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선택의 무기

천음협곡의 폐허는 여전히 정적이었다. 새벽 무렵, 협곡 깊숙한 곳의 돌더미 사이로 한설의 호흡음이 울렸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철렁였다.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내부에서 빠져나가는 감각이었다.

한설은 냉월을 들었다.

검신(劍身)이 희미한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한 빛을 냈다. 손가락이 검의 손잡이를 감싸자마자, 영혼의 목소리가 귓가에 떠올랐다.

"또 다시 나를 휘두르려 하는가."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천 년 세월 속에서 고독을 견뎌낸 존재의 성음(聲音)이었다. 마치 돌을 깎아낸 듯 거칠고, 한편으로는 수천 밤의 침묵으로 갈린 듯 부드러웠다.

"네."

한설의 대답은 간결했다. 질문이나 회의의 여지가 없었다.

"생명력이 더 소진된다. 나날이 네 몸은 쇠약해질 것이다."

영혼이 말했다. 진술이 아니라 마치 예언하는 목소리였다.

한설은 검을 들어 올렸다. 천천히, 정확하게. 검의 날이 공기를 가르면서 냉기가 협곡을 스쳐갔다. 폐허 위의 먼지가 소용돌이쳤다.

"죽음은 모두에게 온다. 나는 단지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넌 진정한 검객이 될 수 있다."

영혼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하지만 그 순간, 냉월이 한설의 손에서 빛을 냈다. 희미한 푸른 빛이 점점 강해졌다. 협곡의 폐허 전체가 그 빛에 반응했다. 무너진 벽들이 떨렸다. 깨진 기와들이 공중에서 일렁였다.

한설은 검을 하늘 위로 높이 들었다.

그 순간, 협곡 전체가 공명했다.

마치 천 년 동안 잠든 거대한 몸이 한순간에 깨어나는 듯한 울림이었다. 폐허의 각 돌들이 진동했고, 협곡의 벽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설의 검 위에 모여든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한설은 그 순간을 느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확실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가 동시에 가슴 속에 내려앉았다.

검을 내렸을 때, 협곡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한설의 몸은 변해 있었다. 호흡이 끊어질 듯 가쁜 것은 물론, 시력이 흐릿해졌다. 손가락에서 시작된 창백함이 손목까지 번져 있었고, 팔뚝의 피부는 마치 얼음에 닿은 것처럼 푸르스름해졌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무언가 타는 듯한 통증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자신의 생명력이 한 방울씩 검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설은 손가락을 펼쳤다. 세 번째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톱 끝의 반달 부분이 사라지고 있었다.

"생명력이 다 소진되면?"

한설이 중얼거렸다.

"그럼 내가 죽는 건가, 아니면 당신이 죽는 건가?"

영혼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차가운 검신만이 달빛을 반사했다.

---

정파 본부로 향하는 길에서 한설은 명월을 만났다.

밤이 채 가지 않은 시간, 협곡 입구를 벗어난 숲길에서였다. 명월은 말 위에서 내려 한설의 앞을 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한 밤을 꼬박 새우고 온 것처럼.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명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변화시켰습니까. 며칠 전과는 다릅니다. 기운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설은 명월을 바라봤다. 정파 무림맹 내 개혁파의 인물. 기득권 속에서 자라났지만, 그 기득권을 거부한 드문 인물.

"선택했습니다."

한설이 말했다.

"냉월을 택하겠습니다."

명월의 눈빛이 변했다. 두려움과 동시에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죽을 수 없습니다."

명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죽으면 정파의 기득권만 더 강해집니다. 임호가 무림맹주가 되고, 강산의 세력이 영구화됩니다. 사파는 영원히 억압받을 것입니다."

한설은 명월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냉월을 조절해야 합니다."

명월이 말했다.

"당신이 지금 이 속도로 사용한다면,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죽어 있을 것입니다. 정파 본부에 입문한 후 3개월 동안은 냉월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정파의 정통 검법만 수련하세요. 당신의 생명력을 보존하세요."

한설은 명월의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 갈등하는 것을 느꼈다. 냉월의 영혼이 전한 것은 검술의 완성이었다. 죽음과 함께 검객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바람이 아닌가?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살 수 있습니다."

