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재활의 신 3화

박수연의 무릎이 90도까지 펼쳐졌다. 지선은 그것을 봤을 때 숨을 쉬지 않았다.

2주. 단 2주 만에 수술 후 최악의 상태에서 거의 정상 각도까지 복구된 것이다. 이준호의 펜싱 동작도 50% 수준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이전의 둔함을 벗고 신경 신호를 받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지선은 재활실 한구석에 서서 두 선수를 바라봤다. 강은비가 박수연 옆에서 무릎의 각도를 기록하고 있었고, 최현준은 초음파 기계로 신경 신호를 점검 중이었다. 모두가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지선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강은비의 얼굴. 그 심리사의 입술이 팽팽하게 다물어져 있었다. 최현준의 표정. 의사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뭔가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박수연, 한 번 더. 이번엔 천천히."

지선의 목소리가 재활실 전체에 울렸다. 박수연은 무릎을 다시 구부렸다. 90도. 100도. 거의 완전히 펼쳐지는 순간, 그 선수의 얼굴이 떨렸다.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기쁨 때문이었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

"됐어. 이제 충분해."

지선이 손을 들었다. 박수연이 무릎을 천천히 구부렸다. 강은비가 숫자를 중얼거렸다. 99도. 98도. 97도. 그 모든 각도가 기록되고 있었다.

최현준이 초음파 젤을 닦으며 지선에게 다가왔다.

"신경 신호가 아직 불안정합니다. 이 정도 회복 속도는..."

"의료진은 항상 보수적이죠, 의사님."

지선이 말을 끊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불가침의 확신. 최현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하려던 경고는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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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지선은 언론사 기자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신경 손상 진단을 받은 선수도 3개월 내 복귀가 가능합니다. 극한의 신체 감각과 정밀한 프로그램만 있으면요. 저희 센터는 이미 그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선은 사무실 창밖을 바라봤다. 구도심의 저물어가는 하늘이 보였다. 기자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서 선수 재활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선수 시절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이 자산입니다."

말을 하면서도 지선은 자신의 올림픽 은메달을 생각했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 그 차이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자신이 그 차이를 채울 수 있다. 선수들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든.

"감사합니다. 정말 흥미로운 인터뷰였습니다."

기자가 끊었다. 지선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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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8시. 강은비가 지선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들어와."

강은비는 폴더 하나를 들고 앉았다. 그 심리사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준호와 박수연의 심리 평가 결과입니다."

"어떤데."

"신경 손상 후 두뇌가 신체 부위를 여전히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의학적 회복은 진행되지만, 신경학적 거부는 여전합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가락을 '외부 물체'처럼 느끼고 있고, 박수연은 무릎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지선은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 심리사의 말은 마치 숨을 쉬려는 것처럼 절박했다.

"그건 너의 영역이야. 심리 재활은 네가 해."

"그게 아니라..."

"신체가 회복되면 심리도 따라온다. 그게 순서야."

지선이 다시 의료 기록을 들었다. 강은비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는 폴더를 지선의 책상 위에 놨다. 그리고 나갔다. 문이 닫혔을 때, 지선은 여전히 의료 기록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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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박수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수연아, 어때? 회복 잘되고 있어?"

배구팀 선수였다. 박수연의 룸메이트였던 그 선수가 물었다.

"네, 잘... 잘되고 있어요."

"우리 진짜 기다리고 있어. 너 없으면 팀이 못 돌아가."

말을 하는 순간, 박수연의 눈가가 다시 젖었다.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흘렀다. 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무게인지. 무릎이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기대감을 져야 한다는 것. 박수연은 무릎을 다시 펼쳤다. 90도. 95도. 100도. 완전히 펼쳐진 무릎 앞에서 그 선수는 울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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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지선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 센터장이신가요?"

"네, 누구세요?"

"저 서민준입니다. 지난번에 뵌 산업가요."

지선은 이 목소리를 기억했다. 센터 개설 초기에 '데이터 판매'를 제안했던 그 남자.

"뭔가 필요하신가요?"

"아니, 그냥 오늘 뉴스를 봤어요. 3개월 복귀 가능성? 정말 대단하신데요. 신경 손상 선수도 그 정도까지 복구되나요?"

지선은 침묵했다.

"만약 정말 3개월 안에 두 선수가 복귀한다면, 그건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신경 손상 선수 지원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면 정부 자금 지원도..."

"연락 주셨던 이유가 이건가요?"

지선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아니, 그냥 축하 인사입니다. 혹시 데이터 공유 같은 거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제 번호가 있으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지선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정부 자금. 신경 손상 선수 지원 정책.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성공이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생각은 지선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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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월요일 오후.

