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대가
거울이 거짓말을 했다. 분명 세 시간 전에는 까만 머리였다.
김준호는 라이온스 훈련장의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관자놀이를 쓸어내렸다. 흰머리가 한 줌 잡혔다. 정확히 세어보니 어제보다 열 가닥이 더 많았다. 손가락 끝에 감긴 흰머리들을 물에 헹굴 때 그 감촉이 유난히 뻣뻣했다. 죽은 것처럼 말라 있었다.
화장실 문이 열렸다. 투수 코치 김영철이 들어오다가 김준호를 보고 눈을 굴렸다.
"거울 들여다보는 시간도 많네. 우리 스카우터 양반."
"아, 네."
김준호는 재빨리 손을 닦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싫었다. 22세의 신체에 47세의 피부. 눈 아래 다크서클이 검은 그림자처럼 박혀 있었고, 눈가의 주름은 지난 이틀 사이에 깊어졌다. 회귀가 신체를 되돌렸지만, 시간이 남긴 자국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그 밤, 김준호는 강남역 근처의 작은 개인의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김준호의 혈압을 재고 한숨을 쉬었다.
"혈압이 좀 높으신데. 스트레스 많으세요?"
"네. 요즘 일이 많아서."
"혈관 탄성도도 떨어져 있고, 손 떨림도 있으신 것 같은데..."
의사가 청진기를 꺼냈다. 심장 소리를 듣더니 눈을 좁혔다.
"심장 박동이 조금 불규칙하네요. 나이는 20대 초반 같은데, 심장은 40대 후반 수준입니다. 정밀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얼마나 심각한가요?"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리를 하면 심계항진이나 현기증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격렬한 운동은 피하시고."
의사는 처방전을 써주며 덧붙였다.
"혈관 노화 지수가 평년 대비 1년 정도 가속화된 상태입니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1년.
김준호는 그 숫자가 자신의 목을 조이는 줄처럼 느껴졌다. 매 회귀마다 1년씩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의사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추상적인 미래가 구체적인 현실로 변했다. 남은 회귀는 4번. 남은 신체 수명은 4년. 그 안에 5명의 미래 메이저리거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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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18일. 라이온스 vs 대구 라이온즈의 이사회 주최 평가전이 열렸다.
이준영은 첫 타석부터 삼진을 당했다.
투수는 구속 150km/h의 직구를 목 높이에 던졌다. 이준영의 배팅 궤도는 완벽했다. 타이밍도 정확했다. 하지만 배트가 공을 스쳐갔을 뿐 맞지 않았다. 심판이 손을 올렸다.
"스트라이크!"
관중석에서 웅성거림이 나왔다. 라이온스 진영에서는 김준호를 보는 시선이 변했다. 이전의 기대와 의심이 뒤섞인 눈빛에서, 이제는 순수한 의심만 남았다.
다음 타석. 이준영은 번트를 시도했다가 파울을 쳤다. 그 다음은 느린 땅볼. 유격수에게 아웃당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 이준영은 공을 보지도 못했다. 변화구 세 개가 연달아 날아왔고,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스리. 삼진아웃.
경기 후 라이온스 사무실은 조용했다.
박태수 감독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선수... 숫자가 좋다고 해서 현장에서 통하는 건 아니더군요."
이민준 경영이사는 김준호를 바라봤다. 말하지 않아도 질문이 담겨 있었다. 당신의 분석이 틀렸다는 건가?
그 순간 라이온스 회의실 문이 열렸다. 삼성 라이온즈의 스카우터 강수민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떠 있었다.
"경영이사님, 감독님. 저 유격수 말이에요. 우리 쪽에서 평가한 결과, 신체 규격과 현장 적응력 모두 프로 기준에 미달입니다. 어리석은 스카우팅은 한 시즌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는 김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롱 같은 인사였다.
"저 스카우터 분의 분석은 이론일 뿐,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강수민이 나간 후, 침묵이 회의실을 채웠다. 그의 입가의 미소는 여전히 생생했다. 라이온스의 실패는 곧 삼성의 이득이었다.
이민준이 말했다.
"이준영 선수는 일단 보류합시다.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류는 거절과 같았다.
