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제가 눈을 뜬 것은 정확히 자정이었다.
침실의 창밖으로 보름달이 떠 있었고, 손가락의 경련은 멈춰 있었다. 하지만 멈춘 게 아니라 잠깐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주의 맥박이.
셀레나가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루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펼쳐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희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먼 곳에서 울려오는 종소리처럼. 저택 어딘가에서, 아니면 땅 아래에서.
복도는 조용했다. 저택의 밤은 항상 이렇게 깊었다. 카이가 말했듯이 집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귀를 막은 것처럼 느껴졌다. 수직으로 배치된 방들이 서로를 외면하듯.
루이제가 계단을 내려갈 때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돌 바닥은 모든 것을 반향시켰다. 두 번째 층의 도서실 앞에서 멈췄다. 그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밀었다.
루시안이 촛불 옆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책은 펼쳐진 채 손에 잡혀 있지 않았다. 마치 오래 기다려온 사람처럼 루이제를 바라봤다.
"밤이 깊었을 텐데요." 루이제가 말했다.
"자실 수 없는 밤도 있습니다." 루시안이 천천히 일어났다. "당신이 필요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박혀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전해야 했던 말들처럼. 루이제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지자 루시안은 창밖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저 정원을 아십니까? 벨린다 부인이 젊을 때 가꾸던 곳입니다."
"셀레나가 말했어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루시안이 돌아섰다. 촛불이 그의 눈을 비추자 루이제는 그 안에 오래된 슬픔을 봤다. "그 정원은 가문이 살아 있던 마지막 증거입니다."
루이제가 다가가자 루시안은 한 권의 책을 건넸다. 표지는 검게 타 있었고, 글자들은 벗겨져 있었다. 루이제가 손을 대는 순간, 손가락 끝이 경련하며 경직되었다. 감각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절망, 배신감, 그리고 저주를 만드는 결정의 순간들이 신체를 관통했다. 마치 누군가의 비명이 자신의 손 안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루이제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었다. 아모르의 배신감이 직접 그녀의 신체를 관통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는 고통, 가족이 등을 돌리는 절망,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루이제는 책에서 손을 떼고 싶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모르의 분노가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았다.
"3대 전입니다." 루시안이 목소리를 낮췄다. "카르도스의 초대 가주는 인간 세계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수의 본성을 숨기고, 감정을 억제하는 대신 이 땅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었어요. 하지만 그 가주는 계약을 어겼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버렸습니다. 완전히. 아내를, 자녀를, 모든 것을. 그것이 배신이었어요."
루이제의 손이 책에서 떨어졌다. 감정의 파동이 너무 강했다. 그것은 책에 남겨진 기억이 아니라, 저택 자체에 스며든 절망의 층들이었다. 한 겹, 한 겹, 한 겹. 루이제는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려 했다.
"감정 단절의 저주." 루시안이 계속했다. "배신한 가주를 벌하기 위해 마수 사회가 내린 저주입니다. 가문의 모든 구성원들이 감정을 점진적으로 잃어가게 됩니다. 그들은 살아 있지만, 느끼지 못한 채로."
"그럼 카이는?"
"저주를 받아들였습니다. 감정을 버리는 것이 저주를 견디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벨린다 부인도, 에스테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아났습니다."
루이제가 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세상이 살짝 기울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저택의 모든 침묵이 갑자기 이해가 됐다. 그것은 침묵이 아니라 무덤의 조용함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루시안이 루이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당신의 능력은 저주와 반대입니다. 저주는 감정을 빼앗지만, 당신은 감정을 끌어냅니다. 억압된 것을 표면으로."
"그래서 에스테르가 나를 두려워하는 거군요."
"에스테르는 단순히 두려워하는 게 아닙니다." 루시안이 일어섰다. "그는 저주의 진정한 이유를 알고 있어요. 초대 가주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왜 저주가 지금도 풀리지 않는지."
루이제가 고개를 들었다. 루시안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현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 발소리는 멀어졌다.
"정원이 중요합니다." 루시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벨린다 부인이 정원을 가꿨던 이유는 저주를 견디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곳에서만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주가 깊어지자 정원마저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지금 그 정원은 저주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그럼 정원을 복구하면?"
"저주가 깨어날 거예요."
루이제의 호흡이 얕아졌다. 깨어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의 무게는 느껴졌다.
