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셋째 달의 보름달
거울 앞에 선 카일라는 자신의 얼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좌측 관자놀이의 맥박이 일정하지 않았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한 지는 한 달 전부터였다.
어제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 손가락이 저렸다.
로렌스 의사의 진찰실은 황제 궁전의 서쪽 날개에 있었다. 창밖으로 크리스탈 궁전의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보름달이 아직 떨어져 있는 하늘 아래, 궁전의 석상들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의사는 청진기를 내렸다. 그의 손가락이 카일라의 갈비뼈 아래를 눌렀을 때,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다. 흰자위에 가는 혈관들이 떠 있었다. 밤을 새운 사람의 눈이었다.
"심장음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카일라를 누워 있게 한 후 의자에 앉았다. 손을 모으고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의사는 자신의 말을 여러 번 연습하고 있었다. 카일라는 그것을 알았다. '나는 너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
"당신의 심장은 정상적인 퇴행이 아닙니다. 외부 요인에 의한 중독으로 보입니다."
의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혈액 검사 결과, 미량의 독성 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한 성분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장기간 소량씩 투여된 흔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심장은 이미 기능의 절반 이상을 잃었습니다."
카일라는 일어났다. 옷을 정리했다. 손가락이 여전히 저렸다.
"셋째 달의 보름달이 뜰 때쯤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찬 것이 아니라 절망에 찬 것이었다.
"약 삼 개월의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 치료도 불가능합니다."
카일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의사가 움찔했다. 그 웃음은 기쁨의 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깨진 악기에서 나오는 음향처럼.
"이 진단을 누가 알고 있습니까?"
의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황제의 개인 의료팀과 저,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거짓이었다. 의사의 왼쪽 눈꼬리가 실룩거렸다. 사교계의 모든 거짓말은 그렇게 드러난다. 눈동자는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눈 주변의 미세한 근육은 거짓말을 한다.
"누가 당신을 협박하고 있습니까?"
카일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이 이미 충분한 대답이었다.
"이 진단이 정확합니까?"
"네."
한 글자였다. 의사의 입술이 일직선이 되었다. 그것도 거짓의 신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거짓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
카일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의사에게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숨이 가빠졌다.
"당신은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 또는 죽게 내버려두고 싶어 한다."
"카일라—"
"당신의 가족은 몇 명입니까?"
의사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아내와 딸. 딸은 아직 여섯 살입니다."
카일라는 그 말을 받아적었다. 마음 속에. 사교계의 여왕은 상대의 약점을 기억하는 것이 직업이었다.
"당신은 내게 거짓을 말했습니다. 진단 자체는 정확할 수 있지만, 투여 시점과 성분에 대해서는 더 알고 있습니다. 그 정보를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가족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할 수 없습니다."
의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이 나를 죽일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죽이기 전에 나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나와 협력하거나, 아무도 살지 못합니다."
카일라는 의사의 눈을 똑바로 들었다. 그 은회색 눈 속에는 사교계의 모든 위협이 담겨 있었다.
의사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 침묵은 항복이었다.
"독성 물질은 아르세니쿰입니다. 매우 희귀한 형태로, 궁전 내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투여는 지난 석 달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음식에 섞어 넣었을 것입니다."
"누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단지 결과만 봤을 뿐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뭐라고 말했습니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당신이 위험해질 상황을 미리 알아내기 위해서라고. 당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고."
거짓이었다. 의사의 눈꼬리가 또 실룩거렸다.
"그들이 당신을 협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카일라는 의사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맥박을 느꼈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당신의 딸의 이름은?"
"소피아입니다."
"소피아를 지키고 싶으면 말하십시오."
의사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저항이었다.
"전 황제의 암살 사건. 당신의 오빠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고, 당신이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당신이 죽으면 그 비밀은 묻힐 것입니다."
카일라는 의사의 손목을 놓았다. 그 정보는 충분했다.
