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드미트리의 사무실을 나온 지 이틀째 되는 밤이었다.

카일라는 크리스탈 궁전의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잔 속의 홍차가 식지 않도록 계속 입술을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문 너머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감각이 작동하고 있었다. 사교계의 모든 말들이 그녀의 뇌를 통과하고 있었다.

'전 황제 암살에 드미트리가 관련되었다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암호화된 문서에서 그의 이름이 나왔다더군요.'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큰일이겠네요.'

말들이 사교계의 골목골목을 타고 흘러다녔다. 카일라가 뿌린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비올레타를 통해 한두 마디, 칼렐의 회계사 친구를 통해 한두 마디.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단지 드미트리의 사무실에서 본 그 암호화된 편지의 일부를 '실수로' 여기저기 흘렸을 뿐이었다.

초감각을 사용할 때마다 손가락이 떨렸다. 오른손 검지가 특히 그러했다. 홍차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을 때, 떨림 때문에 잔이 소리를 냈다. 카일라는 얼굴을 들지 않고 계속 차를 마셨다. 손가락 끝이 차갑고 있었다.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이었다.

"카일라."

칼렐이 응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오빠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카일라의 옆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같은 말이었다. 3화에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카일라는 잔을 내려놓고 칼렐을 바라봤다. 초감각이 그의 얼굴을 훑었다.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그 밑에 깔린 무언가—카일라를 지키려는 절박함.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카일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드미트리가 나를 죽이려 했고, 에스테반도 마찬가지다. 루시앙도. 세 명 모두.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았고, 이제 그들을 파멸시킬 차례다."

칼렐의 입술이 떨렸다.

"그렇지 않다. 당신은—"

"나가."

카일라가 손을 들었다. 그 손가락에서 진홍색이 흐르고 있었다. 코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칼렐은 그 손을 보고 물러섰다. 그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결국 침묵했다. 응접실의 문이 닫혔다.

카일라는 손가락의 피를 냅킨으로 닦았다. 손이 떨렸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초감각의 대가가 아니라, 심장의 신호였다. 심장이 말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밤이 더 깊어졌을 때, 카일라는 무도회 준비실로 이동했다. 그곳은 사교계 여성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장소였다. 카일라가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았고, 누군가가 그녀의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카일라, 드미트리 로자로프에 대한 소문이 정말 사실인가요?"

어떤 귀족 여성이 물었다. 목걸이가 매우 짧았다. 그녀의 남편이 도박 빚으로 재산을 탕진했다는 뜻이었다. 카일라는 거울에 비친 그 여성의 얼굴을 봤다. 절망이 묻어났다.

"소문일 뿐이다. 하지만 소문이 나온 이유가 있겠지."

카일라의 말은 간단했지만, 사교계의 암호로는 명확했다: 드미트리가 황제의 신임을 잃을 것이다.

그 여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드미트리는 그녀의 남편의 빚을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드미트리가 권력을 잃으면, 그녀의 남편도 끝이라는 뜻이었다.

준비실에 고요함이 흘렀다.

다음 날, 카일라는 교회로 향했다. 에스테반 주교를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초감각이 그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교회의 돌 기둥들 사이에서, 그의 생각들이 울려 퍼졌다. 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광신.

신학교에서의 사건. 어린 사제들. 그들의 울음소리.

카일라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엔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떨렸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박동이 고르지 않았다. 한 번은 빠르고, 한 번은 느렸다.

교회의 제단 앞에서 카일라는 멈췄다.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성상화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감각이 그곳에 깔린 모든 기도들을 감지했다. 수백 년간 드러난 기도들, 감춰진 기도들, 거짓 기도들.

"악마의 딸."

목소리가 들렸다. 에스테반 주교였다. 그는 제단 뒤에서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광신의 빛으로 가득했다.

"당신의 능력은 신의 저주다."

주교는 카일라를 바라봤다. 그의 손가락이 십자를 그리고 있었다. 자동적이고 강박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구원하려 했다. 당신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구하려 했다."

카일라는 웃었다. 그 웃음은 교회의 돌벽에 부딪혀 울렸다.

"거짓말을 하지 마라, 주교. 당신은 나의 능력이 당신의 비밀을 드러낼 것을 두려워했다."

에스테반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라는 그의 표정에서 확인했다. 신학교의 그 사건.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파멸시킬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 했다."

카일라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주교는 뒤로 물러섰다.

"세 명 모두가 그랬다. 드미트리, 당신, 루시앙.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됐다."

