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정파 본부의 원로실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원탁 양옆에 앉은 여덟 명의 원로들 위로 창문의 햇빛이 희미하게 흘러들었다.

강산이 천천히 냉월을 들어올렸다. 검은 여전히 차갑고 검은 빛을 내뿜었다.

"천 년 전, 초대 무림맹주가 소유했던 이 검. 정파의 기초를 다진 그 검을 사파 이단아가 들었습니다."

강산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금지 구역인 천음협곡에서 훔쳐낸 것은 명백합니다. 지난 무술대회에서 이 검을 사용하여 정파 제자들을 압도했으며, 그 검술은 정파의 기법과 완전히 다릅니다."

강산이 냉월을 원탁 위에 내려놓았다. 검이 나무 위에서 내는 소리는 마치 경고음처럼 울렸다.

"신분의 벽이 무너지면 정파 전체가 무너집니다. 천 년 동안 유지해온 정파의 정통성은 신분을 통해서만 보존됩니다."

옥순 장로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진로 장로는 목을 경직시키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수십 년 정파의 행정을 담당해온 그는 실리주의자였다.

"무림맹주 선거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지금 한설을 배제한다면 여론의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청운파의 유진 제자를 비롯한 젊은 제자들이..."

"그들이 반발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강산이 냉월을 다시 들어올렸다.

"정파가 사파 이단아를 무림맹주 후보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침묵이 다시 원로실을 채웠다. 원로들의 얼굴에는 도덕적 고민과 기득권 사이의 갈등이 드러났다. 자신의 파벌, 자신의 이익, 자신의 영향력이 어느 쪽에 더 많은지를 재는 눈빛.

원로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의 벽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한설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강산이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신호였다.

"냉월은 정파의 금지 유물입니다. 그것을 사용한 자는 정파의 규칙을 어긴 자입니다."

옥순 장로가 입을 열려 했지만, 강산의 눈빛이 그를 제지했다. 원로들은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옥순 장로만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강산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

천음협곡의 입구. 한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협곡의 돌벽은 여전히 검은색이었고, 그 안에서는 바람도 들리지 않았다. 한설의 손가락은 이제 투명에 가까워졌다. 손가락을 햇빛에 비추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 강해져야 한다."

냉월의 영혼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산과 정파의 원로들이 너를 박탈하려고 한다. 그들의 음모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설이 냉월을 들었다. 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나왔다.

"내가 더 강하면 그들을 막을 수 있는가?"

"강함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정파의 원로들도 강한 자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냉월의 영혼이 말했다. 한설의 귀에는 다른 음성도 들렸다.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음성, 동시에 자신을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는 음성. 한설은 손을 떨었다. 그것이 분노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너를 버린다면?"

한설이 물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너의 강함도, 너의 증명도, 너의 모든 것이."

냉월의 영혼이 대답했다. 그 말 속에는 위협이 있었고, 동시에 천 년을 기다린 존재의 절망도 있었다. 한설은 그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더 강하게 증명하겠다."

한설이 말했다.

"나를 버리지 않겠다. 하지만 넌 나를 완전히 지배할 수 없다. 나는 내 검을 가진 자다."

냉월의 영혼이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는 수십 년의 고독이 담겨 있었다. 한설은 협곡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돌벽의 균열 사이로 과거의 유물들이 보였다. 깨진 검, 부서진 갑옷, 그리고 뼈. 천 년 전 대전쟁에서 죽은 검객들의 흔적들이었다. 한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뼈들 사이에 또 다른 검의 흔적이 보였다. 냉월처럼 검은 빛을 내는, 하지만 더 크고 더 어두운 무언가. 한설은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협곡의 어둠이 그것을 더 깊은 곳으로 숨기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서 차가운 기운이 역류했다. 냉월의 울음이 끊겼다.

한설은 명확히 느꼈다. 냉월의 영혼이 그 검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냉월의 침묵이 이전과 달랐다. 더 무거웠고, 더 깊었다. 마치 천 년 전 무언가를 마주했던 순간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그것이 무엇인가?"

한설이 물었다.

냉월의 영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한설은 느꼈다. 냉월이 두려워하는 것이 단순한 검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냉월을 지배했던 무언가. 천 년 전, 냉월을 이 협곡에 가두었던 그 무언가였다.

---

명월은 정파 본부의 회랑을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있었다. 뒤를 따르는 청운파의 제자들과 기타 파벌의 젊은 제자들이 있었다.

"명월 선배!"

목소리가 들렸다. 청운파의 제자 여섯 명이 더 따라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의문과 함께 결의가 있었다.

"한설 형이 정파에 속할 수 없다는 건가요?"

가장 앞선 제자가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혼란이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명월이 대답했다.

"정파의 규칙을 보십시오. 무림맹주는 신분이 아닌 검술과 도덕성으로 선출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강산 맹주는 신분을 이유로 배제하려 합니다. 그것은 정파의 규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명월의 목소리는 낮지만 명확했다. 제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명월의 말이 옳음을 알았다.

"우리가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다른 제자가 물었다.

"정파의 참된 의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이 괜찮지 않을 리 없습니다."

명월이 대답했다. 제자들이 뒤를 따랐다.

창고 구간으로 향하는 길에서 더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무술대회에서 한설의 검을 본 제자들, 냉월의 기법에 압도당했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가능성을 본 제자들.

청운파의 또 다른 제자가 나섰다.

"명월, 우리도 함께하겠습니다."

그의 뒤로 십여 명이 더 따라왔다.

"정파가 정파의 규칙을 어긴다면, 우리가 정파를 지켜야 합니다."

그의 말에 더 많은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쪽 전당에서 온 제자가 명월에게 다가갔다.

