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한양의 한 관료 숙소. 이준석은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밤새 자지 못했다.

지난 3개월간 기술서는 월 7~8장씩 손상되었다. 하지만 최근 한 달은 월 3~5장으로 속도가 늘어났다.

손상 속도 가속화 시뮬레이션: - 월 10장 기준: 28개월. - 월 15장 기준: 19개월. - 월 20장 기준: 14개월.

손가락이 떨렸다. 14개월. 1년 2개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철갑선의 완성도는 현재 67%. 화약 무기는 43%. 항해술은 89%.

무엇을 먼저 완성할 것인가. 그 선택이 조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문이 두드려졌다.

"들어오시오."

들어온 것은 왕의 시종이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관료 이준석이시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이준석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이 순간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과 마주친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

한양의 궁궐로 통하는 진입로. 이른 아침 햇빛이 궁장의 돌담을 스친다.

왕의 알현실. 이준석은 무릎을 꿇었다. 이항복은 왕의 오른쪽에 서 있었고, 좌의정 유영경은 왕의 왼쪽에 서 있었다. 서인과 동인의 지도자가 모두 이곳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광해군은 왕좌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준석이오."

"신이 여기 있습니다."

"그대가 비밀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침묵.

이준석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이 얕아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항복이 한 걸음 나아갔다. "폐하, 신이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가 무언가를 꺼냈다. 종이였다. 서희영의 필적으로 쓰인 기술 노트의 사본이었다.

"이것은 서희영이라는 자가 남긴 기술 기록입니다. 철갑선의 구조, 화약 무기의 배합, 항해술의 계산식. 모두 이준석의 지도 아래 기록된 것입니다."

광해군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의 눈이 움직였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죽었습니다. 홍길동이라는 기술자는 진수식 후 원인 불명의 고열로 사망했고, 서희영도 같은 방식으로 죽었습니다."

이항복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왕만 들을 수 있는 크기로.

"의술에 정통한 관료들이 검증한 결과, 고열로 인한 사망이 맞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이 분명합니다. 기술서의 저주라고 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광해군의 얼굴이 굳었다.

유영경이 입을 열었다. "기술도 결국 사람이 쓰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도덕적이지 못하면 기술은 독이 됩니다. 신분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자의 기술은 나라 자체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항복이 덧붙였다. "서희영은 여인입니다. 양반 집안의 여인이 남장을 하고 기술을 배웠습니다. 신분과 의리를 모두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죽음이었습니다. 하늘의 뜻입니다."

이준석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변했다.

"폐하, 그것은 거짓입니다."

왕의 눈이 이준석을 바라봤다.

"거짓이라고?"

"네. 서희영의 죽음은 신분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이준석이 입을 열려 했다. 기술서의 저주를 말해야 했다. 그 여인의 죽음이 기술서 자체의 성질, 미래의 것이 이 시대에서 소멸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기술서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

호흡이 가빠졌다. 이준석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기술서를 공개하면 조정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하지만 침묵하면 자신이 서희영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둘 다 죽음의 길이었다. 기술 독점으로 죽거나, 기술 공개로 죽거나.

"신이 그 여인을 죽게 한 것이 아닙니다. 신은 단지 기술을 가르쳤을 뿐입니다."

"기술을 가르쳤다?"

이항복이 웃음을 흘렸다. "폐하, 들으셨습니까?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신분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은 흔들렸다. "신분이라는 것이 기술의 전파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술의 본질입니다. 만약 기술이 신분에 따라 전파된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대역죄인의 말인가?"

광해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폐하, 신은 조선을 위해..."

"조선을 위해?"

왕이 일어섰다. 알현실의 모든 것이 그 움직임에 반응했다.

"내가 그대에게 한 말이 있소. 기억하시오?"

이준석이 생각했다. 광해군이 비밀 조선소를 허락하며 한 말. '나는 왕이지만 나라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다. 넌 그걸 아는가?'

"기억합니다."

"내가 또 다른 말을 한 적이 있소. '내가 너를 버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이준석의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갔다.

"그 날이 왔소."

왕의 말이 끝나자, 이항복이 한 걸음 나아갔다.

