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이론의 검증, 음악의 절대 진리

차트가 업데이트되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오전 6시 정각.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시간 차트는 자정마다 갱신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 업계 사람들은 그 숨은 규칙을 안다. 새벽 6시, 정오 12시, 오후 6시, 자정 12시. 네 번의 갱신 시점. 그중 오전 6시는 가장 중요하다. 밤새 수백만 사람들의 클릭이 집계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호는 강북의 낡은 스튜디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은 어두웠다.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식어가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있었고, 바닥에는 어제 밤 11시부터 작업한 곡의 마스터링 파일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간의 증명'이라는 제목의 곡. 4분 23초. 지호의 모든 이론이 담긴 작품이었다.

멜로디는 황금비를 따랐다. 첫 번째 후렴은 16박에서 시작되고, 두 번째는 24박. 청취자의 뇌가 패턴을 인식하는 정확한 지점이다. 화성은 감정 곡선을 따라 변했다. A메이저에서 시작한 곡은 절정에서 F#마이너로 내려가 불안감을 유도한 후, 마지막 후렴에서 다시 A메이저로 복귀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리듬은 심장박동의 변화를 반영했다. 도입부의 느린 비트(80bpm)는 차츰 가속되어 중간에 최고조(125bpm)에 도달한 후 다시 안정된다. 편곡은 악기의 진입 순서를 정확히 계산했다. 첫 30초는 피아노만. 그 다음 스트링 섹션. 그 다음 드럼. 그 다음 베이스. 각 악기가 진입할 때마다 청취자의 흥미도는 곡선을 그린다.

모든 것이 과학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지호의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떨렸다. 새로고침 버튼 위에.

오전 5시 59분 47초.

"이제다."

손가락이 내려갔다.

페이지가 로딩되었다. 차트가 갱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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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테헤란로 34번지. 김태성 프로덕션의 최상층 회의실은 검은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서울의 야경이 마치 무대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거물 프로듀서들이 모여 신작을 먼저 듣고 평가하는 곳. 음악계의 권력이 집중된 장소였다.

오전 6시 정각, 그들은 모여 있었다.

김태성, 박준호, 최민준, 그리고 몇몇 중견 프로듀서들. 테이블 위에는 커피와 스크린 몇 개가 있었다. 박준호의 신곡 '벽을 넘어'가 방금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왔다. 모두가 그것을 듣기 위해 모였다.

"박준호 군, 정말 좋은 곡을 만들었네. 이번엔 한지호의 접근법과는 완전히 다르지?"

김태성이 노트북을 조작했다. 박준호의 곡이 재생되었다. 곡은 격정적이었다. 박준호는 지호의 '과학'을 깨뜨리기 위해 모든 규칙을 무시했다. 비트는 불규칙했고, 화성은 예측 불가능했으며, 편곡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광기. 열정. 마치 규칙을 깨뜨리는 그 자체가 예술인 양.

곡이 끝났다.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음... 박준호 군의 신시도는 정말 대담하네."

최민준이 말했다. 그의 어조는 신중했다.

"지호의 곡은 아직 안 올라왔나?"

박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손가락은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직... 아, 잠깐. 방금 올라왔네?"

누군가가 노트북 화면을 바꿨다. 차트 페이지가 로딩되었다.

실시간 차트 1위.

'시간의 증명' - 한지호.

회의실의 공기가 순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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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의 스튜디오. 지호의 얼굴을 보자.

노트북 화면에 반영된 차트 순위. 1위. 자신의 이름. 자신의 곡.

지호는 일어나지 않았다. 앉아만 있었다. 마우스를 내려놓고, 팔을 내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 한복판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동시에 목구멍이 타올랐다.

1위.

처음이었다. 박준호가 나타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곡이 차트 최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지호는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천장을 봤다. 낡은 천장. 곰팡이 자국. 형광등이 깜빡였다. 이 스튜디오에서 10년을 보냈다. 이 천장을 몇천 번 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곡이 1위다.

눈물이 맺혔다. 지호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마치 전투에서 이긴 병사가 느끼는 감정처럼. 목표는 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감정. 손끝이 저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 한복판의 철렁함이 반복되면서 목 뒤쪽이 뜨거워졌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처럼.

지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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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회의실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었을까?