명월이 계속했다.

"죽음의 완성보다는 삶의 불완전함이 낫지 않습니까?"

한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월의 눈 속에는 진정한 걱정이 있었다. 그것은 한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파를 위한 것인가.

"정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명월이 다시 말했다.

"당신이 죽으면, 강산과 임호가 원하는 대로 무림이 움직일 것입니다."

"냉월을 조절한다는 것은 냉월의 기법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정파의 정통 검술로만 싸워야 합니다. 그것으로 임호와 유진을 이길 수 있습니까?"

명월이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명월검파에 입문하십시오."

명월이 한설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내일 정파 본부로 가서 정식 입문식을 거행하겠습니다. 3개월 안에 무림맹주 선거전에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그 기간 동안 당신은 정파 내에서 충분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제자들 사이에서의 평판, 젊은 세대의 지지, 그리고 일부 원로들의 동의. 당신이 정파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냉월의 검술로가 아니라, 당신의 행동과 말로."

한설은 명월의 말을 들었지만, 냉월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검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진정한 검객과 무림맹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명월이 말했다.

"무림맹주가 되기 위해 검객으로서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둘 다를 이루어야 합니다."

명월이 한설의 곁을 떠났다. 말 위에 올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설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협곡 입구에서 정파 본부로 향하는 길. 그 길 위에서 한설은 냉월을 들었다. 새벽빛이 검신을 스쳤다. 푸르스름한 빛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나는 간다."

한설이 중얼거렸다.

"당신이 말한 완성의 경지로."

협곡의 벽들이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그 말을 환영하는 것처럼.

---

정파 본부에 도착한 것은 정오였다.

웅장한 목조 건물들이 산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입구의 석상들은 천 년을 지켜온 것처럼 침묵했다. 제자들이 한설을 보고 피했다. 사파 출신의 오염된 기운을 피하듯.

명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파 본부의 중앙 광장. 그녀 옆에는 명월검파의 장로들이 서 있었다. 여덟 명. 모두 팔십을 넘긴 노인들이었다.

"명월이 이미 설명했나?"

가장 앞에 선 장로가 물었다.

"예. 입문식을 받으러 왔습니다."

한설이 답했다.

"냉월을 손에 넣었다고 들었다."

장로가 한설의 손을 노려봤다.

"정파의 금지 구역에서."

침묵이 흘렀다. 장로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마침내 명월이 앞으로 나섰다.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동의하셨습니다. 한설을 명월검파의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명월, 그것은 정파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다른 장로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파 이단아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파의 기강을 허무는 것이다. 강산 맹주께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그래서 나는 먼저 강산 맹주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명월이 말했다.

"그리고 한설이 우리 문파에 입문한다면, 그는 더 이상 사파가 아닙니다. 정파의 일원입니다."

한설은 이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장로들이 침묵했다. 가장 앞의 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입문식을 진행하겠다."

입문식은 간단했다. 세 번 절을 하고, 명월검파의 검법 기초 세 가지를 손으로 시연하고, 정파 본부의 대의원들 앞에서 맹세를 하는 것. 한설은 절을 할 때 손가락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 마루에 떨어진 핏방울들. 명월이 그것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검법 시연은 한설의 몸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냉월이 없이 정파의 정통 검술을 구사해야 했다. 기초적인 동작들이지만, 어제 냉월을 휘둘렀던 몸은 정파의 느린 검법을 따라갈 수 없었다. 마치 천 년의 기억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한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맹세의 순간이 왔다.

"명월검파의 일원으로서, 정파의 의를 따르고, 정파의 기강을 지키겠습니다."

한설이 낭독했다. 정파 대의원들의 얼굴이 경직됐다. 그들은 한설의 얼굴을 바라봤다. 창백한 피부, 침침한 눈, 떨리는 손. 모두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냉월의 저주. 죽음의 기운.

입문식이 끝났을 때 해는 이미 중천이었다.

명월이 한설을 정파 본부의 뒤쪽, 산책로로 이끌었다. 다른 제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걸었다.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떨어졌다.

