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역 신호실
콘크리트 벽이 포탄처럼 날아왔다. 이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고, 강민준이 그의 팔을 잡아 비틀며 안전한 구석으로 끌어냈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들어온다!"
김준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신호실 입구의 철문이 꺼꾸러지면서 전술 장비를 두른 인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흉갑에는 길드연합의 상징—황금 용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 검은색 정장의 남자가 느릿하게 발을 들였다.
한태원이었다.
그의 얼굴은 실수라곤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관심 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이미 일어난 일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표정으로, 이준호를 내려다봤다.
"신용도 0."
한태원이 말했다. 그의 음성은 게임 인터페이스처럼 정확했다.
"거래 추방 상태. 완전하고 영구적인 거래 추방. 넌 이제 이 세상에서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 돈을 벌 수 없고, 물건을 사고팔 수 없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다. 넌 사회적으로 죽은 거야."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신용도 게이지를 본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0을 마주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화면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어가고, 모든 기능이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도 넌 행운이야."
한태원이 한 발 더 나아갔다.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거래 추방자는 길에서 죽거든. 하지만 넌 다르다. 넌 주목받았고, 넌 상징이 되었고, 그 때문에 너무 빨리 죽을 수 없게 됐다. 세상이 지켜보고 있거든."
"뭐 하는 거야?"
강민준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다.
"협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협상은 이미 끝났어."
한태원이 손을 들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투명한 태블릿을 건넸다.
"이건 협상의 결과일 뿐이야."
한태원이 화면을 돌렸다. 문서가 떴다. 길드연합의 공식 인장이 찍혀 있었다.
"공식 중개인. 길드연합이 공식으로 인정하는 중개인 지위. 수수료율은 2~8% 사이로 변동한다. 넌 공식 플랫폼에서 거래를 중개할 수 있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거래 추방은 해제된다."
이준호가 화면을 봤다. 신용도 게이지가 움직였다. 0에서 50으로.
"완전한 0%는 아니다."
한태원이 덧붙였다.
"하지만 기존의 15~30%에서 엄청난 감소다. 그리고 이건 네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거래야. 넌 이미 졌어."
이준호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았다. 김준석이 그의 팔을 건드렸다.
"이준호."
김준석의 목소리는 낮았다.
"박서연이 모든 증거를 공개했어. 길드연합의 신용도 조작, 수수료 배분 알고리즘, 초기 설계 결함. 언론에 나가기 직전이야. 이걸 막을 수 없어. 길드연합도 알아. 그래서 이 제안을 하는 거야."
"이건 항복이야."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아니야."
박서연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그녀는 신호실 창문의 파편 뒤에서 나타났다. 손에는 여전히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이건 항복이 아니라 교섭이야. 넌 완전한 0%를 못 얻을 거야. 시스템 자체가 그걸 허락하지 않아. 하지만 넌 2%를 얻을 수 있어. 거기서 시작하는 거야."
"난 거래 추방이 돼."
이준호가 반박했다.
"그게 내가 원한 게 아니야. 유정희의 남편이... 3만 명이..."
"맞아. 넌 그들을 다쳤어."
박서연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로 가득했다.
"유정희의 남편은 신용도 420으로 떨어졌어. 3만 명 이상이 신용도를 잃었어. 거래 추방 위기에 처한 사람도 있어. 그건 네 책임이야. 네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이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넌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박서연이 계속했다.
"멈추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 길드연합은 더 강해지고, 시스템은 더 폐쇄되고, 거래자들은 더 짓눌려. 넌 이미 거기에 불을 붙였거든. 그 불을 꺼뜨릴 수도 있고, 키울 수도 있어. 하지만 넌 이미 선택한 거야. 처음부터."
"그게 무슨..."
"유정희를 만났을 때부터. 그 남편의 신용도를 보고 분노했을 때부터. 넌 이미 선택했어. 이제는 그 선택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신호실의 창문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보였다. 밤하늘 아래 빌딩들이 자욱한 먼지 속에서 깜빡였다. 이준호는 그 풍경을 바라봤다.
아버지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업을 잃던 날. 수수료 때문에 한 푼씩 깎여나가는 수익. 아버지의 침울한 얼굴.
하지만 지금, 그 기억 앞에 다른 얼굴들이 겹쳐 올랐다. 유정희의 남편이 신용도 420으로 떨어지는 모습. 유정희가 자신을 원망하며 떠나는 모습. 거래소 전역이 차단되고 추격자들이 몰려오는 와중 사람들이 신용도를 잃는 모습.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서 비롯됐다는 깨달음.
이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복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다쳤는가? 아버지 시대의 피해자들을 구하려다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내가... 그들을 또 다시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이준호가 물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맞아.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박서연이 답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번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봐야 하는 거야."
"현실을..."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얼굴과 유정희의 얼굴이 겹쳤다. 그들은 모두 시스템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그들을 구하려다 또 다른 사람들을 다쳤다. 이것이 진정한 혁명인가? 파괴인가?
