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검토
의료윤리위원회 회의실의 형광등이 균등하게 밝혔다. 아침 9시 정각. 이준호는 의자에 앉았고, 양옆에 강신혜와 김유진이 자리했다. 테이블 반대편에는 위원장 이영수 교수, 법률자문 김유진, 간호사 대표 이은미, 사회복지사 박현수가 앉아 있었다. 최태호는 증인 자리에서 이미 나간 지 30분이 지났다.
"센터장님, 지난 5년간의 환자 배분 기록을 통계적으로 재검토했습니다."
강신혜가 A4 용지 한 장을 들었다. 그 위에는 숫자들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이준호는 그 종이를 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외된 환자 그룹 23명. 평균 나이 55.2세, 평균 가구 소득 2,480만원, 독신률 65.2%, 사망률 78.3%." 강신혜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포함된 환자 그룹 31명. 평균 나이 48.7세, 평균 가구 소득 5,100만원 이상, 기혼률 70.9%, 생존율 92.1%."
침묵이 흘렀다. 이준호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즉시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통계적 편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의료 판단에는 단순한 수치보다 많은 변수가 관여합니다. 환자의 심리 상태, 수술 후 회복 가능성, 가족 지지 체계의 안정성..."
"환자의 심리 상태를 평가한 기록은?" 김유진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파일을 넘겼다. "박민철 환자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검진 기록이 없습니다. 이순영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현수 환자는 어떻게 되나요?"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회복 가능성을 평가한 객관적 지표는?" 김유진이 계속했다. "심장 기능 점수, 폐 기능 점수, 간 수치—모두 제외된 환자 그룹이 더 양호합니다. 박민철 환자는 LVEF 35%, 폐 기능 FVC 68%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식받은 이강민 환자는 LVEF 32%, FVC 62%였습니다. 이강민 환자의 가구 소득은?"
"7,200만원입니다." 박현수 사회복지사가 답했다.
침묵 속에서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음만 들렸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가락이 주머니 속에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누르려고 손에 힘을 주었고, 더 심하게 떨렸다.
"센터장님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이영수 위원장이 물었다.
"...의료 판단은 복합적입니다."
"복합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강신혜가 물었다. 그녀의 눈은 이준호를 정면으로 마주쳤다. "의료기록에는 명시되지 않은 무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뜻입니까?"
이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 침묵 자체가 답변이 되었다.
강신혜는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그녀는 이준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센터장님, 당신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그 문장은 천천히, 명확하게 발음되었다.
"당신은 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강신혜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신만이 누가 살 자격이 있는지 판단합니다. 신만이 생명을 취사선택합니다. 하지만 의사는 다릅니다." 강신혜의 손이 테이블을 짚었다. "의사는 모든 생명이 동등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의 생명이나 부자의 생명이나, 노동자의 생명이나 전문가의 생명이나. 그것이 의료윤리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이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강신혜의 말은 계속되었다.
"당신이 박민철 환자를 제외시킨 이유는 의료적 판단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를 보고 '이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의료 판단'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침묵이 떨어졌다. 이준호는 손가락이 더 이상 떨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전신이 얼어붙은 듯했다.
"박민철 환자의 아내분을 만났습니다." 강신혜가 말했다. "그분은 지난 석 달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남편이 죽기 한 달 전, 당신은 그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당신은 이식 대기 목록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준호는 그 장면을 기억했다. 박민철의 표정을. 그가 어떻게 고개를 떨어뜨렸는지를. 마치 자신이 의료진의 판단에 동의하고 있다는 듯이.
"그분은 당신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강신혜가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신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불가능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신의 판단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의료법도 없고, 윤리도 없고, 정의도 없습니다."
이준호의 목에서 무언가 막혔다.
"박민철 환자는 3개월 후 사망했습니다. 의료기록상 '진행성 심부전'이 사망 원인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판단이 아니었다면, 그는 충분히 이식을 받을 수 있었고,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적으로 92.1%의 확률로."