재활실은 매우 조용했다. 이준호가 펜싱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자세. 손가락이 움직인다. 손목이 따라온다. 팔 전체가 신경 신호를 받는다.

그런데 갑자기.

"어..."

이준호가 손을 멈췄다.

"뭐가?"

지선이 물었다.

"손가락에... 타는 듯한 통증이..."

지선이 이준호의 손을 들어 올렸다. 피부는 정상이었다. 부종도 없었다. 신경이 재생되고 있다는 신호. 지선은 웃었다.

"좋은 신호야. 신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야."

이준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 순간, 박수연의 비명이 들렸다.

"어어어어—!"

박수연이 무릎을 구부렸다가 펼치다가를 반복했다. 무릎에서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딱딱딱. 마치 신경이 끊어지는 소리 같은 그 음성.

강은비가 달려왔다. 최현준이 초음파 기계를 들었다. 지선은 여전히 서 있었다.

화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변했다.

이준호의 손가락에서 타오르는 통증. 박수연의 무릎에서 터지는 고통. 두 선수의 얼굴이 동시에 창백해진다. 강은비의 입이 열린다. 최현준이 초음파를 무릎에 대본다.

그리고 지선의 웃음이 천천히 굳어진다. 얼굴의 근육이 경직된다. 그 순간이 길어진다. 길어진다. 길어진다.

이준호가 손을 떨어뜨린다.

박수연이 무릎을 구부린다.

그리고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든다.

"선생님, 이게... 정상인가요?"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린다.

지선은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강은비가 먼저 말했다.

"초음파를 봐야 해요. 이준호, 박수연, 움직이지 마세요."

최현준의 손이 초음파 센서를 박수연의 무릎 위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화면 위에 신경 이미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최현준의 얼굴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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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화면 위에서 신경 다발이 떠올랐다. 최현준의 눈이 좁혀졌다.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지만, 얼굴은 멈춰 있었다. 강은비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박수연은 최현준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지만, 의사의 얼굴은 해석 불가능했다.

"최현준."

지선이 말했다. 명령조였다.

"결과를 알려줘."

최현준은 센서를 떼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같은 부위를 스캔했다. 화면이 바뀌었다 돌아왔다. 신경 신호가 분명했다. 과도하게 분명했다.

"박수연, 이 통증이 처음인가?"

최현준이 물었다.

"아니... 아까부터..."

박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지선이 박수연을 바라봤다. 비난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박수연은 입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눈이 흐려졌다.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신경이 살아나는 거라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그 말이 지선의 가슴을 쳤다. 하지만 지선은 표정을 유지했다.

강은비가 초음파 화면을 옆으로 당겨 자신의 노트북으로 이미지를 전송했다. 클릭. 화면에 데이터가 나타났다. 신경 염증 수치. 회복 곡선. 회복 곡선이 평탄했다. 어제와 같다. 그 전날과 같다. 진전이 없었다.

"이준호의 손가락도 봅시다."

최현준이 말했다.

이준호는 손을 내밀었다. 최현준이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여봤다. 신경 반응 검사. 핀으로 피부를 찔렀다. 이준호가 눈을 감았다. 강은비가 기록했다. 손가락 하나—반응. 손가락 둘—반응. 손가락 셋—반응 없음. 손가락 넷—반응 없음. 손가락 다섯—약한 반응.

"신경 신호가 불안정해."

최현준이 말했다.

"통증을 느끼는 부분과 감각이 없는 부분이 섞여 있어. 이건 신경이 재생되는 신호가 아니야."

지선이 물었다.

"그럼 뭔데?"

"신경계 과부하야. 너무 빠르게 자극을 받은 거야. 신경이 신호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손가락 전체에 불규칙한 경련이 일어나고, 감각이 왜곡되고 있는 거야. 박수연의 무릎도 마찬가지야. 염증이 줄어든 게 아니라 신경계가 자극에 반응하면서 오류를 내보내고 있는 거야."

강은비가 덧붙였다.

"내가 경고했잖아. 신체 회복이 심리 안정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은비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자신의 전문성이 무시당한 분노.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했다.

"이 선수들의 뇌는 아직도 이 부위를 '죽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그런데 당신은 신체에만 자극을 줬어. 신경계가 혼란스러워하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 혼란이 통증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 아이들이 다시 상처받고 있다는 뜻이야."

지선은 말하지 않았다.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자신의 전문성이 무시당한 분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선수들을 보호하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도, 지선을 믿었던 자신의 순진함도 함께 있었다.

"프로그램을 멈춰야 해요."

최현준이 말했다.

"현재 강도로 계속하면 신경 손상이 악화될 거야. 2주간의 진전은 회복이 아니라 신경 자극에 대한 일시적 반응일 뿐이야. 실제 신경 재구성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지선이 말했다.