김준호는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 끝의 신경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계산이 무너졌다. 이준영이 없으면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가 확보하려던 5명의 명단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준영의 성공이 최민재를 영입할 근거가 되고, 최민재의 성공이 포수 박준혁을 설득하는 자료가 되었다. 한 고리가 빠지면 전체 체인이 부서진다.
그 밤, 김준호는 훈련장에 혼자 남았다.
박태수 감독이 늦게 돌아왔다. 그는 김준호를 발견하고 한숨을 쉬었다.
"집에 가지?"
"감독님, 저... 뭐가 잘못됐을까요?"
박태수는 옆에 앉았다.
"숫자만으로는 야구를 이길 수 없어. 알겠어?"
"그럼 뭐가 필요한가요?"
박태수는 대답 대신 훈련장 한구석을 가리켰다.
"저봐. 저 자리."
김준호가 따라갔다. 훈련장의 벽에는 경기 영상이 재생 중이었다. 화면에는 어제의 이준영이 나와 있었다. 아니, 어제의 이준영이 아니었다. 새벽 5시에 혼자 훈련을 하는 이준영이 화면에 담겨 있었다.
"감독님이 이걸 언제..."
"아침 5시에 나왔어. 저 아이가 혼자 훈련하고 있더라고. 계약금도 못 받은 상태에서."
화면 속 이준영은 티 없이 공을 치고 있었다. 신체 규격은 평범했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죽어 있지 않았다. 타격할 때마다 그의 몸 어딘가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박태수가 중얼거렸다.
"저 눈빛... 저게 의지다. 숫자로는 못 담아내는 거."
김준호는 화면을 바라봤다. 이준영의 목표는 명확했다. 타격을 할 때마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타올랐다. 이것이 OPS(출루율+장타율)일까? 아니다. 이것은 수치가 아니었다. 이것은... 그가 놓친 것이었다.
"저 아이는 조건만으로 떨어진 게 아니라, 현장에서 떨어진 거야. 심리적 압박이 크니까. 하지만 저 눈빛을 보면, 저 아이는 그 압박을 이겨낼 거야. 시간이 필요할 뿐."
박태수는 일어났다.
"데이터도 중요하지. 하지만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야. 그 사람의 의지까지 재는 지표가 있나?"
김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박태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넌 뭔가 이상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말야."
김준호의 심장이 철렁했다. 박태수의 시선이 예리해졌다.
"이준영을 왜 그렇게까지 밀어붙이지? 그리고 경주에서 찾은 그 투수 최민재도. 구속이 138km/h인데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감독님, 저는..."
"아직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하나만 말해줄래. 넌 뭔가를 알고 있어. 미래를 아는 것처럼."
박태수는 김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게 뭔지는 묻지 않겠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넌 지금 이 지경이야. 봤잖아. 거울에 비친 넘의 얼굴. 22살 치고는 너무 늙었어."
김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준영을 믿어. 그리고 최민재도. 하지만 그 전에 넌 자기 몸을 먼저 챙겨야 돼. 알겠어?"
박태수가 나갔다. 회의실에는 김준호만 남았다. 감독의 의심은 구체적이었다. 과거 선수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미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 그것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진실에 가까운 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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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김준호는 경주로 향했다.
경주 고등학교 야구장은 작았다.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 최민재는 더 작았다. 키 176cm, 체형 마름. 한국 야구계의 기준으로는 낙제점이었다.
하지만 그의 첫 구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구속 138km/h. 평범했다.
하지만 그 공의 회전을 보는 순간, 김준호는 알았다. 회전력(스핀 레이트) 2,600rpm. 이는 메이저리그 평균을 넘는 수치였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회전축이 안정적이었다. 타자 입장에서는 악몽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준호는 최민재를 찾아갔다.
"너 메이저리그 통계를 아나?"
최민재는 의아해했다.
"그게 뭐예요?"
"구속만 재는 게 아니라 회전력까지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어. 넌 메이저리거 수준이야."
최민재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곧 어두워졌다.
"구속이 낮잖아요. 프로 팀은 안 봐줄 거예요."
"라이온스라고 하는 팀이 있어. 우리는 달라."
최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절망 속의 희미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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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로 돌아온 김준호는 즉시 회의를 소집했다.
투수 코치 김영철, 감독 박태수, 경영이사 이민준이 모였다.