김태성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테이블 위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커피 잔도 놓여 있었고, 손가락도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최민준은 화면을 두 번 세 번 눌렀다. 마치 차트가 잘못된 것처럼.

박준호는 화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테이블을 누르고 있었다. 한 손 한 손 정확히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이.

"박준호 군의 곡은?"

김태성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턱이 움직이고 있었다.

"2위입니다."

누군가가 대답했다.

침묵.

"...감이 아니라 계산이었다는 말인가?"

김태성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아무도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저 공중에 떠 있었다.

박준호는 여전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의 미소가 아니었다. 마치 뭔가 깨달은 자의 표정. 그 표정이 김태성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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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음악 평론가 이준석의 트위터에 글이 올라왔다.

"'시간의 증명' 한지호. 음악사에 남을 곡이다. 멜로디, 화성, 리듬의 모든 요소가 인간의 감정 곡선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감정이 아니라 수식이다. 하지만 그 수식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감정이다. 이것이 음악의 절대 진리다. #시간의증명 #한지호"

트윗은 5분 만에 10만 리트윗을 넘었다.

음악 전문 매체들이 일제히 기사를 올렸다.

"혁신인가 기계음악인가? 한지호의 '시간의 증명' 논쟁 확산"

"박준호를 제치고 1위 등극한 한지호, '과학적 음악'의 시대 개막"

"거물 프로듀서들 침묵, 신인 프로듀서의 이론이 차트를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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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라디오국의 음악 담당 PD 박준석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시간의 증명'을 플레이리스트 상단에 올려야 한다. 이준석 평론가의 평가가 나왔으니까."

PD의 지시였다.

강남 스튜디오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명 아티스트 이수진의 매니저가 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지호 프로듀서님? 저 이수진 아티스트의 매니저입니다. 다음 앨범에서 지호님과 협업할 수 있을까요? 피처링이 아니라 전곡 프로듀싱으로요."

지호는 놀랐다. 이수진은 한국 최정상의 여성 아티스트였다. 그런 아티스트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지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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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강남 카페.

최민준은 정유진 A&R과 마주 앉아 있었다. 정유진은 자신의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음악 업계의 모든 정보가 그곳에 들어 있었다.

"한지호의 곡이 정말 1위네요. 라디오 플레이도 벌써 3배 증가했고, 아티스트들이 피처링 요청을 하고 있어요. 기획사들도 '과학적 음악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스튜디오 예약도 한 달 치가 꽉 찼대요."

정유진이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게 뭐 하는 건가? 감정도 없고, 영혼도 없는 음악을..."

최민준이 내뱉었다.

"감정이 없다고요? 제가 듣기엔 너무나 감정적이었는데요."

정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건 계산된 감정이야. 공식에 맞춘 거고. 진정한 음악은..."

"진정한 음악은 뭔데요?"

정유진의 질문이 최민준의 말을 끊었다.

최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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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강북 스튜디오.

지호는 SNS를 켜고 기사들을 읽고 있었다. 라디오 플레이 증가, 아티스트 피처링 요청, 기획사의 새로운 정책 발표, 스튜디오 예약 증가. 모든 것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자신의 이론이 먹혀들었다. 차트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 한복판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반복되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박준호였다.

"안녕, 지호."

박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곡 들었어?"

"들었다."

"어땠어?"

"... 좋았다."

지호가 대답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박준호의 곡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너의 곡도 들었어. 정말 좋더라."

박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있었다.

"고마워."

"하지만 난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해. 차트도, 감정도, 공식도 아닌 뭔가. 진정한 음악이 뭔지. 너도 궁금하지 않아?"

박준호가 물었다. 절박함이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

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음 주에 만날까? 함께 곡을 만들어보자. 너의 이론과 내 감정을 합쳐서. 진정한 음악이 뭔지 증명해보자."

박준호의 제안이었다.

지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것은 함정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 생각해볼게."

지호가 말했다.

"생각하지 말고 해봐."

박준호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 뭔가가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다고?"

지호가 물었다.

"너도 알잖아. 우리 모두 시간이 없다는 거."

박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을 정확히 세고 있는 사람처럼.

지호는 침묵했다. 박준호가 자신의 회귀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박준호 자신도 회귀자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시간의 제약을 알고 있는가?

"박준호..."

