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의문의 죽음

새벽 네 시, 홍길동의 비명은 없었다.

이준석이 도착했을 때 목재 장인은 이미 차가운 밀짚 위에서 눈을 반쯤 뜬 채 경직되어 있었다. 어제 진수식을 마친 철갑선 위에서 내려와 창고 옆 숙소로 들어갔던 홍길동이, 새벽 두 시 경 고열로 인한 경련으로 깨어났다고 했다. 누군가 기침 소리를 들었고, 누군가는 신음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신음이 갑자기 끊어졌다고 했다.

의료관을 자처한 서희영이 손을 내밀고 물러섰다. 맥을 짚어본 지 삼십 초.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장이 멈췄어요. 한 시간 전쯤."

"원인은?"

"모르겠어요."

그 대답이 이준석의 목을 조였다. 모르겠다는 것. 의학 지식을 가진 서희영이 모르겠다는 것. 몸에 외상은 없었다. 피도 없었다. 독약의 흔적도, 질식의 자국도 없었다. 홍길동은 그저 고열로 시작된 무언가에 의해 밤사이에 죽어 있었다.

이준석이 무릎을 꿇고 홍길동의 얼굴을 들었다. 눈빛이 아직 떠 있었다. 두려움이 담긴 눈빛이었다. 이 남자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봤는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자고 있어요."

서희영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준석도 말할 수 없었다. 7년 전 그 오래된 고서점에서 들었던 상인의 중얼거림이 떠올랐다.

"이 책은 주인이 많이 바뀐 책이오. 누구든 가지면 끝이 좋지 못하다더이다."

당시에는 단순한 경고였다. 지금 그 말이 사실처럼 들렸다.

이준석은 일어나 창고 밖으로 나갔다. 여수 항구의 새벽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기술서를 보관하는 방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목재로 만든 상자 안에 기술서는 있었다. 표지의 글씨가 희미해져 있었다. 매달 조금씩, 어쩌면 매일 조금씩 글씨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준석은 촛불을 밝혔다.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겼다. 여백의 페이지들. 그곳에 뭔가가 적혀 있었다. 아주 가늘고 작은 글씨로. 원래는 명확했을 글씨가 지워지고 지워지다가, 이제 거의 사라져가는 그 글씨를.

한 글자씩 읽어 내렸다.

"기술을."

다음 글씨. 촛불을 더 가깝게 들었다.

"직접 전수받은."

손이 떨렸다.

"자는."

"반드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이준석의 얼굴에 피가 빠졌다. 그것이 적힌 순간부터 시작된 것인가. 홍길동이 기술서의 내용을 완전히 배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3년 전 서희영이 말했다. 기술서를 소유한 다른 자들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고. 당시에는 이항복의 자객들이 기술자들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술서 자체가 저주였다면?

이준석은 책을 내려놨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기술서를 만진 지 7년. 그 사이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는가. 자신도 곧 죽을 것인가.

아니다. 자신은 기술을 '직접 전수받은' 게 아니었다. 기술서를 직접 발견했지만, 완전히 배운 게 아니었다. 이해하고, 응용하고, 해석했지만, 누군가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홍길동은?

홍길동은 자신에게서 철갑선 건조의 기술을 전수받았다. 완전하게. 최고의 기술을.

이준석은 벽을 짚고 쓰러졌다.

---

여수 조선소의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여섯 시였다. 서희영이 기술서를 들고 있었다.

"제가 찾아봤어요."

책의 여백을 가리켰다.

"알고 계셨어요?"

"아니다."

"그럼 지금 아셨군요."

서희영이 기술서를 내려놨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저도 곧 죽을 거예요?"

"아니다."

"거짓 말씀 마세요. 저도 당신에게 배웠어요. 항해술을. 천문학을. 당신이 기술서에서 배운 걸 저한테..."

"당신은 완전하게 배우지 않았다. 조각만 배웠다."

"그럼 홍길동은?"

이준석이 답할 수 없었다.

"왜 그를 보호하지 못했어요?"

서희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나를 보호하지 못했어요? 당신이 알고 있었다면, 이 저주가 있다면, 왜?"

이준석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이걸. 그런데도 우리를 보냈어요. 홍길동을 보냈어요. 저를 보냈어요."

