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옥상의 바람이 차갑다. 카일라의 손가락이 난간을 더 이상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비가 손가락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팔꿈치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가 나갔다. 신문사들은 이미 잉크를 풀고 있을 것이다. 드미트리의 반역 음모. 에스테반의 학대 기록. 루시앙의 독약 투여 계획. 모두가 아침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침이 올 때쯤 카일라는 이미 죽어 있을 수도 있었다.

옥상 문이 열렸다.

"당신이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루시앙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일라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직도 날 죽이려고 온 거야?"

"당신을 구하러 왔다."

루시앙이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카일라는 여전히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감각으로 그의 심장박동을 읽을 수 있었다. 분당 110회 이상. 공포와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잠깐. 그 심장박동에 섞여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위한 사랑이었다.

카일라는 비로소 깨달았다.

로렌스 의사의 말. '당신의 심장은 외부 요인에 의한 중독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 '외부 요인'은 독약이 아니라 능력 억제 약물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초감각 능력이 자신의 심장을 천천히 먹어치우고 있었고, 세 남자는 그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한 모든 일은 무엇인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미 죽었어."

카일라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살아나자."

루시앙이 그녀의 옆에 섰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카일라의 손등을 감싸 안았다. 마비된 손. 그 손을 감싸 안는 그의 온기가 카일라의 피부에 전달되었다. 그것은 연인의 손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대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손길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우리는 당신을 살리려고 했다. 그것뿐이다."

루시앙의 목소리가 떨렸다. 카일라는 그 진실을 초감각으로 감지했다. 그리고 그 진실이 자신을 찔렀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의 가장자리로 몰아갔는지. 자신이 얼마나 완벽히 틀렸는지. 자신의 손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냈는지.

카일라는 눈을 감았다.

초감각이 마지막으로 깨어났다. 세 가지 미래가 보였다. 첫 번째: 능력 억제 약물을 받아들이고, 루시앙의 손을 잡고 살아남는 미래. 두 번째: 약물을 거절하고, 남은 며칠 동안 완벽한 죽음을 설계하는 미래. 세 번째: 어딘가 다른 미래.

그 세 번째 미래에서는 카일라가 무도회 무대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사교계를 지배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한 여인으로서, 루시앙의 손을 잡은 채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처음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눈을 떴다.

"약물을 받겠어."

카일라가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했다.

"정말?"

루시앙이 되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초감각이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신호를 그도 감지했던 것이다. 카일라가 마침내 타인을 믿기로 선택했다는 신호.

"나는 살겠다.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을 사랑하기 위해."

카일라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옥상을 떨게 했다. 그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발설하는 진심이었다. 자신의 냉소 뒤에 숨겨두었던 그 진심. 타인을 사랑하고 싶다는 욕망. 혼자가 아니고 싶다는 절박함.

루시앙이 카일라를 안았다. 그 팔에 안긴 카일라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혹은 그녀가 비로소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

크리스탈 궁전의 홀로 내려왔을 때, 드미트리와 에스테반, 칼렐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로렌스 의사는 준비된 약물을 카일라의 앞에 놓았다. 초록색 액체. 그 안에는 카일라의 능력을 억제하고 심장을 보호하는 성분들이 들어 있었다.

"이것을 마시면 초감각이 사라질 것입니다."

로렌스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군요."

카일라가 잔을 들었다. 그 순간, 드미트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다. 당신의 능력이 나의 반역을 드러낼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죽으면 안 된다고 깨달은 순간, 나는 변했다."

드미트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정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 있었다. 진심. 카일라는 초감각으로 그것을 읽었다.

"나도 같다."

에스테반이 무릎을 꿇었다. 주교가 무릎을 꿇은 것은 사교계 역사상 처음이었다.

"내 죄를 고백한다. 나는 당신을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신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마음이 나의 기도보다 더 진실되었다."

칼렐은 말이 없었다. 그저 누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형의 눈빛은 투명했다. 그 안에는 수년간 자신을 지키려던 노력이 모두 담겨 있었다.

카일라는 약물을 마셨다.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 순간, 무언가가 카일라 안에서 끝났다. 초감각이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수십 년을 살아온 감각이 한순간에 단절되는 경험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타인의 약점을 감지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사교계의 비밀 언어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미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카일라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초감각이 없어지자, 손가락의 마비도 멈추었다. 팔의 감각이 돌아왔다. 심장의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카일라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 더 이상 마비되지 않는 손. 그 손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집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올레타는?"

카일라가 물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에."

로렌스 의사가 대답했다. 카일라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루시앙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더 이상 초감각으로 감지할 필요 없이, 그냥 그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면 되었다.

