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아카데미 중앙 광장에 모인 일곱 명

광장의 중심에 도연이 소환되었을 때, 주인공들은 이미 원을 이루고 있었다.

최준영의 손에서 강화 마법이 모였다. 신체 능력을 극도로 상승시키는 그것.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버프를 감지하고 복사하는 이상한 것. 넌 제거되어야 해."

도연은 반응할 틈도 없었다. 최준영이 돌진했다.

그 순간, 이한나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

도연의 눈이 떠졌을 때,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한쪽 눈은 투명하고 한쪽은 검은색. 얼굴은 도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손가락을 움직여봤을 때 그것이 자신의 손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기억은 안개 속에 있었다. 이름도, 가족도, 어제도. 모두가 물에 잠긴 것처럼 흐릿했다.

"넌 뭐야?" 박세진의 목소리가 냉정했다. 그가 노트를 펼쳤다. "정체를 밝혀."

도연이 입을 열었다.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목소리도, 어떤 대답도 없었다.

왜냐하면 도연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도연의 몸은 격렬하게 떨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이름도 없고, 기억도 없고, 정체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이것이 도연이 가장 두려워했던 상태였다. 조연도 아니고, 주인공도 아니고, 도연도 아닌. 무(無)의 상태.

"도연."

이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한 단어가 광장의 모든 소음을 지웠다. 이한나가 도연에게 다가왔다. 그 얼굴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더 강한 것이 있었다. 확신이었다.

"도연, 넌 내 친구야."

이한나의 손이 도연의 손을 잡았다. 도연은 그 손의 온기를 느꼈다. 손가락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이한나의 눈이 도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정체성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넌 나한테 충분해. 넌 도연이야."

도연의 눈에서 뭔가 흘러내렸다. 투명한 쪽 눈과 검은 쪽 눈 모두에서. 눈물이었다. 자신의 눈물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것이 흘렀다.

서혜진도 앞으로 나왔다. "나도... 나도 미안해.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야. 난 도연이 강해지길 원했던 게 아니라... 도연 자신을 원했어. 그냥 도연이 날 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 왜 자꾸 떠나려고 했어?"

도연의 입술이 떨렸다. 서혜진의 손이 도연의 다른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 순간, 도연의 몸이 반응했다.

거부.

도연의 손이 빠져나갔다. 투명해지려고 했다. 사라지려고 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안 돼." 도연의 입에서 여러 겹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안 돼, 이건..."

"이제 선택해야 해." 류현우가 움직였다. 어두운 곳에서 나와 도연 앞에 섰다. 그의 손이 도연에게 내밀어졌다. "주인공이 될 거야, 아니면 도연이 될 거야? 그 둘은 동시에 될 수 없어. 넌 뭐가 되고 싶어?"

도연이 떨렸다. 이한나의 손, 서혜진의 목소리, 류현우의 손. 모든 것이 도연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주인공의 버프가 속삭였다. 강함으로 모든 것을 휩쓸 수 있다고. 다른 한쪽으로는 도연이라는 이름이 울었다. 약하고 작고 조용한 그것이.

"넌 내 것이야." 최준영의 목소리가 다시 날카로웠다. 그가 움직였다. 손에 마법이 모였다. "버프를 감지하고 복사하는 이상한 것. 넌 제거되어야 해."

최준영이 돌진했다.

그 순간.

도연의 몸이 반응했다.

감지였다. 모든 것을 감지했다.

김준호의 검술 강화. 서혜진의 마법 감응. 최준영의 절대적 주인공의 운명. 류현우의 암살자 버프. 박세진의 관찰력. 이한나의 공감 능력. 그리고 아직 감지하지 못한 일곱 번째 버프.

그것들이 도연 안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먼저 김준호의 검술이 들어왔다. 도연의 팔이 경직되고, 손가락이 검을 쥐는 형태로 굳었다. 저항했다. 도연의 의식이 버텨냈다. 다음은 서혜진의 감응. 주변의 모든 마법이 도연의 피부에 닿았다. 가시처럼. 도연이 비명을 질렀다. 최준영의 운명이 들어왔다. 가장 무거웠다. 도연의 등이 굽었다.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뇌를 짓누르고 있었다. 류현우의 암살자 버프. 도연의 그림자가 분리되려고 했다. 박세진의 관찰력. 도연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알기 시작했다. 이한나의 공감 능력. 도연이 모든 사람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의 두려움, 그들의 기대, 그들의 절망.

그리고 일곱 번째 버프가 들어왔다.

도연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형태도 없고, 이름도 없었다. 단지 공허함이었다. 모든 것을 지우는 공허함. 도연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도연의 기억이 흐릿해졌다. 도연이라는 이름이 음향 없이 울렸다.

아이, 아이, 아이.

