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실 입구 앞에서 강신혜는 폴더를 다시 한 번 펼쳤다. 손가락이 차갑다. 새벽 세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 원탁 위에 펼쳐진 의료기록들. 거기서 패턴이 보였다.
"봤어요?"
김유진이 커피를 내밀었다. 강신혜는 고개를 젓지 않고 그것을 받았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문서로 돌아갔다.
제외된 환자들의 리스트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었다. 이름과 나이. 직업. 가족 관계. 소득 수준.
"박민철. 52세. 조기퇴직자. 독신.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다음."
"이순영. 48세. 실직자. 편부모 가정. 월 소득 없음."
"다음."
"정현수. 67세. 무직자. 배우자 사망. 독거노인."
"다음."
"김영미. 41세. 파트타임 근로자. 자식 양육 중이지만, 배우자 없음."
강신혜가 손을 멈췄다. 펼쳐진 종이 위에 여덟 명의 이름. 여덟 명 모두.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노동자. 무직자. 독신자. 가족 관계가 끊긴 사람들.
"통계를 내보겠어요?"
김유진이 노트북을 켰다. 화면에 엑셀 시트가 떴다. 강신혜가 입력한 데이터가 이미 표로 정렬되어 있었다. 제외된 환자 8명과 포함된 환자 12명의 비교표.
제외 그룹: 평균 연령 54.3세. 평균 월 소득 150만 원. 배우자 있음 12.5%. 자녀 있음 25%.
포함 그룹: 평균 연령 47.8세. 평균 월 소득 380만 원. 배우자 있음 83%. 자녀 있음 92%.
"의료적 지표는 어떻게 나왔어?"
"거기가 문제에요."
강신혜가 다른 탭을 열었다. 심각도 점수, 대기 시간, 혈액형 적합도. 의료적 기준만 본다면, 제외된 환자들 중 세 명이 오히려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했다. 박민철은 심장 기능 부전 NYHA 4등급. 폐부종 위험. 이순영은 폐이식 대기 3개월. 정현수는 간 수치 악화로 급속한 악화 중.
"이게 임상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유진이 물었다. 강신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메일을 켜서 폴더를 찾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의료윤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들. 총 아홉 개.
2021년 6월: "장기이식 선정 기준의 투명성 개선 권고."
2022년 3월: "센터장의 재평가 근거 명시화 요청."
2023년 1월: "사회적 요인이 의료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검토."
2023년 11월: "제외 결정의 의료기록 기재 강화 안내."
2024년 2월: "개별 사례별 심사 절차 강화 권고."
강신혜가 중얼거렸다. "내가 맞았다."
목소리가 쉬었다. 그것은 승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단이 확정되는 순간의 목소리였다. 암이 맞다는 진단 같은. 자신이 오래전부터 느껴온 것이 사실이었다는 확인의 목소리.
핸드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강신혜가 받았다.
"강신혜 위원님 맞으신가요?"
목소리가 낮았다. 떨리고 있었다. 강신혜는 즉시 알았다.
"최태호 교수님이시네요."
"네. 제가... 의료윤리위원회에 증언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3년 전 박진영 환자 사례를 기억하세요?"
강신혜의 얼굴이 굳었다. 알고 있었다. 2021년 8월. 신장 이식 대기 환자. 의료 기준상 적응 판정이었다. 그런데 이준호가 '예후 판정 불확실'이라며 제외했던 사례. 그 환자는 6개월 후 사망했다.
"그때 저는 반대했어요. 의료 기록에 명시했어요. '의료적 근거 없음'이라고. 이후로 저는 침묵했습니다. 3년을 침묵했어요. 제 직급 때문에. 제 자리 때문에. 그 환자가 죽었는데도."
최태호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내일 증언할 때 저는 모든 걸 얘기할 겁니다. 박진영. 이순영. 정현수. 제가 본 것들을 다 얘기할 거예요."
전화가 끊겼다.
강신혜는 받침대에 핸드폰을 놓고 김유진을 봤다. 김유진은 이미 다른 문서를 띄우고 있었다.
"5년 전 뇌사 환자 심장이식 사례. 이준호의 신기술로 성공한 사례 중 하나."