강신혜는 다시 앉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더 명확해졌다.
"의료윤리위원회의 결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준호 센터장은 지난 5년간의 모든 환자 배분 결정에서 물러납니다. 이미 진행 중인 환자 배분 결정들은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재검토됩니다. 제외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의료사고 배상 청구는 법원으로 이송되며, 병원은 이에 응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영수 위원장이 첨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외된 환자 중 수술 후 합병증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입니다. 우리는 이들도 피해자로 인정합니다. 병원이 이들의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검토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준호는 그 이름들을 떠올렸다. 이순영, 정현수, 김태균... 그들은 모두 이식을 받지 못했고, 대기 중 사망했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기록은 이제 의료진의 책임이 아닌, 의료 시스템의 부정의로 분류되었다.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박준우가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폴더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박민철의 의료기록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기록들.
박준우는 이준호를 보지 않았다. 그는 위원장에게 향했다.
"저는 증언하겠습니다." 박준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침묵.
"'준우, 미안해. 의사 선생님이 내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는데, 아마 맞는 것 같다. 너한테 이렇게 폐를 끼쳐서 미안해.'"
박준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제 아버지는 40대 노동자였습니다. 독신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함께 살았습니다. 하지만 센터장님의 눈에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제 아버지의 생명이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준호는 박준우를 봤다. 그 젊은 남자의 얼굴을. 아버지를 잃은 자의 표정을.
"제가 할 말이 있습니까?" 이영수 위원장이 이준호에게 물었다.
이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리고 멈췄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변명이 이미 박민철의 시신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없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회의실은 침묵으로 채워졌다. 그 침묵 속에서 이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비로소 보았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살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신 역할을 해왔던 것을.
회의가 끝났다. 이준호는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그는 걸었다. 복도로. 계단으로. 로비로.
병원 정문 밖.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오세진 병원장이었다.
"의료윤리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당신은 일단 모든 환자 배분 결정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오세진의 목소리가 끊겼다. "언론이 나왔습니다. 로비에."
이준호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의 귀에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 센터장! 의료윤리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민철 환자 제외 결정을 후회하십니까?"
"당신의 의료 판단이 정말 의료적이었습니까?"
이준호는 차 쪽으로 걸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센터장님! 한 마디만!"
이준호는 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돌아섰다. 기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당신이 제외시킨 다른 환자들에 대해서도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준호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그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의사가 아니었다는 것? 신이 되고 싶었다는 것? 자신의 판단이 생명의 문제가 아닌 생사의 판단이었다는 것?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그 말은 모든 것을 끝냈다. 변명이 아닌, 인정.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준호는 차에 올랐다. 문을 닫았다. 기자들의 목소리가 차 유리에 부딪혔다. 엔진이 켜졌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신혜였다.
"센터장님, 혹시 시간이 되십니까?"
이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그 전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다음 단계. 다음 심문.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될 것이다.
차가 병원을 떠났다. 이준호의 손가락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그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것이 양심의 무게인지, 아니면 자신의 권력이 무너지는 소리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박민철의 아내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것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의료윤리위원회의 결정도, 법원의 판결도, 자신의 사과도 그를 돌려올 수 없다는 것.
차는 한강대교를 건넜다. 뒤에는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희미해졌다. 앞에는 서울의 또 다른 도로들이 펼쳐졌다.
이준호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최태호였다.
"이 센터장님... 제 증언이 도움이 되었길..."
이준호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만 읽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했다. 박민철이 받지 못한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누구일까. 그 환자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차는 계속 나아갔다. 목적지 없이.
# 본문
강신혜는 회의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호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은 연민이 아니었다. 책임을 묻는 시선이었다.
"센터장님."
이준호는 그녀를 지나쳤다. 하지만 강신혜의 목소리가 그를 멈추게 했다.
"당신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준호가 돌아섰다. 강신혜는 한 걸음 가까워졌다. 그녀의 손에는 파일이 들려 있었다.
"의료윤리 위원회가 지난 5년간의 모든 환자 배분 결정을 재검토했습니다."
