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상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이준호의 귀에는 카메라 셔터음만 들렸다. 기자들의 질문은 노이즈였다. 그는 자신의 발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복도는 길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춘 그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16년간 수술실에서 떨린 적 없는 손이, 이제는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서 멈췄다.
로비로 내려가는 계단을 선택했다. 발이 한 계단 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의 뇌는 회의실의 수치들을 반복했다. 제외된 23명 중 18명이 사망했다. 78퍼센트. 포함된 31명 중 29명이 생존했다. 92퍼센트. 그 차이는 의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로비는 밝았다. 오후 햇빛이 창을 통해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심한 숨을 쉬는 환자들, 그들의 손을 잡고 있는 보호자들. 이준호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한 명의 남자가 일어섰다.
박준우였다.
"센터장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이준호는 멈췄다.
"말씀하실 게 있으신가요?"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다시 열었다.
"죄송합니다."
세 글자. 16년 동안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본 적 없는 세 글자가 나왔다. 그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의료진으로서의 설명도, 의학적 근거도,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할 어떤 이유도.
박준우의 눈이 흔들렸다. 분노가 아니었다. 더 나쁜 것이었다. 실망이었다.
"죄송함으로는 아버지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박준우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아버지의 손처럼.
"이것은 아버지가 마지막에 남긴 글입니다. 병원에서 나온 후 집에서 썼습니다."
박준우가 종이를 펼쳤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로비 전체에 울렸다.
"'내가 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판단하셨으니까. 하지만 준우는 살 자격이 있다. 그 아이만큼은 내가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나는 지켜줄 수 없게 됐다. 의료진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박준우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는 종이를 내렸다.
"센터장님은 이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버지의 손글씨를."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종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글씨는 흐릿했다. 손이 떨려서 쓴 것이 분명했다.
"의학적 이유가 있었습니까?"
박준우가 다시 물었다.
"아버지를 제외시킨 의학적 이유가 정확히 무엇입니까? 초기 평가서에는 적응 가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센터장님의 재평가 이후로는 부적응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이준호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답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박민철의 의료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이준호의 판단이었다.
"저는 알고 싶습니다. 의학적 근거를."
박준우는 종이를 다시 접었다.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못 찾으신다면, 그것은 의학이 아닙니다. 그것은 차별입니다."
박준우가 돌아섰다. 로비의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독신 노동자의 아들. 아버지를 잃은 청년. 그는 벤치로 돌아가 다시 앉았다.
이준호는 움직일 수 없었다. 로비는 여전히 밝았다. 햇빛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흐려졌다. 그의 시야는 점점 좁아졌다. 사람들의 얼굴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발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는 3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사무실로.
문을 열었을 때, 세상이 멈췄다.
벽에는 상장들이 붙어 있었다. '대한외과학회 최우수상', '국제장기이식학회 공로상', '미국외과의사협회 펠로우'. 신문 기사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천재 외과의', '의학의 신이라 불리는 이준호 센터장'. 사진들. 성공한 수술들. 살아난 환자들의 얼굴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었다. 한 장의 상장을 내려칠 생각을 했다.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그대로 내려왔다. 책상 위의 파일들을 쓸어내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의자에 앉았다.
박민철의 의료기록 파일을 열었다.
초기 평가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김윤희 전임의의 글씨. '심장 기능 부전 상태 진행 중. 이식 시기 필요. 환자의 신체 상태 기준으로는 수술 적응 가능. 다만 심리 상태 평가 필요.'
그 다음 페이지. 이준호의 재평가서. '환자의 사회적 배경을 종합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의 이식은 의료적으로 부적절한 판단으로 사료됨. 추가 관찰 필요.'
손글씨였다. 이준호의 손글씨였다. 그는 그 글씨를 몇 번이나 봤는가. 매일 아침 회의에서 그 글씨를 읽고, 환자를 제외시키고, 다음 환자를 받아들였다. 그 글씨는 절대적이었다. 반박할 수 없는 의학적 판단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이준호의 손이 파일을 집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재평가서를 다시 읽을 때마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글씨를 보는 것 같았다. 그 글씨는 그의 손으로 쓰여졌지만, 그 판단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완전히 그의 판단이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사회적 배경을 종합 고려할 때'.