"당신의 손을 보여주세요."

명월이 말했다.

한설이 손을 펼쳤다. 명월이 그것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손가락의 색이 벌써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손톱의 반달 부분은 완전히 사라졌다.

"얼마나 자주 냉월을 휘두르고 있습니까?"

"필요할 때마다."

"필요하다는 것이 하루에 몇 번입니까?"

한설이 대답하지 않았다. 명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협곡 근처 마을의 사람들. 그들은 밤마다 당신의 검 소리를 듣는다고 했습니다. 매일 밤. 새벽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명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자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입니다."

한설이 말했다.

"냉월을 택하는 것은 곧 죽음을 택하는 것입니다."

"받아들인다는 것과 스스로 앞당긴다는 것은 다릅니다."

명월이 한설의 얼굴을 마주 봤다.

"당신이 지금 이 속도로 냉월을 휘두른다면,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죽어 있을 것입니다."

한설은 명월의 말을 들었지만, 냉월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검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정파 본부 내에서는 강산도 당신을 직접 건드릴 수 없습니다."

명월이 말했다.

"그 기간 동안 당신은 냉월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정파의 정통 검법만 수련하십시오. 당신의 생명력을 보존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냉월의 기법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살 수 있습니다."

명월이 말했다.

"죽음의 완성보다는 삶의 불완전함이 낫지 않습니까?"

한설은 명월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 속에는 진정한 걱정이 있었다.

"정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명월이 다시 말했다.

"당신이 죽으면, 강산과 임호가 원하는 대로 무림이 움직일 것입니다."

한설은 냉월을 놓을 수 없었다. 그것을 놓는 순간, 자신은 누구가 되는가? 정파의 제자인가? 아니면 무림맹주의 꿈을 꾸는 자인가?

"당신은 두 가지를 모두 이루어야 합니다."

명월이 말했다.

"진정한 검객으로서의 길과 무림맹주로서의 책임. 둘 다를. 그것이 당신의 진정한 운명입니다."

한설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불완전함. 냉월의 영혼이 가장 혐오하던 것.

"3개월 안에 선거전에 출마하려면, 당신은 정파 내에서 충분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명월이 계속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명월검파의 정식 제자로서, 정파의 제자들과 함께 수련하고, 정파의 일에 참여하고, 정파의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정파의 도리."

한설이 중얼거렸다.

"네. 정파는 기득권의 집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를 추구하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 의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 정파의 신뢰를 얻는 방법입니다."

명월이 한설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엇입니까?"

"강산이 당신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할 것입니다. 냉월을 사용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그 명분을 없애야 합니다."

명월이 말했다.

"냉월을 숨겨야 합니다. 또는 냉월이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한설은 냉월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영혼이 반발했다. 자신의 몸이 반발했다.

"당신은 생각할 시간이 있습니다."

명월이 말했다.

"3개월. 그 시간 동안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을 것입니다."

명월이 돌아섰다. 정파 본부로 향했다.

한설은 혼자 남겨졌다.

산책로의 나무들 사이에서, 한설은 냉월을 들었다. 아직도 그것은 차가웠다. 손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당신은 뭐라고 말합니까?"

한설이 중얼거렸다.

냉월의 영혼이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차가운 검신만이 햇빛을 반사했다.

그날 밤, 한설은 정파 본부의 제자 숙소에 배치받았다. 명월검파의 일원으로서. 방은 작았지만, 정파의 제자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한설에게는 새로웠다. 밤이 깊어가면서, 다른 제자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한설은 잠을 자지 못했다.

창밖으로는 정파 본부의 야경이 보였다. 등불이 켜진 전각들. 그 어딘가에서 강산과 임호, 그리고 다른 원로들이 자신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설은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미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다.

새벽이 가까워질 때, 한설은 창밖으로 나갔다. 정파 본부의 뒷산. 아무도 없는 곳. 한설은 냉월을 들었다.

"당신과 나는 하나입니다."

한설이 말했다.

"내 생명을 당신에게 줄 것입니다. 그 대신, 당신은 나를 무림의 정상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냉월의 영혼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말이 아니라, 검신을 통한 진동으로. 마치 동의하는 것처럼.