"이준석, 그대는 즉시 고향으로 귀향하시오. 더 이상 한양에서 관료직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비밀 조선소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시오."

"폐하..."

이준석이 왕을 바라봤다. 광해군은 그를 보지 않았다. 창밖의 햇빛만 바라보고 있었다. 왕의 얼굴에는 고뇌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서인과 동인의 압박, 신분 질서를 지키려는 신하들의 목소리, 그리고 왕 자신의 두려움. 모든 것이 이 순간으로 수렴했다.

"유영경 좌의정."

"신이 여기 있습니다."

"이준석의 행동을 감시하시오. 만약 다시 기술 활동이 발각되면 그때는 더 이상 관료직 박탈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유영경이 이준석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동정이 없었다. 오직 규칙과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만 있었다.

"그리고 이항복."

"신이 있습니다."

"그대도 이 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마시오. 조정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오."

"알겠습니다, 폐하."

이항복은 절을 했다. 하지만 그의 입술 끝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그의 목표는 이미 달성되었다. 이준석을 제거했으니까.

알현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준석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물러나시오."

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석이 절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섰다. 걸음이 불안정했다.

---

알현실을 나온 이준석은 궁궐의 회랑을 걷고 있었다. 옆에는 왕의 시종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복도의 끝에서 서인의 관료들이 나타났다. 이준석을 보자 그들은 길을 피했다. 직접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이.

다음 복도에서는 동인의 관료들을 만났다. 역시 그들도 길을 피했다.

이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였다.

궁궐의 문을 나가기 직전, 한 사람이 다가왔다. 유영경이었다.

"이준석."

이준석이 멈추었다.

"신분이란 것은 하늘이 정한 것입니다.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기술은 나라 자체를 무너뜨립니다. 그대는 그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유영경의 말이 끝났다. 그는 다시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이준석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유영경은 기술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반대한 것이었다. 신분 질서의 파괴를. 그리고 그것은 동인의 관료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서인도, 그리고 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술 혁명은 정치 혁명이었다. 그리고 조선의 정치 질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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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로 가는 길. 이준석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왕의 시종 3명이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감시하고 있었다.

3일간의 여행 끝에, 여수 근처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왕의 시종들이 멈추었다.

"여기까지입니다. 이후로는 그대가 알아서 하시오. 하지만 기억하시오. 우리는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준석은 말에서 내렸다. 시종들은 돌아갔다.

이준석은 혼자가 되었다.

그는 밤이 되자 비밀 조선소로 향했다. 여수 근처 도서 지역의 은폐된 작업장으로.

도착했을 때, 기술자들은 모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다.

"선생님, 들었습니다. 조정에서 당신을 버렸다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소식이 빠르게 퍼져 있었다.

"네."

이준석이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한 기술자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다른 기술자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홍길동과 서희영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도 죽을 것 같습니다. 홍길동 선생과 서희영 선생처럼."

또 다른 기술자가 덧붙였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 서희영 선생은 어떻게 죽었습니까? 정말로 기술 때문입니까?"

이준석이 기술서를 펼쳤다. 페이지의 손상 속도를 다시 계산해야 했다. 최근 한 달간의 손상량을 보니, 가속화가 더욱 심했다.

월 20장 이상.

그의 손이 떨렸다.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이준석이 입을 열려 했다. 기술서의 저주를 말해야 했다. 기술서가 미래의 물건이라는 것, 이 시대에서 점점 소멸해간다는 것을. 하지만 기술서의 저주를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기술자들의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고, 조정의 감시는 더욱 엄해질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자신을 배반할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것은 조정의 거짓입니다. 서희영의 죽음은 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입니까?"

"신분을 무너뜨렸다는 죄명입니다. 조정은 그것을 이용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준석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기술서의 페이지를 세는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조정의 감시가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 여기서 일할 수 없습니다."

기술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십시오."

"어디로요?"

"고향입니다. 더 이상 여기서 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철갑선이 아직..."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합니다."

이준석이 기술서의 페이지를 세었다. 손상된 페이지들을 세고, 남은 페이지들을 세고, 시간을 계산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4개월입니다. 그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합니다."

"14개월이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해야 합니다."

이준석의 목소리는 무감정했다.

"따라서 나는 혼자 남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떠나십시오."