---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 홀은 변해 있었다. 샹들리에는 모두 켜져 있었고, 그 빛 아래 사교계의 모든 것이 드러나 있었다. 더 이상 비밀이 없었다. 모든 비밀이 밝혀졌거나, 곧 밝혀질 것이었다.

비올레타가 카일라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당신이 살아있네. 정말로."

비올레타가 카일라를 안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카일라는 그 품에 안기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초감각 없이도,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초감각이 주던 정보보다 훨씬 더 따뜻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어."

비올레타가 속삭였다. 카일라는 그 말을 이번에는 믿었다. 자신이 정말로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을 살리려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카일라는 루시앙과 함께 무도회 홀의 중앙에 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사교계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한 여인으로서, 루시앙의 손을 잡은 채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는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초감각 없이도, 순수한 시선 교환만으로도.

드미트리는 무도회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황제의 신임을 잃었지만, 그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로 결심했다. 그의 얼굴에서 절망이 사라지고 새로운 무언가가 피어나고 있었다.

에스테반은 교회의 개혁을 시작하고 있었다. 신학교의 추행 사건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주교의 자리는 끝났지만, 그는 더 진실한 것을 얻었다.

루시앙은 공작의 정당한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의 손에 카일라의 손이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칼렐은 비스트로스 가문의 회계사로서, 더 이상 비밀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누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정당화되었다.

비올레타는 여전히 사교계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는 카일라가 있었다. 더 이상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친구였다. 진정한 친구.

로렌스 의사는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

음악이 울려 퍼졌다.

카일라와 루시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배와 복수의 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춤이었다. 처음으로, 카일라는 누군가와 진정한 춤을 추고 있었다.

샹들리에의 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옛말대로 모든 비밀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러난 비밀들이 파괴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오히려 치유했다. 과거의 상처들을 드러내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함께 짊어지기로 결심한 사람들에 의해.

무도회가 계속되었다.

카일라는 더 이상 초감각으로 타인의 약점을 감지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단순히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말을 나눌 수 있으면 되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그것이 살아간다는 것을.

---

일 년 뒤.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는 여전히 열리고 있었다. 사교계는 재편되었고, 새로운 권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황제의 신임을 잃었지만 자신의 명예를 되찾았다. 에스테반은 주교의 자리를 내려놨지만 더 진실한 신앙을 얻었다. 루시앙은 공작의 정당한 후계자가 되었다. 그리고 카일라는 더 이상 사교계의 여왕이 아니었다.

카일라는 그저 한 여인이었다.

루시앙과 함께 무도회 홀에 들어서는 한 여인. 그녀의 손에는 루시앙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 초감각 없이, 순수한 사랑만으로.

카일라는 거울을 보았다. 그 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낸 타인의 사랑으로 가득 찬 눈.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루시앙이 카일라의 옆에 섰다. 카일라는 그의 눈을 마주쳤다. 초감각 없이도, 그 눈빛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

카일라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완전한 진심.

무도회 홀의 샹들리에가 모두 밝혀졌다.

모든 비밀이 드러났고,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사교계는 재편되었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카일라라는 악녀가 아니라 루시앙과 함께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아름다운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이었다.

# 새로운 시작, 또는 아름다운 죽음

카일라의 손이 떨렸다.

루시앙의 손을 놓는 순간,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적. 초감각이 가라앉으면서 찾아오는 침묵.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탄생이었다.

무도회 홀의 샹들리에가 모두 밝혀졌을 때, 드미트리는 카일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지배자의 냉정함이 없었다. 그곳에는 오직 절박함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약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장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에스테반도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주교의 자주색 옷은 이미 벗겨졌다. 그의 얼굴에는 신앙심이 아닌 순수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당신의 능력이 남아 있는 한, 당신의 신체는 계속 파괴될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한 약물은 그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루시앙은 여전히 카일라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쓸어내렸다. 마비된 피부 위로.

"살아주세요. 제발."

칼렐이 무릎을 꿇었다. 형이 아닌 한 남자로서. 누나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것 같습니다."

로렌스 의사가 진정제 주사를 들고 다가왔다. 그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이 순간을 몇 번이나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셋째 달 보름달은 더 이상 당신의 마감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것을 거절하는 순간."

비올레타는 카일라의 옆에 섰다. 그 우아한 귀족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어.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야."

카일라는 이 모든 것을 보았다. 초감각으로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으로. 그들의 진심이 얼마나 절박한지, 그것이 얼마나 진정한지. 그리고 그 진심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나는—"

말을 멈췄다. 그 순간, 카일라는 선택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꼈다. 왼쪽으로 가면 약물을 받아들이고, 삶을 택하고, 사랑을 허락하는 것. 오른쪽으로 가면 약물을 거절하고, 죽음을 완성하고,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을 설계하는 것.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선택만 있었다.

