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무도회의 대면

크리스탈 궁전의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카일라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72시간 전 의사의 진단 이후 처음으로 사교계에 나서는 것이었다.

진홍색 드레스의 소매 안쪽, 손목 위의 피부가 희미하게 파래 보였다. 의사는 명확히 말했다. 셋째 달의 보름달 전에 죽을 것이라고.

메인 홀에 들어서자 음악이 잠깐 끊겼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악단이 카일라를 본 것이었다.

드미트리 로자로프가 나타났다. 황제의 비서관이 카일라의 앞에 섰다. 검은 정장, 흰 셔츠, 목에 감긴 리본. 권력의 복장이었다.

카일라와 그의 눈이 만났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검지손가락이 0.3초마다 약 2밀리미터씩 움직였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확대되었다. 공포 반응이었다.

카일라는 초감각을 열었다.

그의 호흡을 들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있었다. 분당 호흡수 22회. 정상은 15회였다. 그의 맥박은 불규칙했다. 살인자의 심장이었다.

카일라의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였다.

"비서관님. 뵙기 좋습니다."

카일라가 미소를 지었다. 입가만 올라가고, 눈은 차가운 미소.

드미트리는 그 미소를 보고 몸을 뒤로 물렸다.

"당신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는군요. 당신의 심장이 계속 뛰고 있어요. 멈추지 않고."

카일라는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드미트리의 뒷모습을 느꼈다. 감시의 시선이 아니라 공포의 시선이었다.

무도회의 홀은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황제의 측근들이 모인 동쪽, 귀족들이 모인 서쪽, 교회 인사들이 모인 북쪽. 권력의 삼각형이었다.

카일라는 홀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춤을 추지 않은 채로.

"카일라 비스트로스가 무도회의 중심에 섰습니다."

누군가가 속삭였다. 사교계의 암호였다. '중심에 섰다'는 것은 '권력의 재편성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한 여성이 카일라에게 다가왔다. 귀족 출신의 백작부인이었다.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감겨 있었다. 길이는 정확히 26센티미터였다.

"새로운 보석이 예쁘시네요."

여성이 먼저 인사를 했다.

카일라는 그 말을 해독했다. '새로운 보석'은 '새로운 비밀'을, '예쁘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 여성은 카일라의 새로운 비밀을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카일라는 웃음이 나왔다.

그 여성의 목걸이 길이가 말해주는 것이 따로 있었다. 26센티미터 진주 목걸이는 '남편의 배신이 4년간 이어졌다'는 신호였다.

"당신의 남편이 누구와 함께하는지 궁금하신가요?"

카일라가 물었다.

여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은 나에게 비밀을 알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목걸이가 말해주는 것은 당신 자신의 비밀이에요. 당신의 남편은 지난 4년간 귀족 연합의 비서실에서 일하는 마리안느와 만나고 있어요. 당신의 친구예요."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당신이 나에게 한 말은 거짓이었어요. 당신은 나의 비밀을 모르고 있어. 당신은 단지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했을 뿐이야."

카일라는 그 여성을 지나쳐 걸어갔다. 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교계에서 울음소리는 권력의 붕괴를 의미했다.

"당신은 정말..."

비올레타가 카일라의 팔을 잡았다. 그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무엇이 우려되세요?"

"당신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지키려고 했어. 왜 이해하지 못해?"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진정한 눈물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거짓이었다.

그런데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무언가가 카일라 안에서 흔들렸다. 타인을 향한 절대적 불신 속에 의심의 여지가 생겼다. 비올레타의 눈물이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하지만 카일라는 그 의심을 밀어냈다.

"지킨다는 것이 무엇이에요? 당신은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한다면, 당신은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단지 당신의 죄책감을 덜려고 하는 것뿐이야."

비올레타의 손이 카일라의 팔에서 떨어졌다.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절대로."

카일라는 비올레타를 뒤로하고 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무도회의 북쪽 구역이었다. 교회의 인사들이 모인 곳이었다. 주교 에스테반이 그곳에 있었다. 검은 복장에 십자가 목걸이를 한 그는 마치 죽음 자체처럼 보였다.

에스테반의 눈이 카일라를 봤다. 혐오의 눈이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기도인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한 기도였다.

카일라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도회의 중앙, 댄스 플로어 위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귀족 출신의 청년이었다. 그의 파트너는 한 여성이었다. 그 여성의 손가락이 남자의 등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마치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톡. 톡. 톡.

사교계의 암호였다. '세 번의 두드림'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교계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었다. 그리고 카일라는 그 거짓을 모두 꿰뚫고 있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의 빛이 꺼질 때 모든 비밀이 드러난다고 들었어요."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가 카일라의 옆에서 속삭였다. 사교계의 원로였다.

"그것은 옛말일 뿐이에요."

"옛말은 진실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그 빛이 누구에 의해 꺼질 것인가 하는 점이에요."

여성은 사라졌다. 카일라는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바라봤다. 아름답고 위험했다.

무도회가 진행될수록 카일라의 신체는 악화되고 있었다. 초감각을 사용할 때마다 가슴 한 가운데서 뭔가가 빨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영혼을 천천히 꺼내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 끝은 이미 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카일라, 춤을 추시겠습니까?"

루시앙 드 몬포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온화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카일라를 감시하고 있었다.

카일라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의도적으로 차갑게 유지되고 있는 손이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들은 댄스 플로어의 중앙으로 나갔다. 음악이 시작되었다. 왈츠였다. 우아하고 치명적인 춤이었다.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

카일라가 속삭였다.

"아닙니다."

루시앙이 대답했다.

"당신의 손이 떨리고 있어요. 왼손의 약지가 특히. 그것은 불안감의 신호예요."