"명월 진인, 저희도 동의합니다. 한설 형의 검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제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뒤로 스무 명이 더 모여들었다.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그것은 검의 도(道)가 아닙니다."

또 다른 제자가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하는 제자들이 계속 늘어났다.

명월은 정파 본부의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수는 이미 백 명에 가까워져 있었다.

---

원로실의 회의가 끝났을 때, 강산은 이미 한설을 찾아가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 내일의 무술대회가 진행될 그곳. 강산이 도착했을 때, 이미 백여 명의 제자들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명월이 서 있었다.

강산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은 계산이 틀렸다는 신호였다. 강산은 빠르게 상황을 재평가했다. 명월이 이렇게까지 움직일 줄 몰랐다. 청운파의 노공자가 이를 허락할 줄 몰랐다.

"강산 맹주."

명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원로 대의원단의 결정을 듣고 왔습니다. 한설 형의 출마 자격 박탈이 확정되었다고요?"

강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명월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습니다."

강산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엇입니까?"

강산이 광장의 백여 명을 바라봤다.

"정파의 규칙을 무시하는 겁니까?"

"규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명월이 대답했다.

"정파의 규칙은 신분이 아닌 검술과 도덕성에 따라 무림맹주를 선출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설은 검술에서 정파의 어떤 제자보다 우수하고, 도덕성에서도 누구보다 진실합니다."

"그는 사파 출신입니다."

강산이 말했다.

"사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한다면, 그것은 규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명월의 목소리가 커졌다. 광장의 제자들이 동요했다. 강산의 표정이 더욱 경직되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계산하는 눈빛에서 판단하는 눈빛으로.

제자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명월 선배가 맞습니다!"

"정파의 규칙이 신분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한설 형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부분은 명월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냉월은 금지 유물이 아닙니까?"

한 제자가 물었다.

"규칙을 어긴 건 사실입니다."

다른 제자가 답했다.

"하지만 규칙을 어긴 것과 정파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선거 후에 결정되어야 합니다."

제자들 사이의 논쟁이 계속되었다. 어떤 제자는 한설의 능력을 강조했고, 어떤 제자는 규칙의 중요성을 말했다. 어떤 제자는 신분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제자는 정파의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명월은 그 논쟁을 지켜봤다. 이것이 진정한 갈등이었다.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정파 내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두고 벌어지는 진정한 논쟁.

"명월 진인, 당신은 정파를 떠나겠다는 건가요?"

한 제자가 물었다.

명월이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제자들은 명월의 진심을 읽으려 했다.

"정파의 참된 의가 신분에 있다면, 나는 정파를 떠나겠습니다."

명월이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정파의 참된 의가 검술과 도덕성에 있다면, 정파는 한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명월의 말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파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강산이 한설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이제 그것은 계산도, 판단도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강산은 한설이 단순한 도전자가 아님을 알았다. 한설은 정파 자체를 변화시키는 변수였다.

"한설의 출마 자격을 박탈합니다."

강산이 최종 선언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정중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이 있었다.

"사파 이단아는 정파에 속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파의 기초를 지키기 위한 결정입니다."

광장의 제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정파를 떠나겠습니다!"

명월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다. 그녀의 뒤에 선 제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파 내 분열의 신호였다.

"명월 진인, 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강산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명령이 아니었다. 설득이 되어 있었다.

"이미 생각했습니다."

명월이 대답했다.

그 순간, 발소리가 들렸다.

한설이 광장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냉월이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거의 투명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명확했다.

"나는 정파가 되겠습니다."

한설이 말했다.

"사파의 낙인을 벗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파와 사파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기를 원합니다."

강산이 한설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다시 변했다. 이제 그것은 계산도, 판단도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강산은 한설이 단순한 도전자가 아님을 알았다. 한설은 정파 자체를 변화시키는 변수였다.

"너는 정파에 속할 수 없다. 사파 이단아는 영원히 이단아다."

강산이 최후의 선언을 내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미 흔들려 있었다.

광장의 제자들이 한설을 바라봤다. 명월이 한설에게 다가갔다.

"내일 결선이 있습니다. 정파의 규칙에 따라, 결선은 진행될 것입니다."

명월이 말했다. 그녀의 손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투명했다. 명월은 그것을 느꼈다.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냉월의 목소리가 아닌, 당신의 목소리를."

한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냉월의 영혼이 속삭였다.

"그녀의 손을 놓아라. 그것은 약함이다."

하지만 한설의 손은 놓이지 않았다. 명월의 손을 잡은 손가락들이 오히려 더욱 실체를 되찾기 시작했다. 손등의 투명한 부분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냉월의 영혼이 한설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한설의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정해야 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냉월의 영혼도 들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냉월이 아닌, 한설 자신의 선택.

강산이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은 구부러져 보였다. 정파의 맹주라 불리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의 결선에서 무엇이 일어날지를. 그리고 그것이 정파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광장의 제자들이 조용히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한설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는 기대가 있었다. 무림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 무언가에 대한 기대.

명월이 한설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정파 내 무언가가 깨지고 있음을 아는 자의 표정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는 과정임을 아는 자의 희망도 있었다.

냉월의 영혼이 한설의 귀에 속삭였다.

"내일이다. 모든 것의 끝이."

한설은 명월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낮고 단호했다.

"아니다. 이것이 시작이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정파 본부의 모든 등이 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광장의 중앙에서는 여전히 냉월의 검은 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의 결선을 기다리며.

강산의 방에서는 등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광장의 냉월을 바라보며. 그리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파를 지키는 것과 정파를 변화시키는 것 사이의 경계에서. 그 경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