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지하 주차장 2층
콘크리트 벽이 회색으로 짓눌리는 공간에서 지호의 손목은 칼날 위에 있었다.
맥박이 검게 울렸다. 손가락에 힘을 주면 되는 일이었다. 단 한 번의 움직임이면 모든 것이 끝났다.
12년을 음악에 바쳤다. 강남의 거물 프로듀서들은 자신의 곡을 듣고도 '감'이 없다고 했다. 그 추상적인 단어 앞에서 모든 과학적 분석은 무너졌다. 차트를 분석했고, 청취자의 귀에 들어오는 지점을 파악했고, 후렴의 길이와 음의 높낮이를 계산했다. 감이 아닌 이론으로.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그것도 부족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시야가 흔들렸다. 손가락에 더 힘을 주려던 그 순간.
세상이 하얀색으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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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지호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낡은 원룸의 천장이었다. 손목을 내려다봤다. 상처는 없었다. 팔목에 묻은 검은 자국도 없었다. 다만 맥박만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핸드폰의 시간은 2014년 1월 15일 오전 7시 2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회귀했다. 시간이 되돌아왔다. 손이 떨렸다. 화면을 잠갔다가 다시 켰다. 시간은 여전히 7시 23분이었다. 뉴스를 켰다. 기사는 2014년 1월 15일 오전판이었다. 10년 전이었다.
거울을 향해 일어섰다. 비추인 얼굴은 서른여덟 살의 얼굴이 아니었다. 스물여덟 살의 얼굴이었다. 회귀 직전의 기억만이 남아 있고, 몸만이 10년을 되돌아갔다. 지호는 그 얼굴을 쳤다. 손가락이 뺨에 닿았을 때의 통증은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현실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시간은 오전 8시 47분이었다. 핸드폰 알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은 강남 테헤란로 SM엔터테인먼트 빌딩 지하 2층 스튜디오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데뷔하는 날이었다. 회사는 '뮤직 로드'라는 중소 기획사였다. 기억 속에서 그 회사는 3년 후 폐업했다.
지호가 입은 옷은 2014년의 옷이었다. 검은색 후드집업, 청바지, 흰 스니커즈.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절망감을 다시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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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1번 출구. 지호는 테헤란로로 향했다. 겨울 햇빛이 유리 건물들을 반사시켰다. 삼십 층대의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가렸다. 골목의 카페들은 모두 같은 이름이었다. 강남의 음악산업 벨트는 정확히 기억 속 그대로였다.
거물 프로듀서 김태성은 테헤란로 37길의 한 건물 지하 2층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었다.
지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스튜디오 문을 두드렸을 때 내부의 음악이 멈췄다. 문이 열렸고, 서른여섯 살의 김태성이 나타났다. 열 살 더 젊은 모습이었지만,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냉정하고 절대적인, 음악계의 신처럼 스스로를 여기는 눈이었다.
"한지호. 왔네."
"안녕하세요."
"음악이나 가져왔어?"
지호는 USB를 건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10년 뒤의 기억에서, 김태성의 평가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좌절로 몰아갔던 첫 번째 칼날이었다.
김태성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지호도 따라 들어갔다. 컴퓨터 화면이 켜졌다. 세 곡이 들어 있었다. 모두 지호가 10년간 만든 곡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들이었다. 미래의 차트 1위곡들의 구조를 역으로 분석하여 만든 곡들이었다.
첫 번째 곡이 재생되었다.
지호는 음악을 만들 때 항상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차트를 분석한다. 청취자의 귀에 들어오는 지점을 과학적으로 파악한다. 후렴의 길이, 음의 높낮이 변화, 보컬의 톤 진행, 악기 배치의 타이밍. 모든 것을 계산했다. 감이 아닌 이론으로.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곡이 1분 30초 지점에서 끝났다.
김태성은 의자를 돌렸다. 그의 얼굴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음 곡."
두 번째 곡이 재생되었다. 이것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지호는 이 곡이 좋다고 생각했다. 구조가 완벽했다. 첫 번째 곡의 후렴 반복 구간이 1.8초였다면, 이 곡은 그것을 0.3초 단축해 청취자의 뇌 도파민 분비 최적점에 정확히 맞췄다. 음성대역폭도 조정했다. 2~4kHz 대역을 강화해 중음역대 음악의 선명도를 높였고, 저음역대 베이스는 60Hz로 설정해 신체적 울림을 극대화했다.
2분 15초.
김태성은 다시 의자를 돌렸다. 이번엔 USB를 빼냈다.
"이론은 음악을 죽인다. 넌 감을 공부해야 해."
"죄송한데, 이 곡의 후렴 반복 구간은 1.5초로 설정했습니다. 청취자 뇌의 도파민 분비 최적점이 1.3~1.7초 사이거든요. 그리고 음성대역폭은 2~4kHz를 강화했는데, 이것이 중음역대의 선명도를 높여서—"
"통계?" 김태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지호는 알고 있었다. "음악은 감정이다. 감정은 수학이 아니야. 넌 이론으로 감정을 설명하려고 하니까 모든 게 죽어 보이는 거야."
