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선
손가락이 떨렸다.
한설은 경기장 진입로를 걸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은 이미 반투명해져 있었다. 아래로는 투기장의 모래알이 보였다. 뼈도 보였다. 어제 천음협곡에서 냉월의 영혼이 전수한 기법들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세 번의 수련. 세 번의 죽음.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투기장은 이미 가득 찼다.
정파의 원로들이 단상에 앉아 있었고, 강산은 맨 중앙에서 한설을 바라봤다. 임호는 이미 투기장 중앙에서 대기 중이었다. 호렬도법의 기운이 그의 몸 주변을 흔들리게 했다. 거대한 도(刀)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고, 칼날에는 검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한설이 투기장에 들어서자 관중에서 소리가 터졌다.
"사파 이단아다!"
"정파의 기득권을 무시하는 자!"
"저 자가 무림맹주가 되면 무림은 끝난다!"
명월은 관중석의 한 귀퉁이에서 일어나 한설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서운은 그 옆에서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투기장의 주심이 손을 들었다.
"결선 최종 경기. 청운파 임호 대 한설. 시작."
손을 내렸다.
임호가 먼저 움직였다. 호렬도법의 기본 공격. 거대한 도가 한설의 머리를 향해 내려왔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정파의 정통 무공이 담긴 공격이었다. 한설은 냉월을 들어 올렸다. 두 무기가 부딪혔고, 투기장의 모래가 흩어졌다.
"뭐?"
임호의 얼굴이 굳었다.
한설의 팔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늘기만 한 팔. 반투명한 손가락. 그런데도 검의 무게는 산처럼 무거웠다. 임호가 뒤로 물러났다. 한설이 냉월을 들고 돌진했다. 이제는 검을 쥐는 손가락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검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마치 영혼이 검을 흔드는 것처럼.
한설의 팔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냉월의 영혼이 직접 조종하는 것처럼. 그 순간, 한설의 의식은 자신의 몸 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팔을 움직이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공포. 검을 휘두르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절망. 한설은 내면 깊은 곳에서 저항했지만, 냉월의 기운은 그보다 훨씬 강했다.
냉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월영참(月影參).
검이 세 갈래로 나뉘어 임호를 공격했다. 같은 위치에서 동시에 세 개의 검격이 날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임호의 도가 막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째에 임호의 팔이 꺾였다.
"으악!"
임호가 비명을 질렀다. 도가 투기장에 떨어졌다. 임호는 한 무릎을 꿇었고, 왼쪽 팔을 감싸 안았다. 정파의 원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설은 멈추지 않았다.
냉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빙월쇄(氷月碎).
한설의 검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차가운 기운이 투기장 전체를 덮었다. 온도가 떨어졌다. 임호가 일어나려 했지만, 그 순간 한설의 검이 내려왔다. 임호의 어깨를 그었다. 피가 흘러나왔다. 정파의 정통 무공으로는 견딜 수 없는 기법이었다. 냉월의 기운이 상처 속으로 파고들었고, 임호의 몸이 경련했다.
"이건... 정파의 무공이 아니다!"
임호가 외쳤다. 그의 도술이 다시 발동했다. 호렬도법의 심화 단계. 거대한 호랑이의 형상이 투기장 위에 나타났다. 그것은 실제 호랑이가 아니라 내공으로 만들어진 환상이었지만, 그 위력은 실제였다. 호랑이가 한설을 향해 돌진했다.
한설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에는 차가운 손가락이 아니라, 뜨거운 손가락이었다. 혈액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냉월의 검에서 검은 빛이 나왔다.
—월중천(月中千).
한설이 검을 그었다. 한 번의 검격이 아니라 천 번의 검격이 동시에 날아갔다. 호랑이의 형상이 산산조각 났다. 임호의 도술이 깨져나갔다. 그 기운은 계속해서 임호를 향해 흘러갔고, 임호의 몸이 날아올랐다. 투기장의 경계를 넘어 관중석 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임호는 일어나지 않았다.
투기장은 침묵했다.
정파의 제자들이 일어섰고, 원로들이 중얼거렸다. 강산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한설이 무릎을 꿇었다.