스크린에 의료기록이 떴다. 환자 이름: 서정민. 당시 나이 42세. 뇌사 판정 후 심장이식 수술. 수술 결과: 성공. 생존 기간: 5년 2개월.
"그런데 3년 후부터 신부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다음 페이지.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 1년마다 급상승하는 곡선. 정상 범위 1.0에서 시작해서 지난해에는 8.2까지 올라갔다.
"이식 후 합병증이에요. 심장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신독성. 그런데 서정민 씨가 병원에 보상을 요청했어요. 이준호의 수술 후유증이라고."
김유진이 다음 문서를 클릭했다. 내부 의료 상담 기록. 날짜는 1년 전.
"병원 답변: '예상 가능한 합병증으로, 의료사고로 판단하지 않음.' 서정민 씨는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요."
강신혜가 창밖을 봤다. 새벽 5시. 서울 밤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불가능한 수술들을 기적처럼 성공시켜왔지만, 그 환자들의 삶은 어땠을까요?"
김유진이 물었다. 강신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폴더를 닫고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소환이에요. 이준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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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위원회 회의실은 조용했다. 사실 조용한 것이 아니라, 긴장이 소리를 먹고 있었다.
원탁의 한쪽 끝에 이준호가 앉아 있었다. 검은 수술복 위에 하얀 가운. 마치 수술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강신혜가 폴더를 펼쳤다.
"센터장님이 지난 3년간 제외 결정을 내린 환자들의 통계를 정리했습니다."
화면에 표가 떴다. 제외 그룹과 포함 그룹의 비교. 강신혜의 손가락이 각 수치를 가리켰다.
"제외된 환자들의 평균 월 소득은 150만 원입니다. 포함된 환자들은 380만 원입니다. 독신 비율은 제외 그룹이 87.5%, 포함 그룹이 17%입니다."
침묵.
"가족 관계가 있는 비율은 제외 그룹 25%, 포함 그룹 92%입니다."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것이 의료윤리입니다. 이식 후 회복 기간에 가족의 지지가 있는가 없는가는 예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경제적 안정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정한 생활 환경은 거부 반응의 위험을 높입니다."
"그렇다면 포함된 환자들도 모두 가족 지지 체계를 의료기록에 명시했습니까?"
강신혜가 다음 표를 띄웠다. 심각도 점수. 박민철은 NYHA 4. 이순영은 대기 3개월. 정현수는 간 수치 급속 악화.
"포함된 환자 12명 중 8명의 기록에는 가족 지지 현황이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제외된 환자 8명의 기록에는 모두 사회적 배경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준호의 입이 다물어졌다.
"의료적 우선순위로 돌아가겠습니다."
강신혜가 다시 화면을 바꿨다. 박민철의 의료기록. 초기 평가 페이지. 전임의 김윤희의 서명. 판정: 적응.
"박민철 환자. 초기 평가에서 '심장이식 적응 가능' 판정. 3주 후 당신의 재평가에서 부적응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의료기록에 기재된 근거는?"
이준호의 얼굴이 움직이지 않았다.
"재평가의 의료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침묵이 회의실을 채웠다. 이준호의 눈이 천천히 내려갔다. 테이블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탁탁 두드렸다가 멈췄다. 다시 움직였다.
"환자의 임상적 상태 악화를 관찰했습니다."
목소리가 나왔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폐부종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이식 후 생존율 예측 모델에서 50% 이상의 성공률을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50% 이상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김유진이 개입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체계적이었다.
"의료기록에는 그 수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료 문헌에서 장기이식의 성공률 기준은 일반적으로 70% 이상입니다. 센터장님의 50%라는 기준은 매우 보수적입니다."
침묵.
"더 보수적이라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제외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포함된 환자들 중에도 50% 이상의 성공률을 보장하지 못한 사례가 있을 것입니다."
강신혜가 다른 파일을 열었다. 포함된 환자 중 수술 후 1년 이내 사망한 사례들. 세 명이 나왔다.
"포함된 환자 12명 중 3명이 1년 이내 사망했습니다. 성공률은 75%입니다. 박민철 환자를 포함시켰다면 성공률은 73.3%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강신혜와 만났다.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다.
