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10화 「0%의 신화, 그리고 그 너머」

거래소의 지하 대기실. 이준호는 거래자 앞에 서 있었다.

"수수료가 2%라고요?"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신용도 480. 거래 추방 직전의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그는 이준호를 바라봤다. 낡은 티셔츠, 다크서클, 여전히 거친 손가락. 신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네. 2%입니다."

"그럼... 나머지는?"

"없습니다."

"그게 말이 돼?"

이준호는 웃음을 참았다. 그 질문을 이제 몇 번을 받았던가. 거래 추방 선고를 받던 날부터 지금까지 석 달. 그 기간 동안 3만 2천 건의 거래를 중개했고, 3만 2천 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

"말이 됩니다. 공식 중개인 계약이거든요."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떠올랐다. 길드연합의 공식 승인 마크. 신용도 180. 아직도 낮지만, 석 달 전의 0과는 차원이 달랐다.

남성이 거래 승인을 눌렀다.

거래 완료. 수수료 2%. 그의 신용도는 482로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남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용도가 올라간 것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준호는 그의 얼굴을 봤다. 희망. 그 단어가 이제 직감으로 읽혔다.

"아니야. 이건 당연한 일이야."

이준호가 대답했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신격화된 음성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의 목소리였다.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떠났다.

거래소의 벽면 모니터들이 실시간 거래 기록을 흘려보냈다. 금방 또 다른 거래자가 들어올 것이다. 이제 거래소는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였다.

강민준이 복도에서 나타났다.

"3만 건을 넘겼다."

"네."

"다른 중개인들도 수수료를 내리기 시작했어. 5%까지."

이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강민준의 표정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예전의 냉정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만족스러워 보였다.

"길드연합도 공식 성명을 냈어. 수수료 투명성 정책."

"그게... 좋은 건가요?"

강민준이 웃음을 흘렸다. 진짜 웃음이었다.

"좋은 게 아니라 필연이야.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는 거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준호는 그 말을 천천히 씹었다. 그렇다.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순수한 이상이 일으킨 변화가 아니었다. 타협이었다. 계약이었다. 길드연합의 계산된 양보였다. 하지만 그 양보가 현실이 됐다.

"이제 한 번 나가볼래?"

강민준이 손을 내밀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잡았다.

거래소 바깥의 계단을 내려가며 이준호는 문득 생각했다. 석 달 전, 박서연이 "선의도 악의도 아닌 구조적 악"이라고 했을 때, 자신은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았다. 구조를 바꾸려면 구조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혁명이 아닌 변화. 파괴가 아닌 협상.

거래소의 1층 로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거래자들. 그들은 더 이상 절망적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신용도 게이지들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얼굴에 작은 희망을 그렸다.

그곳에서 이준호는 그녀를 봤다.

유정희였다.

그녀는 누군가와 거래를 진행 중이었다. 신용도 620. 그 수치는 석 달 전의 420에서 천천히 올라온 것이었다. 거래가 완료되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준호와 눈이 마주쳤다.

유정희가 걸어왔다.

이준호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아직도 원망하는 표정일 수도 있었다. 남편의 신용도가 추락했던 그날의 분노를 여전히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정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안녕하세요."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강민준은 한 발 물러섰다.

"당신 때문에 남편이 신용도 420까지 떨어졌어요."

유정희가 말했다.

"네. 제 책임입니다."

"그리고 지금 620까지 올랐어요. 당신 때문에."

이준호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유정희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신격화된 숭배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의 웃음이었다.

"당신을 신으로 생각했어요. 처음엔. 하지만 신은 실수하지 않아요. 당신은 했죠."

"네."

"그래서 당신은 진짜 사람이구나. 그제야 알았어요. 신보다 사람이 필요했어."

유정희는 이준호의 눈을 봤다. 그 안에는 용서가 있었다. 하지만 신격화는 없었다. 단지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있을 뿐이었다.

"계속 거래를 도와주시나요?"

"네. 계약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아니야. 이건 당연한 일이야."

이준호가 대답했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진짜였다. 유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갔다. 그녀의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민준이 다시 이준호 옆으로 돌아왔다.

"좋아. 넌 이제 진짜 사람이 됐어."

"네?"

"넌 처음부터 신이 되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냥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거야. 신이 되는 건 그냥 결과였어."

강민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뭔가 무거운 감정이 있었다. 아마도 자신도 과거에 누군가의 신이 되려고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길드연합에 버려지기 전에.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해."

목소리가 들렸다. 박서연이었다. 그녀는 거래소의 구석에서 나타났다.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

"어디로 가죠?"

이준호가 물었다.

박서연이 거래소의 전광판을 가리켰다. 실시간 거래량. 신용도 분포. 수수료율 추이. 모든 데이터가 천천히 변하고 있었다.

"신용도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거야. 그건 좀 더 시간이 걸릴 거고."

"얼마나?"

"몰라. 하지만 적어도 5년은 걸릴 것 같아."

이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5년. 예전 같으면 절망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았다.

"좋아. 이번엔 천천히 해. 우리는 시간이 있어."

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김준석이었다. 길드연합의 제복은 입지 않았다. 대신 거래소의 일반 거래자처럼 보였다.

"한태원이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어. 5년 뒤에."

김준석이 말했다.

"그럼 그때까지 뭘 하죠?"

"변화를 만들어. 길드연합 내부에서부터."

김준석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그는 추격자에서 공모자가 됐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이준호는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선택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감사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 그게 유일한 감사야."

김준석이 대답했다.

네 명이 거래소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봤다. 아직도 일부는 이준호를 신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중개인으로 보고 있었다. 더 이상 기적을 기대하지 않고, 공정한 거래를 바라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거래소의 벽면에 낙서가 있었다.