도연의 눈이 완전히 변했다. 한쪽은 투명한 검은색. 다른 한쪽도 검은색. 둘 다 검은색이 되었다가, 그 속에서 별처럼 무언가가 반짝였다.

도연이 손을 들었다. 최준영의 주먹을 잡았다. 최준영의 강화 마법이 도연의 손에 부딪혔을 때, 그것은 부서졌다. 거울처럼.

"뭐... 뭐야?" 최준영이 물러섰다. 공포감이 그의 얼굴에 드리웠다.

"도연이 뭐냐고?" 도연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일곱 개였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겹쳐서 울렸다. 도연의 입술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도연은... 도연은..."

이한나가 도연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 손이 투명했다.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도연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버프들의 무게 아래에서.

"도연!" 이한나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도연의 팔을 스쳤을 때, 뜨거운 감각이 흘러들었다. 기억이 아닌 것. 감정이 아닌 것. 단순한 '존재의 기억'. 손을 잡아줬던 누군가. 아, 도연이었다. 도연이었다.

그 온기가 도연의 투명한 팔을 채웠다. 손가락이 다시 색을 되찾았다. 엄마의 손이 닿았던 자리. 친구의 손이 잡았던 자리. 그곳이 기억났다. 그곳이 도연이었다.

"돌아와!" 이한나가 외쳤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넌 도연이야! 넌 내 친구야!"

서혜진도 움직였다. 도연의 다른 팔을 잡으며. "나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니야. 난 도연을 원했어. 도연 자신을. 이상한 주인공 따위가 아니라."

서혜진의 손이 도연의 팔을 감쌌다. 또 다른 온기가 흘러들었다. 도연이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기억.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기억.

도연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저항했다.

'난 도연이야.'

약한 목소리였다. 일곱 개의 음성 사이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여덟 번째 음성. 하지만 확실했다.

'난 도연이야. 난 주인공이 아니야. 난... 난 도연이야.'

도연이 손을 올렸다. 그 손은 투명했다. 그리고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손이었다. 세 가지가 동시에.

도연이 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눌렀다. 엄마가 손을 얹어주던 자리. 손의 온기를 느껴본 자리. 이한나의 손이 닿았던 자리.

"난 도연이야."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도연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버프가 더 이상 도연을 압도하지 않았다. 도연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멸하지 않았다. 응축했다. 일곱 개의 버프가 도연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도연의 일부가 되었다. 도연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도연을 감싸안았다.

도연의 눈이 변했다. 투명한 검은색이 사라지고, 검은색도. 평범한 갈색 눈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일곱 개의 주인공의 빛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연이 일어섰다. 몸이 완전히 실체를 되찾았다. 투명하지 않았다. 지워지지 않았다.

"넌... 뭐야?" 최준영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도연이 웃었다. 이번에는 도연의 웃음이었다. 약하고, 조용하고, 투명한 웃음. 하지만 확실한 웃음.

"난 여전히 조연이야." 도연이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난 주인공들의 조연이 아니야."

"뭐라고?"

"난 내 자신의 조연이야. 내 이야기의 조연. 내 삶의 조연."

도연이 이한나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투명하지도, 검은색이지도 않았다. 평범한 손이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고마워." 도연이 말했다. "날 도연이라고 기억해줘서."

이한나가 웃었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넌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김준호가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흔들림이 보였다. 자신의 조연이 되어야 할 도연이 자신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되고 있었다. 그것이 두려웠다.

류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도연을 똑바로 봤다.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은 투명한 검은색이었고, 류현우는 거기서 자신을 봤다. 도망칠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 속에서 발버둥 치는 자신의 모습을.

박세진이 펜을 멈췄다. 노트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손이 떨렸다.

'정체성 붕괴의 끝. 또는 정체성 회복의 시작. 도연은 주인공이 되었는가? 아니면 도연이 되기로 선택했는가? 그 차이는 무엇인가?'

그 순간, 박세진은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기록해온 것이 무엇인지를. 도연의 변화가 아니라 도연의 저항이었다. 도연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싸웠는지를. 펜이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찰자의 기록이 아니었다. 증인의 증언이었다.

류현우가 손을 내밀었다. 도연에게. 이번에는 선택이 아닌 확인처럼.

도연이 그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광장의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라이젤 아카데미의 하늘이 금이 가고 있었다. 무언가가 저 너머에서 보려고 했다. 진짜 주인공의 세계가. 아니, 진짜 저자가.

하늘의 금이 더 벌어졌다.

그 틈으로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손가락 같은 것. 아니, 정말로 손가락이었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하늘을 뚫고 내려오고 있었다.

일곱 명의 주인공이 동시에 도연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도연은 웃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도연이었다. 약하고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도연이었다. 그 웃음은 항복이 아니었다. 승리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도연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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