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대회장의 먼지는 햇빛 속에서 금가루처럼 날렸다. 한설은 검은 정파 제복을 입은 채 관중석 아래 대기실로 내려가며 손가락을 폈다 쥐었다. 손끝이 종이처럼 희어져 있었다.

"다음, 한설 대 이준호."

전령의 목소리가 울렸다. 한설이 일어서는 순간, 냉월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약하군. 이 정도의 상대로 떨고 있다니.*

그 목소리는 명령조였다. 차갑고 강압적이었다. 한설의 몸이 경직되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맺혀 흘러내렸다. 어제도, 그제도 냉월을 휘둘렀다. 검은 손을 원했고, 손은 피를 흘렸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강해져야 한다. 아니면 죽어야 한다.*

경기장으로 나가는 통로를 걸으며 한설은 숨을 고르려 했다. 정파 본부의 거대한 대회장이다. 석 명의 심판관이 고단 위에 앉아 있고, 그 뒤로 강산을 비롯한 정파 원로들이 관전하고 있었다.

관중석은 각 문파의 제자들로 가득했다. 청운파의 유진은 관중석 중앙에 앉아 있었고, 그의 눈은 경기장을 계산하듯 훑고 있었다. 명월도 보였다. 서운도 어딘가에 앉아 있었다.

이준호는 이미 경기장 중앙에 서 있었다. 청운파 유진의 측근이다. 얼굴이 뻣뻣했다. 한설을 보는 눈이 경멸로 가득했다.

"사파 이단자가 정파 복장이라니."

이준호가 검을 빼며 중얼거렸다. 한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들었다.

심판관이 손을 들었다.

"시작!"

이준호가 먼저 달려왔다. 정파의 기본 검술—'청운검법'의 초급 기법이다. 빠르지만 예측 가능했다. 한설은 정파에서 배운 방어 기법으로 세 번을 막았다. 관중석이 조용했다. 모두 한설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번째 검격에서 한설은 반격했다. 손목 하나의 회전으로 이준호의 검을 옆으로 밀어냈다. 정파 검술이다. 명월에게서 배운 '명월검법'의 기초다. 이준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넌... 정파 검술을?"

한설은 계속 밀었다. 이준호가 물러났다. 관중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유진의 눈이 좁혀졌다. 한설은 정파 검술로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하지 않았다.

냉월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것은 정파의 기초일 뿐이다. 진정한 검술을 보여주지 않으면, 넌 영원히 정파에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한설의 입술이 움직였다. 영혼의 말이 맞았다. 이준호 정도로는 부족했다. 정파의 원로들을 흔들어야 했다. 무림맹주가 되려면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힘이 필요했다.

한설은 검을 반대 손으로 바꿨다.

이준호가 공격해 왔다. 한설은 냉월을 휘둘렀다.

기법이 달랐다. 정파의 검술이 아니었다. 냉월의 기법은 정파 검술과 완전히 달랐다. 정파의 검은 명확한 궤적을 그렸지만, 냉월의 검은 궤적 자체를 거부했다. 마치 달이 밤하늘을 헤매듯, 냉월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않았다. 이준호의 검이 한설의 검에 닿는 순간, 그의 팔이 떨렸다. 힘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뭐—"

한설은 한 번에 이준호의 검을 날려버렸다. 검이 경기장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관중석이 일제히 숨을 멈췄다. 유진의 얼굴이 굳었다.

고단의 정파 원로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강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른 원로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의심과 경악이 그들의 얼굴에 스쳤다. 한 원로가 강산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강산은 대답하지 않고 경기장을 응시했다.

관중석의 웅성거림이 폭풍처럼 일었다. 각 문파의 제자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운파의 제자들은 얼굴을 굳혔고, 다른 문파의 제자들은 서로 속삭였다. 서운은 앞으로 몸을 구부렸다. 그의 눈이 경기장의 한설을 따라갔다. 입술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듯했다. 그의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한설의 몸이 흔들렸다. 검격 한 번에 다리가 떨렸다. 손가락이 더욱 희어져 있었다. 땀이 흘렀다. 아니, 그것은 땀이 아니었다. 피였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설은 이를 깨물고 일어섰다. 심판관이 손을 들었다.

