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의 벽이 숨을 쉬고 있었다.
루이제는 눈을 떴지만 천장이 아닌 다른 것이 보였다. 벽장 안의 검은 옷들. 드레스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절망. 침대 밑 먼지 속의 오래된 눈물의 자국. 모든 것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셀레나가 아침 차를 들고 들어오면서 루이제는 이미 침대에서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일어난 것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몸은 침대 위에 있는데, 감각은 저택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3층의 카이가 느끼는 차가운 책임감. 2층 벨린다 침실의 오래된 죄책감. 지하실 문 너머의 절망적인 외침. 모두가 동시에 울고 있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셀레나의 목소리는 먼 곳에서 왔다. 루이제는 고개를 들려 했지만 고개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니 그것도 자신의 손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손가락은 저택의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루이제?"
셀레나가 다가왔다. 루이제는 시종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셀레나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걱정, 사랑, 절망적인 헌신. 하지만 그것이 셀레나의 감정인지 루이제 자신의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누구세요?"
루이제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셀레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식탁. 루이제는 어떻게 거기 앉아 있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아침 햇빛이 식탁 위의 도자기 접시를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이 누군가의 절망을 반사했다. 벨린다는 루이제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시어머니의 얼굴은 석상처럼 경직되어 있었지만, 루이제는 그 안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외로움. 죄책감. 그리고 루이제에 대한 이상한 연민.
"아침을 드세요."
벨린다가 말했다. 루이제는 포크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포크는 벨린다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에서 온 떨림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의 떨림인가? 루이제의 것인가? 아니면 저택 자체의 것인가?
"루이제."
루시안의 목소리였다. 그는 루이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루이제의 머릿속이 폭발했다. 루시안의 감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저주의 진정한 원인. 3대 전 가주의 배신. 감정 단절의 맹세. 그리고 루이제의 능력이 그것을 모두 깨울 수 있다는 두려움. 루시안은 루이제를 도우려 했지만, 동시에 루이제를 두려워했다.
"마실 것을 드릴까요?"
루시안이 물었다. 루이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은 누구의 것인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그때 침실의 벽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것은 벽이 아니라 루이제의 전생 기억였다. 어딘가 다른 시간, 다른 몸, 다른 이름. 누군가 루이제라고 부르지 않는 여인이 혼자 앉아 울고 있었다. 그것도 루이제인가? 루이제는 그 여인의 손을 잡아 보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을 수 없었다. 그 기억은 이미 죽은 것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울고 있는가?
루이제는 일어났다. 식탁에서. 침실에서. 저택의 모든 방에서.
"루이제!"
누군가가 부르고 있었다. 목소리는 차갑고 정확했다. 카이였다. 그는 루이제의 팔을 잡았다. 그 접촉은 루이제의 몸을 현실로 돌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 접촉도 감정이었다. 카이의 감정. 책임감. 죄책감. 그리고 처음으로 느껴지는 진정한 두려움. 루이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루이제, 돌아와."
카이의 목소리가 물 위의 밧줄처럼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루이제는 그것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알 수 없었다. 팔이 누구의 팔인지 알 수 없었다.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루이제!"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카이는 루이제의 양손을 자신의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차가운 손의 온기가 루이제의 피부에 닿았다. 처음으로. 카이가 열어 보이는 감정. 그것이 루이제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눈을 떴을 때, 루이제는 침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셀레나, 루시안, 벨린다, 그리고 카이가 있었다. 모두가 루이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또 다시 루이제를 분해하려고 했다.
"카이?"
루이제가 물었다. 그 이름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이 저택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카이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의 눈이 변했다. 책임감에서 다시 차가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차가움 뒤에는 무언가 깨진 것이 있었다.
"루시안을 불러."
카이의 목소리는 명령이었다. 그것은 루이제의 침실 안에서 울려 퍼졌고, 저택 전체로 퍼져 나갔다. 셀레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루시안의 얼굴은 창백했다. 벨린다는 루이제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정체성을 잃었어."
카이가 루시안에게 말했다. 루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그 떨림은 저택의 맥박이었다.
"저주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이제는 그 절망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절망인지 루시안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침실의 창밖, 봄 정원의 방치된 나뭇가지들이 갑자기 흔들렸다. 바람도 없는데. 정원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제는 그 울음이 자신의 것인지 정원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 본문
침실의 공기가 두터워졌다.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숨을 쉬기 어려워졌다. 루시안의 목소리가 먼데서 울려오는 것처럼 들렸다.
"그녀는 정체성을 잃었어."
카이가 루시안에게 말했다. 루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이 없었다.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그 떨림은 저택의 맥박이었다.
"저주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이제는 그 절망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절망인지 루시안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침실의 창밖, 봄 정원의 방치된 나뭇가지들이 갑자기 흔들렸다. 바람도 없는데. 정원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제는 그 울음이 자신의 것인지 정원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루이제의 눈이 천천히 초점을 맺었다. 침실의 천장이 보였다. 그 다음 벽이 보였다. 하지만 벽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루이제의 시야가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팔이 루이제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누구의 팔인가?
"루이제. 있는 그대로 숨을 쉬어."
루시안의 목소리였다. 그는 루이제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에는 물이 담긴 잔이 들려 있었다. 루이제는 그것을 마시려고 했지만, 손이 떨렸다. 누구의 손인가? 이 손이 정말 루이제의 것인가?