아니다. 파괴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이것은 변화다. 느리고, 불완전하고, 상처를 남기지만, 멈추지 않는 변화. 아버지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타협은 정말 항복인가? 아니면 다른 형태의 저항인가?
이준호는 펜을 들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계약서 위에서 펜이 멈췄다.
"잠깐."
이준호가 말했다.
"이 계약을 받아들이면, 난 길드연합의 시스템 안에 갇히는 거다. 5년 동안. 신용도 하나에 목이 매여서. 아버지의 복수도, 유정희의 회복도, 모두 미뤄진다. 그리고..."
이준호가 박서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이 길을 가다가 또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이번엔 의도적으로."
"그래. 그 위험이 있어."
박서연이 인정했다.
"하지만 멈추면 확실한 거야. 길드연합은 더 강해지고, 유정희 같은 사람들은 계속 다쳐. 넌 이미 그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었어. 지금 넌 그걸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거야. 불완전하게, 천천히, 하지만 바꿀 수 있어."
"복수는 끝이 없어."
강민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준호가 그를 바라봤다. 강민준의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대신 있던 것은 선택이었다. 이 타협을 지지하는 선택.
"길드연합을 완전히 부수려다 보면 우린 그들과 같은 자가 돼. 하지만 이 방법은 다르다. 넌 그들의 시스템 안에서 그걸 바꾼다. 그게 훨씬 더 강한 복수야. 그리고..."
강민준이 이준호의 눈을 바라봤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준호는 다시 펜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였다.
"만약 내가 이 길을 가다가 또 누군가를 다치게 되면?"
"그땐 우린 함께 책임진다."
강민준이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
이준호는 펜을 내려놨다. 종이에 닿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준호.
한글로 된 자신의 이름이 계약서 위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신용도 게이지가 움직였다. 50에서 55로. 55에서 65로. 100을 넘었다. 120. 140. 160.
길드연합의 경호원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한태원이 손을 들었다.
"끝이다. 모두 나가."
"한태원 님..."
경호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나가!"
한태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경호원들은 신호실을 빠져나갔다. 한태원만 남았다.
"이건 길드연합의 패배가 아니야."
한태원이 말했다.
"넌 이해해야 해. 이건 계산된 양보일 뿐이야. 너를 공식화하는 것이 너를 제거하는 것보다 낫다. 공식화되면 넌 통제할 수 있거든. 길드연합의 규칙 속에 넣을 수 있거든. 넌 결국 우리의 일부가 되는 거야."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계약은 5년이다. 그 사이 너는 우리의 틀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어. 신용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공식 중개인 자격이 박탈된다. 거래 추방은 다시 활성화돼. 넌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거야. 다시 죽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한태원이 신호실을 빠져나갔다.
신호실에는 이준호, 강민준, 김준석, 박서연만 남았다.
"이제 뭐 하지?"
김준석이 물었다.
이준호는 신용도 게이지를 봤다. 165.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첫 거래를 해야 해."
이준호가 말했다.
"공식 플랫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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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밝아올 때쯤, 이준호는 공식 플랫폼의 중개인 광장에 나타났다. 신용도는 185로 올라와 있었다.
첫 거래 신청이 들어왔다. 한 상인이 거래 중개를 요청했다. 200만 원 규모의 물품 거래.
기존 공식 중개인의 수수료는 30만 원(15%).
이준호가 책정한 수수료는 4만 원(2%).
거래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공식 플랫폼의 중개인 광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2%?"
상인이 물었다.
"2%가 맞나?"
"맞습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상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거래가 체결되는 순간, 이준호의 신용도가 182로 떨어졌다. 수수료를 깎은 것이 신용도에 반영된 것이었다. 길드연합의 설정상, 공식 중개인이라도 기준 수수료 이하로 책정하면 신용도 페널티를 받는 구조였다.
신용도는 떨어졌지만, 거래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움직였다. 이준호의 공식 중개인 평가가 올라갔다.
신용도가 하락하는데 평가는 상승한다. 모순된 수치가 화면에 떠올랐다.
이준호는 그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이것이 정말 공정한 시스템일까? 아니면 길드연합이 설계한 또 다른 덫일까? 신용도와 평가 중 어느 것이 진짜 신호인가?
"뭐 봐?"
강민준이 옆에서 물었다.
"신용도는 떨어지는데 평가는 올라간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이게 뭔가 이상한데."
"그렇지."
강민준이 화면을 봤다.
"길드연합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거야. 신용도와 평가를 분리해서. 신용도가 떨어지면 거래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평가가 올라가면 거래자들은 신뢰를 느낀다. 두 신호가 충돌할 때 거래자들은 혼란스러워.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길드연합은 언제든 규칙을 바꿀 수 있어."
"또 다른 덫이네."
이준호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이건 우리도 알 수 있는 덫이야."
박서연이 옆에 다가갔다.
"이 모순이 노출되면 거래자들도 깨닫게 돼. 길드연합의 시스템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거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시스템을 흔드는 거."
이준호는 다음 거래 신청을 받았다. 또 다른 거래자가 자신을 필요로 했다.
수수료율 3%. 신용도가 또 떨어졌다. 180. 평가는 올라갔다.