그 문장 하나가 모든 것을 말했다. 의료가 아니었다. 판단이었다. 신의 판단이었다.
이준호는 책상에 엎드렸다. 손가락들이 파일의 가장자리를 집었다. 가슴이 움직였다. 호흡이 얕아졌다. 그는 울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일어났다.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전문성이, 절대성이 한 줄의 문장과 함께 무너졌다.
'의료적으로 부적절한 판단'.
그 말은 거짓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었다. '나는 이 환자를 살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는 조기 퇴직자이고, 독신이고,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의료적 판단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의료적이라고 기록했다.'
의료윤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책상 위에 있었다.
'이준호 센터장의 판단은 의학적 근거보다는 사회적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의료윤리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입니다.'
그 문장 다음의 문장이 더 무거웠다.
'또한 이는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누가 장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권력이 한 개인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권력의 남용은 개인의 오만함을 넘어, 제도적 결함을 의미합니다.'
이준호는 보고서를 내려놨다. 그의 손가락이 박민철의 이름 옆에 있는 숫자를 찾았다. 78퍼센트. 그것이 박민철의 사망 확률이었다. 아니, 그것은 확률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박민철은 죽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이준호는 알 수 없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의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상장들의 윤곽만 보였다.
그는 일어났다. 손에는 박민철의 의료기록과 최종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 로비로 다시 내려갔다.
박준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준호가 다가갔을 때, 박준우가 고개를 들었다.
"있을 일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의료기록을 드립니다. 모든 것이 여기 있습니다."
박준우가 파일을 받았다. 손가락이 파일의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말을 하겠습니다."
이준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았다. 죄송함이 아니라, 인정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아버지를 제외시킨 이유는 의학적이지 않았습니다."
말이 나올 때마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하지만 더 선명해졌다.
"저는 그를 보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버는지. 그리고 저는 그가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준우의 얼굴이 굳었다. 이준호는 계속했다.
"초기 평가서에는 적응 가능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의료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 재평가만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의료 판단이 아닙니다."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저는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신이 되려고 했습니다. 신의 판단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의료가 아닙니다."
그는 한 번 더 숨을 쉬었다. 그 숨은 깊고 무거웠다.
"그것은 범죄입니다."
로비가 조용해졌다.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그를 관통했다.
박준우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파일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저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박준우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그래도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박준우는 파일을 들고 일어났다. 그는 로비의 출구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환자 중 한 명, 70대 노인이 박준우의 팔을 잡았다. 그 노인은 박민철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병원 대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환자들이었을 것이다.
"그 아버지분 어떻게 되셨어?"
박준우가 멈췄다.
"돌아가셨습니다. 3개월 전에."
노인의 손이 박준우의 팔에서 떨어졌다. 그 손은 자신의 무릎 위에 내려왔다. 주먹으로 쥐어졌다. 주먹의 손가락들이 떨렸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있었다. 그 주먹은 풀리지 않았다.
이준호는 그 광경을 봤다. 주먹 위의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그것은 분노의 주먹이 아니었다. 무력함의 주먹이었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위해 쥔 주먹. 그것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박준우는 로비를 나갔다. 그 뒤를 자동문이 닫았다. 노인의 주먹은 여전히 쥐어져 있었다.
이준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벽에 붙은 병원의 로고를 봤다. '생명을 살리는 의료의 최전선'. 그 문장은 조롱처럼 들렸다.
그는 로비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봤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생명은 여전히 이 병원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이전이라면, 그들의 생명은 이준호의 판단에 달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준호는 병원을 나갔다. 자동문이 열렸다. 밤 공기가 들어왔다. 바깥은 어두웠다. 그의 차는 주차장에 있었지만, 그는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대신 거리로 나갔다.
길을 걸었다. 발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 발 한 발이 땅을 짓누르는 감각. 호흡이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목과 폐에 찬기운이 내려앉았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병원장'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 걸었다. 그 다음 전화는 경찰청이었다.
이준호는 멈췄다. 화면을 바라봤다. 울리는 벨소리. 밤거리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수화기를 귀에 댔다.
"네, 이준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의료 판단을 내릴 때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것은 항복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