강신혜가 파일을 펼쳤다. 표와 차트들이 드러났다.
"제외된 환자 그룹: 평균 나이 55세, 평균 소득 2,500만 원, 독신률 65퍼센트, 사망률 78퍼센트."
숫자들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준호는 그 숫자들이 사람이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박민철, 이순영, 정현수. 그리고 다섯 명 더.
"포함된 환자 그룹: 평균 나이 48세, 평균 소득 5,000만 원 이상, 기혼률 70퍼센트, 생존율 92퍼센트."
강신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무정했다. 정확한 비난만큼 냉정한 것은 없었다.
"의료적 지표상으로는 제외된 환자들의 우선순위가 더 높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을 제외했습니다. 왜일까요?"
이준호는 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했던 판단은 의료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생각한 것은 누가 살 자격이 있는가였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침묵이 대답이었다.
강신혜가 계속했다. "의사는 모든 생명이 동등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나이도, 소득도, 가족 구성도 상관없이.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직관으로 생명의 가치를 매겼습니다. 그것을 신(god complex)이라고 합니다."
강신혜가 한 발 물러섰다. "회의실로 돌아가십시오. 김유진 법률자문이 최종 증거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이준호는 회의실로 돌아갔다. 테이블 위에는 새로운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의료기록, 통계표, 그리고 사진들. 제외된 환자들의 사진들이었다.
김유진이 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거웠다. 이것은 승리가 아니라 기록이었다.
"이준호 센터장. 당신이 제외시킨 환자 중 8명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유진이 첫 번째 파일을 펼쳤다. 사진 속에는 60대 노동자가 있었다.
"이순영. 56세. 심근경색으로 심장 기능이 20퍼센트까지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의료적으로는 심장이식의 절대적 적응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를 제외했습니다. 이유는?"
이준호는 입을 열 수 없었다. 기억이 났다. 이순영의 의료기록. '단순 노동자, 저축 없음, 독신'. 그의 필기였다.
"당신의 기록에 따르면 '의학적 부적응증'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적 지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침묵.
김유진이 다음 파일을 펼쳤다. 또 다른 사진. 또 다른 환자. 또 다른 죽음.
"정현수. 58세. 간부전. 당신은 그를 제외했습니다. 당신의 기록: '조기 퇴직자, 사회적 생산성 낮음'. 의료적 근거는 없습니다."
이준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수술실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판단이 무너지는 떨림이었다.
"당신이 포함시킨 환자들을 보세요."
김유진이 반대쪽 파일을 펼쳤다. 다른 환자들의 사진들. 더 젊고, 더 잘 차려입은 사람들. 그들은 살아 있었다.
"이 환자들의 평균 소득은 당신이 제외시킨 환자들의 2배입니다. 의료적 지표는 더 낮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살아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해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신이 되려고 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김유진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채웠다. "당신은 자신의 능력으로 누가 살 자격이 있는지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의료적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통계는 말해줍니다. 당신의 판단 기준은 의학이 아니라 편견이었습니다."
강신혜가 추가로 파일을 놓았다. 더 두꺼운 파일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당신이 수술한 환자들 중 일부입니다."
그 파일 속에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기록이 들어 있었다. 그들은 살아 있었지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박영미. 당신의 불가능한 수술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매일 통증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신경통, 호흡 곤란, 만성 거부 반응. 당신의 기술이 그녀를 살렸지만, 의료윤리위원회는 당신이 그 후유증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박영미. 그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자랑스러운 수술 사례 중 하나였다. 불가능한 신장이식. 세 군데 기관 이식. 성공률 3퍼센트인 수술을 자신이 해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병원에 자주 와야 했다. 합병증 관리를 위해. 그 사실을 이준호는 외면했다.
"당신의 수술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환자들은 생존했지만 삶의 질이 극도로 낮아졌습니다. 의료윤리위원회는 이들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이러한 가능성을 설명했습니까?"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환자들에게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했다. 아니,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했다. 자신이 수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환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믿었다.
