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서연의 의문

자정이 되고 루프가 초기화되는 순간, 차준호는 손의 혈액을 확인했다. 어김없이 묻어 있었다. 검붉은 색. 신은희 형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혈액형이 다르다는 말. 서연의 혈액형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파트 거실 소파에 앉은 차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 어제는 몇 개였더라?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 개수가 자꾸 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확한 변화를 추적할 수 없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기록도 손글씨가 아닌 다른 필체로 덮여 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린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며칠 전부터 자신의 목소리도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루프가 반복될 때마다 뭔가가 조금씩 변했다. 얼굴, 목소리, 손가락, 기억. 그리고 이제는 정체성까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얼굴이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의 색이 어제와 다른 것 같다. 더 짙은 갈색. 아니면 조명 때문인가. 아니다. 확실히 다르다. 루프마다 조금씩 변한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건가. 자신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

핸드폰을 집었다. 오전 10시 23분. 아직도 8시간이 남아 있었다. 경찰이 자신을 풀어주는 오후 4시까지.

지난 루프들에서 수집한 정보를 정렬했다. 박민지는 자신을 봤다고 했다가 다음 루프에서는 "본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최준환은 "아무것도 안 봤어"라고 했고, 지난 루프에서는 "당신이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해"라며 전화를 끊었다. 3층 여성 주민은 "경찰이 당신을 범인이라 했지만 난 당신을 본 적 없어"라고 했다.

증인들의 증언이 모순된다. 이것은 자신이 기억 조작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증인들의 모순된 증언이 자신이 조작한 기억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

차준호는 아파트를 나갔다. 강남역 방향으로 향했다.

강남역 지하 상가의 편의점 천장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서연 실종 사건, 혈액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혈액의 양은 약 80밀리리터로, 생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차준호의 몸이 경직됐다.

'생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연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편의점을 나갔다. 거리를 배회했다. 강남역에서 강남서경찰서 방향으로. 그 길 어딘가에서 최준환의 회사 건물을 찾았다.

로비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최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렸다.

"준호?"

"그날 밤. 너 서연을 봤어?"

침묵이 길었다.

"최준환? 들려?"

"…왜 자꾸 그런 질문을 해?"

차준호의 호흡이 가빠졌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너 지난번에도 물어봤잖아. 그리고 그 전에도. 계속 같은 질문을 해. 그날 밤 서연을 봤냐고. 그날 밤 뭐했냐고. 난 말했어. 아무것도 안 봤다고."

차준호는 말을 잃었다.

"넌 뭐하는 거야, 준호? 정말."

"최준환. 난…"

"경찰이 또 전화했어. 넌 왜 자꾸 나한테 전화 거는 거야? 서연이 죽었다면서 왜 자꾸 나한테 물어봐?"

"내가 언제…"

"어제도. 그 전날도. 셋째 날도."

차준호의 손이 떨렸다. 셋째 날? 루프가 몇 번이나 반복됐다는 뜻인가. 자신이 최준환에게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는 뜻인가. 그런데 자신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뭔가 이상해. 난 더 이상 너한테 전화 받을 수 없어."

최준환이 전화를 끊었다.

차준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았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회사원들, 변호사들, 의뢰인들. 그들은 자신을 보지 않았다. 또는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루프 안에 있었던가. 몇 번이나 같은 것을 반복했던가. 기억 조작 능력을 몇 번이나 사용했던가. 그럼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은 얼마나 되는가.

핸드폰의 메모장을 다시 열었다. 자신이 쓴 것 같지 않은 필체가 가득했다.

'당신은 누가 아닌가?' '서연은 죽었는가?' '손의 피는 누구의 피인가?' '루프는 왜 반복되는가?'

마지막 줄은 더 크게 쓰여 있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은 진짜인가?'

오후 2시 16분.

차준호는 아파트로 돌아갔다. 거실의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얼굴을 살펴봤다. 자신의 얼굴이 맞나? 어제의 얼굴과 같은가?

거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거울에 비친 손과 비교했다. 손가락 개수는 같았다. 하지만 피부색이 달랐다. 손톱의 모양도 달랐다.

창밖을 내다봤다. 강남구의 회사들과 주택들, CCTV 카메라들. 촘촘한 감시 네트워크. 그 속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경찰들.

CCTV 영상. 자신은 그 영상이 손상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루프에서 경찰이 언급했던 것 같다. "영상이 없어서 당신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었어요." 누가 영상을 손상시켰을까.

아파트 현관 앞 복도에 나갔다. CCTV 카메라가 천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검은색 돔 카메라. 렌즈를 보니 약간 각도가 틀어져 있었다.

3층으로 내려갔다. 303호 현관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이 열렸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나타났다. 놀란 표정.

"너 또 왔어?"

"제가…"

"경찰이 이미 다 했어. 나 당신 본 적 없어. 정확히 말하면, 그날 밤 당신을 못 봤어."

"그날 밤을 못 봤다는 게…"

"당신이 뭘 하든 상관없어. 난 증언할 게 없어."

여성은 문을 닫으려 했다.

"잠깐. 그날 밤 서연을 봤어요?"