"당신은 이 대화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말한다면, 소피아가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해하십니까?"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카일라는 진찰실을 나갔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황제 궁전의 서쪽 날개는 항상 비어 있었다. 이곳은 공식적인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병자, 죽어가는 자, 비밀을 가진 자들이 오는 곳이었다.
카일라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거울이 있는 방으로.
화장대 위의 촛불을 켰다. 불빛이 거울 속의 여자를 조명했다. 그 여자는 아름다웠다. 검은 머리카락이 창백한 피부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눈은 은회색이었다. 사교계의 모든 남자들이 그 눈을 탐했다.
카일라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만 보일 정도의. 하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다.
'이 손으로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그녀가 중얼거렸을 때, 무언가가 일어났다.
거울 속의 이미지가 분열되었다. 각각의 거울에는 다른 이미지들이 반사되고 있었다. 한 거울에는 황제 비서관 드미트리의 얼굴이. 또 다른 거울에는 주교 에스테반의 얼굴이. 그리고 또 다른 거울에는 공작의 서자 루시앙의 얼굴이.
그들의 입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겹쳐서, 마치 광기 어린 합창처럼.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었다. 초감각이 더 깊이 작동했을 때, 카일라는 진실을 감지했다. 세 남자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흐릿해지더니, 그들의 비밀과 약점, 그리고 동기가 카일라의 의식에 물처럼 흘러들었다.
드미트리의 기억: 전 황제의 암살 계획에 가담했던 자신. 카일라가 그 진실을 알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
에스테반의 죄책감: 신학교에서 저질렀던 추행. 카일라의 순결함을 지켜야 한다는 왜곡된 속죄.
루시앙의 질투: 공작 가문 내에서 자신의 신분을 인정받지 못한 분노. 카일라를 보호하는 척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욕망.
그들은 카일라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밀의 증인인 카일라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미리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카일라는 눈을 떴다. 거울은 다시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알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방법이 무엇인지.
그녀는 침대 옆의 책상으로 갔다. 펜과 종이를 꺼냈다. 손이 떨렸지만, 글씨는 정확했다.
**드미트리 로자로프** - 황제의 비서관 - 국가 정보망 장악 - 약점: 전 황제 암살 관련 반역 음모
**에스테반 비숍** - 교회의 주교 - 영적 권력 장악 - 약점: 신학교에서의 추행 사건
**루시앙 드 몬포르** - 공작의 서자 - 독극물에 대한 지식 - 약점: 공작 가문 내 신분 갈등
카일라는 펜을 내려놨다. 손이 종이 위에 멈춰 있었다. 손가락의 떨림이 심해졌다. 이제는 촛불 없이도 보일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손가락만이 아니었다. 손목까지 경련이 번지고 있었다. 카일라는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얼굴을 들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봤다. 코에서 가는 선이 흘렀다. 피였다.
초감각의 대가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침대 옆의 탁자에서. 화면에는 '칼렐'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오빠. 가족의 유일한 부채.
카일라는 손등으로 코를 닦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울림이 세 번 더 반복되었다. 네 번째 울림 직전에 받았다.
"네?"
통화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칼렐은 항상 중요한 전화를 받을 때 깊게 숨을 쉬었다.
"카일라. 지금 어디야?"
"집. 왜?"
침묵이 흘렀다. 길었다. 카일라는 그 침묵을 읽기 시작했다. 불안감. 죄책감. 그리고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말할 수 없는 절박함.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 이미 알고 있어."
통화 너머에서 숨소리가 멈췄다. 그 정적이 가장 큰 고백이었다.
"칼렐. 당신은 왜 그랬어?"
"카일라, 나는—"
"당신이 날 지키려고 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건 거짓이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거야. 전 황제의 암살에 가담했던 자신의 비밀을."
통화 너머에서 칼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지금 만나자."
카일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남쪽 정원. 15분 안에."
"카일라, 제발—"
"당신이 내게 빚진 게 있어. 오빠.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해."
