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 재활의 시작
지하 재활실 입구의 벽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지선은 이미 30분 전부터 매트를 깔고 있었다. 밤새 작성한 프로그램표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는지, 종이 끝이 휘어 있었다. 손가락에 묻은 잉크가 마르지 않은 채로 프로그램표 위에 자국을 남겼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혼잣말이었다. 올림픽 본선에 올라갔을 때도, 은메달을 따고 내려왔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자신의 음성은 오직 자신에게만 속했다.
금속 선반에 놓인 파일을 손으로 툭툭 쳤다. 그 안에는 두 명의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다. 이준호. 박수연. 이 두 명이 3개월 안에 경기장에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서였다.
지선은 프로그램을 펼쳤다.
**【신경 재활 극한 프로그램 Ⅰ-Ⅱ】**
**【1주차: 신경 자극 단계】** **【고강도 자극 → 신체 반응 포착 → 신경로 재형성 시작】**
종이 위에는 타이핑된 글자와 손으로 그린 신경 경로도가 섞여 있었다. 지선의 손글씨는 각지고 날카로웠다.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센터장님, 이준호 선수와 박수연 선수가 도착했습니다."
강은비였다. 스포츠심리사 강은비는 지선보다 두 살 어렸지만, 목소리에는 나이보다 많은 무게감이 있었다. 지선은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깨닫는 것과 고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알았다. 5분 있다가 들어보내."
지선은 프로그램을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강은비가 그것을 보면 또 뭔가 말할 테니까. 강은비는 자꾸 심리재활을 거론했다. 신체가 회복되면 심리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지선은 그것을 알았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5분 후.
재활실의 매트 위에 이준호와 박수연이 섰다. 최현준 의사도 한쪽 벽 앞에 서 있었고, 강은비는 기록용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지선의 눈이 박수연의 무릎으로 향했다.
부어 있었다. 어제는 없던 부종이 무릎을 감싸고 있었다. 검붉은 색이 피부를 통해 비쳐 보였다.
"박수연."
지선이 다가갔다. 손가락이 무릎을 눌렀다. 손을 떼면 하얀 자국이 남았다가 천천히 빨간색으로 돌아왔다.
"어제부터 부었어?"
"네. 자고 일어나니까..."
박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최현준 의사가 무릎을 만졌다. 그의 손가락이 부종을 따라 움직였다.
"염증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의 눈은 지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선은 그 눈을 피했다.
"신경 자극 반응이군요."
지선이 중얼거렸다.
강은비가 한 발 나섰다.
"센터장님, 이건..."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한다."
지선의 목소리가 끝을 잘랐다. 강은비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박수연의 무릎에 머물렀다.
지선은 두 선수를 앞에 두고 천천히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경 손상은 신체의 회로가 끊긴 것이다. 끊긴 회로를 다시 만들려면, 먼저 자극을 줘야 한다."
지선의 음성은 딱딱했다. 마치 기계 음성처럼.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1주차는 신경 자극 단계다. 손상된 신경 부위에 반복적인 전기 자극을 가하고, 동시에 의식적인 움직임을 강요한다. 뇌가 그 부위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신호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준호가 눈을 깜빡였다. 그의 왼손은 펜싱 사벨을 들어본 지 3개월이 지났다.
"2주차부터는 심리 압박 단계에 들어간다. 신체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 그 신호를 넘어서는 훈련을 한다. 통증이 아닌 신경 신호를 구분하는 감각을 키운다. 이것이 극기의 진입 단계다."
박수연의 무릎이 떨렸다. 무의식적인 떨림이었다.
"3주차부터 기술 복귀 단계다. 펜싱 자세, 배구 스파이크 기초 동작. 신경이 회복되면 신체는 자동으로 기억한다. 근육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지선은 프로그램표를 들어 올렸다. 그 손이 떨리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8주 동시에 진행하면, 10주차에는 경기 복귀 가능 판정을 받을 수 있다. 12주차 안에 현역 복귀.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침묵이 흘렀다. 박수연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이준호는 아예 지선을 보지 않고 있었다.
강은비가 태블릿을 내려놨다.
"센터장님, 잠깐."
