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새벽 햇살이 창을 통해 스며들 때, 루이제는 이미 깨어 있었다. 어제 밤 초상화 앞에서 느낀 그 감정—그리움과 죄책감과 사랑이 뒤섞인 것—이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손등의 맥박이 뛰고 있었다. 이 손이 나의 손이 맞나.

셀레나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옷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아가씨, 얼굴이..."

"괜찮아." 루이제가 서둘러 웃음을 지었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습이 어떨 텐지 알 수 있었다. 어제 감지한 감정들이 피부에 자국을 남긴 것처럼.

"아침 식사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하신 손님이 오신다고 합니다."

루이제의 손이 멈췄다. "손님?"

"가주님의 친척분이십니다. 에스테르 님이라고..." 셀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가씨."

루이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셀레나가 이렇게까지 경고하는 건 처음이었다.

---

식탁은 무겁고 길었다. 회색 돌 벽 사이의 거대한 테이블에서 루이제는 카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벨린다는 테이블의 한쪽 끝에, 루시안은 그 너머에 있었다.

그리고 에스테르가 들어섰다.

검은 옷을 곱게 차려입은 남자였다. 카이와 비슷한 또래인 듯했지만, 카이의 냉정함과는 다른 종류의 차가움이 있었다. 카이의 냉정함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면, 에스테르의 그것은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아, 신부님이시군요."

에스테르가 루이제에게 인사했다. 입술의 곡선은 예의 바르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루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얕게 쉬기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루이제입니다."

"카르도스 가문의 신부치고는 많이 부족해 보이시네요."

카이의 손이 식탁 위에서 경직되었다.

"저는 아직 적응 중입니다."

"네. 그렇군요."

에스테르가 테이블에 앉으면서 루이제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 순간, 뭔가가 루이제를 관통했다.

아니, 관통이 아니었다. 침투였다.

에스테르의 내면이 루이제에게 흘러들어왔다. 욕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권력에 대한 갈증. 통제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두려움. 무언가를 감추려는 절박한 두려움.

루이제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주변의 소리들이 왜곡되어 들렸다.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맥박이 귀에서 울렸다. 손가락들이 포크를 쥔 채 미세하게 경련했다.

"어? 신부님이..."

루이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팔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포크를 놓쳤다. 포크가 접시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음성을 냈다. 루이제의 어깨가 움찔했다.

"실례합니다."

"괜찮은가?"

카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루이제는 카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카이의 감정이 개입되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에스테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신부님, 어제는 저택의 어느 부분을 보셨습니까? 저는 가문의 유산을 지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신부님이 마구 돌아다니시는 건 좀..."

"에스테르."

카이의 한 마디가 식탁을 얼렸다. 카이는 에스테르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당신의 우려는 들었다. 이제 충분하다."

"가주님, 저는 가문을 걱정하는..."

"나도 가문을 걱정한다."

그 문장 속에는 뭔가 더 깊은 것이 있었다. 루이제는 그것을 느꼈다. 카이의 감정이 흘러들어오지 않게 필사적으로 눈을 내려봤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에스테르가 루이제를 노려봤다. 그 시선이 물리적인 무게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에스테르는 루이제가 뭔가 특별한 것을 감지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신부님은 좀 특별하신 분 같으신데요. 뭔가... 감각이 예민하신 것 같습니다."

루이제의 호흡이 멈췄다.

"그럴 리가 없다."

벨린다가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우리 신부는 정상적인 인간 여성이다. 마수 사회의 어떤 특별한 능력도 없다."

루이제는 벨린다를 올려다봤다. 벨린다의 얼굴에는 불안이 떠 있었다. 벨린다가 루이제를 보호하려고 한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봅니다."

에스테르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루이제의 피부를 헤집고 지나갔다. 에스테르는 아직도 의심하고 있었다. 루이제의 능력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식사는 침묵 속에서 진행되었다. 루이제는 음식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포크를 들 때마다 에스테르의 욕망이 떠올랐다. 권력. 통제. 감추어야 할 비밀.

---

식사가 끝난 후, 루이제는 침실로 돌아갔다. 셀레나가 뒤따라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루이제는 침대에 앉았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혼란이었다. 이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알 수 없는 느낌. 에스테르의 욕망과 자신의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되는지 경계가 흐릿해졌다.

"에스테르는... 뭐 하는 사람이야?"

셀레나가 침실 문을 닫았다. 그녀의 얼굴도 창백했다.

"가문의 자산을 관리한다고 합니다만..." 셀레나가 목소리를 낮췄다. "실제로는 가주님이 계시기 전에는 거의 가문을 좌지우지했던 분입니다. 가주님이 돌아오신 후에도 여전히 많은 권한을 가지고 계세요."

"권력을 원하는 거구나."