카일라는 전화를 끊었다. 화면이 검어졌다. 반사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은회색 눈. 창백한 피부. 코 아래 말린 피. 입가의 미소.
카일라는 침실을 나갔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남쪽 정원으로 향하는 길은 어두웠다. 촛불들이 일렬로 켜져 있었고, 그 불빛 아래로 카일라는 걸어갔다.
정원의 분수 옆에서 칼렐을 만났다. 그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옷을 입은 채로, 마치 그림자처럼.
"카일라."
칼렐이 다가섰다.
"당신이 뭘 알아낸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해."
"그럼 설명해."
카일라는 분수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전 황제 암살에 당신이 가담했어. 그리고 그걸 감추기 위해 날 죽이려고 했어. 드미트리, 에스테반, 루시앙과 함께."
"아니야."
칼렐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들과 함께한 게 아니야. 나는 그들에게 협박당하고 있어. 당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고."
카일라는 칼렐의 눈을 봤다.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그럼 당신은 뭘 하고 있어?"
"나는... 당신을 감시하고 있었어. 그들이 시킨 대로. 당신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거짓말."
카일라가 일어섰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어. 내 죽음이 당신의 비밀도 함께 묻을 거라고 생각해서."
칼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전 황제 암살. 당신이 주모자야?"
"아니다."
칼렐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을 뿐이야.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었어.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비밀을 가져야만 했어."
"그래서 당신이 나를 죽이기로 했어?"
"아니야! 나는 절대로—"
"그럼 왜 독극물을 내 음식에 넣게 둔 거야?"
칼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이 죽으면 그 비밀도 함께 묻힐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이 그것을 알아내기 전에."
카일라는 칼렐에게서 돌아섰다.
"당신은 누가 주모자인지 알아?"
"알아."
칼렐의 목소리가 작았다.
"드미트리야. 그는 전 황제의 암살을 주도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모든 증거를 없애려고 해. 당신을 포함해서."
"에스테반과 루시앙은?"
"그들은 드미트리의 공범이야. 에스테반은 영적 정당성을 제공하고, 루시앙은 독극물을 구했어. 나는... 나는 그냥 침묵했어."
카일라는 정원을 돌아다녔다. 손가락의 떨림이 여전했다. 그리고 시력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초감각의 대가가 더 심해지고 있었다.
"당신은 내일 무도회에서 뭘 할 거야?"
"나는... 모르겠어."
칼렐이 대답했다.
"그들은 아직 최종 계획을 말하지 않았어."
"그럼 알아내."
카일라는 칼렐의 앞에 섰다.
"내일 무도회 전에. 그들이 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지키려고 하는 건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해."
"카일라—"
"당신이 내게 빚진 거야. 오빠."
카일라는 정원을 나갔다. 침실로 돌아갔다. 거울 앞에 섰다.
코의 피는 이미 말라 있었다. 하지만 입술 아래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 시력이 흐려지는 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카일라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손가락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초감각의 대가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일라는 일어났다.
"들어와."
문이 열렸다. 비올레타였다. 카일라의 가장 가까운 친구. 또는 카일라가 가장 멀리 두고 있는 여자.
"혼자였어?"
비올레타는 방 안을 둘러봤다. 드레스가 침대 위에 펼쳐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종이와 펜이 있었다. 비올레타는 종이에 적힌 글씨를 읽으려고 했지만, 카일라가 빠르게 손으로 덮었다.
"뭐해?"
"복수 계획."
카일라는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비올레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복수? 누구한테?"
"누구한테라고 생각해? 날 죽이려던 사람들한테지."
비올레타가 한 발 물러섰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카일라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읽었다. 비올레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비올레타. 넌 뭘 알고 있어?"
"난... 아무것도..."
"거짓말하지 마. 사교계의 모든 소문이 너한테로 들어와. 넌 알아야만 해."