"한설, 승리!"

한설이 경기장을 나가며 고단을 바라봤다. 강산은 여전히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계산이 가득했다. 다른 원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설의 검술을 분석하려 했지만, 그것은 정파의 어떤 기법과도 맞지 않았다.

대기실로 내려가는 통로에서 한설은 벽에 기댔다. 온몸이 떨렸다. 냉월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강한 기법을 써야 한다. 내 모든 것을 써야 한다.*

한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봤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희어져 있었다. 마치 시신처럼.

---

"조심해."

명월이 한설의 팔을 잡았다. 대회장 뒤 조용한 방. 명월은 한설을 앉혔다. 그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명월의 목소리가 끊겼다. 한설의 손을 들었다 놨다. 마치 그것이 환각인지 확인하려는 듯.

"괜찮다."

한설이 말했다. 거짓이었다.

"냉월 때문인가?"

명월이 묻지 않고 단언했다. 한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월이 한설의 얼굴을 들었다. 그의 눈이 마주쳤다.

"넌 죽어가고 있다."

명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고 있다."

한설이 말했다.

명월이 한설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것은 마치 지는 햇빛을 막으려는 제스처처럼 보였다.

"진정한 검객이 되는 것과 무림맹주가 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명월이 천천히 말했다.

"검객은 자신의 길을 간다. 하지만 무림맹주는 남의 길도 봐야 한다. 넌 둘 다 될 수 없다."

한설은 명월을 바라봤다. 그 말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둘 다 되어야 한다."

한설이 말했다. 명월이 눈을 감았다. 오래 동안.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은 슬픈 눈이었다.

---

대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임호가 경기를 마치고 있었다.

임호는 정파의 또 다른 강자였다. 도술의 대가로, 거대한 힘과 빠른 속도를 결합한 '호렬도법'을 구사했다. 경기장 중앙에서 임호의 상대는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피가 흘렀다. 그것은 가볍게 제압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압도였다.

임호가 상대를 일으키지 않았다. 심판관이 손을 들었다.

"임호, 승리!"

임호가 경기장을 나가며 한설을 봤다. 시선이 부딪혔다. 임호의 입이 비틀렸다.

"사파 이단자가 정파 선거전에 나오다니. 웃기는군."

임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대회장 전체에 울렸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강산이 고단에서 미소를 지었다.

---

대회가 끝났을 때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한설은 대기실에서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흥미로운 검술이군."

강산의 목소리였다. 한설이 돌아봤다. 정파의 현 무림맹주가 서 있었다. 나이는 많지만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 검은 어디서 얻은 건가?"

강산이 물었다. 그의 뒤에서 임호가 나타났다. 임호의 눈이 한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설의 손이 차갑게 식었다. 냉월을 들었다 놨다.

"검은 검입니다."

한설이 말했다.

강산의 미소가 깊어졌다.

"검은 검이라니. 좋은 답변이군."

강산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속에는 수십 년 무림맹주로 군림한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검의 정체를 알고 싶다. 정파의 금지 구역에서 나온 유물이라는 정보도 있고."

강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임호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한설을 압박했다.

"사파 놈이 정파의 금지 유물을 훔쳐 썼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당장 검을 내놓고 정파 본부의 심문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임호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의 말이 대기실 전체에 울렸다. 복도에 있던 다른 후보자들과 보좌진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한설의 몸이 굳었다. 냉월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이다. 이 순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저 자들을 죽여야 한다.*

한설은 입술을 깨물었다. 냉월을 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지금 이 순간 임호를 쓸어버리면 모든 의심은 사라질 것이다. 임호는 한설보다 약하다. 냉월의 기법 한두 개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정파의 모든 후보자들이 한설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선거전은 무의미해진다. 사파는 다시 한 세대를 위해 짓밟힐 것이다.

또한 손가락은 이미 다섯 개 모두 희어져 있었다. 냉월의 기법을 더 쓸수록 생명은 빠져나갔다. 지금 임호를 죽인다면, 3일 후 특별 위원회에 나타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3일을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두 가지 길이 한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냉월을 휘둘러 임호와 강산을 제압하고 정파를 장악하는 길. 하지만 그것은 죽음으로의 지름길이었다. 아니면 검을 제출하고 정파 내에서 지지를 확보하는 길. 느리고 위험하지만, 적어도 3일을 버틸 가능성이 있었다.

