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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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종로 지하 공장. 오후 세 시.

임재혁이 피를 흘렸다.

기침과 함께 손 위에 핏방울이 떨어졌다. 이준호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다시 자동직조기의 톱니로 눈을 돌렸다.

"조금만 더. 톱니 맞춤이 끝나면 된다."

"맞춤은 끝났어. 어제 밤에 끝났잖아."

"아직이야."

임재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기침만 계속했다. 이번엔 더 깊었다. 그의 몸이 흔들렸고, 벽에 손을 짚어야 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그 감각은 점점 강해졌다.

"뭔가 이상한데—"

천장에서 굉음이 울렸다.

폭발음이었다. 지하 공장 위의 수리점에서 터져나온 소리. 먼지가 천장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또 다른 굉음. 그리고 비명.

"특고경찰이야!"

누군가가 지하로 향하는 통로에서 외쳤다.

동시에 임재혁이 비틀거렸다. 기침이 더 심해졌다.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몸이 앞으로 구부러졌다. 그는 무릎을 꿇었고, 손가락이 바닥에 닿았다. 숨이 끊어지듯 가빠졌다.

"임재혁!"

이준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아니, 뜨거워지고 있었다. 화염이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눈앞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하얀 빛. 그 안에서 뭔가가 보였다.

미래다.

---

이준호는 깨어났다.

검은 어둠 속에서. 자동직조기의 차가운 철 위에 누워서. 몸은 통증으로 가득했지만, 마음은 명확했다. 꿈이 아니었다. 환상이 아니었다.

본 것은 현실이었다.

그 현실 속에서 자동직조기는 완성되어 있었다. 모든 부품이 제자리에 있었다. 톱니의 각도, 축의 길이, 베어링의 위치. 도면에 없던 것들이 모두 정확히 그려져 있었다.

이준호는 천천히 일어났다.

임재혁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하 공장에는 이준호 혼자 남겨져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먼지가 희미한 불빛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위층에서는 여전히 소란이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준호는 자동직조기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단단한 철. 손가락이 톱니를 따라갔다. 완벽한 각도. 정확한 간격. 이것은 자신이 만든 게 아니었다. 미래에서 본 것이었다.

손이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내부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물이 구멍 난 항아리에서 흘러나가듯. 그 감각은 손목에서 시작되어 팔로, 온몸으로 퍼졌다.

눈앞이 흐려졌다.

현기증이 밀려들었다. 무릎이 약해졌고, 벽에 손을 짚어야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너무 빠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각은 모래에 빨려드는 듯 가라앉았다.

준호의 눈에 현재와 미래가 겹쳐 보였다. 지금 이 공장과 다른 시간의 공장. 지금 이 자동직조기와 다른 모습의 자동직조기. 두 개의 현실이 한 순간에 존재했다.

이준호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어제 저녁 3시 47분.

그 시각이 기억에 선명했다. 자동직조기 마지막 조정을 시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계의 초침을 봤다. 움직이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초침이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마치 시간 자체가 귀에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초침: 1, 2, 3.

이준호는 깨달았다.

맥박이 시계의 초침보다 느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초침은 계속 움직이는데, 심장은 더 천천히 뛰고 있었다. 시간이 뒤쳐져 가고 있는 것처럼.

"이게... 뭐야?"

중얼거렸지만 두려움은 길지 않았다. 시계 바로 아래, 손목에서 맥박이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려는 듯이.

이준호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자동직조기로 돌아갔다.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강한 감정이 있었다. 호기심. 그리고 확신.

자신이 본 것이 정말이라면?

자신이 미래를 본 거라면?

그렇다면 조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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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연결해."

이준호의 목소리가 공장을 가득 채웠다.

임재혁이 돌아왔다. 얼굴은 더욱 창백했고, 왼쪽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특고경찰의 급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하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통로가 무너져서.

"완성됐어."

이준호는 기계를 가리켰다.