회의실의 조명이 밝아졌다. 윤리위원장이 자리에 섰다.
"이준호 센터장. 당신은 이 모든 혐의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이준호는 일어섰다. 테이블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8명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모두 사망했다. 모두 자신이 제외시킨 환자들이었다.
"저는... 의료적 근거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없었습니다. 당신의 기록에는 의료적 근거가 없습니다."
윤리위원장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제외된 환자와 포함된 환자 사이에 의료적 차이가 있었습니까?"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닫았다.
"없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변명이 아닌 인정. 자신의 판단이 의료적이지 않았다는 인정.
"그렇다면 당신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준호는 강신혜를 봤다. 그녀의 눈은 같은 색이었다. 판단을 내리는 눈.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저는... 누가 살 자격이 있는지 판단했습니다."
회의실이 움직였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 말은 공식 기록이 될 것이었다.
"당신은 의사의 책임을 넘어섰습니다."
윤리위원장이 말했다.
"당신은 신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의 판단은 틀렸습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의가 끝났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그는 걸었다. 복도로. 계단으로. 로비로.
병원 정문 밖.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준호 센터장! 의료윤리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민철 환자 제외 결정을 후회하십니까?"
"당신의 의료 판단이 정말 의료적이었습니까?"
이준호는 차 쪽으로 걸었다. 기자들이 따라왔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센터장님! 한 마디만!"
이준호는 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돌아섰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그 말은 모든 것을 끝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준호는 차에 올랐다. 문을 닫았다. 기자들의 목소리가 차 유리에 부딪혔다. 엔진이 켜졌다.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세진 병원장이었다.
"의료윤리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오세진의 목소리는 차갑고 사무적이었다.
"당신은 일단 모든 환자 배분 결정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전화 너머에서 뭔가 쓸쓸한 침묵이 흘렀다.
"언론 대응을 어떻게 할지 상의해야 합니다. 병원의 평판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판 관리. 그것이 오세진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죽은 환자들이 아니라. 고통받는 환자들이 아니라.
"당신의 의견을 물어봅니다. 당신이 자진 사직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이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차는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뒤에는 병원이 점점 작아졌다. 앞에는 서울의 도로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준호는 신호등에서 멈췄다. 빨간 불이었다. 그는 손을 펼쳤다 폈다를 반복했다. 떨림이 없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 떨림은 자신의 양심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떨림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휴대폰이 또 울렸다. 강신혜였다.
"센터장님. 혹시 시간이 되십니까? 제가 할 말이 있습니다."
이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만 읽었다. 강신혜의 메시지:
"당신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의사로서. 신이 아닌 의사로서."
그 메시지 아래에는 또 다른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제목은 '재검토 대상 환자 목록'이었다. 총 47명. 그들은 모두 이준호의 판단으로 제외되었던 환자들이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차가 움직였다.
이준호의 눈이 휴대폰 화면에 고정되었다. 47명. 그 숫자가 자신의 가슴을 쳤다. 47명 중 몇 명이 아직 살아 있을까. 몇 명이 죽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차는 계속 나아갔다. 목적지 없이. 하지만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법원으로. 그리고 그 다음은 각 환자의 집으로. 자신이 죽게 한 사람들의 유족들을 만나러.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김유진이었다.
"센터장님. 박민철 유족이 추가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당신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금액은 5억입니다."
이준호는 전화를 끊었다.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박민철을 돌려올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강을 보며 이준호는 생각했다. 자신이 신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 죽음 앞에서 무력한 의사 자신을 거부하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을 지배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결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료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차는 강남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정해졌다. 검찰청. 박준우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직접 말해야 했다. 의료윤리 위원회의 결정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마지막 신호등에서 멈췄다. 다시 빨간 불이었다.
이준호는 차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16년간 처음이었다. 손가락의 떨림도 아니고, 마음의 동요도 아닌, 진정한 절망의 울음.
초록불이 켜졌다. 차는 움직였다. 검찰청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