"검의 정체는 특별 위원회가 규명할 것입니다."

한설이 말했다. 목소리가 차갑고 낮았다.

"저는 정파의 공식 절차를 따르겠습니다. 비정파 신분으로서 선거전에 참여하게 된 만큼, 정파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겠습니다."

강산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설의 말이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절차를 따르겠다니. 좋은 태도다."

강산이 한 발 물러섰다. 임호도 따라 물러섰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여전히 한설을 겨냥하고 있었다.

"특별 위원회는 3일 후에 소집된다. 그때까지 그 검을 정파에 제출하지 않는다면, 자진해서 선거전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강산이 말했다.

"물론, 검을 제출하고도 문제가 있다면 그때도 물러나야 한다."

강산이 돌아섰다. 임호도 따라갔다. 대기실의 문이 닫혔다.

한설은 벽에 기댔다. 손가락이 떨렸다. 냉월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들을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한설은 눈을 감았다. 후회? 그것은 사치였다. 지금 임호를 죽인다면 3일 후에 자신이 죽을 것이다. 정파 내 모든 후보자들이 한설을 추적할 것이고, 강산은 선거전 규칙을 무시하고 정파의 무력을 동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파는 영원히 정파의 발 아래 머물 것이다.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호의 죽음이 아니라 정파 내 지지자들이었다. 명월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설을 도왔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파 내에서 지지를 얻는 것이다."

한설이 중얼거렸다.

냉월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한설은 귀를 막고 싶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냉월은 그의 손에 있고, 영혼은 그의 몸에 있다.

대기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명월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

"강산과 임호가 뭐라고?"

명월이 물었다.

"특별 위원회가 3일 후에 소집된다. 냉월을 제출하지 않으면 선거전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한설이 대답했다.

명월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녀의 눈이 한설의 손가락을 향했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희어져 있었다.

"3일..."

명월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계산하는 듯했다. 한설의 생명이 3일을 버틸 수 있을지 판단하려는 듯.

"3일은 너무 짧다."

명월이 말했다.

"냉월의 기법을 더 배우려면 최소 일주일은 필요해. 그리고 넌 지금도 생명을 잃고 있어."

명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선거전에서 물러난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정파는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사파는 다시 무림의 밑바닥으로 돌아갈 거야."

명월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이 결연해졌다.

"천음협곡으로 가."

명월이 말했다.

"내가 정파 내에서 시간을 벌어주겠다. 강산이 너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그동안 넌 냉월과 함께 모든 기법을 익혀야 한다."

한설의 심장이 뛰었다.

"3일 후, 넌 정파 본부로 돌아와야 한다. 특별 위원회에서 넌 무림의 모든 것을 내걸어야 한다."

명월이 한설의 손을 잡았다.

"넌 죽어서는 안 된다. 넌 정파의 모순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명월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설은 명월을 바라봤다. 그녀의 결정은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냉월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한설은 더 이상 그것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3일 후에 뵈자."

한설이 말했다.

명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

한설은 정파의 뒷문으로 나갔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옛 검객의 달, 냉월.

냉월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이제 되돌아올 수 없다.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

한설은 천음협곡을 향해 달렸다. 손가락은 이미 시신처럼 희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3일. 그것이 그에게 남은 시간의 전부였다.

그때였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한설이 돌아봤다. 정파 본부의 그림자 속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임호였다.

"도망치나?"

임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에는 도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의 눈은 한설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3일 후에 만나자."

한설이 말했다.

"그때 모든 것을 결정하자."

임호의 입이 비틀렸다. 그는 검을 들었다 놨다. 마치 뭔가를 결심한 듯.

"알겠다. 3일 후, 특별 위원회에서 보자."

임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강산의 지시가 담겨 있었다. 한설을 추적하지 말고, 3일 후 특별 위원회에서 만나라는.

한설은 다시 달렸다. 천음협곡으로. 냉월의 울음소리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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