몸이 더 이상 버텨지 못했다. 냉월을 지팡이처럼 짚고 선 채로, 한설은 피를 토했다. 검은 피. 검은 기운. 냉월의 기운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손가락은 이제 완전히 투명했다. 팔도 반투명했다. 다리도 투명해지고 있었다.
명월이 일어나 투기장으로 달려갔다.
"한설!"
그녀가 한설을 안았다. 한설의 몸은 차갑고 가벼웠다. 마치 불완전한 유령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명월이 주변을 향해 외쳤다.
"의료진! 의료진을 불러!"
의료진이 투기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한설의 팔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반투명한 살. 그 아래로 보이는 뼈. 정파의 의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건... 뭐지?"
의료진의 한 명이 중얼거렸다.
한설이 명월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거의 초점이 맞지 않고 있었다.
"미안해."
그것뿐이었다. 한설이 더 말할 수 없었다. 명월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반투명한 손. 만져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손. 하지만 명월은 그것을 놓지 않았다.
서운이 관중석에서 내려왔다.
그는 투기장으로 달려가 한설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서운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한설의 어깨를 안고, 계속해서 외쳤다.
"왜! 왜 듣지 않았어!"
한설은 서운을 바라보지 못했다. 시선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귀는 들었지만, 마음은 이미 어딘가 먼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냉월의 영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했다. 잘했다. 이제... 더 필요하다. 더 강하게. 더...
목소리가 끝나지 않았다. 마치 목이 메인 것처럼. 마치 절망하는 것처럼.
의료진이 한설을 들어 올렸다. 명월이 따라갔다. 서운도 따라갔다. 관중들은 일어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강산은 여전히 단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 임호의 스승이 다가왔다. 임호는 이미 의료진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다. 팔은 부러졌고, 어깨는 찢어졌고, 몸은 냉월의 기운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임호의 스승이 강산에게 말했다.
"저 이단아를 무림맹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제거할 것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강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투기장의 중앙을 향해 있었다. 한설이 남긴 검은 피의 자국. 그 위에 냉월의 검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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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실 침대 위에서 한설이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흰 천장. 정파 의료실의 천장. 손가락을 움직이려 했다. 반응이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침대 옆에는 명월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설이 눈을 뜬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이 들었어?"
명월의 목소리에는 피로와 안도가 섞여 있었다.
한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을 벌려 봤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냉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투기장에서의 목소리와 달랐다. 더 약했다. 더 절망적이었다.
—미안해... 한설이여...
목소리가 끝났다.
한설의 눈이 다시 감겼다. 명월이 한설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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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본부의 원로회의실에서 강산이 원로들 앞에 서 있었다.
"저 이단아가 임호를 이겼습니다. 정파의 규칙상, 그는 무림맹주 후보 자격을 얻습니다."
강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죽어가고 있습니다. 냉월이 그를 죽이고 있습니다."
원로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기다리면 된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강산이 대답했다. 그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더 빠르게 끝내야 합니다."
강산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이제 최종 투표입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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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실 안에서 한설이 눈을 떴다.
정확히는 눈을 뜬 것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이끌려 의식이 돌아온 것이었다.
냉월의 영혼의 목소리였다.
—한설이여. 내 이름을 말해다오.
목소리가 약했다. 마치 천 년의 시간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소리처럼.
한설이 입을 움직였다.
"...냉월."
—내 진짜 이름이 아니야. 그건 검의 이름이야. 내 이름을 말해다오.
한설의 목이 메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천 년 전, 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어. 천 년 전 정파의 초대 무림맹주였어. 하지만 그 이름을 기억할 사람이 없으니까, 내 이름은 죽었어. 그리고 나는 냉월이 됐어. 검이 됐어. 그리고 너를 만났어.
한설이 손을 움직이려 했다.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너를 죽였어.
냉월의 목소리가 울었다.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너를 완성시키려고 했어. 내 미완성된 검술을 너에게 담아서, 너를 통해 완성시키려고 했어.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어. 네 생명을 빼앗으면서까지 이루려는 욕심.
한설이 눈물을 흘렸다.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천 년 동안 기다린 것은 완성이 아니었어.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거였어. 혼자가 아니고 싶었어. 그래서 너를 죽음으로 내몰았어.
냉월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제 너를 놓아줄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한설의 몸이 반응했다. 가슴에서 검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냉월이 한설의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한설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으로.