"기술을 완성해야 했다."

"그게 전부예요?"

"그게 전부다."

서희영이 물러섰다.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가 죽어갔다.

"조선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위해. 그래서 우리는 죽어도 되는 거예요?"

"아니다."

"그럼 뭐예요?"

이준석이 답할 수 없었다. 서희영은 숙소를 나갔다.

---

한양의 궁궐은 이미 소식을 받고 있었다.

광해군이 이준석을 소환한 것은 오후였다. 신하들이 이미 조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철갑선 진수식 직후 기술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졌고, 누군가는 이것이 저주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이준석의 음모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광해군의 얼굴이 창백했다.

"홍길동이라는 자가 죽었다고 들었다."

"네, 폐하."

"원인이 무엇인가?"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알 수 없는가? 검시를 했는가?"

"했습니다."

"그리고?"

이준석이 침묵했다.

"대답을 하라. 내 신하인 나를 앞에 두고 침묵하는가?"

"죽음의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광해군이 일어섰다.

"나는 그대를 보호해 주었다. 서인들의 상소를 물리치고, 기술자들이 체포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보답인가? 기술자가 죽고, 기술이 완성되지 못하고, 나는 이항복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되는가?"

"폐하, 저는."

"침묵하지 말라. 나에게 설명을 하라. 이 기술이 정말 조선을 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저주인가? 이항복이 상소를 올렸다. 기술서의 저주를 언급하며. 유영경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그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준석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올 말이 없었다.

"대답을 하라!"

"모르겠습니다."

광해군이 이준석을 노려봤다. 왕의 신임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대가 모를 수는 없다. 그 기술서를 가진 자가 모를 수는 없다."

"죽음의 원인은 정말로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음모인가? 기술자를 죽여서 기술을 독점하려는 음모인가?"

이준석이 대답하지 못했다.

"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군."

광해군이 돌아섰다. 신하들의 상소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준석에 대한 신임 철회는 임박해 있었다.

"물러나라. 더 이상 나를 보이지 말라.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는."

이준석이 물러났다. 광해군은 침묵 속에 남겨졌다.

---

한양의 서인 저택에서 민준호는 펜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 이항복의 지시는 명확했다. 이준석이 기술자를 죽였다는 증거를 찾아내라. 그렇게 되면 왕이 이준석을 버릴 수밖에 없다.

민준호의 펜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그 기술자, 홍길동이라는 자는 정말 이준석의 음모로 죽었을까. 여수에 있던 지 한 달이 넘었다. 조선소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기술자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은 나라를 위해 죽고 있었다. 정말로.

민준호가 펜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버지는 이것을 이용해 권력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죽음이 있었다.

펜을 다시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거를 쓰지 않았다. 편지를 찢어 버렸다. 손가락으로 종이를 찢고, 또 찢고, 또 찢었다.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버지에게 보낼 편지는 쓸 수 없었다.

---

여수 조선소로 돌아온 이준석이 서희영을 찾은 것은 밤이었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준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희영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고열이?"

"네. 어제 밤부터. 이제 3일째예요."

이준석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다."

"네?"

"당신은 기술을 완전히 배우지 않았다. 조각만 배웠다. 저주는 완전한 기술에만 작동한다."

"정말이에요?"

이준석이 대답하지 못했다. 기술서의 여백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 마지막 페이지에 또 다른 글씨가 있었다.

"저주는 기술을 완성하는 순간 풀린다."

이준석은 서희영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기술을 완성하면 저주가 풀린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완성해야 한다. 서희영을 살리려면.

하지만 기술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또 다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완성된 기술은 파괴다. 완성은 희생을 요구한다."

이준석의 손이 떨렸다. 저주를 풀기 위해 기술을 완성하면, 그 완성된 기술은 조선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을 파괴할 것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기술을 만드는 자가 파괴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서희영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이 이준석을 본다.

"당신은 뭘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준석이 대답할 수 없었다.

"기술서가 뭐라고 말했어요?"

이준석이 침묵했다.

"저는 죽게 되는 거군요."

"아니다."

"네, 죽게 되는 거다. 당신이 저한테 기술을 가르쳤으니까."

