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크리스탈 궁전의 샹들리에가 하나둘 꺼져갔다.

카일라는 무도회의 중앙 무대에 섰다. 손가락이 마비되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마비된 손을 그대로 펼쳤다. 사교계의 여인들이 숨을 죽였다. 카일라 비스트로스가 결점을 노출하다니. 그것은 패배의 신호였다. 또는 선전포고였다.

"제가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첫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신문이 한 장씩 무도회 홀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제의 비서관 드미트리의 반역 음모. 주교 에스테반의 신학교 학대 사건. 공작의 서자 루시앙의 신분 위조. 카일라가 심은 모든 폭탄이 동시에 터졌다.

그런데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죄는 진짜였어요."

카일라의 목소리가 무도회 홀 전체에 울렸다. 초감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능력 없이, 순전히 인간의 목소리로.

"제가 지금 당신들에게 말하는 것도 거짓입니다. 왜냐하면 진실은 훨씬 복잡하거든요."

두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무도회 홀이 어둠으로 잠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카일라는 보였다. 마비된 손을 펼친 채, 입가에 처음으로 진정한 웃음을 띤 채.

"저는 당신들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저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요."

카일라는 무도회 홀의 한쪽을 바라봤다. 거기 지하실에서 깨어난 칼렐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루시앙이. 드미트리도. 에스테반도. 모두가 호흡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들은 저를 지키려고 했어요. 당신들이 투여한 억제제는 제 능력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카일라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마비된 다리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제 심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어요."

무도회 홀의 여인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카일라 비스트로스가 무너지고 있다고. 아니면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저는 죽고 싶었습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제 능력이 저를 죽인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알면 알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저는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갔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었고, 결국 제 자신을 파괴하고 싶었어요."

세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무도회 홀의 절반이 어둠에 잠겼다. 하지만 카일라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하지만 당신들이 저를 지키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카일라가 비올레타를 찾았다. 무도회의 한쪽 구석에서 비올레타가 울고 있었다. 카일라와 눈이 마주쳤다.

"제 친구가 저를 걱정했어요."

카일라가 비올레타를 향해 손을 펼쳤다. 마비된 손으로.

"당신은 제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계속 원했어요. 제가 계속 거절했는데도."

비올레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떨리는 다리로. 카일라의 마비된 손을 잡았다. 그 손이 차갑고 마비되어 있었지만, 비올레타는 놓지 않았다.

"저는 당신을 믿지 않았어요. 당신의 친절을 거래로 봤어요. 위협으로 봤어요. 하지만..."

카일라가 비올레타의 손을 쥐었다. 마비된 손이, 그래도 무언가를 느꼈다.

"당신은 저를 사랑했어요."

네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무도회 홀의 대부분이 어둠에 묻혔다. 이제 오직 카일라와 비올레타가 서 있는 무대 위의 몇 개 샹들리에만 남아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비올레타의 눈물이 반짝였다.

"제가 당신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지금부터."

비올레타가 카일라를 안았다. 마비된 몸을 그대로 안았다. 카일라는 저항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타인의 접촉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카일라의 손이 떨리지 않았다.

마비된 손이 여전히 마비되어 있었지만, 떨리지 않았다. 차갑고 무감각했지만, 떨리지 않았다. 그 차이는 미묘했지만, 카일라에게는 세상 모든 것의 차이였다.

떨림이 없다는 것은 공포가 없다는 뜻이었다.

공포가 없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다섯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무도회 홀에는 거의 빛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루시앙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드미트리도. 에스테반도. 칼렐도.

네 명의 남자가 무도회 무대를 에워쌌다.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루시앙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정했다.

"억제제를 계속 투여받으면 당신의 심장이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한 약물은 당신의 초감각 능력을 점진적으로 억제하면서, 동시에 능력으로 인한 신체 악화를 역행시킵니다."

카일라가 루시앙을 바라봤다.

"그러면 제 능력을 잃게 되나요?"

"그렇습니다."

루시앙이 대답했다.

"완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고, 더 이상 당신을 죽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카일라는 침묵했다. 마비된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을 바라봤다.

이 손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했는가.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비밀을 벗겨냈는가.

이 손으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증명했는가.

"제 능력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어요."

카일라가 말했다.

"이 능력이 없으면 저는 누구인가요?"

"당신은 여전히 카일라입니다."

칼렐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형으로서의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능력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제 누이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사교계에서 가장 영리한 여자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모든 것을 볼 수 없을 거예요."

카일라가 말했다.

"더 이상 당신들의 비밀을 감지할 수 없을 거예요. 더 이상 당신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렇습니다."

드미트리가 앞으로 나아왔다. 카일라와 마주 섰다.

"당신은 더 이상 우리를 통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를 파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거짓말로 속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그걸 받아들여야 하나요?"

카일라가 물었다.

"왜 제가 제 가장 큰 무기를 버려야 하나요?"

"당신이 살기 위해서입니다."

