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의 층위
새벽 옥상. 난간을 잡은 카일라의 손가락이 저렸다. 저림이 손목을 거쳐 팔뚝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동시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박동이 끊어졌다가 다시 뛰었다. 마치 누군가가 가슴 안에서 드럼을 두드리는 것처럼.
로렌스 의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능력 사용이 가속화될수록 신체 악화도 가속화됩니다.'
지난 밤 신문사 편집장에게 편지를 건네며 초감각을 한껏 펼쳤을 때의 폭발감. 그 이후로 몸이 빠르게 썩어가고 있었다. 의사의 진단이 정확했다. 며칠. 최대 일주일. 그리고 어제의 초감각 폭발로 남은 시간은 더욱 단축되었다.
도시 아래로는 신문 판매소의 검은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고, 사람들이 신문을 집어 들며 입을 움직였다. 놀라움, 분노, 동정—모든 감정이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이었다.
옥상의 문이 열렸다.
드미트리 로자로프가 계단을 올라왔다. 황제의 비서관.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카일라는 초감각을 펼치지 않아도 알았다. 그 눈에 있는 것이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당신을 죽이려 했던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겠나요?"
드미트리가 난간 옆에 섰다. 멀리 떨어져. 양손을 보였다.
"당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았습니다. 초감각. 타인의 비밀을 모두 꿰뚫는 것."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가 저지른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었습니다. 전 황제 암살 음모. 황실 쿠데타 계획. 나의 모든 죄가."
"그래서 나를 죽이려 했다."
"그래서 당신을 살리려 했습니다."
드미트리의 얼굴이 절망으로 굳었다.
"억제제를 투여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제어하는 약물로." 그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당신의 초감각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능력을 쓸 때마다 당신의 생명이 단축되고, 당신의 인간성이 조각난다. 우리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를 죽인다고?"
"당신이 우리를 죽이기 위해 능력을 남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드미트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당신의 냉소를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살기를 원했는데—"
카일라는 난간에서 손을 놓았다. 마비된 손이 내려왔다. 드미트리가 그 손을 받아 들었다. 따뜻했다.
초감각이 울렸다. 손가락 끝에서 가슴까지 전해지는 감정의 파동. 그것이 사랑이었다.
옥상의 문이 다시 열렸다.
루시앙 드 몬포르가 계단을 올라왔다. 황제 전담 의사의 아들. 그는 카일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당신을 구하려 했습니다."
루시앙의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절박함이 가득했다. 그는 카일라의 마비된 손을 잡았다.
"당신의 형 칼렐과 함께. 당신의 초감각이 당신을 죽인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우리는 억제제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잠시 멈춰서라도 당신이 살기를 원했습니다."
초감각이 울렸다. 명확했다. 강했다. 거짓이 없었다.
카일라는 마비된 손을 루시앙의 머리 위에 놓았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내 형은?"
"살아 있습니다. 지하실에서." 루시앙이 말했다. "우리가 그를 보호했습니다.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던 그를 지켰습니다."
카일라의 호흡이 얕아졌다. 마비가 이제 팔 전체를 덮고 있었다. 손가락이 침대 시트처럼 부드러운 것도 더 이상 움켜쥘 수 없었다.
옥상의 문이 또 다시 열렸다.
에스테반 주교였다. 신학교 시절 학생들을 학대했던 그 남자가, 신문에 자신의 죄가 보도된 후 옥상에 올라왔다. 창백한 얼굴이지만 눈빛은 명확했다.
"나는 당신을 신성모독의 화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스테반이 말했다. 그는 세 남자 옆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초감각을 악마의 소유물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신문에 내 죄가 보도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능력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신의 시험이었습니다. 타인의 비밀을 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죄를 보는 능력입니다."
에스테반의 목소리가 기도하는 사람처럼 떨렸다.
"당신이 그 능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요? 우리가 당신을 억제하려 한 것은 당신을 그 고통에서 구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죽음으로부터 지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은 옥상에서의 마비보다 더 깊었다.
루시앙이 카일라를 안고 내려갔다. 드미트리와 에스테반이 양옆에서 따라왔다. 크리스탈 궁전의 화려한 복도를 지나 벽돌 아래 지층까지. 손전등의 빛이 흔들렸다.
"내려놓으세요."
카일라가 말했다. 루시앙은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지 않았다.
"당신은 걸을 수 없습니다."
루시앙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는 거절이 없었다. 카일라는 자신의 다리가 정말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신경이 끊어진 듯,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듯. 마비는 이제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칼렐이 그곳에 있었다. 침대 위에서, 여전히 진정제의 영향 아래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카일라?"
칼렐이 중얼거렸다. 꿈속에서 나온 듯한 목소리.
"여기 있어."
카일라가 말했다. 루시앙이 그녀를 침대 옆 의자에 앉혔다. 마비된 몸으로는 다른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칼렐이 손을 뻗었다. 여전히 진정제의 영향 아래였지만, 그의 손은 카일라의 얼굴을 찾아냈다.
"당신이... 당신이 죽지 않았군요."
"아직입니다."
카일라가 대답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옥상에서의 계산. 몇 시간. 최대 하루.
"당신을 지키려고 했어요."
칼렐이 말했다. 진정제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의 눈이 조금씩 초점을 잡았다.
"당신의 능력이 당신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알았습니다."