"당신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루시안이 손을 내밀었다. "카이도, 벨린다 부인도 할 수 없는 일을 당신만이 할 수 있어요. 당신의 손만이 정원을 깨울 수 있습니다."
루이제가 손을 잡았을 때, 루시안의 감정이 밀려왔다. 희망과 그리움이 뒤섞인, 너무나 간절한 감정. 그는 자신을 진정으로 보호하려 했다. 루이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저택의 저주에 잠식되지 않도록. 그의 손은 따뜻했다. 저택의 모든 것이 차가운데 유일하게.
"하지만 위험합니다." 루시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의 능력이 강할수록, 저주와 만날 때의 충격도 클 거예요. 자신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에스테르였다. 그의 옷깃은 정확했고, 얼굴은 완벽하게 미소 지었지만,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한밤중에 뭐 하는 거지?" 그가 물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루시안 선생님, 이 여자에게 뭘 가르치고 계십니까?"
루시안은 루이제의 손을 놓지 않았다. "가문의 역사입니다."
"흥미롭군요." 에스테르가 들어왔다. 촛불이 그의 그림자를 늘렸다. "역사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어떤 역사는 알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아십니까?"
"무슨 말이십니까?"
"가문의 비밀을 건드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에스테르가 루이제를 봤다. 그의 눈에서 진정한 감정이 흐르지 않았다. 모든 게 계산된 표정이었다. "특히 당신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건드리면, 더욱 위험하지요."
"비밀이란 뭐예요?" 루이제가 일어섰다. 손가락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저주의 맥박이 다시 울렸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닙니다." 에스테르가 다가왔다. "카이 형이 그렇게 말했잖아요. 정원에 가지 말라고.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그 말을 들으십시오."
"카이는 저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건 옳은 두려움입니다."
루시안이 에스테르 앞에 섰다. "당신이 나가시죠."
"저요?" 에스테르가 웃었다. "선생님, 난 가문의 일원일 뿐입니다. 이 여자가 가문을 파괴하기 전에 누군가는 말해야죠. 그 정원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걸. 벨린다 부인도 아시고, 카이도 아십니다. 저주는 차라리 이대로 두는 게 낫다는 걸."
"그건 거짓이에요." 루이제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의 경련이 팔뚝까지 퍼져왔다. "저주를 풀 수 있어요."
"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에스테르가 몸을 돌렸다. 문을 나가기 전에 뒤돌아봤다. "그런데 저주를 풀 때 깨어나는 것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당신이 정원에 손을 댈 때마다, 뭔가가 깨어나고 있어요. 당신의 능력이 그것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가 나간 후 도서실은 더 어두워 보였다. 촛불이 흔들렸다.
"뭐가 깨어나고 있는 거예요?" 루이제가 물었다.
루시안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는 모릅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계속 가야 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길이에요."
루이제가 침실로 돌아갔을 때 손가락은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창밖의 정원이 보였다. 검은 흙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치 숨을 쉬듯이.
그리고 그 아래에서, 무언가가 눈을 뜨고 있었다.
루이제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경련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심해지는 것 같았다. 손끝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저주의 맥박이다. 루시안이 말했던 그것.
에스테르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뭔가가 깨어나고 있어요. 당신의 능력이 그것을 부르고 있습니다.*
루이제는 일어나 앉았다. 침실은 차가웠다. 카이가 준 촛불도 거의 다 타가고 있었다. 불빛이 벽에 그을음을 남기고 있었다. 마치 검은 손가락이 벽을 훑어내리는 듯한 형상으로.
새벽 네 시경이었다. 저택은 완전히 잠들어 있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루이제는 슬리퍼를 신고 나섰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도서실로 향했다.
루시안은 아직 깨어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 낡은 책들을 정렬하고 있었다. 루이제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못 주무셨나요?"
"저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루이제가 말했다. "에스테르가 뭔가를 숨기고 있어요. 당신도."
루시안이 책을 내려놨다. 그의 얼굴은 더 노쇠해 보였다. "당신은 너무 많이 알려고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잖아요."
"아니, 그렇게 하면 죽습니다." 루시안이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고 조심스러웠다. "루이제 나인, 당신의 능력은 축복이 아닙니다. 저주입니다. 아니, 저주보다 더 위험한 것입니다."
"왜요?"
"왜냐하면 당신은 저주와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시안이 책장으로 다가갔다. 최상단에 있는 두꺼운 책을 꺼냈다. 표지는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무언가 혐오스러운 냄새가 났다. "다른 마수들은 저주를 피하려 한다. 억누르려 한다. 하지만 당신은 저주와 마주한다. 읽으려 한다."