"3주간 관찰했잖아. 이준호의 펜싱 동작이 50%까지 회복됐고, 박수연의 무릎이 90도까지 펼쳐졌어."

"그건 신경 재생이 아니라 신경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야."

최현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진정한 신경 재구성은 뇌가 그 신체 부위를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할 때 시작돼. 지금 이 선수들의 뇌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어. 강은비의 심리 상담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해."

지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을 다시 검토하려고 했다. 2주간의 수치들을 재해석하려고 했다. 데이터를 다시 들었다가 내려놨다. 최현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유를 생각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무엇이 달랐는지. 더 빠른 판단? 더 강한 의지? 아니면 더 나은 신체?

아니었다. 그냥 운이 없었다. 한 순간의 판단 오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은메달과 금메달의 차이를 만들었다.

지금 자신이 한 판단 오류는 무엇인가. 자신의 욕망을 선수들의 회복에 투영한 것이 아닌가. 정부 자금, 정책 변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지 않았는가.

"지선."

강은비가 말했다.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당신은 자신의 은메달을 금메달로 만들려고 했어. 선수들을 통해서. 하지만 그건 당신의 욕망이야. 선수들의 욕망이 아니야."

지선은 돌아섰다.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 심리사의 눈에는 분노가 있었지만, 동시에 연민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멈춰야 해요."

최현준이 다시 말했다.

"현재 강도로 계속하면 신경 손상이 악화될 거야."

지선이 돌아섰다.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지?"

"지금부터는... 너무 늦을 수도 있어요."

강은비가 말했다.

"이 선수들이 신경계 과부하를 경험하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어요. 신체가 아파지면, 뇌는 더욱 그 부위를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요. 복구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에요."

박수연이 울었다. 무릎을 감싸며 울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이 무릎까지 흐르고, 무릎이 작게 떨렸다.

"팀에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요."

박수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처음에는 내가 자책했잖아. 팀을 버렸다고. 그런데 지금은... 더 힘들어졌어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건... 이건 뭔가 잘못된 거예요."

이준호도 침묵했다. 손을 들었다 내렸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타는 듯한 통증이 온다. 그 통증이 신경 재생이라고 생각했다.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오류라는 것을 안다. 신체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배신했다. 신경이 다시 한 번 자신을 배신했다.

"프로그램을 줄여야 해요."

강은비가 말했다.

"이 선수들은 현재 심리적 위기 상태에요. 신체 훈련을 계속하면 정신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심리 상담으로 먼저 '이 신체 부위를 다시 신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다음에 아주 천천히 신체 자극을 시작해야 해요."

"얼마나 천천히?"

지선이 물었다.

"주 2회. 1회에 15분. 신경 자극이 아니라 신경 안정에 집중해요."

"그럼 3개월 복귀는?"

"불가능해요."

강은비의 목소리가 차갑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그것도 심리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지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은비를 바라봤다. 최현준을 바라봤다. 박수연을 바라봤다.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문을 닫았다.

---

밤 1시. 지선은 의료 기록을 들었다. 신경 회복 곡선. 초음파 이미지. 신경 염증 수치.

모든 것이 거짓이었나. 2주간의 진전이 거짓이었나.

그것들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봤을 뿐이다. 회복이라고 해석하고 싶었던 신호들. 성공이라고 믿고 싶었던 수치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환상이었다.

올림픽 은메달.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금메달. 그것을 선수들을 통해 이루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 정책까지 바꿀 수 있다는 환상까지 품고 있었다. 서민준의 전화, 대한체육청의 관심, 신경 손상 선수 지원 기준 변화—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그것이 선수들을 얼마나 짓누르고 있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지선은 데이터를 다시 들었다. 초음파 이미지를 확대했다. 신경 신호를 다시 본다. 자신이 본 것이 정말 거짓인가. 의심이 고개를 든다. 아니, 이건 분명히 회복이다. 수치가 증가했다. 각도가 늘었다. 이건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최현준의 말이 떠올랐다. 신경 자극에 대한 일시적 반응. 신경 재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수연의 뇌는 여전히 무릎을 '죽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선은 기록을 내려놨다. 다시 들었다. 강은비의 심리 평가 결과. 신경학적 거부. 외부 물체처럼 느껴지는 손가락. 자신의 것이 아닌 무릎.

그렇다면 이 모든 수치는 무엇인가. 선수들의 진정한 회복이 아니라 신경계의 오류. 신체가 혼란스러워하면서 내보내는 신호. 그것을 자신은 성공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지선은 손을 들었다 내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의료 기록을 집어 들었다. 다시 내려놨다. 기록을 들었다 내려놨다. 반복했다. 손이 떨려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다. 눈을 깜빡였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다시 집중했다. 기록을 들었다. 내려놨다. 반복했다.