여성이 멈췄다. 문을 조금 다시 열었다. 불안감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누구?"

"서연. 제 여자친구."

"난 아무도 못 봤어. 그 날도, 그 시간도. 아무도."

"그런데…"

"제발. 가."

현관문이 닫혔다.

차준호는 계단에 앉았다. 오후 3시 47분. 경찰이 자신을 풀어주기까지 13분이 남아 있었다.

거리를 배회했다. 강남역 주변을 떠돌았다. 같은 골목을 반복해서 걸었다. 루프 속에서 자신은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돈다.

밤 10시 47분.

아파트 근처로 돌아왔다. 라이온스 마크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둠. CCTV가 없는 곳.

그곳에서 그 그림자를 봤다.

여성의 실루엣. 검은 옷. 긴 머리.

"서연?"

그림자가 멈췄다. 차준호가 한 발 다가갔다.

그림자가 움직였다. 빠르게. 골목 깊숙이.

"서연!"

차준호가 뛰었다. 골목 안으로. 하지만 그림자는 없었다. 어둠만 있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둘, 셋, 넷. 넷 개. 어제는 다섯 개였다.

자정이 다가왔다.

차준호는 아파트 벤치에 앉았다. 하늘을 봤다. 서울의 밤하늘은 별이 없었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모든 것이 멈췄다.

---

눈을 떴을 때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자정. 루프 5회차.

차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살폈다. 혈액이 여전히 축축했다. 신선한 혈액. 마치 방금 묻은 것처럼.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둘, 셋. 셋 개. 어제는 넷이었는데.

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낯설었다. 눈의 색이 어제와 다르다. 더 밝은 갈색.

차준호는 샤워를 했다. 손의 혈액을 씻어냈다. 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손톱 밑에 어두운 자국이 남아 있었다.

휴대폰을 켰다. 05:23. 뉴스 알림이 떴다.

[긴급] 강남 아파트 살인 사건 혈액 분석 결과 발표 예정 — "혈액 양, 생존 불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확인"

차준호는 화면을 다시 읽었다.

'생존 불가능한 수준 이상'

1화. 신은희 형사가 심문실에서 뭐라고 했더라. "아파트에서 발견된 혈액이 너무 적어요. 사람이 죽기에는…" 그 말을 듣고도 자신은 뭔가 말했던 것 같다. "상관없어요. 저 서연을 죽였어요."

왜 그렇게 말했을까.

혈액이 적으면 죽을 수 없다. 기본적인 의학 상식이다. 그런데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서연이 죽었다.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서연의 비명이 들렸다.

기억이 맞나.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오후 1시 15분.

편의점에 들어갔다. 박민지가 카운터에 있었다. 지난 루프에서도 봤던 얼굴.

"박민지?"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인식하지 못했다.

"저 기억하세요?"

"처음 뵙는데요."

편의점을 나갔다.

오후 3시 22분.

강남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신은희 형사.

"차준호입니다. 오늘 오후 5시 반에 다시 출두해주세요."

"뭐 때문에요?"

"증거 조작 의혹. 지난 며칠간 증인들을 접촉하신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증인들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습니다."

차준호는 전화를 끊었다. 증거 조작 의혹. 맞다. 자신은 증거를 조작했다. 증인들의 기억을 조작했다. 하지만 조작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조작한 기억들이 서로 모순되었다.

지금까지 몇 시간을 잃었나.

루프 1회차에서 3시간. 루프 2회차에서 2시간. 루프 3회차에서 5시간. 루프 4회차에서 7시간. 총 17시간.

17시간의 기억이 없다.

오후 4시 47분.

최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준환?"

"누구세요?"

"차준호야."

"…아."

"그날 밤을 기억해?"

침묵.

"최준환?"

"난 아무것도 안 봤어."

"정말?"

"정말이야. 그리고…"

"뭐?"

"넌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해.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해. 마치 날 심문하는 것처럼."

"미안해."

"미안은 되지 마. 그냥 날 내버려 둬. 제발."

전화가 끊겼다.

오후 5시 30분.

경찰서에 도착했다. 신은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문실. 같은 자리. 같은 테이블.

"지난 며칠간 박민지 씨, 최준환 씨, 그리고 303호 주민 이혜정 씨를 만나셨습니다. 목적이 뭡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증인들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습니다. 박민지 씨는 당신을 봤다고 했고, 최준환 씨는 당신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이혜정 씨는 그날 밤 아무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신은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신이 증인들의 증언을 조작했다고 의심됩니다."

차준호는 침묵했다.

"당신은 당신이 무죄라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그럼 유죄라고 생각하세요?"

"예."

"증거가 없는데 유죄라고 생각한다는 건 모순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기억을 신뢰합니까?"

신은희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규칙적인 리듬.

"당신의 기억을 신뢰합니까?"

"예."

차준호의 호흡이 가빠졌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습니까?"

침을 삼켰다.

"혈액은요? 당신의 손에 묻은 혈액이 서연 씨의 혈액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설명합니까?"

차준호는 신은희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명확했다.