"그게 문제예요?"
"문제가 아니라 재앙입니다." 루시안이 책을 펼쳤다. 페이지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글씨는 손으로 쓴 것 같았다. 종이는 오래되었고, 글씨를 쓴 손가락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절박함으로 펜을 누르며 썼던 것처럼. "3대 전 가주 아모르가 남긴 일지입니다. 저주의 시작."
루이제가 다가갔다. 글씨는 흔들렸다. 마치 쓴 사람의 손이 경련하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실수했다. 감정을 믿었다. 사랑을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문을 파괴했다.*
*아내는 나를 버렸다. 아들은 나를 따라 가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배신했다.*
*나는 이제 감정을 죽이겠다. 가문 모두의 감정을 죽이겠다.*
*그래서 이 저주를 만들었다. 감정 단절의 저주. 세대를 거치며 가문 모두를 얼어붙게 할 저주를.*
루이제의 손이 경련했다. 글씨에 손가락이 닿자 더 강해졌다. 손끝이 저려왔다. 마치 누군가의 비명이 글씨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 저주는 불완전했다. 내 증오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내 절망이 너무 커서. 저주는 단순한 감정 억압이 아니라, 뭔가를 깨우는 것이 되었다. 내 자신. 내 분노. 내 원념의 일부가 저주 속에 남겨졌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이 저주를 읽으려 한다면, 그것이 깨어날 것이다.*
루이제가 손을 떼었다.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떨리고 있었다.
"아모르는 저주를 만들 때 자신의 일부를 집어넣었어요." 루시안이 천천히 말했다. "자신의 원념, 분노, 절망을 모두. 그래서 저주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요. 마치 뭔가가 자고 있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게 뭔가요?"
"아모르의 원령입니다." 루시안이 책을 닫았다. "아니, 아모르의 감정이 구체화된 것. 저주의 다른 이름은 '감정의 괴물'입니다."
루이제가 의자에 앉았다. 세상이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당신이 정원에 손을 댈 때마다, 그 괴물은 깨어나고 있어요." 루시안이 계속했다. "당신의 골든핑거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 아니에요. 감정을 깨우는 능력입니다. 억압된 것들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능력. 그리고 저택에 가장 많이 억압된 감정은 아모르의 것입니다."
"그럼 저는 뭘 하는 거예요?" 루이제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원을 복구하는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멈춰야 하는 건가요?"
루시안이 루이제의 눈을 봤다. 그의 눈은 절망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계속하셔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만이 그 괴물과 대화할 수 있어요. 당신의 능력은 아모르의 분노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당신은 그 분노를 치유해야 합니다." 루시안이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아모르가 느꼈던 배신감, 절망, 외로움. 그 모든 것을 읽고, 인정하고, 포용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주는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모릅니다." 루시안이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카이는 감정을 거부합니다. 벨린다는 죄책감으로 자신을 묶고 있어요. 에스테르는 저주의 비밀을 지키려 한다. 오직 당신만이 그 괴물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루이제가 일어섰다. 침실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발걸음이 정원을 향했다.
밤이 깊었다. 저택의 모든 창문은 검은 눈동자처럼 닫혀 있었다. 루이제는 뒷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은 더 이상 방치된 정원이 아니었다. 검은 흙에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잡초가 아니라 가시다. 장미의 가시가 흙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시들 사이에서 빨간 눈이 빛났다.
루이제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이번엔 통증이 있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정원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슬픈 목소리.
*나는 너야. 너는 나야.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이야. 감정을 잃은 것들. 버림받은 것들.*
루이제가 정원 한가운데로 나갔다. 가시가 그녀의 드레스를 할퀴었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손가락의 경련이 너무 커서. 그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기도 한 것 같았다. 아모르의 분노와 루이제 자신의 감정이 뒤섞여 울려 퍼졌다. 루이제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모르가 느꼈던 배신감은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생긴 것이고,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자신도 누군가를 잃을 때 그렇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공포와 함께.
루이제의 손가락이 경련하며 흙을 파고들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을 느끼려 했다. 아모르의 원념을 직접 만지려 했다. 손끝에서 흐르는 것은 눈물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 아모르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도.
"당신을 깨웠어요. 죄송해요."