"경주에서 발견한 투수입니다. 최민재. 구속은 138km/h이지만 회전력이 메이저리거 수준입니다."
김준호가 영상 자료를 펼쳤다.
투수 코치 김영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회전력? 그게 뭔가요? 구속이 전부 아닙니까. 138km/h면 고등학교 투수 중에도 많습니다. 프로 투수라면 최소 150km/h는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통계상..."
"통계상? 이 친구는 현장을 모르는군요. 우리 팀은 투수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구속이 낮은 투수를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아십니까? 약한 팀이라는 거요."
김영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 선수 데이터만 보고 계약했다가 현장에서 깨진다면? 이미 이준영 때문에 평판이 나빴는데, 또 실패하면 우리 구단이 얼마나 망신을 당하겠습니까?"
이민준이 입을 열었다.
"최민재 선수는 일단..."
"보류."
같은 단어였다. 같은 거절이었다.
김준호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의사가 말한 '심계항진'이 정확히 그 순간에 시작되었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책상 아래에서 손가락 끝이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당신 괜찮아?"
이민준이 물었다.
김준호는 숨을 고르려 했지만 실패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있었다.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시야가 흔들렸다. 회의실의 벽이 물결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박태수가 일어났다.
"이민준 이사님, 회의실을 나갈 수 있을까요?"
이민준은 의아해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김영철도 따라 나갔다.
회의실에는 박태수와 김준호만 남았다.
박태수는 김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가 문제야?"
"감독님... 저는..."
김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심장의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몇 분이 걸렸다. 손가락의 떨림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다.
"이준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알아."
"최민재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알아."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봐주지 않습니다."
박태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김준호를 바라봤다. 감독의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보였다. 호기심.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것. 의심.
"너 정말 뭔가 이상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이야."
박태수가 천천히 말했다.
"이준영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넌 마치 그 선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어. 그리고 경주에서 최민재를 찾아간 것도 우연이 아니었지? 넌 정확히 그 선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어."
김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혹시 넌... 미래를 본 건가?"
그 말이 회의실에 떨어졌다. 침묵이 흘렀다.
박태수는 일어났다.
"답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넌 뭔가를 위해 자신을 갈아 넣고 있어. 봤잖아. 거울에 비친 넘의 얼굴. 그리고 의사가 말한 심장 상태."
박태수는 창밖을 바라봤다.
"이준영을 믿어. 그리고 최민재도. 하지만 그 전에 넌 자기 몸을 먼저 챙겨야 돼. 알겠어?"
박태수가 나갔다.
회의실에는 김준호만 남았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약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의 의미가 바뀌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절박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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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25일. 라이온스 vs 대구 라이온즈의 정기전이 열렸다.
이준영은 타석에 들어섰다. 어제와 달랐다. 어깨가 펴져 있었다. 눈빛이 다르게 빛났다.
첫 번째 공이 날아왔다. 이준영은 스윙했다. 타구는 좌측 외야를 향했다. 외야수가 뛰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2루타.
관중들이 환호했다. 라이온스 벤치에서도 환성이 터져 나왔다.
박태수가 김준호를 바라봤다. 감독의 표정은 묘했다. 확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김준호는 다르게 봤다. 이준영의 타격 기술은 전과 같았다. 타격 속도도 같았다. 회전율도 같았다. 모든 것이 같았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마음이었다.
이준영이 1루를 돌아 2루에 섰을 때,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타올랐다.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이 아니라, 자신을 믿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확신이었다.
그 순간, 김준호는 깨달았다.
통계 모델은 선수의 신체 능력을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일 뿐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심리였다. 의지였다. 압박을 이겨내는 정신력이었다.
그가 놓친 것은 이것이었다.
이준영이 어제 실패한 이유는 신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심리적 압박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압박을 이겨낸 이유는 새벽 5시의 훈련 때문이었다. 자신을 믿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계속되었다. 이준영은 세 번 더 타석에 들어섰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앙 안타.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측 안타. 네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나갔지만, 그때도 그의 눈빛은 죽어 있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것은 완벽한 경기였다. 3타 2안타. 출루율 .750.
하지만 수치로 담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준영의 눈빛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타석에서도 자신감으로 반짝였다. 그것은 삼진으로 나가야 할 선수의 눈빛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났다. 라이온스는 이겼다. 1-0.