밤이 깊어갔다. 창밖의 도시는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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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6시. 지선은 여전히 사무실에 있었다. 밤을 새웠다. 눈 밑에 검은 자국이 있었다.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의료 기록은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다.

강은비가 들어왔다. 지선을 보고 멈췄다.

"밤을 새셨어요?"

지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조정하겠습니다."

지선이 말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심리 상담을 우선으로 하고, 신체 훈련은 주 2회, 15분으로 줄이겠습니다."

강은비와 뒤따라온 최현준이 눈을 마주쳤다.

"정말입니까?"

강은비가 물었다.

"네.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지선의 목소리가 낮았다.

"신체 회복과 심리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내가 선수들의 회복을 내 욕망으로 채우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최현준이 말했다.

"3개월 복귀는?"

"불가능해요. 최소 6개월에서 1년."

"언론에는 뭐라고 하실 건가요?"

"수정 보도를 내겠습니다."

지선이 대답했다.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서민준이 들어왔다. 뒤에는 대한체육청 관계자가 따라왔다.

"한 센터장, 안녕하세요."

서민준이 인사했다.

"신경 손상 선수 복귀 프로젝트에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3개월 복귀가 정말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해서 왔습니다."

지선은 말하지 않았다.

"이 두 선수의 복귀 성공률이 높다면, 신경 손상 선수 지원 정책을 대폭 확대할 거라고 했어요. 당신의 센터에도 정부 자금이 지원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민준의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저 관계자분도 직접 선수들을 보고 싶다고 해요. 오늘 훈련을 봐도 될까요?"

지선은 강은비를 바라봤다. 강은비는 지선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선택의 순간이 담겨 있었다.

"불가능합니다."

지선이 말했다.

"오늘부터 훈련 방식을 바꿉니다. 심리 상담을 우선으로 하고, 신체 훈련은 줄입니다. 3개월 복귀는 불가능하고,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합니다."

서민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깐, 어제 뉴스에서는 3개월이라고 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지선이 말했다.

"신경 회복은 신체 자극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심리 안정이 필수입니다. 저는 그것을 무시했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대한체육청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신경 손상 선수 복귀가 1년이 걸린다면, 정책 확대는 어렵습니다. 예산이 맞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지선이 말했다.

"빠른 복귀만을 추구하면 선수들은 더 큰 부상을 입습니다. 진정한 복귀란 신체와 심리가 함께 안정화되는 과정입니다. 그것을 무시하는 정책은 선수들을 다시 한 번 상처 입히는 것입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지선은 자신의 센터가 정부 자금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민준의 데이터 판매 제안도 거절했고, 정부 자금도 포기했다. 센터의 존립 위기는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선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서민준과 관계자가 나가갔다. 문이 닫혔다.

강은비가 지선에게 다가왔다.

"잘하셨어요."

강은비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어려워요. 이 선수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는 깊어졌거든요. 신체 회복보다 심리 회복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어요."

지선은 창밖을 봤다.

"최현준."

지선이 물었다.

"신경 손상 선수가 정말 회복될 수 있나?"

최현준이 대답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능합니다. 뇌가 손상 부위를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할 때. 그리고 선수 자신이 그 신체 부위를 다시 신뢰할 때."

"그럼 우린 뭘 해야 하나?"

"기다리는 거예요."

최현준이 말했다.

"신체는 의료진이 돌보고, 심리는 강은비가 돌봐요. 당신은... 당신은 그들을 믿고,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는 것뿐이에요."

지선은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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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실에서 박수연과 이준호가 들어왔다. 둘 다 눈이 부었다. 밤새 울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조정했습니다."

지선이 말했다.

"신체 훈련은 주 2회, 15분으로 줄이고, 강은비와의 심리 상담을 우선으로 하겠습니다."

박수연이 물었다.

"3개월 복귀는... 못 하는 거네요?"

"네.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합니다."

박수연이 무릎을 감싸며 울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안도의 눈물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신체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더 이상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안도감.

이준호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손을 내렸다.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렸다 펼쳤다. 타는 듯한 통증은 여전했지만, 그것이 오류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자신의 신체가 아니라 신경계의 혼란이라는 것을 알았다.

강은비가 박수연의 옆에 앉았다.

"처음엔 쉽지 않을 거예요. 심리 회복은 신체 회복보다 깊은 영역이거든요. 당신의 뇌가 이 무릎을 다시 신뢰하도록 만드는 과정은 길고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박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강은비를 바라봤다.

"정말로요?"

"네."

강은비가 대답했다.

그 순간, 지선은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알 것 같았다. 극한. 속도. 금메달.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욕망이었다. 선수들의 욕망이 아니라.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자신의 신체를 다시 신뢰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지선은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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