지선이 고개를 돌렸다. 강은비의 얼굴이 더 길어 보였다.
"신경 손상 이후의 심리 상태는 신체 회복과 다릅니다."
"알고 있다."
"뇌는 여전히 그곳을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있어요. 신체가 움직여도 뇌가 거부하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예를 들어, 팔을 잃은 환자가 의족을 차도 뇌가 그것을 자신의 다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충분하다."
지선의 목소리가 끝을 잘랐다. 강은비는 입을 다물었다. 최현준 의사는 여전히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이준호와 박수연을 오갔다.
"첫 훈련을 시작하자."
지선이 매트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준호를 먼저 불렀다.
"준호, 여기 와."
이준호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왼손이 몸 옆에 처져 있었다.
지선은 이준호의 왼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이제부터 이 손이 다시 살아날 거다. 내가 보장한다."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지선의 눈이 그의 눈과 만났다. 지선의 눈에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준호의 눈에는 의심이 있었다.
전기 자극 장비가 켜졌다. 작은 전극 패드가 이준호의 손가락 위에 붙여졌다. 약한 전류가 흘렀다.
"아."
이준호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놀람이 아니라 통증이었다.
"정상이다. 신경이 깨어나는 신호다. 계속."
전류의 강도가 올라갔다. 이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자, 이제 의식적으로 움직여봐. 손가락을 펴."
이준호가 힘을 주었다. 손가락이 천천히—매우 천천히 펼쳐졌다. 0.5센티미터. 그것이 전부였다.
지선의 눈이 반짝였다.
"나왔다!"
지선이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기쁨이 있었다.
"신경이 돌아왔어. 준호, 느껴? 이 신호가 너의 신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준호는 그 손가락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가락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선이 이준호를 안아줬다. 갑작스러운 포옹이었다. 이준호의 몸이 경직됐다가 천천히 풀렸다.
"이것이 시작이야. 이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박수연의 차례가 왔다. 무릎 운동이 시작됐다. 지선은 박수연의 다리를 잡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통증이 있어?"
"네, 조금요."
박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시해. 그건 신경 신호다. 신경이 살아난다는 뜻이야."
지선은 다리를 더 들어 올렸다. 90도. 박수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더 올려봐. 자신의 다리를 신뢰해."
박수연이 힘을 주었다. 무릎이 120도까지 벌어졌다. 그 순간, 박수연의 얼굴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하..."
목구멍에서 나오는 울음이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강은비가 한 발 나섰다.
"박수연 선수, 지금 멈춰도 괜찮습니다."
"계속한다."
지선이 말했다. 강은비와의 눈이 마주쳤다. 강은비의 눈에는 간청이 있었다. 지선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울음은 심리 해방의 신호다. 두려움을 넘어가는 신호다. 계속 올려."
박수연은 울면서도 다리를 올렸다. 130도. 무릎이 떨렸다.
"좋아. 이거야. 이것이 극기의 감각이다."
지선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은비의 손가락이 태블릿 위에서 멈췄다. 기록 버튼이 켜져 있었지만,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수연의 울음을 기록하는 것이 맞는지, 틀린 것인지. 강은비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태블릿의 화면만 계속 켜져 있었다.
훈련은 1시간 반을 계속됐다. 이준호의 손가락은 조금씩 더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수연의 무릎은 더 큰 각도까지 펼쳐졌다. 최현준 의사는 기록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펜은 멈추는 시간이 자주 있었다.
훈련이 끝났다. 이준호와 박수연은 매트 위에 누웠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오늘부터 매일 이 훈련을 한다. 내일은 더 강하게 한다. 모레는 더 강하게. 신경은 자극이 강할수록 더 빨리 깨어난다."
지선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강은비가 지선에게 다가갔다.
"센터장님, 이 속도는 위험합니다. 신경 재구성은..."
"알았다. 내일 프로그램을 조정하겠다."
지선은 강은비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 손님이 들어왔다.
박수연의 악화된 무릎 부종을 본 직후였다. 지선은 책상 앞에서 은메달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은메달의 분홍색 리본이 손가락 사이에서 흔들렸다. 메달의 무게가 손 위에 내려앉았다가 떠올랐다를 반복했다.