"모든 손가락이 떨릴 수 있습니다."

"아니에요. 당신은 정치인이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의 감정을 손가락으로 표현해요. 특히 불안감을."

그들의 춤이 계속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매력적인 파트너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이었다. 언어로 하는 전쟁이었다.

"당신의 능력이 우리를 모두 파괴할 것입니다."

루시앙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어."

"아닙니다."

춤이 끝났다. 루시앙이 카일라의 손을 놨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온화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시앙의 손을 놓은 카일라는 무도회의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홀의 구석에 서서 무도회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 사교계의 모든 움직임이 보이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카일라는 그들을 찾았다.

드미트리 로자로프는 홀의 반대편에 있었다. 황제의 옆에서 한 발 물러선 위치. 권력의 그림자가 서는 곳. 그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듣기만 했다. 그리고 계산했다. 카일라는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그가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비숍 에스테반은 귀족 여성들의 무리 중심에 있었다. 검은 예복, 은색 십자가. 그의 입은 항상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그의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다. 묵주알을 세는 듯한 리듬으로. 불안감의 신호였다.

루시앙은 춤을 추는 여성들 뒤에 있는 벽의 그림을 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었다. 의도적으로 다른 곳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세 명. 모두 카일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모두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당신이 여기 있구나."

비올레타가 나타났다. 하늘색 드레스, 진주 목걸이. 하지만 그녀의 목걸이는 평소보다 짧았다. 어깨에 바짝 붙어 있었다. 남편의 배신을 알고도 3주간 침묵해온 신호였다.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남편이 음악 선생 아녜스와 함께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당신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지키려고 했어."

비올레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카일라가 비올레타를 바라봤다. 그 눈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 간청을 하는 듯한 표정.

"거짓이군요."

카일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웃음이었다.

"지키려고? 당신들이 나를 지킨 적은 없어요. 당신들은 날 감시했어. 그리고 지금 당신들은 날 죽이려고 하고 있어."

"아니야, 카일라. 진짜—"

"당신의 목걸이를 봤어요."

카일라가 비올레타의 목에 손을 올렸다. 진주 목걸이의 길이를 재듯이.

"3주간 남편의 부정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왜 이 드레스를 입었어? 왜 무도회에 나왔어?"

비올레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당신을 지키려고."

카일라는 그 말을 들었다. 비올레타의 목소리에는 거짓이 없었다. 진정한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왜 자신을 감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했을까? 그 의문이 카일라를 흔들었다. 타인을 향한 절대적 불신 속에 금이 생겼다.

하지만 카일라는 그 금을 외면했다.

"또 거짓이야."

카일라가 손을 놨다. 그리고 돌아섰다.

무도회의 중앙으로 향했다. 댄스 플로어 위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드미트리가 눈을 들었다. 카일라와 그의 눈이 만났다.

그 순간, 카일라는 그의 모든 것을 읽었다.

그의 호흡이 변했다. 들숨이 깊어졌다. 공포의 신호였다. 그의 왼손의 약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불안감. 그의 눈동자가 확대되었다. 위협을 감지했다는 뜻.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카일라의 신체가 더욱 악화되었다. 맥박이 불규칙해졌다. 정맥이 더욱 검푸르게 변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카일라는 그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황제가 그들을 바라봤다. 다른 귀족들도. 모두가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고 싶어했다.

카일라가 드미트리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는군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의 귀에만 들리도록.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어요. 계속. 멈추지 않고. 이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심장이 아니에요. 이것은 살인자의 심장이에요."

드미트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 당신과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은 위험합니다."

드미트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의 능력은 이 나라의 안정을 위협합니다."

"그래서 독약을 넣었어."

"그것은 정당한 조치입니다."

"정당한?"

카일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웃음이었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줄까요?"

드미트리의 손이 천천히 주머니를 향했다. 카일라는 그것을 감지했다. 무기를 꺼내려는 움직임.

그 순간, 천장에서 소리가 났다.

꺾이는 소리.

크리스탈 샹들리에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무도회의 중앙, 댄스 플로어 위로. 카일라와 드미트리 바로 위로.

모든 것이 멈췄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누군가가 카일라를 밀었다.

비올레타였다.

비올레타는 카일라를 안고 옆으로 굴렀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졌을 때, 크리스탈 샹들리에는 그들이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천만 개의 크리스탈 조각이 산산조각 났다.

그 빛이, 무도회의 가장 밝던 빛이 꺼졌다.

홀 전체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움직였다.

카일라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비올레타의 팔이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크리스탈 조각이 그녀의 뺨을 자르고 있었다.

"왜... 했어?"

카일라가 물었다.

비올레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카일라를 더 세게 안았다. 그 팔에는 진정한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위한 두려움이 아니라, 카일라를 위한 두려움.

카일라는 자신의 손을 봤다.

검지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리스탈 조각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초감각을 사용했을 때부터.

그녀의 능력이 그녀를 죽이고 있었다.

조각난 크리스탈 조각들 사이에서, 카일라는 자신의 손가락 끝의 피를 봤다. 그것은 진홍색이었다.

무도회의 드레스처럼.

자신이 죽으러 입은 드레스처럼.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원인인 손의 떨림.

그것은 능력의 대가였다.

그리고 카일라는 이제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남은 시간이 없는지를.

세 남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먼저 자신을 죽일 것이었다.

무도회의 조명이 다시 켜졌다. 기술자들이 샹들리에를 교체했다.

카일라는 바닥에 누워 자신의 손을 봤다. 흐르는 피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능력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멈출 것인가.

그 선택이 카일라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었다.

비올레타의 팔은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 카일라는 그 팔의 온기를 느꼈다. 거짓이 아닌, 진정한 온기.

하지만 신뢰는 사치였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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