이준영은 경기장을 나가며 김준호를 찾았다. 그들의 눈이 만났다.
"감사합니다."
이준영이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했다.
"당신이 저를 봤으니까."
그 말이 김준호의 가슴을 찔렀다.
당신이 저를 봤으니까.
그것이 전부였다. 통계가 아니라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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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 김준호는 경주로 다시 향했다.
최민재의 고등학교 경기는 이미 끝나 있었다. 김준호는 최민재를 직접 찾아갔다. 기숙사 근처의 편의점에서 그를 만났다.
"최민재?"
"네? 누세요?"
"한강 라이온스의 스카우터 김준호입니다. 당신의 경기를 봤습니다."
최민재의 얼굴이 굳었다.
"구속이 낮아서 프로에서 안 본다고 했던데..."
"우리는 다릅니다. 당신의 회전력을 봤습니다. 메이저리그 평균을 넘는 회전력. 그것이 구속보다 중요합니다."
최민재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절망이 다시 덮쳤다.
"라이온스는 이미 이준영 때문에 평판이 안 좋잖아요. 저 같은 선수까지 영입했다가 실패하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김준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당신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보장합니다."
최민재는 김준호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미래를 아는 자의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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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로 돌아온 김준호는 박태수를 찾았다.
"감독님, 저 최민재를 꼭 영입해야 합니다."
박태수는 김준호를 바라봤다.
"이민준 이사는 거절했잖아."
"다시 한 번 요청해주세요. 이번에는 이준영의 성공을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박태수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한 번 해볼게. 하지만 이건 내 신용을 써서 하는 거야. 최민재가 실패하면 나도 함께 망신을 당한다는 뜻이야."
"감독님, 저는..."
"미안할 필요 없어. 난 이미 알고 있었어. 넌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신을 갈아 넣고 있다는 것도."
박태수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 넌 혼자가 아니야. 이준영도, 최민재도, 그리고 나도 함께 하고 있어.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자신을 너무 망가뜨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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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김준호는 부산 항만고등학교 운동장에 서 있었다. 야간 조명이 켜져 있었다. 경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포수 박준호가 2루로 공을 던졌다. 1.8초. 정확한 송구였다.
김준호는 그를 바라봤다. 신체는 비정상적이었다.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다리의 길이가 다르게 보였다. 기존 팀의 스카우터들이라면 절대 보지 않을 선수였다.
하지만 김준호는 봤다.
경기 후, 그는 박준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강 라이온스의 스카우터 김준호라고 합니다."
박준호는 깜짝 놀랐다.
"프로 구단이 저를?"
"네. 당신의 송구 능력과 순발력을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체가..."
"신체는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박준호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네. 당신을 영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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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30분, 김준호는 라이온스로 돌아왔다. 손가락의 떨림은 이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신체는 점점 적응해가고 있었다. 아니, 아니었다. 신체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단지 김준호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그는 이름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1. 이준영 (유격수) — 진행 중 2. 최민재 (투수) — 진행 중 3. 박준호 (포수) — 확보 4. ? 5. ?
두 명이 남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3년 4개월이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욕망이었다. 미래를 바꾸고 싶은 욕망. 자신이 놓친 것들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자신을 구원하고 싶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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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45분.
김준호는 사무실의 불을 껐다. 복도는 어두웠다. 창밖의 서울은 밤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신체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할 준비가 되었다.
밤 11시 50분.
김준호는 사무실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여러 신문 기사들이 떠 있었다. 그의 손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미래의 데이터를 찾고 있었다.
다섯 개의 이름. 그 중 세 개는 이미 확보했거나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두 개는 아직 찾지 못했다.
남은 시간은 3년 4개월.
남은 회귀는 4번.
그리고 매 회귀마다 1년씩 소모된다.
그것은 수학이었다. 냉정한 수학.
손가락이 더 크게 떨렸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시야가 살짝 흔들렸다. 시간 감각이 이상해졌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회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매 회귀마다 신체가 신호를 보냈다. 이제 그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더 크게 떨렸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시야가 더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두 번째 회귀.
그것이 가져올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빼앗아갈 것은 무엇일까.
밤 11시 55분.
김준호는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심장도 떨리고 있었다. 신체 전체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귀의 순간.
그것이 올 때까지, 그는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올 때,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