카일라가 말했다. 마비된 손이 침대 시트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시트를 움켜쥘 수 없었다. 마치 모래알처럼 흘러내리는 감각.
칼렐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렸지만, 일어났다. 그는 카일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초감각이 당신을 죽인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의료 진단이 아니라, 의료 예언이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당신의 생명력이 단축된다는 것을..."
칼렐이 멈췄다. 눈이 눈물로 가득했다.
"우리는 그것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억제제를 투여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당신의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카일라는 침묵했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칼렐의 손을 찾아갔다. 마비된 손이 그의 손 위에 놓였다. 움직이지 않는 손. 하지만 그것은 용서였다.
"내가 모든 것을 잘못 이해했습니다."
카일라가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는 약했지만, 명확했다.
"당신들을 파멸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당신들의 진심을 모르고 복수했던 것에 대해."
드미트리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정치 권력자의 자세를 완전히 버렸다. 어깨가 구부러졌다.
"당신은 거짓을 믿었습니다."
드미트리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다.
"당신의 초감각이 당신을 죽인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카일라는 그의 눈을 봤다. 냉정한 정치 권력자의 눈이 아니라, 절박한 무언가를 담고 있는 눈.
"당신이 알게 된다면, 이 황제국이 무너질 것을 알았습니다. 전 황제 암살에 제 역할이 드러날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이유는, 당신이 죽을 것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이 끝났다. 정치 권력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고백.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루시앙이 말했다. 단순했다. 정치적 이유도, 종교적 명분도 없었다.
"당신의 능력이 당신을 죽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당신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루시앙이 카일라의 마비된 손을 다시 잡았다.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기는 전달되었다.
"당신을 믿어주세요."
초감각이 울렸다. 거짓이 없었다. 정치적 계산이 없었다. 종교적 명분이 없었다. 순수한 절박함만 있었다.
그 순간, 카일라의 가슴이 다시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박동이 끊어졌다가 다시 뛰었다.
"카일라!"
루시앙이 그녀를 받아 들었다.
"의사를 부르세요."
드미트리가 명령했다.
"지금 당장."
하지만 카일라는 알았다. 의사가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을. 로렌스 의사의 진단이 정확했다는 것을. 능력 사용으로 인한 신체 악화. 그리고 지난 밤의 초감각 폭발.
남은 시간은 이제 몇 시간뿐이었다.
"나는..."
카일라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성할 수 없었다. 마비가 이제 심장까지 올라와 있었다. 호흡이 더욱 얕아졌다. 산소가 폐에 도달하지 않았다.
세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루시앙이 말했다. 손이 카일라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우리가 당신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일라는 알았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단축되는 생명력. 그리고 지난 밤의 폭발. 그것으로 모든 남은 시간을 태워버렸다는 것을.
위에서는 여전히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드미트리의 비밀. 에스테반의 죄. 루시앙의 정체. 모든 것이 드러났다.
사교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귀족들의 연대는 깨지고, 신학교의 권위는 추락했다. 황제의 비서관은 암살 음모의 공모자로 낙인 찍혔다. 새로운 권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것이 카일라가 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카일라가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을 구하려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그들의 냉소와 의심 뒤에 있던 절박한 사랑을.
"제발."
루시앙이 다시 말했다. 목소리는 이미 절망으로 가득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카일라는 루시앙의 손을 바라봤다. 자신의 마비된 손 위에 있는 그의 손. 따뜻한 손. 살아 있는 손.
마비는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심장 근처까지. 곧 폐까지. 그 다음은 뇌.
남은 선택은 명확했다.
그녀는 그 손을 놓을 것인가, 아니면 잡을 것인가.
손을 놓으면 죽음이 완성된다. 마비가 뇌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고통 없는 죽음. 선택된 죽음.
손을 잡으면? 미지의 구원. 그들이 말한 방법. 카일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이었다.
타인을 믿는 삶.
카일라는 루시앙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마비된 손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의지는 전달되었다.
"살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지하실이 밝아졌다. 손전등의 불빛이 아닌, 다른 빛. 루시앙이 카일라의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투명한 액체가 혈관을 타고 흘러들었다.
"이건?"
"당신의 능력을 완전히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루시앙이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비를 멈출 것입니다. 당신의 생명력을 보존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 능력은?"
"사라질 것입니다."
루시앙이 대답했다.
"당신은 타인의 비밀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대신 살 것입니다."
카일라의 팔에서 마비가 멈췄다.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불완전하게. 하지만 움직였다.
"당신들은..."
카일라가 말했다.
"나를 구했습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하려던 것입니다."
칼렐이 말했다. 눈물이 흘렀다.
"당신을 구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지하실의 불빛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위에서는 여전히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드미트리의 비밀이 드러났고, 에스테반의 죄가 폭로되었으며, 루시앙의 정체가 밝혀졌다. 사교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실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카일라는 루시앙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제 그것은 죽음을 향한 손이 아니라, 삶을 향한 손이었다.
"내가 당신들에게 한 일들..."
카일라가 말했다.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용서했으니, 당신도 당신 자신을 용서하세요."
드미트리가 말했다. 정치 권력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의 목소리였다.
"당신은 거짓을 믿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카일라는 침묵했다. 마비된 손이 이제 움직였다. 천천히. 불완전하게. 하지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