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2시 22분 42초.
중앙 광장의 유리 바닥에 일곱 명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도연은 무지개색으로 변한 눈으로 웃고 있었다. 아니,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얼굴이 정말 도연의 얼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손가락이 멈췄다.
세상이 정지한 것 같았다. 공기도 움직이지 않았다. 도연을 둘러싼 모든 버프—김준호의 검술 강화, 서혜진의 마법 감응, 최준영의 절대적 주인공의 운명, 그리고 감지되지 않은 채 떠다니는 다섯 개의 버프들—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
무지개색 눈이 흔들렸다.
도연은 그 순간을 느꼈다. 모든 버프를 동시에 감지하고 복사하면 어떻게 될까. 세 번째 사용의 대가를 받고도 마지막 버프를 더 복사하면, 도연은 어떻게 될까.
손가락이 내려올 때마다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던 자신의 생각이 점점 작아졌다. 무지개색 눈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의 복사로 도연은 완전히 변할 것이다. 조연도 아니고, 배경도 아니고, 심지어 '도연'도 아닌 누군가로.
도연의 입이 열렸다.
"안 해."
목소리가 떨렸다. 무지개색 눈이 다시 떠올랐다.
"안 한다고."
주인공들이 도연을 바라봤다. 이한나의 눈이 커졌다. 최준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연은 손을 들어올렸다. 모든 버프를 감지하는 능력이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얼마나 무섭게 자신을 지워가고 있는지 느껴졌다.
"나는 주인공도, 조연도 아니고 싶다."
도연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꽉 쥐었다. 버프를 감지하는 그 감각, 그 능력, 모든 것을.
"포기한다."
광장이 울렸다. 도연의 감각이 흐릿해져서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이 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버프가 한 점으로 수렴되다가 흩어져 내려갔다. 김준호의 검술 강화가 그에게로, 서혜진의 마법 감응이 그녀에게로, 최준영의 절대적 주인공의 운명이 다시 그에게로. 하나씩, 차근차근.
도연의 무지개색 눈이 검어졌다가 투명해졌다가 다시 검어졌다. 마침내 평범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도연?"
이한나가 다가왔다. 도연은 그녀의 얼굴을 봤다. 이제 그 얼굴이 명확했다. 어제보다는 선명했다.
"미안해."
도연이 중얼거렸다.
"뭐가?"
"너를 피했어."
이한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연을 보며 진심으로 웃었다.
"넌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서혜진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이제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어?"
도연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히 알 수 없는 이 순간, 누군가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내가 아직 잘 모르겠어. 근데 알아가볼 수 있을 것 같아."
류현우가 도연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더 깊은 무언가에 빠져드는 표정이 뒤섞여 있었다.
"너도 도망쳤네. 주인공이 되는 거에서."
도연은 류현우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서 자신과 같은 피로함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방감도 있었다.
"그런 거 같아."
김준호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광장을 떠나며 도연은 버프를 느꼈다. 그것들이 자신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최준영의 버프. 김준호의 버프. 서혜진의 버프. 그리고 아직 이름을 모르는 다른 버프들까지.
손가락이 떨렸다. 도연은 세 번째 버프 사용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아니, 사실은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빨아들이면 된다. 그렇게 하면 도연은 주인공이 된다.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서 도연은 멈춰 섰다.
이한나가 뒤돌아봤다. 서혜진도 발걸음을 멈췄다.
"도연?"
"너희 먼저 들어가."
도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한나는 도연의 손을 봤다. 그 떨림을 읽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도연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알겠어. 나중에 봐."
이한나가 서혜진의 팔을 잡고 기숙사로 향했다. 서혜진은 마지막까지 도연을 바라봤지만, 결국 이한나를 따라갔다. 그 눈빛에는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도연을 걱정하는 것. 도연이 자신들의 친구라는 확신.
기숙사 3층 복도. 이한나와 서혜진의 방 사이에서 류현우가 도연을 추적했다. 그의 눈에 뭔가가 담겨 있었다. 도연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시선. 도연의 변화를 분석하는 눈빛.
'정체성 회복: 불가능. 새로운 정체성 형성: 진행 중.'
류현우의 중얼거림이 복도에 떠돌았다.
정원의 벤치에 앉은 도연. 그 주변으로 일곱 개의 버프가 맴돌고 있었다. 마치 포식자 주위를 도는 먹이처럼. 아니, 역으로 먹이 주위를 도는 포식자처럼.
도연은 손가락을 펼쳤다. 순간, 일곱 개의 버프가 모두 도연의 손 위로 모여들었다. 구체적인 형태는 없었지만, 도연은 그것들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검술의 무게. 마법의 무게. 강화의 무게. 암살의 무게. 분석의 무게. 감응의 무게. 그리고 절대적 주인공의 무게.
손을 움켜쥐면 된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게 끝난다. 도연은 주인공이 되고, 이 학교의 모든 주인공들은 도연 아래로 내려간다. 도연은 더 이상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다. 도연은 빛 자체가 된다.
도연의 손가락이 오므려지려 했다.
그 순간, 도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장이 아닌 무언가가 그곳에서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일곱 개의 버프가 만든 거짓된 박동.
도연이 손을 펼쳤다.
"아니야."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도연의 목소리였다. 여러 겹으로 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목소리.
"나는... 주인공도, 조연도 아니고 싶어."
일곱 개의 버프가 도연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마치 거부당한 것처럼.
그러나 도연은 알고 있었다.
정원의 벤치에서 도연의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 한가운데 뭔가가 남아 있었다.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연을 붙잡고 있는 것.
도연이 자신의 버프 감지 능력에 집중했다. 그 능력을 끊으려고. 아카데미의 모든 주인공들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고.
순간, 아카데미 전체를 휘감고 있던 버프의 망이 흐릿해졌다. 도연은 더 이상 그것들을 명확하게 감지하지 못했다. 마치 먼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희미하고 불분명하게만 느껴졌다.
도연은 다시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도연이 이미 복사한 버프들. 도연의 몸에 남아 있는 세 개의 버프. 그것들은 여전히 도연의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정원의 벤치에서 도연은 하늘을 봤다. 별들이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하나로 모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뭐가 돼야 할까?"
도연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도연의 주변에서 뭔가가 다시 감지되기 시작했다. 버프다. 도연이 거부했는데도, 버프들이 다시 도연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도연의 눈이 커졌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숨이 얕아졌다.
"뭐... 뭐야?"
도연이 손을 들었다. 그 위로 버프들이 모여들었다.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마치 도연이 거부할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포기하려고 했던 능력이 더욱 강하게 도연을 붙잡고 있었다. 도연이 거부하는 순간마다 버프들은 더욱 도연에게 집중했다.
기숙사 3층 복도. 류현우가 최종 관찰을 기록했다.
'정체성 거부: 성공. 능력 포기: 실패. 버프 감지 능력: 강화 중. 결론: 도연은 선택할 수 없다. 거부할수록 강해진다.'
창밖의 별이 다시 떨어져 나갔다. 정원의 벤치에 앉은 도연의 손 위로, 일곱 개의 버프가 다시 모여들었다.
도연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 이상 명확하지 않았다. 눈물이 맺혔다가 증발했다. 얼굴의 윤곽이 희미해졌다.
"누구지... 난?"
밤 3시 52분. 아카데미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 개의 영혼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것이 도연인지, 아니면 도연이 아닌 무언가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