"자신을 느껴봐. 너의 맥박을 들어봐. 너의 숨을 느껴봐."
루시안이 계속 말했다. 루이제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것은 누구의 심장인가? 저택의 심장인가? 저주의 심장인가?
"루이제는 루이제야. 다른 누구도 아니야."
셀레나가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셀레나의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 따뜻함도 감정이었다. 셀레나의 걱정. 셀레나의 애정. 루이제는 그것을 느꼈고, 동시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셀레나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방을 나가."
카이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그는 루이제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돌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돌 표정 뒤에는 무언가 깨진 것이 있었다. 루이제는 그 깨진 부분을 느꼈다. 카이의 두려움. 책임감의 무게. 그리고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모두 나가."
카이가 명령했다. 셀레나는 루시안의 손을 잡으며 침실을 나갔다. 벨린다는 루이제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문을 닫았다. 이제 침실에는 루이제와 카이만 남았다.
카이는 루이제의 곁에 앉았다. 침대의 가장자리에. 루이제는 그를 바라보려고 했지만, 눈이 초점을 맺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물속처럼 흔들렸다.
"넌 누구야?"
루이제가 물었다. 그 질문이 나오자마자 후회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나?"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루이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빛에 뭔가 깨진 것이 드러났다. 루이제는 그것을 감지했다. 카이가 느끼는 감정. 절망. 죄책감. 그리고 처음으로 드러나는 진정한 애정. 자신이 누군가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내가... 누구야?"
루이제의 목소리가 떨렸다. 카이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루이제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접촉은 부드러웠다. 카이의 손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루이제에게 전해졌다. 책임. 죄책감. 그리고 절망.
"넌 루이제야. 나의..."
카이가 말을 멈췄다. 그 단어를 끝내지 못했다. "넌 루이제야."
루이제는 그 이름을 반복하려고 했다. 루이제. 루이제. 하지만 그 이름이 누구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저택의 신부. 마수 가문의 여인. 전생의 누군가. 현생의 누군가. 모두가 루이제였고, 동시에 아무도 루이제가 아니었다.
"너를 잃을 수 없어."
카이가 중얼거렸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간청이었다. 루이제는 그 간청을 느꼈다. 카이의 감정이 침실 전체를 가득 채웠다. 냉정함 뒤에 숨겨진 절망. 효율성 뒤에 숨겨진 두려움. 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루이제, 돌아와."
카이가 다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에는 온기가 있었다. 루이제는 그 온기를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길을 잃었다. 저택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침실의 벽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다시 정원이 울고 있었다. 루이제는 그 울음을 들었다. 그것은 벨린다의 울음이기도 했고, 카이의 울음이기도 했고, 루이제 자신의 울음이기도 했다. 모두가 저택 안에서 울고 있었다.
"루시안이 뭐라고 했어?"
루이제가 갑자기 물었다. 카이가 눈을 깜빡였다. 루이제는 루시안이 한 말을 기억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이 저택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어느 방에 어느 기억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정체성 상실이 진행 중이라고 했어."
카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차가워졌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노력. 상황을 통제하려는 시도. 하지만 루이제는 그 차가움 뒤의 열정을 느꼈다.
"내가 사라지고 있어?"
루이제가 물었다.
"아니야."
카이가 즉시 대답했다. 그것은 명령이자 약속이었다. "내가 있어. 돌아와."
루이제는 카이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팔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저택과 뒤섞여 있었다. 루이제의 감정과 저택의 감정이 구분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할 수 없어."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카이의 얼굴이 더욱 경직되었다. 그의 눈빛에 뭔가 영원히 꺼질 것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루시안을 불러."
카이가 명령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지만, 절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루이제의 손을 놓았다. 그 손이 빠져나가는 순간, 루이제는 더욱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침실의 문이 열렸다. 셀레나가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루시안도 들어왔다. 그의 눈은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 거예요?"
카이가 루시안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루시안의 대답은 솔직했다. "저주와의 동기화가 얼마나 깊은지에 따라 다릅니다. 그녀의 능력이 강할수록, 저주와의 연결이 깊을수록..."
"그건 모르겠고, 그녀를 돌려놓을 방법이 있냐?"
카이가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불안감이 드러났다.
루시안은 침묵했다. 그 침묵 자체가 대답이었다. 루이제는 그 침묵을 느꼈다. 루시안의 절망. 자신의 제자가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
"저축된 감정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루시안이 마침내 말했다. "저택의 감정. 저주의 감정. 모든 것을."
"그럼 그걸 해."
카이가 명령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녀만이 할 수 있어요. 그녀의 손만이."
루시안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이제는 그 절망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절망도 느꼈다. 하지만 어느 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침실의 창밖, 봄 정원에서 나뭇가지들이 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 정원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 울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저택 전체를 울리며.
루이제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경련하고 있었다. 그 경련은 저택의 맥박이었다. 저주의 심장박동이었다.
"저축된 감정들을 해방시키려면..."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저택의 목소리인가?
"정원을 깨워야 해."
루이제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누구의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카이와 루시안이 동시에 루이제를 바라봤다. 셀레나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루이제, 제발 돌아와."
셀레나가 울먹였다.
하지만 루이제는 이미 저택의 어딘가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침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원에 서 있었다. 저택의 모든 방에 있었다. 저택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봄 정원의 검은 흙 아래에서, 뭔가가 눈을 떠가고 있었다. 저주의 주인이. 아주 천천히. 아주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