임재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저 발전소로 향했다.

며칠 뒤, 전기가 흐르고, 자동직조기가 처음으로 작동했다.

지하 공장의 모든 노동자가 모여 있었다. 약 20명.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인 얼굴들.

이준호의 손이 스위치를 눌렀다.

기계가 깨어났다.

톱니가 맞물렸다. 축이 회전했다. 그 위에 올려진 직물이 자동으로, 정확하게, 신비로운 속도로 짜여 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고. 인간의 실수가 개입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십자를 그었다. 누군가는 눈을 의심했다.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꼈다. 경이로움. 그리고 막연한 공포. 이 기계가 자신들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직감.

한 노동자가 이준호에게 다가왔다. 나이는 50을 넘었고, 얼굴은 기계유로 검게 얼룩져 있었다.

"이 기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요, 아니면 더 깊은 지옥으로 끌어내릴까요?"

이준호는 그 노동자를 바라봤다.

"조선을 강하게 만들 거야."

"그게... 우리를 구한다는 뜻인가요?"

이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자동직조기의 톱니만 봤다. 정확하게. 아름답게. 계속 돌고 있었다.

그 순간, 임재혁이 기침을 했다.

깊은 기침. 폐에서 터져나오는 기침. 몸이 흔들렸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한 발 물러섰고, 무릎을 꿇었다. 다시 기침. 더 깊은 기침. 몸이 앞으로 구부러졌다.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임재혁!"

누군가가 외쳤다. 하지만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자동직조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톱니가 계속 돌고 있었다.

기계 뒤에서 임재혁의 숨소리만 들렸다. 가쁜 숨. 또 다른 기침. 그리고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자동직조기는 계속 돌고 있었다.

---

다음날 오후.

지하 공장의 문이 열렸다.

한 여성이 들어왔다. 검은 옷을 입었고, 얼굴은 차갑게 경화되어 있었다. 왼손에는 손가락 세 개가 없었다.

이준호는 그 손을 봤다.

눈앞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미래의 영상이 떠올랐다. 손가락 없는 손. 그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 피투성이 손. 반복되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현재와 미래가 뒤섞였다.

이준호는 현실로 돌아왔다.

여성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이준호?"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는 한소영. 박준열이 나를 보냈어."

그녀의 눈이 자동직조기를 향했다. 다시 이준호를 봤다.

"상해에서 우리는 이 기술을 기다렸어. 독립을 위해. 하지만 먼저 묻고 싶어. 이 기계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죽었어?"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답이 나왔네. 임재혁의 기침 소리가 이미 말했어. 당신은 그 소리를 들었는데도 계속했어."

한소영은 손가락 없는 손을 들었다. 그 손을 자동직조기 쪽으로 향했다.

"나도 이런 기계를 만들기 위해 손가락을 잃었어. 상해 임시정부의 작업장에서. 그리고 나는 운이 좋은 거야. 죽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이준호의 얼굴을 정확히 응시했다.

"당신의 능력이 뭐야? 미래를 보는 건가? 좋아. 그럼 한 가지만 해줘. 미래에서 봤던 이 기계의 완성 과정에서 누군가의 죽음도 봤어? 그 피투성이 손도 봤을 거야. 당신의 머릿속에 있잖아."

준호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 미래를 본 때처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두려움이었다.

"본 거야. 그럼 왜 만들었어?"

한소영은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손가락 세 개가 없는 손이 준호의 옷을 집었다.

"조선이 강해져야 하니까?"

"조선은 강함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사람으로 만들어져. 살아있는 사람들의 협력으로."

한소영은 임재혁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하 공장의 한쪽 구석에 누워 있는 그를 자신의 옷으로 덮었다. 움직임은 빨랐지만 섬세했다. 마치 그녀가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것처럼.

"임재혁을 봐. 이 사람이 당신의 기술을 가능하게 했어. 이 사람의 피가 그 기계에 묻어 있어."

