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나온 지 사흘째 되는 아침이었다.
훈련장 벤치에 앉아 이준영이 타격 연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준호의 손가락이 또 떨렸다. 왼쪽부터 시작해서 오른쪽까지 순차적으로. 회귀 후 72시간이 지났을 때도 이랬다. 신체가 시간을 따라잡고 있다는 신호였다. 회귀는 기억을 투영할 뿐, 육체를 되돌리지 못한다. 그 사실을 매 순간 깨닫는 중이었다.
"준영이, 다시!"
박태수 감독의 목소리가 들판을 가로질렀다. 어제 평가전에서 0-3으로 처참하게 돌아온 이준영은 오늘따라 다른 선수처럼 보였다.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들을 일관되게 때려냈다. 하체 폭발력이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준호의 데이터가 맞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의 차이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어제 이준영의 타구 속도(EV)는 평균 82mph였다. 표본이 적었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했다. 하체 폭발력 상위 0.5%라는 데이터와 모순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이준영의 눈빛은 죽어 있었다. 신체 조건 때문에 계속 거절당해 온 선수의 눈이 그렇게 보인다. 김준호는 그걸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달랐다.
"좋아! 그 스윙이다!"
이준영이 세 번째 공을 맞혔다. 볼이 좌측 외야로 높게 떠올랐다. 타구 거리는 어제보다 5미터는 더 날아갈 것이었다. 타구 각도도 정확했다. 데이터상으로는 여전히 같은 신체의 같은 선수였다. 그런데 무언가 달랐다.
박태수 감독이 벤치에 앉은 김준호 옆에 내려앉았다.
"어제 그 아이를 봤나?"
"데이터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나는 묻는 게 아니야. 그 아이의 눈을 봤냐는 거다."
김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태수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제는 죽어 있었어. 마치 자기 자신을 이미 포기한 아이처럼. 그런데 오늘 아침에 그걸 봤을 때 뭔가가 바뀌었어. 아, 그게 뭔지 알겠나?"
"무엇입니까?"
"의지지.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게 그 아이에게 뭔지 알려준 거야. 어제 저 아이는 아직 자신을 못 믿고 있었어.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자신이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김준호의 손가락이 또 떨렸다. 이번엔 신체 쇠퇴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님이 데이터를 믿지 않으신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니야. 나는 데이터를 믿어. 넌 그 아이의 신체를 보고 숫자를 읽어냈어. 그게 맞다는 걸 이제 알겠어. 하지만 그 숫자가 현실이 되려면 누군가는 그걸 필드에서 증명해야 해. 그리고 그 증명이 나오려면 그 아이가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박태수는 일어나서 이준영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저 아이가 오늘 다르게 보이는 건 너의 분석 때문이 아니야. 너의 분석이 그 아이에게 '넌 충분하다'는 신호를 준 거고, 그제야 그 아이가 자신을 믿기 시작한 거야. 그 믿음이 신체를 움직이는 거지. 의지가 숫자를 현실로 만든다."
감독이 돌아가며 남긴 말이 김준호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그 순간 김준호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25년간 수집한 자신의 분석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인가. 데이터가 없었다면 이준영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의 믿음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놓친 10년간의 선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도 누군가의 믿음만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그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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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경주 고등학교 운동장이었다.
최민재는 상대 구단의 주포 타자를 상대로 투구했다. 구속은 여전히 138km/h였다. 기계적으로 재어낸 숫자였고, 한국 야구계에선 '약한 투수'의 낙인이었다. 하지만 최민재의 공은 다르게 움직였다.
회전력 상위 5%. 그게 뭘 의미하는지 경기장의 대부분은 몰랐다. 타자는 알았다.
첫 번째 공은 몸쪽 높이에서 시작해 마지막 순간 손목 안쪽으로 떨어졌다. 타자는 배트를 휘둘렀고 헛스윙했다. 두 번째 공은 바깥쪽으로 시작해 스트라이크존 끝에서 들어왔다. 타자는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세 번째 공은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다. 타자는 공을 놓쳤다.
삼진 아웃.
경기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상대 팀 벤치의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138km/h의 공이 자기 팀의 최고 타자를 삼진으로 보내다니.
경기 후 라커룸에서 최민재가 김준호를 찾아왔다.
"스카우터님."
"경기 잘했다."
"당신의 데이터가 저를 믿게 해줬어요. 저는 처음부터 제 회전력을 알고 있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거든요. 당신이 숫자로 보여줬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제 방식을 인정해준다고 느꼈어요."
최민재의 눈빛이 반짝였다. 야구인의 눈이었다. 이준영과는 다른 종류의 확신이었다. 최민재는 자신을 이미 믿고 있었다. 그저 세상이 그를 확인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김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내가 한 건 숫자를 보여준 것뿐이다."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아세요?"