*깨워줘서 고마워. 드디어. 드디어 누군가 나를 봐주려고 해.*
루이제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의 경련이 더욱 심해졌다.
"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분노를 읽고, 당신의 슬픔을 알고, 당신을 혼자라고 느끼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정원이 흔들렸다. 가시가 흙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붉은 눈이 사라졌다. 하지만 목소리는 남아 있었다.
*약속이야?*
"약속입니다."
루이제가 침실로 돌아갔을 때 손가락의 경련은 멈추어 있었다. 하지만 손은 따뜻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따뜻했다. 손가락 끝에는 검은 흙이 묻어 있었고, 그것은 아직도 살아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카이가 침실에 들어온 건 루이제가 깨어난 지 몇 시간 후였다. 그의 얼굴은 단호했고, 눈은 차갑고 단단했다.
"루시안을 만났군요."
"네."
"저주에 대해 배웠군요."
"네."
카이가 침대 옆에 앉았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고 절제되어 있었다. "당신은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정원으로?"
루이제가 카이의 눈을 봤다. 그의 눈 뒤에 있는 것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카이의 감정은 여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마치 벽 너머에 있는 것처럼.
"네. 가야 해요."
카이가 일어섰다. 그의 손이 루이제의 손가락을 잡았다. 루이제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카이는 그것을 느꼈다.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공포와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섞여 있었다.
"그럼 당신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카이가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정원을 완전히 깨울 때, 당신의 손가락은 당신의 의지로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루이제가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미묘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아직은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있었지만, 카이의 말은 맞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련은 깊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아모르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거예요? 멈춰야 하나요?"
"할 수 있습니까?" 카이가 물었다. "당신은 이미 약속했습니다. 당신의 손가락으로, 당신의 감정으로. 이제 당신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카이가 침실을 나갔다. 루이제는 창가에 서서 정원을 봤다. 아침빛 속에서 정원은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아래의 검은 흙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호흡하듯이.
루이제의 손가락이 다시 경련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통증이 아니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기대감이었다. 아모르의 기대감이 루이제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분노에 찬 발걸음.
에스테르가 나타났다. 하지만 오늘의 에스테르는 다르게 보였다. 옷은 흐트러져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공포가 있었다.
"당신이 뭘 했어요?" 에스테르가 루이제를 밀어붙였다. "밤새 뭘 했어요? 정원에서 뭘 깨웠어요?"
"제가 약속했어요."
"거짓말하지 마! 가문 전체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어!" 에스테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모르의 꿈을. 저주의 꿈을!"
에스테르가 루이제의 목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갑고 강했다.
"당신은 이 저택을 파괴하려고 합니다." 에스테르가 말했다. "그리고 난 그걸 허락할 수 없어요. 아모르의 분노가 깨어나면 우리 모두가 죽어요. 가문이 사라져요. 그리고 그건..."
에스테르가 말을 멈췄다. 그의 얼굴에서 모든 색이 빠져나갔다.
루이제가 에스테르의 진정한 감정을 읽고 있었다. 그의 공포 뒤에 있는 것을. 가족에 대한 필사적인 사랑. 가문을 지키려는 간절함. 루이제는 에스테르의 손 안에서 그 감정들을 느꼈다. 에스테르가 얼마나 깊이 이 저택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 사랑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루이제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에스테르의 마음이 자신을 통해 울려 퍼졌다. 그것은 루이제 자신의 상처와 겹쳤다. 자신도 누군가를 잃을 때 이렇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루이제를 흔들었다. 에스테르의 손이 루이제의 목에서 떨어졌다. 그의 결정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가문을 지키려는 본능과 루이제의 진정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당신도 이 저택을 사랑하고 있네요." 루이제가 말했다. 목이 아팠지만 목소리는 명확했다. "당신도 가족이 될 수 있어요."
에스테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완벽한 가면이 처음으로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난 가족이 될 수 없어." 에스테르가 중얼거렸다. "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초대 가주가 누구였는지. 왜 저주가 풀리지 않는지. 그리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당신이 알고 있네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에스테르가 침실을 나갔다. 복도에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사라졌다.
루이제는 창가로 돌아갔다. 정원은 이제 명확하게 움직였다. 가시에서 빨간 눈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가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오늘이군요."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자신의 손 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루이제는 손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것은 저주의 맥박이 아니라 약속의 맥박이었다.
정원에서 바람이 일었다. 검은 흙이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무언가 눈을 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