에스테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신학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의 목소리였다.

"당신이 진정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를 통제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는 삶입니다."

카일라는 네 명의 남자를 차례로 바라봤다.

드미트리. 그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한 이유는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권력 투쟁 속에서 그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에스테반. 그는 자신의 비밀을 파괴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자신의 비밀이 자신의 인간성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회의 위계 속에서 그는 자신을 구원하려 했다.

루시앙. 그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귀족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자신을 지키려 했다.

칼렐. 그는 자신의 형이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자신을 사랑했다.

"당신들은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카일라가 다시 말했다.

"당신들은 저를 지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에는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것 때문이었다.

"저는 당신들을 파괴하려고 했어요."

카일라가 무릎을 꿇었다. 마비된 다리로 무도회 무대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도회 홀의 모든 여인들이 숨을 죽였다. 카일라 비스트로스가 무릎을 꿇다니.

"저는 죽고 싶었습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죽음이 유일한 진정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살아 있는 동안 저는 괴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여섯 번째 샹들리에가 꺼졌다.

이제 무도회 홀은 거의 완전한 어둠이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깨달았습니다."

카일라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울렸다.

"제가 죽고 싶었던 이유가 괴물이어서가 아니었어요. 제가 죽고 싶었던 이유는 혼자여서였어요. 제 능력이 저를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시켰거든요. 제가 아는 모든 비밀이 저를 모든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어요."

루시앙이 무대 위로 다시 나아갔다. 카일라의 손을 잡았다. 마비된 손을. 그리고 그는 놓지 않았다.

그 순간, 초감각이 깨어났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하게.

루시앙의 손이 자신의 손을 쥐는 감각이 흘러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마비된 손가락을 감싸 안으려는 절박함. 칼렐의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는 절박함. 형으로서 누이를 지키려는 본능. 비올레타의 눈물이 자신의 뺨에 떨어지는 온기. 조건 없는 우정의 무게. 드미트리의 호흡이 자신의 공포를 감싸 안으려는 움직임. 죄책감을 속죄하려는 간절함. 에스테반의 무릎이 자신 앞에 꿇히는 참회. 신앙 위에 인간을 놓는 선택.

그들의 진심이 자신의 능력을 감싸 안을 때, 초감각은 변했다. 파괴의 도구에서 연결의 도구로. 능력이 자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자신을 살리는 것으로 변했다. 억제제가 능력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능력을 길들였다.

"당신들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당신들이 저를 지키려고 했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당신들이 저를 사랑했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마지막 샹들리에가 꺼졌다.

무도회 홀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그 어둠 속에서 카일라는 자신의 마비된 손이 떨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루시앙이 잡고 있는 손이 따뜻했다. 비올레타가 옆에 서 있었다. 칼렐이, 드미트리가, 에스테반이 있었다.

"저는..."

카일라가 말했다.

"저는 살겠습니다."

그 순간, 샹들리에의 빛이 다시 켜졌다.

하나씩이 아니라, 모두 동시에.

크리스탈 궁전의 모든 샹들리에가 한 번에 밝혀졌다. 그 빛이 무도회 홀 전체를 비췄다. 카일라는 무도회 홀의 중앙에 서 있었다. 마비된 손으로 루시앙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마비되어 있었지만, 떨리지 않았다.

"이제 시작입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무도회 홀의 모든 여인들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 순간, 신문이 또 한 장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의 비밀이 아니었다.

"황제 서거. 후계 공석. 황제국, 정치 공백 상태 진입."

카일라가 신문을 집어 들었다. 마비되지 않은 손으로.

무도회 홀의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루시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국의 권력 투쟁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을 것을 직감한 그는 카일라를 바라봤다. 그녀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드미트리가 신문을 낚아챘다. 비서관으로서 후계 문제가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에스테반이 무릎을 꿇었다. 교회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을 깨달은 주교의 몸짓이었다. 칼렐은 카일라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형으로서 누이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이 저를 지키고 있던 동안, 황제국은 어떻게 되고 있었나요?"

카일라의 질문이 무도회 홀에 울렸다.

그 질문 속에는 이미 복수 계획의 다음 단계가 숨어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예견했다. 초감각으로 감지한 미래를 향해 모든 것을 배치했다.

그리고 무도회 홀의 밖에서, 황제국의 도시 곳곳에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거리 모퉁이마다 귀족의 사병들이 집결했다. 교회의 신부들이 신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군부의 장교들이 병영을 떠났다. 권력의 공백을 채우려는 세력들의 암투가 밤거리를 헤집기 시작했다.

카일라의 초감각이 마지막으로 포착한 미래는 이것이었다.

그녀가 살아남는 미래.

그녀가 고요함을 거부하고 선택한 미래.

그 미래는 폭풍이었다. 황제국의 왕좌를 놓고 벌어질 권력의 폭풍. 그 속에서 카일라는 더 이상 그림자 속의 조종자가 아니라,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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