"아니다. 넌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든 거다. 그 공 하나하나가 현실이야. 내 데이터가 아니라."
최민재는 웃었다. 그리고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김준호는 한참 그 자리에 남았다. 박태수의 말과 최민재의 감사가 겹쳤다. 자신이 25년간 놓친 게 뭔지 비로소 깨달으려 했다. 하지만 깨달음은 고통을 동반했다. 그 25년이 정말 의미 있었는가. 아니면 자신은 단지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는가. 데이터 없이도 이준영과 최민재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해준 건 그저 그들의 확신을 외부에 증명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증명받지 못한 선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10년 전 놓친 그 선수들은.
김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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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의 SK 스카우팅실이었다.
강수민은 정해진 앞에 앉아 있었다. 스카우팅 부장은 신문을 펼쳐 보였다. 라이온스의 신입 유격수와 투수에 대한 기사였다. 작은 기사였지만 제목은 명확했다. '신체 조건 무시한 라이온스의 역발상 드래프트, 먹혀들다.'
"저 스카우터의 분석이 맞다면 넌 이미 구식이다."
정해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카로웠다.
"저는 여전히..."
"여전히 뭐? 넌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고, 신체 조건도 좋고, 기본기도 충실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많다. 한국 야구에 그런 선수는 수십 명이야. 넌 이제 그 스카우터의 선수들과 비교당하고 있어. 체형 미달이라고 낙인찍힌 아이들과."
강수민의 얼굴이 굳었다. 신문 기사의 의미가 명확했다. 자신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어떻게?"
"증명해. 넌 더 좋은 기본기로, 더 강한 신체로 그들을 압도해야 한다. 혹은 그 스카우터의 분석이 틀렸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어느 쪽이든 좋아. 중요한 건 넌 이제 물러설 수 없다는 거야."
정해진은 신문을 덮었다.
"내 제안을 들어봤나? SK에서 너를 드래프트하고 싶어."
"라이온스와의 계약은?"
"그 구단이 살아남을까? 저 스카우터의 분석이 모두 틀려버리면 라이온스는 끝이야. 넌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스카우터가 실패할 때, 넌 성공하고 있어야 한다."
강수민은 정해진의 눈을 바라봤다. 악의는 없었다. 그저 현실적인 조언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현실성이 더 무서웠다.
"네. 알겠습니다."
강수민은 일어났다. 그 순간부터 자신의 기존 방식을 더욱 고수하기로 결심했다. 신체 조건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이 체형 미달 선수들에게 밀려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싶었다.
그날 밤, 강수민은 훈련장에 남아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연습했다. 신체 조건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덤벨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고, 미러 앞에서 자신의 신체를 점검했다. 가슴 둘레, 팔 굵기, 다리 근육량.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체형 미달 선수들이 성공한다면, 자신의 20년은 무엇인가. 그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는 확신이 없었다. 오직 두려움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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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 사무실 회의실에서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민준 경영이사가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습니다. 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저 스카우터의 분석이 맞다면, 우리는 올해 충분히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박태수 감독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멀었다."
"감독님?"
"아직 멀었다고 했어. 기사도 언론도 아무것도 아니야. 경기장에서 이기는 게 전부야. 그리고 그 아이들이 정말로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민준은 박태수를 바라봤다. 감독의 표정에서는 의심의 기미가 보였다.
"감독님, 혹시 저 스카우터의 분석을 여전히 못 미더워하시는 건가요?"
박태수는 회의실을 나갔다. 대답은 없었지만, 침묵이 모든 걸 말해줬다. 감독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심의 대상은 명확했다. 스카우터의 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었다. 자신이 이 길을 가야 하는 건지, 이 선택이 정말 옳은 건지에 대한 의심이었다. 이민준이 언론 전략을 강조할수록, 박태수의 불안감은 커졌다. 언론은 실패했을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그리고 만약 이 선수들이 프로에서 실패한다면, 라이온스의 미래는 끝날 것이다.
이민준은 회의 자료를 정리했다. 의심은 경영진의 몫이 아니었다. 경영진은 결과만 보면 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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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라이온스 사무실에 홀로 남은 김준호는 책장을 뒤지고 있었다.
10년 전, 그가 스카우팅하다가 놓친 선수들의 명단. 그 명단은 이제 검은색 폴더 안에 갇혀 있었다. 처음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보관했다. 매번 새로운 선수를 놓칠 때마다 그 폴더를 꺼내 봤다. 그리고 그때마다 절망했다.
이번엔 다른 이유로 펼쳤다.