서민준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손에 명함을 들고 있었다. 지선은 그를 본 기억이 없었지만, 그의 이름은 들었다.
"안녕하세요, 한지선 센터장님. 저는 서민준입니다. 스포츠 복귀 산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민준의 목소리는 매끄러웠다.
"무슨 일입니까?"
지선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늘 재활실을 지나가면서 훈련을 봤습니다.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신경 손상 선수를 이 정도로 빠르게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다니."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스포츠 산업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센터장님의 프로그램, 그리고 선수들의 회복 데이터. 이것들이 있으면 재활 시장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데이터를 원합니다."
지선이 일어났다.
"거절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센터의 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저도 압니다.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유지하려면..."
"거절합니다."
지선의 목소리가 끝을 잘랐다. 서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계산된 미소였다.
"그럼 앞으로도 연락하겠습니다, 센터장님. 언젠가는 센터장님도 이 제안을 받아들일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서민준이 나갔다. 지선은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더 두려웠다.
밤 10시.
재활실은 조용했다. 모든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지선은 혼자 매트 위에 서 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펼쳤다 접었다 했다. 마치 이준호의 손가락 운동을 따라하는 것처럼.
사무실로 돌아왔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올림픽 은메달이 들어 있었다. 분홍색 리본에 달린 은메달.
지선은 그것을 손에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차갑게 빛났다. 은메달의 표면이 천장 조명을 반사했다. 그 반사광이 지선의 눈에 들어왔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어."
혼잣말이 나왔다. 지선의 목소리가 떨렸다.
"금메달이 아니었으니까."
은메달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메달의 무게가 손 위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손가락에 전해졌다. 다시 들어 올렸을 때, 손가락에 남은 자국이 서서히 사라졌다.
지선은 프로그램표를 다시 꺼냈다. 박수연의 무릎 부종 기록이 적혀 있었다. 손가락이 그 위를 훑었다.
**【염증 = 신경 활성화의 신호】**
지선은 그 옆에 메모를 추가했다. 손글씨가 날카로웠다. 마치 종이를 뚫고 나올 것처럼.
**【회복 과정의 정상 반응. 프로그램 강도 유지.】**
지선의 눈이 그 글씨를 따라갔다. 자신의 손글씨를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박수연의 울음이 떠올랐다. 그 울음이 정말 극기의 신호일까. 아니면 고통의 신호일까.
지선은 펜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모든 것이 끝난다. 센터도, 선수들도, 그리고 자신도.
다음날 아침.
박수연이 센터에 도착했을 때, 그의 무릎은 더 부어 있었다. 검붉은 색이 더 짙어졌다. 마치 누군가 무릎을 쥐어짰다가 놓은 것처럼.
최현준 의사가 무릎을 만졌다.
"염증이 악화됐습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의 눈은 지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선은 그 눈을 피했다. 하지만 박수연의 무릎은 피할 수 없었다. 어제보다 더 부어 있었다. 지선의 손이 무릎을 만졌다. 열이 났다.
강은비가 한 발 나섰다.
"센터장님, 이건 신경 재활의 정상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오늘 훈련을 쉬어야 합니다."
"이건 회복 과정의 신호입니다."
지선이 말했다. 자신을 설득하는 것처럼.
"염증이 악화되면 신경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신경이 자극되면서 염증이 올라오는 것은..."
"센터장님!"
강은비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태블릿이 손에서 떨렸다. 화면이 흔들렸다. 강은비는 기록을 멈췄다. 손가락이 화면을 누르지 않았다.
"뇌는 여전히 그곳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신호와 뇌의 신호가 충돌하고 있어요. 박수연 선수의 뇌는 그 다리를 움직이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는데, 신체는 움직이고 있어요. 그 모순이 염증입니다. 더 자극하면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
지선은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진심이 있었다. 강은비는 태블릿을 내려놨다. 기록을 멈춘 것이다. 지선과 마주보기 위해.
지선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한다."
지선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박수연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무릎을 바라봤다.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뇌의 신호와 움직이면 안 된다고 거부하는 뇌의 신호가 동시에 흘러왔다. 그 신호들이 무릎 위에서 부딪혔다. 무릎이 떨렸다.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