카일라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마비된 손가락들. 그 손가락으로 그녀는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는가. 그 손가락으로 그녀는 자신의 복수를 설계했다. 하지만 그 복수는 진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해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한 오해였다.

그리고 그 오해 속에서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인가.

타인의 약점이 아니었다. 타인의 비밀이 아니었다. 타인의 사랑이었다. 자신을 죽음에서 구하려던, 완벽하게 거절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사랑이었다.

카일라가 손을 펼쳤다.

"나는 살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무언가가 부러졌다. 그것은 신체의 파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이었다. 카일라가 초감각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그 능력은 더 이상 그녀의 신체를 갉아먹지 않았다.

마비는 멈췄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정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 진행을 멈춘 것처럼. 아니, 카일라 자신이 멈춘 것이었다. 능력을 포기함으로써.

로렌스 의사가 진정제를 주입했다. 그 약물은 카일라의 심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손상된 심장을 감싸안으며.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카일라는 루시앙의 눈을 마주쳤다.

"당신들의 진심이 나를 죽음에서 구했습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루시앙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공작의 서자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을 수 있는 강함.

비올레타가 카일라를 안았다. 그 우아한 귀족 여성의 팔이 카일라의 어깨를 감쌌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어."

카일라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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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는 재편되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황제의 신임을 잃었다. 그의 반역 음모가 세상에 드러났으니까.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명예는 끝났지만, 그는 새로운 명예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진실 위에 세워진 명예.

에스테반은 주교의 자리를 내려놨다. 신학교에서의 추행 사건들이 모두 드러났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교회의 개혁을 시작했다. 그 오래된 기관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진정한 신앙의 빛을 찾기 위해. 주교의 권력은 잃었지만, 그는 더 깊은 것을 얻었다.

루시앙은 공작의 정당한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그의 서자 신분은 더 이상 족쇄가 아니었다. 카일라가 그의 옆에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손에는 카일라의 손이 있었고, 그 손은 이제 다시 따뜻해지고 있었다.

칼렐은 더 이상 비밀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누나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비올레타는 여전히 사교계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는 카일라가 있었다.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친구로서.

로렌스 의사는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 오래된 의사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비밀 조직은 해산되었다. 더 이상 카일라를 보호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대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모임이 생겼다. 카일라를 보호하는 모임이 아니라, 카일라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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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울려 퍼졌다.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샹들리에의 빛이 춤추는 사람들을 비추었다. 그 중심에는 카일라와 루시앙이 있었다.

그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은 지배와 복수의 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춤이었다. 처음으로, 카일라는 누군가와 진정한 춤을 추고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약점을 감추지 않고도 추는 춤.

루시앙의 손이 카일라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눈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초감각 없이도, 그 눈빛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아직도 후회하지 않습니까?"

루시앙이 물었다.

카일라는 웃었다. 그것은 냉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었다.

"후회하려면, 먼저 죽음을 경험해야 합니다.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때문에."

그 말을 한 순간, 카일라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마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손가락들이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손은 루시앙의 손을 잡았다. 초감각이 아닌, 순수한 감정으로.

무도회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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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지났다.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는 여전히 열리고 있었다. 사교계는 재편되었고, 새로운 권력 구조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황제 암살 음모의 가담자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그의 증언이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에스테반은 교회 내 개혁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루시앙은 공작의 정당한 후계자로서 귀족 연합의 중심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일라는.

카일라는 더 이상 사교계의 여왕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순히 한 여인이었다. 루시앙과 함께 무도회 홀에 들어서는 한 여인. 그녀의 손에는 루시앙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곧 결혼할 여인.

카일라는 거울을 보았다. 화장실 안의 그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 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낸 타인의 사랑으로 채워진 눈.

손가락도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초감각은 사라졌지만, 손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은 이제 사람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을 안기 위해 사용될 것이었다.

카일라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무도회 홀로 돌아갔다.

루시앙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도회 홀의 입구에서.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루시앙이 말했다. 그 말은 초감각의 산물이 아니었다. 순수한 말이었다.

카일라는 그의 눈을 마주쳤다. 초감각 없이도, 그 눈빛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초감각으로 감지하지 않고도,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

카일라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완전한 진심.

그들이 무도회 홀로 들어가는 순간, 샹들리에가 모두 밝혀졌다.

모든 비밀이 드러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사교계는 재편되었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카일라라는 악녀가 아니라 루시앙과 함께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있었다. 루시앙과 함께. 비올레타와 함께. 칼렐과 함께. 그리고 자신을 구하려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것은 더 이상 아름다운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이었다.

무도회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카일라는 처음으로, 그 음악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죽음의 선율이 아닌, 삶의 선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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