한설은 검을 휘둘렀다. 새벽의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것은 정파 본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작았다. 너무 조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다.

---

3개월이 흘렀다.

한설은 정파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갔다. 낮에는 명월검파의 정통 검술을 수련했다. 밤에는 냉월의 기법을 조용히 습득했다.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걸어야 했다.

그 과정 속에서, 한설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진정한 검객이 되는 것과 무림맹주가 되는 것. 그것이 모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선거전 출마 신청일이 다가왔다.

정파 본부의 대의원실. 한설은 명월과 함께 그곳에 섰다. 강산이 자신을 바라봤다. 임호도. 유진도. 그들의 눈은 모두 같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경계. 그리고 두려움.

"한설이 무림맹주 선거전에 출마하기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강산이 말했다.

"명월검파의 추천으로."

"그렇습니다."

한설이 대답했다.

"나는 정파의 개혁을 원합니다. 정파의 기득권과 부패를 타파하고, 진정한 의를 추구하는 무림을 만들고 싶습니다."

강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임호는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명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설은 이미 정파의 기강을 어기지 않았으며, 명월검파의 제자로서 충분한 신뢰를 얻었습니다. 정파의 규칙에 따르면, 이는 출마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강산이 말했다.

"한설은 냉월이라는 금지된 유물을 사용했습니다. 정파의 규칙을 어긴 것입니다. 이는 출마 자격을 박탈하기에 충분한 이유입니다."

한설의 심장이 철렁했다. 강산이 드디어 그것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한설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냉월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닙니다."

한설이 말했다.

"냉월은 정파의 금지 구역에서 발견된 것이므로, 정파의 소유입니다. 저는 단지 그것을 정파 본부로 가져온 것뿐입니다."

모두가 한설을 바라봤다.

"냉월은 어디에 있습니까?"

강산이 물었다.

"정파 본부의 금고실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명월이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설이 대답했다.

명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만약 냉월이 정파의 공식 소유물이라면, 한설을 제거할 명분은 사라지는 것이다.

"출마 자격이 인정됩니다."

가장 앞의 원로가 말했다.

"한설은 무림맹주 선거전에 출마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한설이 절을 했다.

그 순간, 냉월의 영혼이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이 기쁨인지, 분노인지, 한설은 알 수 없었다.

---

공개 무술대회의 첫 번째 라운드. 한설은 임호와 마주했다.

"사파 이단아가 감히 정파의 자리를 욕하다니."

임호가 말했다.

"오늘 나는 당신을 무림의 규칙 아래로 눌러버리겠습니다."

한설이 냉월을 들지 않았다. 명월검파의 정통 검술만으로 싸웠다.

그리고 임호를 이겼다.

단순히 이긴 것이 아니었다. 임호를 완전히 제압했다. 그의 호렬도법의 모든 기술을 읽어내고 방어했다. 한 번의 검격으로 그를 무릎 꿇게 했다.

정파의 제자들이 놀랐다.

임호가 떨었다.

강산의 얼굴이 회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한설의 손가락은 더욱 창백해졌다. 냉월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냉월의 기운을 느낌으로만 사용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생명력이 소진되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 유진과의 대결.

유진은 임호보다 강했다. 정파의 정통 무공을 완벽하게 수련한 그는 한설의 모든 공격을 정확하게 방어했다.

하지만 한설도 강했다.

냉월의 영혼이 전한 천 년의 기법. 그것을 명월검파의 정통 검술 속에 녹여내면서, 한설은 유진을 밀어붙였다.

그들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광장의 돌이 부서졌다.

마침내 한설이 유진을 제압했다.

선거전의 2단계가 끝났다.

한설이 결선에 올랐다.

정파 본부의 모든 제자들이 한설을 바라봤다. 더 이상 사파의 이단아가 아니라, 정파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존재로.

하지만 한설의 손은 이미 거의 흰색이 되어 있었다. 팔뚝의 피부는 푸르스름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호흡은 불규칙했고, 눈빛은 흐릿해지고 있었다.

명월이 한설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 속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밤, 한설은 정파 본부의 뒷산으로 나갔다.