"그 이상입니다."

셀레나가 루이제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루이제의 손이 천천히 따뜻해졌다.

"아가씨, 에스테르 님이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세요?"

루이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알려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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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루이제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 침실의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에스테르의 욕망이 아직도 피부 위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었을 때, 카이가 침실 문을 두드렸다. 루이제가 문을 열었을 때 카이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루이제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들어와도 되나?"

루이제는 물러섰다.

카이가 침실에 들어섰다. 그는 루이제의 손을 보았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카이가 그 손을 자신의 손 안에 감쌌다.

"이것이 누구의 손인지 기억하세요?"

루이제는 카이를 바라봤다. 카이의 감정이 흘러들어올 것 같아 눈을 감았다.

"...모르겠어요."

"당신의 손입니다. 루이제의 손입니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카이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루이제는 카이의 말에서 분노를 느꼈다. 자신을 위한 분노. 그리고 무언가를 지키려는 결연함.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세요. 당신이 읽는 것들이 당신을 삼킬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 붕괴될 수 있어요."

"어떻게... 하죠?"

"루시안을 찾으세요. 그가 능력을 다루는 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카이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루이제는 그 말 속에 긴급함을 감지했다. 내일이라도 루시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에스테르는 왜 저를 두려워하는 거죠?"

"그것은 당신이 읽어낸 것입니다. 당신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이가 루이제의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루이제는 깨달았다. 카이가 방금 자신을 지켰다는 것을. 식탁에서 에스테르에게 내린 명령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침묵과 손의 온기로.

카이가 침실을 나갔다. 루이제는 자신의 손을 다시 바라봤다. 이제 조금은 따뜻했다. 하지만 에스테르의 욕망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루이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루이제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에스테르가 두려워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것이 가문의 저주와 관련이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그것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을 알아야만 하는가.

침실의 어둠 속에서, 루이제의 손가락들이 다시 경련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것은 더 심해졌다. 자신의 손인지 에스테르의 손인지 구분이 안 되는 기이한 감각이 팔 전체를 타고 올라왔다.

새벽 세 시쯤, 루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 침실의 벽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택의 공기 자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복도로 나갔다. 촛불도 없었다. 마수 저택의 어둠은 인간의 어둠과 달랐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발걸음은 자동으로 정원 쪽으로 향했다. 지하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카이가 금지한 지하실 대신, 저택 뒤편의 방치된 정원. 루시안이 언급했던 봄의 정원.

복도의 끝 프렌치 도어를 밀었다. 손잡이는 차갑고 뻣뻣했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문처럼.

밖의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신선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정원은 예상보다 넓었다. 달빛에 비친 풍경은 황폐했다.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 있었고, 한때 화단이었을 곳들은 돌무더기가 되어 있었다. 가지가 부러진 목련나무들이 뼈처럼 서 있었다.

루이제가 정원 깊숙이 들어갔다. 발이 부러진 돌계단에 걸렸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정원의 중앙부. 한때 이곳이 가장 아름다웠을 장소.

내려가자 분수가 나타났다. 마른 분수. 그 주변에는 석상들이 있었다. 여인의 형상. 아이의 형상. 그리고—

루이제의 호흡이 멈췄다.

한 석상의 얼굴이 벨린다와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벨린다가 아니었다. 이 돌 여인의 얼굴에는 벨린다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감정.

따뜻함. 슬픔. 사랑. 그 모든 것이 돌 속에 갇혀 있었다.

루이제가 손을 뻗었다. 석상의 손을 만졌다.

그 순간, 이미지들이 밀려들어왔다.

젊은 벨린다가 정원을 가꾸고 있다. 손에는 흙이 묻어 있고, 얼굴에는 웃음이 있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는다. 카이의 아버지.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정원이 우리의 정원이 될 거야." 그 순간이 아름답다. 완전하다.

그리고 깨진다.

검은 것이 들어온다. 저주. 가주의 배신. 감정을 버리라는 목소리들이 쏟아진다. 벨린다의 얼굴이 굳어간다. 그녀의 손이 떨린다. 꽃들을 뽑는다. 하나씩. 울면서. 나무들을 꺾는다. 비명을 지르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정원이 죽어간다. 그리고 벨린다도 함께 죽어간다.

루이제는 현재로 돌아왔다. 울고 있었다. 자신의 눈물인지 벨린다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들이 경련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루이제는 벨린다의 기억 속에서 깨달았다. 벨린다가 정원을 죽인 게 아니었다. 벨린다는 저주 때문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것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벨린다 자신도 함께 죽어갔다.

루이제는 결심했다. 정원을 복구해야 한다. 벨린다의 슬픔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 정원과 벨린다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만은 명확했다.

"당신이 정원을 죽였군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루이제가 돌아섰다.

