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라이온스 훈련장 화장실 거울 앞에서 김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미세한 떨림이지만, 분명했다. 어제는 없던 떨림이다. 노트북을 들었을 때 더 심해졌다. 손을 내려놨다가 다시 들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노트북을 열었다. 페이지를 넘겼다. 메모해둔 데이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뭔가 빠져 있었다. 세 명의 선수 정보가 사라져 있었다. 기억 속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회귀 전 25년간 기록해둔 다섯 명의 이름 중 셋이 노트북에서 사라져 있었다.

거울을 다시 봤다. 어제는 없던 주름이 눈가를 파고 있었다. 수염도 거칠었다. 22세 신체에 어울리지 않는 노화의 흔적이 뚜렷했다.

'남은 기회가 4회라니.'

중얼거린 말이 타일 위에 맺혔다. 회귀 후 72시간. 매 회귀마다 신체는 1년씩 소모된다. 기억도 감소한다. 개입 가능한 시점의 폭도 좁혀진다. 라이온스의 스카우터 김준호는 이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준영은 이미 계약 체결 단계다. 하지만 남은 네 명을 찾기까지의 시간은 점점 짧아질 것이다.

거울에서 눈을 떼면서 김준호는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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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역 야구장은 오전 햇빛이 관중석 철제 난간을 두드리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30분이 지났는데도 누군가는 남아서 벽에 공을 던지고 있었다. 173센티미터의 유격수. 이준영이었다.

김준호는 벤치 뒤에 섰다. 이준영은 자신을 보지 못했다. 계속 벽을 향해 공을 던져 올렸다. 한 번에 세 번씩 튀어 올라 제자리에 착지했다. 하체 폭발력 지수 상위 0.5%. 미래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이준영이지?"

이준영이 돌아섰다. 공을 떨어뜨렸다. 그 아이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김준호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노화의 흔적이 뚜렷한 그 얼굴. 22세 신체에 어울리지 않는 주름과 흰머리.

"누... 누세요?"

"라이온스 스카우터 김준호다."

김준호는 벤치에 앉았다. 이준영도 천천히 앉았다. 둘 사이의 거리는 두 미터 정도였다. 라디에이터처럼 달궈진 철제 난간이 오후 3시 햇빛을 반사했다.

"당신은 지난 두 달간 열두 팀의 스카우터로부터 거절당했다. 이유는 신체 조건이 미달이라는 것이었다."

"예... 맞습니다."

이준영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 아이는 자신의 체형을 이미 저주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키는 165센티미터였고, 어머니의 키는 158센티미터였다. 유전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두 번의 거절은 그 아이의 꿈을 거의 죽여놓았다.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당신의 하체 폭발력 지수는 상위 0.5%다. 스프린트 속도로 따지면 프로 1군 선수 중에서도 상위 5% 수준이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측정했다. 지난주에 이 구장에서 당신이 한 세 번의 도루 시도를 봤다. 가속도와 감속 시간을 계산했다."

이준영은 입을 다물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신체가 '결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스카우터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김준호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었다. 숫자로.

"라이온스는 당신을 계약하고 싶다. 2년 계약, 월 300만 원."

"... 정말이에요?"

이준영의 눈빛이 변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건이 있다. 당신은 나를 믿어야 한다. 통계를 믿어야 한다. 당신의 체형이 약점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것을."

"네. 믿겠습니다."

대답은 빨랐다. 이준영은 거절당할 위기감 속에서 살고 있었다. 한 줄의 희망이면 충분했다.

"내일 라이온스 훈련장으로 와라. 아침 7시."

김준호가 일어났다. 이준영도 일어났다. 그 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신체를 의심하고 있었다. 신체 조건은 객관적이었다. 하지만 이준영의 눈빛은 객관적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준영이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김준호는 손가락의 떨림을 다시 느꼈다. 또 하나의 선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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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 훈련장은 강남 외곽 산업단지에 있었다. 천장이 낮은 실내 구장, 노후된 타격 머신, 고무로 갈라진 그라운드. 2000년대 초반 신생 구단의 표준이었다. 아침 7시 30분, 코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태수 감독이 먼저 이준영을 봤을 때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강신철 타격 코치의 입가가 굳어졌다. 뭔가 이상한데... 저 크기가... 박태수 감독의 눈이 좁혀졌다. 그다음이 웃음이었다.

"어? 저게 뭐지? 고등학생이냐?"

타격 코치 강신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다음은 수비 코치 이상민이었다. 이준영은 벽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4명의 다른 선수들이 있었다. 모두 180센티미터 이상이었다. 그 속에서 173센티미터는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173? 이건 농담이냐, 준호?"