비올레타는 카일라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대신 창밖을 보았다. 크리스탈 궁전이 밤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켜지고 있었다.
"당신을 지키려고 했어."
비올레타의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뭐라고?"
"당신을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지키려고 했다는 거야. 드미트리도, 에스테반도, 루시앙도."
카일라는 비올레타에게 다가섰다.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들이 당신에게 뭐라고 말했어?"
"나는... 말할 수 없어."
"말해."
카일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초감각이 다시 발동했다. 비올레타의 기억이 카일라의 의식에 흘러들었다. 세 남자가 비올레타를 찾아왔던 그 밤. 그들이 말했던 것들.
'카일라 공작부인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그녀를 지켜야 합니다. 그녀가 우리를 의심하지 않도록.'
비올레타는 그들을 믿었다. 그리고 카일라를 지켰다. 자신도 모르게 카일라를 감시하면서.
"당신은 나를 감시했어."
카일라는 비올레타의 손목을 놓았다.
"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카일라, 나는—"
"당신이 뭔지 알아. 당신은 그들의 도구야.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은 나를 선택했어. 그들을 선택하지 않고."
비올레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마치 자신을 변론하려다가 포기한 것처럼.
"내가 뭘 해야 해?"
"무도회 전에 그들의 최종 계획을 알아내. 그들이 정말로 나를 '지키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죽이려고 하는 건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해."
"그리고?"
"그리고 나를 도와."
비올레타는 카일라의 눈을 마주쳤다. 그 은회색 눈 속에는 이미 죽음이 살아 있었다.
"알았어."
비올레타는 문을 나갔다.
혼자가 되자 카일라는 침대에 앉았다.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더 빨라졌다. 마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인 것처럼.
셋째 달의 보름달. 그때쯤이면 끝이 날 것이다.
카일라는 다시 일어섰다. 침대 위의 종이를 들었다. 글씨를 다시 읽었다. 세 개의 이름. 세 개의 약점. 펜을 다시 집었다.
**1단계: 칼렐의 진술**
완료. 드미트리가 전 황제 암살의 주모자임을 확인. 에스테반과 루시앙은 공범. 칼렐은 비밀 보유자이자 협박 대상.
**2단계: 최종 계획 파악**
비올레타를 통해 무도회 전에 그들의 의도 확인. 자신을 죽이려는 건지, 지키려는 건지의 경계 명확화.
**3단계: 증거 확보**
무도회에서 초감각을 발동시켜 세 남자의 기억과 비밀을 직접 감지.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포착.
**4단계: 무대 위의 대면**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 진홍색 드레스. 수백 개의 샹들리에 아래에서 세 남자와 마주친다. 그곳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
카일라는 펜을 내려놨다. 손가락의 떨림이 여전했다. 호흡이 여전히 가빴다.
창문을 다시 보았다. 크리스탈 궁전의 불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무도회의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카일라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벽장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사교계의 드레스들이 한 줄로 매달려 있었다. 크림색, 은색, 검은색. 각각의 드레스는 서로 다른 무도회, 서로 다른 밤, 서로 다른 역할을 위한 것들이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드레스에 손이 멈췄다. 진홍색이었다. 피의 색깔. 크리스탈 궁전의 무도회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입었을 때, 비올레타가 말했었다. '당신은 무대에 서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이제 그 무대가 정말로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드레스를 꺼내 침대 위에 펼쳤다. 실크는 부드러웠지만 차가웠다. 마치 송장처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손가락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시력이 흐려졌다가 맑아졌다. 아직도 충분히 살아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죽음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신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내일 무도회에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비올레타가 그들의 최종 계획을 가져올 것이고, 카일라는 무도회 무대 위에서 세 남자와 마주칠 것이다. 그곳에서 초감각을 발동시킬 것이다. 그들의 기억, 그들의 죄책감,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모두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카일라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심장 박동을 들었다. 불규칙하고, 빠르고,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리듬.
셋째 달의 보름달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72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무도회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