에스테르가 정원의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밤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치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이 저택을 떠돌아다닐 줄 알았어요."

에스테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칼날이 있었다.

"당신의 능력이 정말 특별하군요. 돌 속의 기억까지 읽어내다니. 대단한 신부입니다."

루이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에스테르가 천천히 가까워왔다.

"알고 싶으신가요? 이 정원이 왜 죽었는지?"

"벨린다가..."

"벨린다가 아닙니다."

에스테르가 분수 옆에 섰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정중했지만, 눈은 차가웠다.

"이 정원은 저주와 함께 죽었어요. 3대 전의 배신과 함께. 감정을 버리는 저주 말이죠. 그 저주를 견디기 위해 벨린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것들을 모두 죽여야 했어요."

루이제의 몸이 떨렸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살리려고 해요. 당신의 능력으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에스테르가 한 발 더 가까워왔다.

"저 초상화의 남자. 레오를 아세요?"

"카이의 형이죠."

"그 이상입니다. 레오는 감정 억압에 저항했던 첫 번째 마수입니다. 감정은 전염돼요. 억압된 마수들 사이에서 한 마리가 감정을 드러내면, 그것이 공명한다. 가족 전체가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린다. 그래서 가주들은 레오를 버렸어요. 가문을 지키기 위해."

에스테르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졌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그리고 당신도 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당신의 능력으로 마수들의 억압된 감정을 깨우고 있어요. 벨린다의 슬픔을 깨웠고. 이제 정원의 기억까지. 당신이 계속하면, 가문 전체가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릴 거예요."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세요?"

루이제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질문은 명확했다.

에스테르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아요. 나는 가문의 생존을 생각할 뿐이죠."

그 순간, 루이제는 의식적으로 능력을 발동했다. 에스테르를 읽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흐릿해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남자의 진정한 의도를 알아야 했다.

에스테르의 진정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공포. 극도의 공포. 무언가 더 큰 것이 깨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공포.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는 집착. 루이제는 에스테르의 마음 깊숙이 있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봉인해야 한다는 절박함.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에스테르는 그것이 깨어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루이제는 깨달았다.

에스테르는 신부를 제거하려는 게 아니었다. 에스테르는 무언가를 봉인하려고 했다. 저주의 원인이 되는 무언가를. 그리고 루이제의 능력이 그 봉인을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루이제가 입을 열었다.

"당신도 모르고 있네요."

에스테르가 말을 끊었다.

"당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당신이 읽어내는 것이 무엇인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저주 그 자체라는 것을."

루이제의 시야가 흔들렸다. 정원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에스테르의 공포와 자신의 공포가 섞여 구분이 안 되었다.

"당신이 계속 능력을 사용하면, 저주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깨어날 거야."

"뭐가?"

"저주의 주인."

에스테르가 정원을 떠났다. 마치 애초에 거기 있지 않았던 것처럼. 루이제는 분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이 경련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손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에스테르의 공포가, 벨린다의 슬픔이, 그리고 무언가 더 큰 것의 그림자가 있었다.

"루이제!"

카이의 목소리가 정원 위에서 들렸다.

카이가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흔적이 있었다. 루이제를 찾아 저택 전체를 돌았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카이의 눈빛은 차갑고 결연했다. 분노가 흐르고 있었다.

카이가 루이제를 들어 올렸다. 그의 팔은 단단했고, 그 안에는 루이제를 지키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정원에? 밤중에?"

"에스테르가..."

"에스테르는 이미 침실로 돌아갔어요. 셀레나가 봤습니다."

루이제는 카이를 바라봤다. 카이의 감정을 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읽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남아 있는 동안.

"능력을 사용하면 안 돼요."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당신의 능력이 저주를 깨울 수 있대요."

카이가 루이제를 안고 정원을 떠났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침실로 돌아왔을 때, 루이제는 거의 의식이 없었다. 골든핑거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자신을 읽는 것만으로도 정체성이 흐릿해졌다. 다른 마수들의 감정까지 읽으면, 루이제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가 침대에 누였다. 그의 손이 루이제의 이마를 스쳤다. 손가락이 관자놀이에 닿았다. 온기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루시안을 찾아야 합니다."

루이제가 눈을 떴다.

"능력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카이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루이제가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내일 루시안을 찾겠습니다."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저주의 주인이 깨어난다면?"

루이제가 물었다.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손이 루이제의 손을 찾았다. 손가락들이 루이제의 손가락들 사이에 깊숙이 끼워졌다. 피부가 맞닿았다. 카이의 체온이 루이제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말보다 명확했다. 루이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카이가 여기 있다는 것.

침실의 어둠 속에서, 루이제의 손가락들이 천천히 카이의 손가락들을 감싸 안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움직임이 확실했다.

저주 자체의 맥박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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