교회를 나온 카일라는 거리를 걸었다.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장이 계속 불규칙하게 뛰었다.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찾아 자신의 얼굴을 봤다. 눈 밑이 어두워져 있었다. 광대뼈가 더 튀어나와 보였다. 살이 빠지고 있었다. 생명력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비올레타로부터 전화가 왔다.

"카일라, 제발 멈춰. 당신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카일라는 전화를 끊었다.

그 밤, 또 다른 무도회가 있었다. 카일라는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다. 사교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했다.

그리고 드미트리를 봤다.

그는 무도회의 한구석에 서 있었다. 아무도 그와 춤을 추지 않았다. 아무도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카일라의 복수가 완벽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서, 뭔가가 카일라의 가슴을 스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감정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단지 심장의 또 다른 불규칙한 박동일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무도회의 입구에서 루시앙이 나타났다.

그는 카일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두려움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었다. 카일라는 초감각을 사용하려 했지만, 손가락이 너무 떨려서 할 수 없었다.

루시앙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당신의 능력이 우리를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카일라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통증이 가슴에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당신을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멈춰."

카일라가 손을 들었다. 그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나는 당신들의 거짓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루시앙은 계속했다.

"당신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무도회의 조명이 깜빡였다. 그 순간의 어둠 속에서, 카일라는 루시앙의 눈에서 뭔가를 봤다. 광신도의 광기가 아니라, 진정한 절박함이었다.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카일라의 손가락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흘렀다. 그것은 코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더 많은 피였다.

심장의 박동이 점점 불규칙해지고 있었다.

# 사교계의 균열

코피는 멈추지 않았다. 카일라가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면서 무도회의 화장실로 향했을 때, 그 얇은 천 위에 피가 점점이 스며들었다. 세 번째 번이었다. 이번 주만 해도 세 번째다. 손가락의 떨림도 심해졌다. 초감각을 사용할 때마다 신체는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선 카일라는 자신의 얼굴을 봤다. 광대뼈가 더 도드라졌고, 눈 밑의 그림자는 마치 멍든 것처럼 검었다. 피부는 반투명해졌다. 생명력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직 멀지 않았다."

카일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셋째 달 보름달까지 열흘이 남았다. 열흘. 그 안에 세 명을 모두 파멸시켜야 했다. 드미트리는 이미 궤도에 올랐다. 사교계는 그를 죽은 사람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황제의 신임을 잃은 비서관은 사교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정치적 미래는 끝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카일라는 그를 파멸시키고 싶었다. 완벽하게.

화장실 밖으로 나왔을 때, 칼렐의 문자가 와 있었다.

*누나, 제발 시간을 내 줄 수 있을까?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

카일라는 화면을 검은색으로 만들었다. 오빠의 속마음은 이미 초감각으로 읽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던 계획의 일부였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유혹이었다. 타인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유혹. 카일라는 그런 것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다.

무도회의 현관으로 돌아갔을 때, 비올레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카일라, 제발 들어 줄래? 드미트리가—"

"완벽한 고립이었다."

카일라가 비올레타의 말을 가로챘다. 자신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무도회의 풍경을 평가하듯.

"사교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외면했다. 아무도 그와 춤을 추지 않았고, 아무도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다. 내 복수가 완벽했다는 뜻이다."

비올레타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나라를 지키려던 것이었어. 당신의 능력이 황제를 위협할 것 같아서, 당신을 보호하려—"

"보호?"

카일라의 웃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보호하는 방법이 독약을 먹이는 건가? 세 명의 남자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게 보호라는 뜻인가?"

"그들은 당신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 당신의 능력을 억제하려고 했던 거야."

비올레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카일라를 끝까지 설득하려고 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시도였다. 그리고 완전히 헛된 것이었다.

"그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킨 거야. 당신의 심장을 손상시킬 거라는 걸 그들이 몰랐어."

"그럼 더 좋다."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손을 밀어냈다. 가볍게, 하지만 확정적으로.

"의도가 어떻든 결과는 같다. 나는 죽어가고 있고, 그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비올레타의 얼굴이 절망으로 뒤덮였다. 그녀는 카일라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카일라는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 무도회의 중앙으로. 크리스탈 샹들리에의 빛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수백 개의 작은 거울들이 그녀의 모습을 반복해서 반사했다. 마치 그녀가 수백 번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그 밤의 후반부, 카일라는 에스테반 주교의 동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교계의 정보망은 광대했다. 한 마디의 질문으로 수십 개의 답변이 돌아왔다. 주교가 최근 신학교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것. 그곳에서 뭔가를 감추려고 한다는 것. 카일라는 초감각을 사용했다. 주교의 심리 상태를 감지했다. 두려움. 불안. 그리고 깊은 죄책감.