다음 거래. 수수료율 2%. 신용도 175. 평가는 계속 상승했다.
첫 시간 안에 30건의 거래 신청이 들어왔다.
이준호는 각각을 처리했다. 수수료율 2~5%. 모두 기존의 절반 이하였다.
신용도는 계속 떨어졌다. 190. 185. 180. 하지만 평가는 올라갔다. 거래자들의 신뢰는 쌓였다.
정오가 되었을 때, 공식 플랫폼의 중개인 광장에는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기존 중개인들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 순간, 길드연합의 공식 성명이 떴다.
【거래 시스템 개선안 발표】
수수료율 상한선을 기존의 30%에서 15%로 인하합니다. 공식 중개인 이준호의 활동을 통해 시스템 효율화가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길드연합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자율 개선 정책입니다.
기존 중개인들의 반발이 즉각 터져 나왔다. 채팅창이 폭주했다.
【이건 불공정하다!】
【신규 중개인을 보호하는 건가?】
【수수료 인하는 우리 생계를 빼앗는 거다!】
길드연합의 성명은 계속됐다.
【상한선 인하에 따른 기존 중개인 지원 정책도 함께 발표될 예정입니다. 상세 내용은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성명은 이미 공식화됐다. 길드연합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이준호의 2% 수수료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의미했다.
이준호의 신용도는 165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거래량은 계속 증가했다.
"이제 시작이야."
강민준이 이준호의 옆에서 중얼거렸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야."
이준호는 다음 거래 신청을 봤다. 또 다른 거래자가 자신을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세상이 그의 손끝에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의 대가는 무엇인가? 유정희의 남편처럼 신용도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 시스템 안에서 회복될 수 있는가?
"박서연."
이준호가 물었다.
"유정희의 남편 같은 사람들은?"
박서연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지금 길드연합이 신용도 회복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야. 공식 성명 때문에. 공개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했으니까, 피해 구제도 함께 나가야 하는 거야.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나을 거야."
"그게 우리 때문이에요?"
"그래. 넌 이미 변화를 시작했어."
박서연이 말했다.
"이제 그 변화가 얼마나 커질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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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누군가가 관찰하고 있었다.
한태원은 길드연합 본부의 고층 사무실에서 이준호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공식 플랫폼의 거래 데이터가 떠 있었다.
신규 중개인 이준호의 수수료율 변화. 시스템 수익 감소율. 그리고 거래량 증가율. 신용도와 평가의 모순. 그리고 기존 중개인들의 반발 데이터.
"박서연은?"
한태원이 비서에게 물었다.
"여전히 추적 불가 상태입니다. 길드연합 내부 네트워크에 백도어를 심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석은?"
"신용도 0. 거래 추방 상태. 하지만 이준호와 함께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태원은 모니터를 봤다.
이준호의 신용도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165에서 170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신용도도 회복되고 있었다. 정직한 거래의 누적이 아니라, 시스템이 인정하는 '공식 중개인'으로서의 신용도 상승이었다. 신용도는 떨어지는데 평가는 올라간다. 이 모순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이 아이는... 진짜 위험한 변수야."
한태원이 중얼거렸다.
"5년. 5년 안에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네."
그의 손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또 다른 화면이 열렸다. 길드연합 내부 시스템의 감시 프로토콜이었다. 이준호의 신용도, 거래량, 평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창. 신용도 게이지 조작 시뮬레이션. 경쟁 중개인 투입 계획. 거래 제한 시나리오.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신용도 게이지 조작 준비. 다음 주 경쟁 중개인 투입. 거래 제한 신호 발송. 모두 대기 상태로 전환해."
한태원이 말했다.
"이 아이가 우리의 틀을 벗어나려고 하면, 언제든 다시 0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해. 공식 중개인이라는 지위도, 신용도도, 모든 게. 그리고 이번엔 더 빠르게."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용도 게이지 조작 시스템 가동 준비는?"
"이미 준비 중입니다. 이준호의 신용도가 특정 수치를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좋아. 그리고 경쟁 중개인은?"
"길드연합 산하의 새로운 중개인 3명을 준비했습니다. 이준호보다 낮은 수수료로 시장에 진입시킬 예정입니다."
한태원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
공식 플랫폼의 중개인 광장. 수백 명의 거래자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 명의 청년.
이준호의 신용도가 190을 넘었다.
한태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소였는지, 비웃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는군."
한태원이 중얼거렸다.
"넌 이미 우리의 손 안에 있어. 공식 중개인이라는 족쇄 안에. 그리고 그 족쇄는 넌 벗을 수 없어. 왜냐하면 벗으면 죽거든."
그의 손이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다. 거래 제한 신호. 경쟁 중개인 투입 일정. 신용도 게이지 조작 타이밍.
"5년이라고 했지만, 넌 5개월도 못 버틸 거야."
한태원이 말했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넌 다시 0으로 떨어질 거야. 이번엔 영구적으로."
모니터 화면에는 이준호의 신용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190. 195. 200.
하지만 그 뒤에서 준비된 것들은 이미 작동 중이었다.
다음 수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