"내가... 원했어. 냉월, 내가 원했어."
—알아. 하지만 그건 틀렸어. 정파가 아니라 너 자신이 되어야 했어. 검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야 했어.
냉월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손가락이 다시 투명에서 흰색으로, 흰색에서 옅은 분홍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한설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냉월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천 년을 함께한 영혼이 사라지고, 오직 한설 자신만 남겨졌다. 그 진공 속에서 한설은 처음으로 자신의 무게를 느꼈다. 냉월의 검술도, 천 년의 기억도 없이, 오직 한설이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자신의 무게를.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손이 이제는 떨렸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약함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검객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한설은 깨달았다.
의료실의 문이 열렸다. 명월이 들어왔다.
"한설!"
명월이 침대로 달려왔다. 그리고 멈췄다.
한설의 몸에서 나오던 검은 기운이 없었다. 손가락의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설의 눈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냉월이... 떠나갔어."
한설이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내 손에서. 내 마음에서."
명월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이제 그 손은 따뜻했다.
"그럼 넌 어때? 살 수 있어?"
한설이 명월을 바라봤다.
"모르겠어. 몸이... 무겁고... 낯선 것 같아."
그것이 사실이었다. 천 년의 검술이 빠져나갔을 때, 남은 것은 그저 하나의 청년이었다. 약하고, 피곤하고, 죽음에 가까운 청년.
하지만 한설의 눈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마치 천 년의 무게가 벗겨진 것처럼.
"투표는?"
한설이 물었다.
"오늘. 몇 시간 안 남았어."
명월이 대답했다.
"넌 일어날 수 있어?"
한설이 명월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일어나야 해."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한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서 있었다. 명월이 그를 지탱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무림맹주가 되는 거야. 그치?"
명월이 말했다.
한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한 가지 더 있어."
한설이 명월을 바라봤다.
"냉월의 검을 어디 두고 왔어?"
명월이 침묵했다.
"검은... 투기장 중앙에 떨어져 있어. 강산이 아직 가져가지 않았어."
한설이 천천히 의료실을 나갔다. 명월이 따라갔다.
복도에서 서운을 만났다. 서운의 얼굴이 창백했다가, 한설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뒷걸음질쳤다.
"한설... 넌..."
"냉월이 떠났어."
한설이 말했다. 목소리에는 슬픔도, 해방감도 있었다.
"그리고 난 아직 살아있어."
서운이 한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를 안았다.
"미쳤다. 정말 미쳤다. 그 고집 센..."
서운이 중얼거렸지만,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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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본부의 대회장. 투표가 시작되려던 찰나였다.
강산이 단상에 서 있었고, 원로 대의원단이 그 뒤에 모여 있었다. 유진도, 임호도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투기장의 중앙에는 냉월의 검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을 향해 걸어오는 한 청년이 있었다.
한설이었다.
명월이 따라오고 있었고, 서운도 뒤를 따랐다.
강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한설이 투기장의 중앙에 도착했다.
냉월의 검을 집어 들었다.
검은 더 이상 검은 빛을 내지 않았다. 그저 오래되고 차가운 금속의 검일 뿐이었다.
"난 무림맹주 후보로서, 여기 있습니다."
한설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명확했다.
"냉월은 내 것이 아니었어. 나도 냉월의 것이 아니었어. 우리는 각각의 길을 가기로 했어."
강산이 일어섰다.
"그렇다면 넌 무엇인가?"
강산이 물었다.
한설이 냉월의 검을 들고, 그것을 강산에게 내밀었다.
"난 한설이야. 사파 출신이고, 죽음의 가장자리에 있는 청년이야. 하지만 난 냉월이 아니야. 그리고 난 정파도, 사파도 아니야."
한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난 진정한 검객이 되기로 했어. 정파의 정통이 아니라, 사파의 혁신도 아니라, 그 둘을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가기로 했어."
원로들이 일어섰다. 유진의 눈이 흔들렸다. 임호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강산이 한설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건 반역이야."
강산이 말했다.
"정파의 기초를 흔드는 반역."
"그럼 그렇다고 하세요."
한설이 대답했다.
"하지만 난 이미 죽음 앞에 서 있어요. 그래서 두려울 게 없어요. 넌 뭐가 두려워?"
강산의 손이 떨렸다.