"지호, 부탁이야. 한 곡만 함께 만들자. 진정한 음악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

전화 너머로 박준호의 호흡이 들렸다. 그것도 가빴다.

"알겠어. 만나자."

지호가 말했다.

박준호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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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강남 테헤란로 34번지.

최민준은 김태성의 사무실에 있었다. 둘은 침묵 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한지호가 차트 1위를 했어."

최민준이 말했다.

"알고 있다."

김태성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라디오 플레이도 늘고 있고, 기획사들이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어. 아티스트들도 지호의 방식을 따라가려고 하고 있어."

최민준이 계속했다.

"... 모르겠다."

김태성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10년 동안 자신의 '감'이 절대적이라고 믿어온 거물 프로듀서의 얼굴. 하지만 지금 그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혹시 한지호가 맞는 건 아닐까?"

최민준이 물었다.

"뭐?"

"음악은 감정이 아니라 과학이 맞는 건 아닐까?"

최민준의 질문에 김태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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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강북 스튜디오.

지호는 박준호의 곡을 다시 한 번 듣고 있었다.

"벽을 넘어". 제목이 의미심장했다. 지호의 이론의 벽을 넘어선다는 뜻인가? 아니면 음악 자체의 벽을 넘어선다는 뜻인가?

지호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박준호였다.

"지호, 난 너를 인정한다. 하지만 음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한 곡, 함께 만들어보자.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것 같아."

지호는 메시지를 읽고 다시 읽었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왜 "마지막"일까?

지호는 자신의 휴대폰 달력을 켰다. 회귀한 지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6개월.

1년. 그것이 자신에게 남은 전부였다.

그리고 박준호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호는 창밖을 봤다. 강남의 고급 빌딩들은 형광등을 밝히고 있었고, 강북의 낡은 건물들은 어둠 속으로 잠기고 있었다.

지호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트북 키보드 위에서. 그러나 손가락은 여전히 떨렸다. 이것이 맞는 일인가? 박준호와 함께 만든 곡이 자신의 이론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음악일까?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새로운 파일을 만들었다.

제목: "마지막 곡"

그리고 지호는 악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피아노부터. 첫 음표를 입력했다. 낮고 긴 음. 마치 질문을 던지는 듯한 음.

다음 음표는 더 높았다. 그 다음은 더 낮았다. 음표들이 서로 다른 높이로 배열되면서 패턴을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호의 이론대로 만든 패턴이 아니었다. 황금비도 없었고, 감정 곡선도 없었다. 그저 음표들이 흘러나왔다.

밤이 깊어갔다. 강북의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남의 고급 스튜디오에서도 누군가는 같은 제목의 파일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곡".

악보 위에 음표들이 늘어났다. 첫 번째 악절의 피아노 선율은 단순했지만, 두 번째 악절에 스트링이 들어오면서 음악은 깊이를 더했다. 지호는 악보를 보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음표 하나를 지우고, 다시 넣고, 코드를 조정했다. 악보 위의 음표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은 변했다. 중간 악절에 드럼이 들어오면서 리듬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는 단순함이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로 얽혀가는 듯한 느낌. 지호의 계산과 박준호의 감정이 충돌하고,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지는 과정.

스튜디오는 조용했다.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지호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

밤 10시. 악보는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지호는 한 발 물러서서 화면을 봤다. 4분 20초 길이의 악보. 그것은 이론도 감정도 아닌 뭔가였다.

밤 11시. 지호는 마침내 손을 멈췄다. 화면에는 4분 30초 길이의 악보가 떠 있었다. 악보의 마지막 음표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치 질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듯이.

지호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낮고 긴 첫 음표부터 시작해서. 그것은 질문이었다.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 피아노의 단순한 선율이 스트링을 만나고,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지면서 음악은 점점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중간 악절에서 음악은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마치 숨을 고르는 순간처럼. 그리고 다시 시작됐다. 더욱 강렬하게. 악기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드럼이 사라지고, 베이스가 사라지고, 스트링이 사라졌다. 마지막에는 피아노만 남았다. 처음처럼 단순한 음표들.

음악이 끝났다. 마지막 음표가 길게 울려 퍼지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지호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 때문이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느낌.

지호는 화면을 바라봤다. 악보 위의 음표들. 그것은 이론도 감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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