"하지만 차트 데이터를 보면—"
"차트는 감으로 만드는 거야."
김태성은 일어났다. 지호가 앉아 있는 의자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신발이 지호의 시야에 들어왔다.
"재능이라는 게 있어. 넌 그게 없어. 그래서 이론으로 채우려는 거지. 근데 그게 안 돼. 음악은 태어나는 거야. 만드는 게 아니야."
"감사합니다."
지호는 일어났다. USB를 다시 받지 않았다. 받을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기억 속과 정확히 같았다. 10년 전의 이 대화. 10년 후의 이 대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지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론이 정확했다는 것을. 차트 1위곡들의 구조를 완벽히 파악했다는 것을. 그런데도 무시당하는 이 모순. 그것이 지호를 짓눌렀다. 자신의 분석이 맞는데 세상이 틀렸다고 말할 때, 그 괴리감은 단순한 좌절이 아니었다. 그것은 광기에 가까웠다.
"가기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되나."
지호가 문 앞에서 돌아섰다. 김태성은 의자에 다시 앉았다.
"차트 1위곡은 누가 만듭니까?"
"뭔 소리야?"
"감이 있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이론이 있는 사람입니까?"
김태성은 웃었다. 그 웃음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둘 다 있는 사람. 그리고 넌 둘 다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지호의 손가락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1층에 나갔을 때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테헤란로의 햇빛이 눈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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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모르는 발신자였다. 지호는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카페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지호는 창밖을 봤다.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해 걷고 있을 것이다. 지호도 한때 그랬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알려진 번호였다. 뮤직 로드의 대표였다.
"한지호 프로듀서? 김태성 대표님께 연락 받으셨나요?"
"네, 방금 만났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안타깝지만 이번 입사는 무산될 것 같습니다. 더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어서요."
전화가 끊겼다.
지호는 커피를 마셨다. 쓴맛이 혀에 남았다. 이 쓴맛도 10년 전과 같았다. 모든 것이 같았다. 다시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는 생각이 뇌 어딘가에서 울렸다. 지호는 핸드폰을 켰다. 저장된 연락처를 찾았다. 이수현. 강북 홍대에 있는 하위 기획사 '사운드 웨이브'의 프로듀서였다. 10년 뒤의 기억에서 이수현은 지호의 유일한 동료였다. 그를 믿고, 그의 음악을 믿었던 사람이었다. 지호가 절망할 때마다 곁에 있어준 사람. 자신의 이론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전화를 돌렸다.
"이수현이에요."
"안녕하세요. 한지호인데, 혹시 지금 시간 있으신가요?"
음성 신호가 지연되었다.
"지호? 지호 맞나?"
"네."
"어? 왜 연락했어? 우리 인연 있어?"
지호는 웃음을 참았다. 10년 뒤에서는 이수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줬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은 낯선 사람이지만, 지호는 이미 그를 믿고 있었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사운드 웨이브 면접 보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어? 그게... 우리가 신입을 뽑긴 하는데. 누가 소개했어?"
"아무도 아닙니다. 그냥 저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수현의 목소리가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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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입구역에서 나온 지호는 거리를 걸었다. 강남과는 완전히 다른 공기였다. 낡은 건물들, 좁은 골목, 낮은 천장. 예술가들의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었지만, 음악계에서는 '하위 기획사 벨트'라고 불렸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곡들은 대부분 드라마 OST나 인디 앨범이었다. 차트에 오르지 않는 곡들이었다.
사운드 웨이브는 한 낡은 건물의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지호는 과거 10년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문을 열었을 때 스튜디오 안에는 책장이 가득했다. 음악 이론서, CD 케이스, 악보 더미.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수현은 서른 살 남짓한 남자였다. 10년 뒤의 기억에서와 같은 표정이었다. 밝으면서도 피곤한 눈이었다.
"자리 있어. 앉아."
지호는 의자에 앉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회사는 대형사처럼 좋은 조건을 못 줘. 근데 자유도는 있어. 네가 원하는 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지호의 눈이 반짝였다. 자유도. 그것이 필요했다. 강남의 대형사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론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지호에게는 무엇보다 귀했다.
"그게 최고의 조건입니다."
이수현은 지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너 왠지 이상한데? 마치 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거 있잖아."
지호는 웃음을 흘렸다. 이 느낌도 기억 속에 있었다. 이수현은 항상 지호의 뭔가를 감지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면서도. 지호는 감사함을 눈에 담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아. 그럼 정식 입사 서류 넣으면 돼. 월급은 별로 많지 않고, 야간 작업이 많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네."
이수현은 책상 한구석에 놓인 서류 더미를 지호에게 밀어줬다. 입사 신청서였다. 지호가 펜을 들었을 때 이수현은 다시 말을 걸었다.
"하나 더. 박준호 알아?"
지호의 손이 멈췄다.
"아뇨."