이준석이 일어섰다. 방을 왕복하며 걸었다. 기술서를 펼쳤다. 의료 섹션으로 표시된 부분을 찾아 읽었다. 손글씨로 추가된 주석이 있었다.

"고열은 3일에서 7일 사이에 정점에 도달한다. 그 이후로는 회복되거나 사망한다."

홍길동은 5일 만에 죽었다. 서희영은 이제 3일째.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준석이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주먹이 책상에 내려쳤다. 서희영이 놀라 몸을 떨었다.

"당신을 죽일 수 없어."

"그럼 뭘 어떻게 해요?"

이준석이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서의 마지막 페이지 — 완성된 기술은 파괴라는 문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준석이 창문을 통해 여수의 밤하늘을 봤다. 별들이 흔들렸다. 아니, 자신의 눈이 흔들렸다.

"기술을 완성하세요."

서희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석이 돌아봤다. 침상에 누운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

"기술을 완성하면 저주가 풀린다고 했잖아요."

"그렇지만—"

"완성된 기술이 뭐가 되든 간에, 일단 저는 살 거예요."

"희영, 그건 도박이다."

"그리고 지금 뭐가 다른가요?"

이준석이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서희영이 다시 눈을 감았다.

"가가 오면 부르세요. 난 여기 있을 테니."

이준석이 방을 나갔다. 복도에서 멈췄다. 손이 떨렸다. 주머니 속의 기술서 조각을 꺼냈다. 손상된 철갑선 설계도. 맨 아래 적힌 글씨.

"최후의 무기."

이준석이 그 문구를 읽었을 때, 손가락이 멈췄다. 최후의 무기. 그것은 조선을 구하는 무기가 아니라 조선을 심판하는 무기라는 뜻인가. 아니면 기술 완성을 위한 마지막 제물을 의미하는 건가.

조선소의 작업장으로 내려갔다. 밤중이었다. 달빛만으로 조명이 부족했다. 이준석이 손전등을 켰다. 불빛이 완성되지 않은 철갑선의 선체를 비췄다. 목재로 만들어진 함선. 그 위에 철판을 입히고, 내부에 화약을 채우고, 포구를 뚫었다.

기술서에 따르면, 이것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목숨이다.

기술을 완전히 전수받은 자의 목숨. 그것을 기술에 녹이면, 저주가 풀리고 완성된다는 뜻이었다.

"완성은 희sacrifice를 요구한다. 완성된 기술이 파괴가 되지 않으려면, 그것을 만드는 자가 파괴되어야 한다."

이준석이 설계도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이것은 함정이다. 아니, 이것은 선택지다.

그 순간, 조선소 입구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준석이 손전등을 껐다. 어둠 속에서 몸을 숨겼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여러 명이었다.

"여기인가?"

"맞다."

"광해군의 명령인가?"

"아니다. 이항복의 명령이다. 이준석을 죽이되, 기술서는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이준석의 숨이 멈췄다. 자객들이다. 여러 명의 자객이 조선소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서희영이 있는 침실로 가는 길이었다.

이준석이 움직였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단검이었다. 기술서의 설계도에 따라 만든 단검. 강철이 섞인 철. 아주 날카로운 칼날.

어둠 속에서 이준석이 움직였다. 첫 번째 자객의 목이 베어졌다.

두 번째 자객이 돌아섰다. 하지만 이준석은 이미 그의 옆에 있었다.

세 번째 자객이 비명을 질렀다.

"저기! 저기 있다!"

이준석이 달렸다. 침실 방향으로.

침실 문이 열렸을 때, 서희영은 침상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고열에 떨리는 몸으로.

"당신?"

"움직이지 마."

이준석이 그녀 앞에 섰다. 단검을 들었다.

자객이 나타났다. 검을 들었다. 젊은 검객이었다.

이준석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민준호였다.

민준호가 검을 내렸다. 검을 완전히 내렸다.

"나는 싸우지 않으러 왔습니다."

"뭐라고?"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했습니다."

이준석이 단검을 들었다. 믿지 못했다.

"거짓말이야."

"그럴 수도 있습니다."

민준호가 천천히 검을 던졌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당신이 기술자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홍길동은 당신의 음모로 죽지 않았다. 다른 무언가로."