기술자들이 이준석을 바라봤다.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는 남겠습니다."

"안 됩니다."

이준석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다른 기술자가 다시 물었다. "혼자서 14개월 동안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까? 철갑선, 화약, 항해술까지요?"

"할 수 없습니다."

이준석이 말을 멈추고 기술자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한 공포였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들이 남으면 더 위험합니다. 조정은 이미 우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음의 대상이 됩니다."

이준석이 기술자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당신들이 살기를 원합니다. 조선이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떠나야 합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기술자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스승을 버리는 죄책감. 하지만 그들은 떠나야 했다. 살기 위해.

한 기술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이 떨렸다. 다른 기술자들도 따라 일어섰다. 그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여수 조선소는 비워져 갔다. 기술자들은 하나둘 떠났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이준석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감사와 죄책감,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이 뒤섞여 있었다.

이준석만 남겨졌다. 그리고 기술서.

그는 밤새 기술서의 내용을 필사했다. 자신의 손가락으로, 종이에, 글씨로. 기술서가 손상되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하지만 손상 속도는 필사 속도를 이미 앞질렀다.

새벽이 올 때, 이준석은 기술서의 한 페이지를 발견했다. 그 페이지는 완전히 검게 변해 있었다. 글씨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기술서의 핵심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 페이지의 여백에는 숫자가 남아 있었다.

"30"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무언가가 지워진 흔적이 있었다.

---

경주 안강의 폐사찰. 이준석은 기술서를 돌 벽 속에 깊이 숨겼다. 더 안전한 장소로. 더 깊이.

그리고 그는 중얼거렸다.

"내가 남은 14개월 동안 조선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민준호였다.

"아버지가 당신을 죽이려 합니다."

민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그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도망쳐야 합니다. 지금 당장."

이준석이 민준호를 바라봤다. 왜 이항복의 아들이 자신을 돕는가.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나를 도와줍니까?"

민준호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뭔가를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버지는 당신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조정의 명령으로."

"그것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민준호가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봤습니다. 서희영 선생이 죽어가는 것을."

민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버지는 그것이 기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짓입니다."

이준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이 서희영에게 말했습니다. 기술서의 저주에 대해. 나는 그것을 들었습니다. 당신들이 나누는 대화를. 그녀가 죽기 전날 밤에."

민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신에 찼다. 그는 그날 밤 무언가를 목격했다. 아버지가 모르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그를 변화시켰다.

"나는 아버지를 따를 수 없습니다."

민준호가 기술서가 숨겨진 돌 벽을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당신을 돕겠습니다."

이준석이 다시 돌 벽을 열었다. 기술서를 꺼냈다.

그리고 그는 기술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글씨가 있었다.

검게 변해가고 있는 글씨. 하지만 아직도 읽을 수 있는 글씨.

"제조 방법: 정제 수은 1근, 황 2근, 숯 1근을..."

글씨가 점점 희미해졌다. 마지막 몇 글자는 완전히 검게 변해 있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민준호가 물었다.

"화약입니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더 정확히는, 새로운 화약입니다. 기존의 화약과는 다른. 훨씬 강력한."

"그것이 왜 저주를 받습니까?"

"저주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술서 자체의 성질입니다. 기술서는 미래에서 온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것은 이 시대에서 점점 사라져갑니다."

민준호가 기술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도..."

"나도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완성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준석이 기술서를 다시 숨겼다.

먼 곳에서 말의 발굽 소리가 들렸다.

추격하는 자들.

이항복의 자객들이 왔다.

이준석이 민준호를 바라봤다. 이 젊은이를 믿을 수 있는가. 아버지를 배반한 아들이 정말로 자신을 돕는가. 아니면 이것도 이항복의 함정인가.

하지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라오시오."

민준호가 이준석의 팔을 잡았다.

이준석은 민준호의 손을 느꼈다. 그것은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의 떨림. 하지만 결연함도 함께 있었다.

이준석과 민준호는 폐사찰을 나갔다.

발굽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형체가 사라졌다. 뒤따르는 말의 울음소리와 횃불의 불빛이 폐사찰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들이 탈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포위될까.

14개월의 시간 속에서, 조선의 운명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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