"혈액이 서연 씨의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손에 묻은 피는 누구의 피입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혈액의 양이 생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건요? 방금 뉴스에 나왔습니다. 당신이 아파트에서 발견한 혈액의 양은 사람이 죽기에는 너무 적다고요."

차준호는 뭔가 깨졌다. 마치 거울이 깨지는 소리. 자신의 기억이 깨지는 소리였다.

"당신은 서연 씨가 죽었다고 확신합니까?"

신은희의 손가락이 계속 두드렸다. 톡. 톡. 톡.

"예."

"증거는?"

"…"

"증거가 없네요. 시신도 없고, 혈액의 양도 부족하고, 당신의 손에 묻은 피도 서연 씨의 것이 아니고. 그런데 당신은 서연 씨가 죽었다고 확신합니까?"

"제 기억이…"

"당신의 기억이 맞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신은희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테이블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차준호는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당신은 자신의 기억을 신뢰합니까?"

"예."

호흡이 얕아졌다.

"정말 그렇습니까? 정말로?"

심문실의 온도가 떨어졌다. 아니다. 자신의 체온이 떨어졌다.

"당신은 자신의 기억을 신뢰합니까?"

차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은희의 질문이 반복되었다. 마치 루프처럼. 같은 질문. 같은 톤. 같은 압박감.

오후 6시 15분.

경찰서를 나갔다. 아직 풀려나지 않았다. 증거 부족. 다시 48시간 내에 풀려날 거다.

거리를 배회했다. 강남역 근처. 같은 골목. 같은 카페.

밤 9시 47분.

강남역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시켰다. 마시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았다. 휴대폰을 켜고 뉴스를 검색했다.

[긴급] 서연 양, 사건 이후 목격 정보 제보 증가 — "살아있을 가능성"

차준호는 화면을 다시 읽었다.

살아있을 가능성.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서연의 시신이 없다. 그럼 어떻게 죽음을 증명하나. 시신이 없으면 죽음이 없다. 죽음이 없으면 살인이 없다.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둘, 셋. 셋 개. 정상이 아니다.

밤 11시 12분.

아파트 근처로 돌아왔다.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둠. CCTV가 없는 곳.

신분증을 꺼냈다. 사진 속의 얼굴과 거울 속의 얼굴을 비교했다.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그곳에서 그 그림자를 봤다.

여성의 실루엣. 검은 옷. 긴 머리.

"서연?"

그림자가 돌아봤다. 차준호는 한 발 다가갔다.

"넌 죽지 않았어?"

그림자가 움직였다. 빠르게. 골목 깊숙이.

"잠깐!"

차준호가 뛰었다. 골목 안으로. 하지만 그림자는 없었다. 골목의 끝. 담장. 막혔다.

차준호는 담장을 만졌다. 찬 벽돌. 현실이다.

밤 11시 47분.

아파트 벤치에 앉았다. 하늘을 봤다. 서울의 밤하늘은 별이 없었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려고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옆에 앉았다.

남자.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낯선 남자. 하지만 뭔가 익숙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너 혹시…"

남자가 먼저 말했다.

"나 알아?"

"뭐?"

"넌 나를 알아. 그리고 난 너를 알아. 근데 우린 서로를 모른다."

"뭐라고 하는 거야?"

"이 루프에서 넌 누구야? 그리고 난 누구일까?"

남자는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

"어제는 여섯 개였는데…"

차준호는 남자를 봤다. 남자의 얼굴. 자신의 얼굴과 비슷했다. 아니다. 정확히는 다르지만 뭔가 겹쳐 보였다. 마치 두 개의 사진이 투명하게 겹쳐진 것처럼.

"난 서연을 죽였어."

남자가 말했다.

"아니. 너도 죽였어. 우린 둘 다 죽였어. 근데 서연은 죽지 않았어."

"뭔 소리야?"

"이게 뭔 루프인지 아니? 이게 누가 만든 건지 아니? 우린 같은 루프에 갇혀 있어. 그리고 계속 시간이 돌아가. 자정마다. 매번 자정마다."

남자는 시계를 봤다.

"곧 자정이야."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모든 것이 멈췄다.

차준호는 남자의 얼굴을 봤다. 남자의 입이 움직였다.

"넌 루프 몇 회차야?"

차준호는 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몇 회차인지 알 수 없었다.

"난 루프 15회차야. 너는?"

"…"

"답할 수 없지. 넌 기억하지 못하니까. 매번 자정이 되면 기억이 초기화되고, 손가락 개수가 바뀌고, 얼굴이 변해. 그리고 넌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

남자가 차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혈액이 묻어 있었다. 같은 혈액. 같은 냄새.

"우리가 뭘 했는지 아니?"

"뭐…"

"우린 서연을 죽이려고 했어. 근데 죽이지 못했어. 그래서 계속 루프가 반복되는 거야. 우리가 서연을 죽일 때까지. 우리가 완벽하게 죽일 때까지."

남자의 목소리가 차준호의 목소리와 같았다. 손가락의 개수도 같았다. 얼굴도 점점 더 비슷해 보였다.

"근데 이상한 건…"

남자가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도 차준호의 웃음과 같았다.

"우린 누가 원본이고 누가 복제인지 모른다는 거야."

어둠이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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