그 순간, 지하 공장의 입구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 서둘러 내려오는 소리. 횃불의 빛.

"경찰이야!"

한 노동자가 외쳤다.

"특고경찰! 들켰어!"

지하 공장이 혼란에 빠졌다. 노동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졌고, 자동직조기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아무도 그것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한소영이 준호의 팔을 잡았다.

"뒤로. 이쪽이야."

그녀는 지하 공장의 한쪽 벽을 밀었다. 벽은 쉽게 움직였다. 처음부터 만들어진 비상구였다.

"당신은 박준열을 만나야 해. 그 사람만이 당신을 진정시킬 수 있어. 당신의 능력이 뭔지 제대로 알려줄 수 있어."

"기술을 포기하라는 건가?"

"아니야. 기술을 사람과 연결시키라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이 박준열이야."

한소영이 준호를 밀어냈다. 뒤에서 특고경찰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이쪽이야! 누군가 있다!"

준호는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소영의 손이 팔을 놓지 않고 있었다. 손가락 세 개가 없는 그 손이.

경성의 지하는 미로였다. 준호는 이 미로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미래에서. 하지만 그때는 조용했다. 이제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쫓아왔다.

"빨리!"

한소영이 준호를 끌었다. 몇 개의 돌담을 지나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갔다.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완전한 검은색.

"여기서 멈춰."

한소영이 준호의 팔을 놓았다.

"특고경찰은 여기까지 못 온다. 이건 상해 임시정부의 네트워크야. 그들도 모르는 지하야."

준호는 숨이 찰 때까지 한소영을 봤다.

"당신이... 얼마나 오래 준비했던 거야?"

"이 날을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아니야. 조선을 위해서야. 당신은 그냥 그 과정에서 나타난 변수일 뿐이야."

한소영이 어둠 속에서 한 개의 편지를 꺼냈다.

"박준열이 주라고 했어. 그리고 이 말을 해줘. '한 명의 영웅이 백 명을 살리면, 백 명의 죽음도 책임져야 한다'고."

준호의 손이 편지를 받았다. 손가락이 또 떨렸다. 눈앞이 흐려졌다. 현재와 미래가 다시 겹쳤다. 편지를 읽는 자신의 모습. 그 편지로 인해 벌어질 일들. 하지만 내용은 여전히 불명확했다.

"당신의 능력이 정말 미래를 본다면, 이 질문에 답해줘. 당신이 본 미래에서 조선은 독립했어?"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못 본 거야. 기술만 봤고, 미래는 못 본 거야. 그래서 당신이 필요해. 그래서 박준열이 필요해.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필요해."

한소영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목소리만 남았다.

"임재혁을 잊지 말아. 그 사람의 죽음이 당신의 기술을 만들었어."

침묵.

준호는 혼자였다. 손에는 박준열의 편지. 귀에는 한소영의 말. 가슴에는 자신의 능력이 만든 것들이 쌓여가는 무거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는 시간이 의미를 잃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횃불을 들고. 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준호를 찾지 않았다. 그들은 지나갔다.

그 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냈다.

"이준호를 찾아야 해. 그 기술이 있으면 일본군도 막을 수 있어. 조선이 독립할 수 있어."

준호가 모르는 목소리였다.

준호는 어둠 속에서 박준열의 편지를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글씨가 보였다.

'준호. 당신의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왜냐하면 미래를 본다는 것은 현재를 외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임재혁이 죽었다. 당신의 기술 때문에. 이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위한 기술로.'

글씨는 거기서 끝났다. 하지만 그 문장들은 준호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순간, 준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본 미래가 사실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이 만들어가는 현재가 이미 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다음은 달라야 한다는 것도.

임재혁의 죽음 앞에서 준호는 주먹을 쥐었다. 편지가 손에 구겨졌다. 그 안의 글씨들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여전히 명확했다.

사람을 위한 기술로.

준호는 그것을 약속했다. 죽은 임재혁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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