박태수 감독이 김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호의가 아니라 의구심이 가득했다.

"유격수 포지션은 신체 조건보다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그래? 그럼 173센티미터 유격수가 프로 무대에서 몇 년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강신철 타격 코치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롱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30년을 야구했는데, 173센티 유격수는 2년을 못 버팁니다. 신체 조건은 객관적이거든요. 프로 무대에서 그 크기로는 고속 공을 제대로 받아낼 수 없어요."

수비 코치 이상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코치들의 눈빛이 일제히 김준호를 향했다. 호기심이 아니었다. 조롱이었다.

"그럼 당신은 이 아이가 2003년에 타율 .310, 출루율 .400, 도루 성공률 80%를 기록한다는 데이터를 봤나요?"

김준호가 노트북을 펼쳤다. 페이지에는 이준영의 실제 성적표가 적혀 있었다. 연도별 기록, 월별 성장률, 포지션별 수비 범위까지. 미래에서 가져온 정보였다.

강신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30년의 경험이 한 장의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건... 어디서?"

"2003년 이준영의 기록입니다. 당신들이 놓친 기록입니다."

박태수 감독이 노트북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얼굴에 희망과 의구심이 함께 떠올랐다. 30년간 감독을 해온 사람의 표정이었다. 많은 약속을 받았고, 많은 약속을 깨뜨렸다.

"이게 정말인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년 후에."

침묵이 훈련장을 채웠다. 타격 머신의 소음이 들렸다.

"일단 훈련을 해보자. 이준영, 너 타격 연습부터 해."

박태수 감독이 말했다.

이준영이 헬멧을 썼다. 타격 머신이 울렸다. 첫 번째 공은 이준영의 배 높이였다. 그 아이는 몸을 굽혔다. 보울을 피했다. 코치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봤지? 저 크기로는 고속 공을 제대로 못 받아."

강신철이 다시 중얼거렸다. 그 순간, 타격 머신의 속도가 올라갔다. 시속 130킬로미터. 이준영이 배트를 빼들었다. 그의 하체가 회전했다. 순간 그의 몸은 173센티미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폭발력이었다. 공이 라이트 펜스를 때렸다.

다음 공. 같은 속도. 같은 결과. 센터 펜스.

다음 공. 130킬로미터에서 140킬로미터로 올라갔다. 이준영의 호흡이 변했다. 하지만 배트는 같은 속도로 나왔다. 쇼트 펜스를 맞췄다.

강신철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30년의 경험이 한 아이의 세 스윙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통계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그는 목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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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난 후, 김준호는 박태수 감독의 사무실로 불렸다.

"그 아이가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냐?"

박태수 감독이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희망과 의구심이 함께 있었다.

"네. 노트북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신도 3년 후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준호가 대답했다.

"만약 틀리면?"

"제가 책임집니다."

"책임? 이 구단은 지금 경영난이야. 한 명의 선수 영입으로 전체 계획이 바뀐다고. 만약 저 아이가 1년 후 성장하지 않으면, 내 목도 날아간다."

박태수 감독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 절박함이었다.

"3년입니다. 그것이 내게 남은 시간입니다."

김준호가 대답했다. 박태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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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서 나오며 이준영이 김준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김준호가 돌아섰다.

"당신은 왜 나를 봤어요?"

이준영의 질문이 공중에 떴다. 그것은 간단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당신은 나를 왜 믿어주셨어요?"라는 감정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절박함도.

김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이준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이 받은 신뢰가 정말 확실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거절의 전주곡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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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행 기차 안에서 김준호는 노트북을 열었다. 남은 네 명의 이름이 있었다.

최민재 - 경주 고등학교 투수. 구속 138킬로미터, 회전력 상위 5%.

박준호 - 대전 실업팀 포수. 신체 불균형, 순발력 상위 3%.

한성호 - 부산 고등학교 외야수. 신체 왜소함, 주루 감각 상위 1%.

이상준 - 인천 대학팀 투수. 구속 평범, 변화구 정교함.

네 명을 모두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스타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매일 더 늙어 보였다.

경주역에 도착했을 때, 김준호는 택시를 탔다. 기사는 라디오를 켰다.

"... 한강 라이온스의 스카우팅 논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직 스카우터들은 '신체 조건을 무시한 영입은 프로 야구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라디오 뉴스였다. 동시에 택시 밖 거리에서는 고등학교 야구장이 보였다. 경주 고등학교. 마운드에는 최민재가 공을 던지고 있었다. 느린 구속. 하지만 특이한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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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스카우터는 라이온스 사무실 앞에 섰다. 45세의 기성 스카우터. 30년을 이 일로 먹고살았다. 삼성, SK, LG의 스카우팀을 거쳐 온 베테랑. 그의 신뢰는 신체 규격주의에 있었다.