회귀 후 5명의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이준영, 최민재,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3명. 하지만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의사의 진단이 자꾸만 떠올랐다. 신체 쇠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회귀할 때마다 기억이 10% 감소했다. 1회차 회귀 때는 5년의 시간폭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무릎의 통증은 단순한 신체 증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체 수명이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경고였다.
남은 시간 안에 모두 해결해야 했다.
"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김준호가 중얼거렸다. 명단을 넘기며 사진들을 봤다. 10년 전의 젊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야구를 포기했을까. 아니면 다른 팀에서 성공했을까.
한 장의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름: 박준호. 포수. 생년월일: 1985년 3월 12일. 신체: 180cm, 체지방률 16%. 평가: 신체 불균형으로 인한 수비 능력 저하. 경기 감각 부족.
하지만 김준호의 기억에는 다른 정보가 있었다. 박준호는 2020년 국가대표팀 포수로 활동했다. 순발력과 판단력에서 당대 최고였다. 그가 놓친 선수였다. 누군가 다른 스카우터가 발굴했고, 다른 팀에서 성공시킨 선수였다.
"포수. 이미 발굴된 이준영, 최민재. 남은 건..."
김준호는 명단의 다른 이름들을 훑었다. 그 중 몇 개는 이미 메이저로 진출한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스카우터에게 발굴되었고, 다른 팀에서 성공했다. 김준호가 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명단을 다시 펼쳤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선수들을 찾아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 해."
폴더를 덮고 책장에 돌려놨다. 하지만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10년 전 놓친 선수들의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들 중 누군가는 여전히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다른 팀에서 성공했을 것이다. 자신이 발굴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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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훈련장 밖이었다.
이준영의 타격 연습이 끝나고 김준호는 산책을 나갔다. 신체 쇠퇴를 감지하기 위한 일상적 확인이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떨렸다. 흰머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시력도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왼쪽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이었다.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계단을 내려올 때 통증이 심해서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 훈련장 산책 중에도 왼쪽 다리에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훈련장 밖 길을 걷다 왼쪽 무릎이 갑자기 꺾였다. 통증이 번개처럼 다리 전체를 관통했다. 김준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아..."
신음이 나왔다. 회귀 후 처음으로 신체 쇠퇴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신체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험. 그것은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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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진찰실이었다.
의사는 X-ray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음... 이상하네요. 47세치고는 무릎 상태가 굉장히 안 좋습니다. 마치 60대 환자처럼요. 무릎 연골이 상당히 닳아 있고, 만성 통증이 진행 중입니다."
"얼마나 심각한가요?"
"현재 상태라면 앞으로 2~3년 내에 더 심해질 겁니다. 특별한 원인이 있나요? 과도한 운동이나 사고?"
김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신체가 회귀의 부작용으로 급속도로 노화되고 있다는 것을.
"일단 관리를 해야 합니다. 무리한 활동은 피하시고,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를..."
의사의 목소리는 멀어졌다. 김준호의 귀에는 한 가지만 들렸다. 2~3년. 신체 수명이 예상보다 빨리 단축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회귀할 때마다 기억이 10% 감소하고, 신체도 함께 노화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남은 회귀 횟수는 몇 번이나 될까. 2~3년 안에 몇 명의 선수를 더 발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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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온 김준호는 택시 안에서 명단을 다시 펼쳤다. 폴더는 없었다. 의료 기록 서류들 사이에 끼워진 사진 몇 장뿐이었다. 10년 전 스카우팅 대상들의 얼굴들이었다.
박준호. 포수. 사진 속 얼굴은 젊었다. 2020년 국가대표팀에서 뵌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눈빛은 기억하고 있었다. 순발력과 판단력. 그리고 누군가의 믿음만으로도 충분했던 그 눈빛.
택시가 서울의 야경을 가르며 나아갔다. 창밖의 불빛들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시력도 악화되고 있는 건 맞다. 이것이 4회차 회귀의 전조였을 것이다. 기억 감소와 함께 신체 감각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김준호는 사진 속 박준호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경주. 부산. 어디 있을까."
중얼거림이 나왔다. 택시 기사는 뒷좌석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준호를 찾아야 한다. 이번엔 놓칠 수 없다."
김준호는 사진들을 다시 정리했다. 2~3년. 그 시간 안에 남은 선수들을 모두 발굴해야 했다. 이번엔 놓칠 수 없었다. 박준호를 시작으로, 명단 속의 모든 선수들을 찾아내야 했다.
택시가 야경 속으로 사라졌다. 창밖의 불빛들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 속에서 김준호는 다음 이동을 계획했다. 내일 경주로 내려갈 것이다. 박준호를 찾아야 한다. 10년 전 놓친 선수. 이번엔 다를 것이다. 이번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