"그 녀석이 지금 핫하거든. 우리 회사에도 곡을 제시하는데, 다 떨어져. 강남에서 김태성이 밀어주고 있는 신인 프로듀서인데, 뭔가 다르더라. 음악이. 넌 그런 스타일로 하고 싶어?"
"아니요. 제 스타일로 하고 싶습니다."
"좋은 대답이야. 그럼 시작하자."
지호가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이수현은 스튜디오 안쪽으로 들어갔다. 곧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 화면이 켜졌다. 지호는 서류를 마친 후 이수현을 따라 들어갔다. 모니터에는 드라마 OST 작업 화면이 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곡이었다.
"이게 내일까지 완성해야 하는 곡인데, 뭔가 부족해. 넌 어떻게 봐?"
지호는 화면을 자세히 봤다. 악보, 음성대역폭 그래프, 타이밍 정보. 모든 데이터가 보였다. 지호는 마우스를 집었다.
"후렴 구간의 음성대역폭이 너무 넓습니다. 3~5kHz 대역을 강조해야 청취자의 귀에 더 잘 들어옵니다. 그리고 베이스는 80Hz로 올려야 중저음 밸런스가 맞을 것 같습니다."
이수현의 눈이 반짝였다.
"오, 그렇네. 해봐."
지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였다. 설정을 조정했다. 곡을 다시 재생했다. 음질이 확연히 달라졌다. 더 명확하고, 더 귀에 감기는 소리가 되었다.
"오케이. 이거 좋은데. 정식 입사 전에 이 정도면 충분해."
이수현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순수한 환영의 웃음이었다.
사무실을 나가면서 지호의 눈에 어떤 것들이 보였다. 벽면에 붙어 있는 CD 자켓들이었다. 10년 전 이 회사가 발매한 곡들이었다. 드라마 OST, 아이돌 B급 곡들, 인디 아티스트 앨범. 모두 차트에 오르지 않은 곡들이었다.
지호는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2004년도 드라마 OST였다. 지호 자신이 만든 곡이었다. 10년 뒤에서 이것은 자신의 이력서에 남겨진 흔적이었다. 악보를 내려다봤다. 후렴 구간이 너무 길었다. 음성대역폭도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미숙했다.
이 악보들을 다시 쓰겠다.
입으로만 중얼거린 것이 아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타올랐다. 분노도, 절망도 아닌 것. 그것은 다짐이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절박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모르는 발신자였다. 지호는 받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벨이 계속 울렸다. 받았다.
"여보세요?"
"한지호? 난 박준호야."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흐르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아, 안녕하세요."
"너 방금 뮤직 로드 면접 봤지?"
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김태성이 말했어. 넌 이론으로 음악을 만드는 녀석이라고. 흥미로운데?"
"감사합니다."
"근데 말이야. 네가 보여준 곡들 중에 하나 있잖아. 구조가 비슷한데?"
침묵이 흘렀다. 박준호의 목소리에는 호기심도, 경고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것은 다른 감정이었다. 지호는 그것을 알았다. 미래에서 본 박준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어디서 본 구조인가요?"
박준호의 질문이 더 직설적으로 변했다. 호기심의 가면이 벗겨졌다.
"아, 그게... 차트 분석을 통해서."
"차트 분석? 구체적으로 어떤 곡?"
지호는 침묵했다. 박준호는 기다리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해줄게. 너 그 구조 있잖아. 내가 이미 비슷한 스타일로 곡 하나 만들고 있어. 거의 완성 단계야. 김태성한테 제시할 예정이고."
지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그게 언제쯤입니까?"
"한 2주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근데 너도 같은 스타일로 하려고 했으면, 미안하지만 먼저 나간 걸로 생각해. 이 업계는 빠른 놈이 이기거든."
"그렇군요."
"그래도 너한테 충고 하나 해줄게. 음악 이론이 뭐든 결국 감으로 이기는 게 이 업계야. 그 구조가 아무리 좋아도, 감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넌 이론만 있는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화이팅. 그럼 나중에 봐."
전화가 끊겼다.
지호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박준호. 그는 이미 지호의 방식을 감지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리고 2주 안에 유사한 곡을 완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위협이었다. 더 정확히는 경고였다.
지호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갔다. 펜과 종이를 꺼냈다. 강북 거리의 골목에 서서 지호는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박준호가 감지한 그 구조. 그것은 이미 10년 뒤의 자신이 발견한 음악의 법칙이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지호만이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2주가 아니다. 2주 안에 박준호를 압도할 곡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었다. 그것이 생존의 조건이었다.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음표들이 쌓여갔다. 후렴 반복 구간의 시간, 음성대역폭의 수치, 보컬 톤의 변화 곡선. 모든 것을 기록했다. 강북의 낡은 골목에서, 지호는 자신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었다.
손가락이 더 빨라졌다.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골목을 메웠다. 이것은 단순한 악보 작성이 아니었다. 이것은 선전포고였다. 이것은 다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이었다.
2주.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