신학교에서의 그 사건. 카일라는 그것을 이미 감지했었다. 초감각으로 주교의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그곳에는 어린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없었다. 알면 알수록 카일라의 인간성은 더 조각날 것이었다.

이틀 뒤, 카일라는 교회의 지하 경당에서 에스테반을 만났다. 그곳은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주교는 카일라를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당신... 여기 와서는 안 돼."

카일라는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손가락이 떨렸다. 초감각을 사용하려고 해도 신체가 거부했다.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주교의 심리 상태는 이미 읽혀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이 노출되어 있었다.

"나는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

카일라가 말했다.

"신학교. 그 소년들. 그들이 당신에게 한 말들."

에스테반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그는 손가락을 엮으며 십자를 그렸다. 그것은 기도가 아니라 강박이었다. 자신을 지키려는 절박한 제스처였다.

"나는 당신을 구원하려 했다. 당신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구하려 했다."

주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진지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또는 자신을 속이려고 했다.

카일라는 웃었다. 그 웃음은 교회의 돌벽에 부딪혀 울렸다. 거기에는 사랑이 없었다. 오직 경멸만 있었다.

"거짓말을 하지 마라, 주교. 당신은 나의 능력이 당신의 비밀을 드러낼 것을 두려워했다."

에스테반의 얼굴이 굳었다. 그 순간의 표정 변화로 모든 것이 확인되었다. 신학교의 그 사건.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당신이 그들을 죽이려 했던 이유.

"당신은 내가 당신을 파멸시킬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를 죽이려 했다."

카일라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주교는 뒤로 물러섰다. 그의 뒷걸음질은 빠르고 불안정했다.

"세 명 모두가 그랬다. 드미트리, 당신, 루시앙.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됐다."

카일라는 주교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거기에는 진정한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절박함은 죄를 정당화할 수 없었다. 주교는 카일라의 뒤를 따르려고 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이미 경당을 떠나고 있었다.

교회를 나온 카일라는 거리를 걸었다.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장이 계속 불규칙하게 뛰었다.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초감각을 사용할 때마다, 신체는 더 빠르게 무너졌다. 생명력은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찾아 자신의 얼굴을 봤다. 눈 밑이 어두워져 있었다. 광대뼈가 더 튀어나와 보였다. 살이 빠지고 있었다. 생명력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셋째 달 보름달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마 열흘 안에.

비올레타로부터 전화가 왔다.

"카일라, 제발 멈춰. 당신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카일라는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들을 것은 없었다.

그 밤, 또 다른 무도회가 있었다. 카일라는 진홍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다. 사교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했다. 그들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봤지만,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교계의 규칙이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드미트리를 봤다.

그는 무도회의 한구석에 서 있었다. 아무도 그와 춤을 추지 않았다. 아무도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사교계에서 가장 두려운 형벌. 무시.

카일라의 복수가 완벽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서, 뭔가가 카일라의 가슴을 스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감정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단지 심장의 또 다른 불규칙한 박동일 수도 있었다. 카일라는 그것을 무시했다. 감정은 사치였다. 특히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그 순간, 무도회의 입구에서 루시앙이 나타났다.

그는 카일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두려움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었다. 결정이었다. 카일라는 초감각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너무 떨려서 할 수 없었다. 신체가 거부했다. 더 이상 감지할 에너지가 없었다.

루시앙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고 조심스러웠다. 마치 야생동물을 다루는 것처럼.

"당신의 능력이 우리를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무도회의 음악이 배경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카일라는 오직 그의 목소리만 들었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카일라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통증이 가슴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고통이었다.

"우리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멈춰."

카일라가 손을 들었다. 그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코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나는 당신들의 거짓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루시앙은 계속했다. 그는 카일라의 거부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당신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무도회의 조명이 깜빡였다. 그 순간의 어둠 속에서, 카일라는 루시앙의 눈에서 뭔가를 봤다. 광신도의 광기가 아니라, 진정한 절박함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 뭔가 카일라가 이름 붙이고 싶지 않은 것.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카일라의 손가락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흘렸다. 그것은 코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더 많은 피였다.

심장의 박동이 점점 불규칙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무도회의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루시앙의 입에서 나온 말이 모든 것을 바꿨다.

"당신의 오빠가 자살했습니다."

카일라의 세상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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