그 순간, 투기장의 중앙에서 냉월의 검이 빛났다.
아니, 한설이 냉월의 검을 내린 것이었다.
검은 땅에 꽂혔다.
"이제 끝이야."
한설이 말했다.
"나와 냉월의 시간은 끝이야."
그리고 한설이 무릎을 꿇었다.
아니, 한설이의 몸이 무너진 것이었다.
명월이 달려왔다.
"한설!"
한설이 명월을 바라봤다.
"투표해. 난 여기서 봐."
그리고 한설의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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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본부의 의료실로 한설이 다시 옮겨졌다.
의료진이 그를 진찰했다.
"생명력이 안정되고 있습니다. 냉월의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갔군요."
의료진이 강산에게 보고했다.
"냉월 제거로 생명력이 안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흘이 아니라 몇 주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군요."
강산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의료진이 대답했다.
강산이 투기장으로 돌아갔다. 그의 걸음은 무거웠고,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원로 대의원단이 모여 있었다.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강산이 말했다.
"무림맹주 후보 한설에 대한 최종 투표입니다."
강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투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원로들이 손을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한 명의 원로 중 열한 명이 손을 들었다.
"결정되었습니다."
강산이 선언했다.
"한설은 정파의 무림맹주로 인정됩니다."
강산의 목소리가 투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원로들이 일어섰다. 유진도 일어섰다. 임호의 스승도 일어섰다.
강산의 얼굴은 창백했다.
"정파의 규칙상, 정파 원로 대의원단의 만장일치 투표로 한설은 정파의 무림맹주가 되었습니다. 이제 무림 전체에 이를 공표합니다."
강산이 돌아섰다. 그의 눈은 차갑고 결연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산이 중얼거렸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그리고 무림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을 것입니다."
강산의 눈이 의료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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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실에서 한설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월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한설의 손을 잡은 채로.
한설의 몸은 여전히 약했다.
하지만 냉월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설 자신이었다.
진정한 검객. 한설.
의료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서운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엄숙했다.
"한설."
서운이 한설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정파 원로 대의원단이 만장일치로 너를 무림맹주로 인정했어."
한설이 눈을 떴다.
"그래?"
"응. 넌 이제 정파의 무림맹주야."
서운이 말했다.
한설이 웃음이 나왔다. 약하지만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내가? 죽어가는 내가?"
"응. 넌 할 수 있어."
서운이 대답했다.
"왜? 난 냉월도 없고, 천 년의 검술도 없어. 난 그냥 약한 사파 출신 청년일 뿐이야."
한설이 말했다.
"정확히. 그게 바로 이유야."
서운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넌 냉월이 아니야. 넌 한설이야. 그리고 한설이는 강해. 약함을 아는 강함으로."
한설의 눈이 다시 감겼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서운."
한설이 중얼거렸다.
"응?"
"고마워. 처음부터 끝까지."
서운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설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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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사파 출신 한설이 냉월의 기운을 벗어냈다는 것.
그리고 정파의 무림맹주가 되었다는 것.
무림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일부는 환호했고, 일부는 분노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설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새로운 무림이 시작된다는 것.
강산이 자신의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호의 스승이 옆에 서 있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임호의 스승이 물었다.
강산이 차 한 잔을 마셨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그 청년을 지켜보겠다."
강산이 말했다.
"정파의 규칙상, 그는 이제 무림맹주다. 그리고 무림맹주로서 그가 무엇을 할 것인지 지켜보겠다."
강산이 창밖을 바라봤다. 밤하늘이 별로 가득했다.
"만약 그가 정파를 배신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를 믿어보겠다."
임호의 스승이 강산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임호는?"
"임호는 회복될 것이다."
강산이 대답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청년과 마주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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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실에서 한설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월은 여전히 한설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한설의 몸은 약했지만, 눈은 맑았다.
"냉월."
한설이 중얼거렸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침묵만이 돌아왔다.
하지만 한설은 알고 있었다.
냉월의 영혼이 더 이상 그를 조종하지 않으며, 단지 그곳에서 쉬고 있다는 것을.
천 년의 시간 끝에서, 마침내 쉬고 있다는 것을.
"내일부터 시작이야."
한설이 말했다.
"새로운 무림. 새로운 검객으로."
그리고 한설은 명월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약한 한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