"박민철 환자의 경우, 조기퇴직자라는 것이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의료기록에 '조기퇴직자'라는 항목을 기록했습니까?"
이준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호흡이 빨라졌다. 목 부분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5년 전 뇌사 환자 심장이식 사례를 보겠습니다."
강신혜가 화면을 바꿨다. 서정민의 의료기록. 현재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
"이 환자는 당신의 신기술로 성공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5년을 생존했습니다. 그런데 이식 후 합병증으로 현재 신부전 3기입니다."
이준호가 뭔가 말하려 했다. 입이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어졌다.
"이 환자가 보상을 요청했을 때 병원은 '예상 가능한 합병증'이라고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박민철 환자를 제외할 때 당신이 언급한 '50% 이상의 성공률 보장 불가'라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강신혜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것도 예상 가능한 합병증이 아닙니까? 아니면 박민철 환자는 예상 불가능한 합병증을 겪을 환자라고 판단하셨습니까?"
이준호의 전신이 함께했다. 손가락이 경련하듯 떨렸다. 호흡이 끊겼다. 다시 나왔다. 얕고 빠르게.
30초. 1분. 1분 30초.
회의실의 불빛이 이준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 얼굴은 서서히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얼굴들이 떠올랐다.
박민철. 52세. 폐부종으로 밤 11시 47분 사망.
아들 박준우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들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면 자신이 간호하겠다고. 자신이 일을 그만두고 간호하겠다고. 그 메시지는 의료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준호가 기록하지 않았다.
이순영. 48세. 실직자. 의료기록에 "예상 회복 불확실"이라고 적었다. 6개월 후 사망.
그런데 이순영의 누나가 있었다. 누나는 매일 병원에 왔다. 누나는 이순영이 이식을 받으면 자신의 집에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도 기록되지 않았다.
정현수. 67세. 독거노인. "고령으로 인한 부적응"이라고 적었다. 그의 의료 지표는 충분히 적응 가능했다. 사망까지 7개월.
그런데 정현수는 교회 공동체가 있었다. 교회 목사가 정현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교회 신자들이 간호를 돕겠다고 했다. 그것도 기록되지 않았다.
김영미. 41세. 파트타임 근로자. 자식이 셋이었다. 의료기록에 "가족 지지 체계 미흡"이라고 적었다. 그는 자식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의료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준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기록한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기록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본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보지 않으려 한 것은 무엇인가.
50% 성공률이라는 기준. 그것은 의료 기준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든 기준이었다. 자신이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을 제외하기 위해.
그들이 죽어도 자신의 성공률은 올라갔다. 자신의 명성은 올라갔다. 자신의 신기술은 기적이 되었다.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빛이 흐려졌다.
"센터장님?"
강신혜가 물었다.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오는 것은 여전히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너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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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병원 옥상.
이준호는 서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남역 방향의 네온 불빛. 한강 너머 여의도의 불야성. 그리고 수백만 개의 창문 불빛들. 모두가 누군가의 삶이고, 모두가 누군가의 선택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메시지.
발신: 최태호
"내일 내가 위원회에 증언한다. 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3년을 침묵했다. 박진영을 봤고, 이순영을 봤고, 정현수를 봤다.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침묵했다. 내일은 침묵하지 않겠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도 나처럼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마주할 것인가."
이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차가워졌다. 손 전체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메모 앱을 열었다. 화면이 비어 있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한 글자씩.
"박민철. 이순영. 정현수. 김영미."
이름들을 적었다. 그 아래 날짜를 적었다. 제외 결정 날짜. 그 아래 이유를 적었다. 의료기록에 남긴 이유가 아닌, 자신이 실제로 생각했던 이유를.
"가족 없음. 돈 없음. 나이 많음. 회복 가능성 낮음. 성공률 저하 위험."
그리고 그 아래, 다시 한 번 적었다.
"내가 선택했다."
이준호가 다시 서울을 봤다. 불빛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박민철의 불빛. 이순영의 불빛. 정현수의 불빛. 김영미의 불빛. 그리고 박진영의 불빛.
자신이 내려놓은 판단들의 불빛들.
그리고 그 판단들 아래, 누군가는 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