그는 이민준 경영이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 남자가 들어온 이후로 라이온스가 이상해졌습니다."

정해진이 말했다.

"173센티미터의 유격수를 영입했다고요. 그런 선수는 프로 무대에서 2년을 못 버팁니다. 저는 30년을 야구했습니다. 그 경험이 말해주는 진리입니다."

"그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이민준이 물었다. 정해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곧 알 겁니다. 저 남자의 방식은 한 번의 실패로 모두 무너집니다."

정해진이 사무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다른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다음 날, 대형 구단의 스카우터들이 라이온스 훈련장에 나타났다. 공식적으로는 '교류전 사전 답사'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이준영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만약 이 아이가 실패하면, 대형 구단들은 그의 계약금을 깎아낼 것이었다. 만약 이 아이가 성공하면, 라이온스는 그 성공의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었다.

김준호는 그들의 눈빛을 느꼈다. 압박이었다. 그리고 그 압박이 심해질수록 그의 신체는 더 빠르게 쇠해갔다. 손가락의 떨림이 심해졌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기 시작했다. 시간 압박이 신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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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야구장은 오후 햇빛이 가득했다. 고등학교 야구부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김준호는 담장 너머에서 마운드를 봤다.

최민재. 투수. 구속 138킬로미터.

그 아이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느린 구속이지만, 공의 회전이 특이했다. 마치 손가락 끝에서 나선이 그려지는 것처럼. 그것이 회전력이었다. 스핀 레이트. 미래에 메이저리그가 가장 중시할 지표였다.

김준호는 담장을 넘었다. 코치들의 눈빛이 향했다.

"누구세요?"

"라이온스 스카우터입니다. 최민재를 좀 봐도 되겠습니까?"

담장 너머의 모습은 낯설었다. 흰머리가 섞인 젊은 남자. 30년 경험의 스카우터들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민재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느린 구속에 대한 저항감. 한국 야구계의 구속 중심주의에 대한 반항.

"당신의 회전력 지수는 상위 5%입니다. 메이저리거 수준입니다."

김준호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구속만 재는 한국 야구계가 문제입니다."

최민재의 대답이 빨랐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방식을 믿고 있었다. 이준영과는 달랐다. 이준영은 누군가의 신뢰를 원했다면, 최민재는 자신의 신뢰를 인정받고 싶었다.

"라이온스로 오겠습니까?"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으면 가겠습니다."

최민재의 조건이 명확했다.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김준호는 그 선언을 계약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최민재는 라이온스 입단을 최종 결정했다.

김준호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1년에 한 명씩. 그리고 매 회귀마다 신체는 쇠해가고 기억은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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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엔 없던 증상이었다.

화장실을 찾았다. 거울. 그 안의 얼굴은 더 늙어 있었다. 주름이 깊어졌고, 눈 밑의 다크서클이 검어졌다. 회귀 후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거울을 떠났다. 화장실 문을 나가며 시력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이 침침했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신체 쇠락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훈련장에서는 이준영이 여전히 벽을 향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작은 체형. 하지만 그 안에는 상위 0.5%의 폭발력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력은 숫자로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빛은 담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신뢰를 갈구하는 그 눈빛은.

김준호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남은 네 명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들 옆에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이 아이들도 같은 질문을 할까?'

'당신은 왜 나를 봤어요?'

그리고 그때였다. 라디오에서 정해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한강 라이온스의 스카우팅 논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직 스카우터들은 '신체 조건을 무시한 영입은 프로 야구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훈련장 입구에서 이준영이 김준호를 향해 손을 들었다.

"코치님! 내일도 와주실 거죠?"

라디오 뉴스와 이준영의 질문이 교차했다. 외부의 저항과 내부의 의문.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김준호를 압박했다.

김준호는 입을 열었다.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시력이 흐릿해졌다. 거울 속 얼굴이 더 늙어 보였다.

남은 시간은 정확히 4년 반이었다.

그 시간 안에 네 명을 더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스타로 만들어야 했다.

그 약속을 이준영에게 해야 했다.

하지만 입 안에서 말이 맺혔다. 약속하려던 말이 목구멍에서 멈췄다. 침묵만 남았다.

이준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아이는 김준호의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다. 확신인지, 아니면 또 다른 거절인지.

김준호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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