냉월을 들고.

영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명확했다. 분노의 목소리였다.

"넌 나를 배신했다."

영혼이 말했다.

"냉월을 정파에 넘기고, 나의 기법을 숨기고, 죽음의 길을 포기했다."

"아닙니다."

한설이 말했다.

"저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방법?"

영혼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넌 이미 죽어가고 있다. 3개월 안에 당신은 완전히 죽을 것이다. 그 전에 나의 완성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 둘 다 죽는 것이다."

한설의 손이 떨렸다. 영혼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생명력은 점점 소진되고 있었다. 냉월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미 저주는 진행 중이었다.

"선택하라."

영혼이 말했다.

"나와 함께 죽음의 경지로 가든지, 아니면 혼자 남겨져 죽든지. 둘 중 하나다."

한설은 냉월을 들어 올렸다. 손이 떨렸다. 이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정파 본부의 어딘가에서 강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설을 찾아라. 그 자를 제거하라. 냉월의 저주로 죽어가는 그 자를 이용하여 정파의 기득권을 지켜라."

임호의 목소리도 들렸다.

"명월이 그 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정파 본부 내에서는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선거전 결선에서 그 자를 죽여라. 공개적으로. 무술대회의 규칙 안에서."

한설은 그 목소리들을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냉월을 놓으면 죽고, 냉월을 사용하면 더 빨리 죽는다.

정파의 기득권은 자신을 죽이려 하고, 냉월의 영혼도 자신을 죽음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순간, 명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죽을 수 없습니다."

명월이 뒷산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당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정파의 기득권이 영구화되고, 사파는 영원히 억압받을 것입니다."

"저는 이미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설이 말했다.

"냉월의 저주로. 강산의 손으로. 어느 쪽이든 저는 죽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죽기 전에 무림맹주가 되어야 합니다."

명월이 말했다.

"당신의 죽음이 의미 있는 죽음이 되도록. 당신의 생명력이 정파를 개혁하는 데 사용되도록."

한설은 명월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 속에는 진정한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더 깊은 감정.

"결선에서 강산을 이기십시오."

명월이 말했다.

"당신은 그럴 수 있습니다. 냉월의 기법과 정파의 정통 검술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완성이 있습니다."

한설은 냉월을 내렸다.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한설이 말했다.

"저는 죽겠지만, 죽기 전에 정파를 개혁하겠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명월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의 죽음이 무림을 변화시키기를 바랍니다."

명월이 돌아섰다.

한설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고독은 다르게 느껴졌다. 더 이상 절망의 고독이 아니라, 결단의 고독이었다.

한설은 냉월을 들었다.

"우리는 함께 간다."

한설이 영혼에게 말했다.

"죽음의 경지로.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무림맹주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천 년의 기억과 내 3개월의 선택이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진정한 완성을 이룰 것입니다."

냉월의 영혼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신이 빛났다. 푸르스름한 빛이 뒷산 전체를 비추었다.

한설은 그 빛 속에서 검을 휘둘렀다.

새벽이 가까워질 때, 정파 본부의 모든 제자들이 그 빛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무림의 운명이.

---

결선이 다가왔다.

정파 본부의 중앙 광장. 수천 명의 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강산이 무림맹주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임호와 유진은 그 아래에 있었다.

한설이 광장으로 나타났을 때, 모두가 숨을 멈췄다.

그의 손은 완전히 흰색이 되어 있었다. 팔뚝은 푸르스름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여전히 차가웠다.

냉월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었다.

"한설이 무림맹주 선거전 결선에 나섰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강산 무림맹주와의 대결입니다."

강산이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사파 이단아가 정파의 정상에 도전한다. 우습지 않은가."

강산이 무기를 들었다.

"오늘 나는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정파의 모든 제자들 앞에서. 그것이 당신이 받을 마지막 영광입니다."

한설이 냉월을 들었다.

그 순간, 정파 본부 전체가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천 년 동안 잠든 거대한 몸이 한순간에 깨어나는 듯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한설은 알았다.

이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죽음의 길이든, 삶의 길이든, 자신은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검이 부딪쳤다.

정파의 모든 제자들이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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