이준석이 단검을 내렸다.

"당신이 민준호예요?"

서희영이 침상에서 일어났다.

"네."

"왜... 왜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했어요?"

민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죽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홍길동이 죽던 날 밤. 나는 그의 마지막을 봤어요. 그 고열로 경련하던 몸. 공포에 가득 찬 눈빛."

민준호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어요. 이건 음모가 아니라는 걸. 이것은... 저주라는 걸."

이준석이 물었다.

"기술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 알고 있어?"

"네. 아버지가 나한테 보여줬어요."

민준호가 대답했다.

"당신이 처음 기술서를 구했을 때, 서인 패거리 중 한 명이 그것을 봤어요. 그가 아버지한테 고했어요. 아버지는 기술서를 본 거예요. 3년 전입니다."

이준석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기술서의 비밀을 알았어요. 기술 전수자의 죽음을. 저주의 메커니즘을."

민준호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지는 당신을 죽이고 싶은 게 아니었어요. 아버지는 기술서를 원했어요. 기술을 빼앗으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아버지는 알았거든요. 기술을 완성하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는 걸."

서희영이 침상에서 내려왔다. 떨리는 몸으로.

"그럼... 당신이 여기 온 이유가?"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민준호가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홍길동의 죽음을 본 그날 밤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본 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기술을 위한 희생이었어요. 조선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어요."

민준호가 이준석을 봤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어요. 내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조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민준호가 무릎을 꿇었다.

"나는 당신을 돕기로 했습니다. 서희영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기술을 완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준석이 단검을 내렸다.

"그렇다면 넌 뭘 할 거야?"

"저는... 당신이 필요한 것을 하겠습니다."

민준호가 대답했다.

"기술을 완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이준석이 대답하지 못했다.

"완성은 희생을 요구한다고 했잖아요."

서희영이 물었다.

"그 희생이 뭐예요?"

이준석이 기술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여수의 밤하늘. 별들이 흔들렸다.

"기술을 완성하려면... 기술을 완전히 전수받은 자가 죽어야 한다."

이준석이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그 죽음이 기술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저주가 풀리고, 완성된 기술은 더 이상 파괴가 아니라 조선의 방패가 된다."

민준호가 일어났다.

"그럼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다."

이준석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전에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철갑선을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준석이 서희영을 봤다.

"그리고 당신이 살아야 한다."

서희영이 이준석에게 다가갔다. 고열로 떨리는 몸으로.

"나는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죽으면 저주가 풀린다고 했잖아요."

"그렇다."

"그럼 나는 살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남긴 기술로 조선을 지킬 거예요."

서희영의 손이 이준석의 손을 잡았다.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죽는 것을 보지 않을 거예요."

이준석이 입을 열었다.

"희영, 이건—"

"당신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기술서를 펼쳤을 때부터. 그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부터."

서희영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아요. 나는 당신과 함께 살 거예요. 이 고열을 이겨내고. 기술을 완성하고. 함께."

민준호가 말했다.

"기술을 완성하는 방법이 다른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준석이 민준호를 봤다.

"무슨 말이야?"

"기술서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저주를 풀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민준호가 기술서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읽어봅시다. 완성은 희생을 요구한다. 완성된 기술은 파괴다. 이 두 문구가 정말로 당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준석이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면 다른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술을 사용하는 자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민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아니면 기술 자체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완성된 기술이 파괴된다는 것은 그 기술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준석이 민준호를 봤다. 그의 눈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뭘 제안하고 있어?"

"기술을 완성하되,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거예요. 기술을 완성하되, 그것을 파괴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주도 풀리고, 당신도 죽지 않고, 서희영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준석이 기술서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읽었다.

"완성은 희생을 요구한다. 완성된 기술은 파괴다."

그 글씨들이 다르게 읽혔다. 희생이 반드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파괴가 반드시 조선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서희영이 이준석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함께 찾아봅시다. 다른 방법을."

이준석이 그녀의 손을 봤다. 아직도 뜨거웠다. 고열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죽어 있지 않았다. 살아 있었다.

"좋아."

이준석이 대답했다.

"함께 찾아보자."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