄마를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언니가 엄마를 가져간 거였어?"

라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려고 했다. 노엘의 엄마. 그런 손님이 있었나. 라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손님들의 얼굴은 모두 같았다. 모두 상처를 입고 있었고, 모두 절망한 표정으로 옷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가져간 게 아니야."

라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크기였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다. 라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려고 했다. 노엘을 만지려고. 아이의 슬픔을 빨아들이려고. 라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저항했다.

노엘의 눈이 더 커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럼 왜 엄마가 안 돌아와?"

라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을 들어 노엘의 어깨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노엘을 통과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라나는 손을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순간, 검은 마차가 수선실 앞에 멈췄다.

바퀴가 자갈을 눌렀고, 말이 콧김을 내뱉었다. 마차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에스더였다.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검은 깃털 모자를 쓴 그녀는 계단을 내려다봤다. 라나와 노엘을 본 그 순간, 그 여인의 얼굴에는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마치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라나. 이렇게 밤에 아이와 함께라니."

에스더의 목소리는 꿀같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노엘이 라나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저 사람이 누구야?"

에스더가 계단을 내려왔다. 한 발, 또 한 발. 마치 무대를 내려오는 배우처럼 우아한 발걸음이었다.

"상인 조합의 에스더입니다."

라나가 말했다.

에스더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심의 미소가 아니었다.

"라나, 저번에 제 제안을 생각해봤나요?"

라나는 에스더를 바라봤다. 저번? 라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에스더가 수선실을 찾아왔을 때, 자신의 가게에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라나가 거절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뭐였지?

기억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 기억을 도려낸 것처럼.

"생각해보니 너무 서투른 제안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생각했죠."

에스더가 라나에게 더 가까이 왔다. 노엘은 라나의 옷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당신의 능력,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손상된 옷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거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정말 궁금해요."

라나는 입을 열었다.

"그냥... 옷을 고칠 뿐입니다."

"거짓말을 하시면 안 돼요."

에스더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겉으로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톤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신의 손에서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요. 빛 같은 것. 나는 그것을 보고 싶어요.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요."

라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끝에서 은색 빛이 희미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에스더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아마도 부와 권력처럼 보일 것이다.

"제 가게에서 일해보세요. 그럼 우리 둘 다 이득이 될 거예요. 당신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칠 수 있고, 나는..."

에스더가 입을 멈췄다. 그리고 미소를 더 깊게 만들었다.

"...나는 당신의 비밀을 알 수 있죠.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도 있고요."

라나는 에스더의 말을 이해했다. 이것은 제안이 아니라 거래였다. 아니, 거래도 아니었다. 이것은 협박이었다.

"저는... 가게에 나갈 수 없습니다."

라나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라나는 수선실을 떠날 수 없었다.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었고, 그들의 옷들이 계속 라나의 손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라나는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하지 않았다.

에스더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마치 겨울이 한순간에 찾아온 것처럼.

"그럼 언젠가 후회할 거예요, 라나."

에스더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지금은 모를 수도 있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쯤이면 내 손을 잡을 수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에스더가 마차 문을 열었다.

"...당신은 이미 사라져 있을 테니까."

에스더의 말이 라나의 가슴을 관통했다. 마치 누군가 라나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가는 것처럼. 라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에스더는 라나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면 적어도, 라나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마차가 달아났다. 말이 내뱉는 숨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어둠.

노엘이 라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라나 언니... 정말 사라지고 있는 거야?"

라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을 들어 달빛에 비춰봤다.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은색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 어깨까지,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라나의 얼굴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라나는 자신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손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손으로 변환되고 있는 것처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라나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바람 소리처럼 들렸다.

노엘이 라나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은 따뜻했다. 그것이 유일하게 라나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언니... 제발 사라지지 마."

노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떠났는데, 언니까지 떠나면 난..."

아이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라나는 노엘의 머리를 쓸어주려고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아이의 머리에 닿으려는 순간, 라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노엘의 기억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외로움. 아이의 두려움. 아이의 절망.

라나는 손을 재빨리 빼냈다. 노엘에게서 손을 빼냈다. 손가락이 저항했다. 계속 아이에게 닿으려고 했다. 하지만 라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라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수선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손님이었다. 새로운 손님. 아직 라나가 본 적 없는 얼굴. 상처 입은 옷을 들고 있었다. 옷 위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손님은 노엘을 보고 한 발 물러섰다. 마치 뭔가 잘못된 것을 본 것처럼.

"아, 미안합니다. 이런 시간에..."

손님이 말했다.

라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노엘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완전히 빼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손가락이 저항했다.

"들어오게요."

라나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님이 들어왔다. 라나는 손님을 따라 수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노엘은 수선실 앞 계단에 남겨졌다. 달빛 아래서, 혼자.

밤은 더 깊어졌다.

수선실 안에서, 라나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늘이 천을 뚫었다. 손님의 기억이 라나의 손을 통해 옷에 봉제되었다. 피가 묻은 옷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누군가를 해친 자의 죄책감이었다. 그것이 라나의 손을 통해 흐르면서, 라나의 머리 속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라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다만 손가락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손가락이.

창문 밖에서, 올리버가 수첩을 펼쳤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마치 누군가의 비극을 목격한 것처럼. 혹은 그것을 기록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처럼.

올리버는 수첩에 한 줄을 적었다.

'라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그것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수첩을 닫고 라나의 수선실 문 앞으로 한 발 더 다가갔다.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 멈췄다. 그 손은 공중에서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로.

올리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문을 두드리면? 누군가 나올까? 아니면 손가락만 나올까? 올리버는 그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 알 수 없었다. 혹시 자신이 문을 두드린다면, 라나가 자신을 불러들일까? 그렇다면 올리버도 투명해질까? 그 생각이 올리버의 손을 얼어붙게 했다.

올리버는 손을 내렸다.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를 버리고 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선택했다는 죄책감을 안은 채로.

수선실 안에서, 라나의 손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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