'거래의 신'

누군가 남긴 것이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옆에 검은 펜으로 글씨를 덧붙였다.

'거래의 사람'

강민준이 웃음을 흘렸다.

"이제야 제목이 맞는 거네."

"네?"

"넌 역중개인이 아니야. 그냥 중개인이면 돼."

이준호는 펜을 내려놨다. 검은 글씨 위로 빛이 흘렀다. 거래소의 네온사인이 반사되며 두 글귀가 함께 빛났다.

'거래의 신'과 '거래의 사람'.

카메라가 줌아웃되며 거래소 전체가 보였다. 수천 명의 거래자들이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신용도 게이지들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수수료율 차트는 계속 하강하고 있었다.

박서연이 노트북의 화면을 켰다. 녹색 코드들이 흘러내렸다. 길드연합 시스템의 일부였다. 그 코드 안에는 아직도 수정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신용도 조작 알고리즘. 수수료 독점 구조. 거래 추방 프로토콜.

"다음 타겟은 신용도 시스템이야. 그게 모든 불공정의 근원이거든."

박서연이 중얼거렸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파괴가 아닌 변화. 혼자가 아닌 함께. 이상이 아닌 현실.

거래소의 입구에서 새로운 거래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신용도는 낮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희망이 있었다. 2% 수수료라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이제 거래소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다음 거래자분 들어와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평범했다. 신비로운 것도 없었다. 그냥 사람의 목소리였다.

밤의 거래소는 여전히 밝았다. 하지만 그 빛은 더 이상 절망의 빛이 아니었다. 거래자들이 함께 만드는, 천천히 변해가는 희망의 빛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본문

거래소의 벽면에 붙은 낙서를 바라보던 이준호의 손이 멈췄다.

'거래의 신'

펜으로 덧붙인 글씨 '거래의 사람' 옆으로, 또 다른 손이 접근했다. 누군가 그것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였다. 신용도 게이지는 340. 위험 거래자로 분류된 사람이었다.

"이거... 지워야 하나요?"

남자가 물었다. 거래소의 관리자인 줄 알고.

이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낙서잖아요. 거래소 규칙상—"

"규칙도 변할 수 있습니다."

이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예전의 신비로움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음성이었다. 남자는 손을 거두고 멀어져갔다.

강민준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좋은 대사네. 몇 개월 전의 넌 이런 말 못 했어."

"뭐 하는 거죠?"

"거래소 기록을 보고 있어. 지난 3개월간의 거래량."

강민준이 폰 화면을 보였다. 그래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4만 2천 건. 공식 중개인이 된 이후로 가장 많은 거래 건수야. 그리고 수수료율은?"

"2%입니다."

"그 2%가 뭘 만들었는지 알아?"

강민준이 거래소 전체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거래자들의 표정이 달랐다. 3개월 전만 해도 거래소는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신용도가 떨어질까봐 손에 땀이 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한 여자가 거래를 마치고 웃으며 나가고 있었다. 신용도 판정이 '정상'에서 '양호'로 올라간 것이 보였다. 2% 수수료로 절약한 돈이 신용도 회복에 쓰인 것이다.

"도미노 현상이야. 한 명이 신용도를 올리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올려. 그리고 신용도가 올라간 사람들은 더 많은 거래를 하고, 그게 또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겨."

강민준이 계속했다.

"5년 전만 해도 거래소는 신용도 추락의 악순환이었어. 한 번 떨어지면 끝이었어. 근데 넌 그 방향을 바꿔 놨어. 상승의 악순환이 됐다고. 그것도 모르고."

이준호는 거래소를 천천히 걸었다. 누군가가 그를 알아봤다.

"어? 저 사람 거래의 신 아니야?"

"아니야, 공식 중개인이래."

"뭔가 평범한데?"

이준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평범하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신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박서연이 거래소의 한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있었다. 화면에는 거래 데이터와 길드연합의 내부 시스템이 함께 떠 있었다.

"봤어? 길드연합의 공식 성명."

박서연이 말했다. 화면을 이준호에게 돌렸다.

【길드연합 공식 성명】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해 수수료 상한선을 기존 30%에서 15%로 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수수료 투명성 정책을 도입하여 모든 거래자가 수수료 계산 과정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준호는 그 글을 읽고 있었다. 6개월 전, 길드연합은 자신을 '거래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추격했다. 지금은 자신의 행동을 '시스템 개선'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정치야. 길드연합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어. 공식 중개인인 너를 통해 2% 수수료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됐으니까. 이제 다른 중개인들도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내리고 있어."

박서연이 다른 차트를 켜 보였다. 공식 플랫폼의 중개인들이 책정한 평균 수수료율이 과거 15%에서 현재 8%로 떨어져 있었다.

"시스템이 변하고 있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 말이 끝나자 또 다른 발걸음이 들렸다. 김준석이었다. 여전히 길드연합 제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달랐다. 추격자의 냉정함이 아니라, 공모자의 피로함이 담겨 있었다.

"한태원이 다시 움직이고 있어."

김준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공식 중개인 재계약 시점을 앞당기는 거야. 5년이 아니라 3년으로."

이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왜?"

"넌 생각보다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 거래소에서 시작한 변화가 다른 지역으로도 퍼지고 있고, 길드연합 내부에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태원은 그걸 본 거야. 그리고 협상 조건을 강화하려고 하는 중이야."

박서연이 덧붙였다.

"뭐 하는 거냐고 묻지 마. 우린 이미 준비 중이야."

"준비?"

"신용도 시스템 개혁안. 현재 코드의 80%를 재구성했어. 길드연합이 자의적으로 신용도를 조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알고리즘이야."

박서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녹색 코드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걸릴 거야. 3년. 그 안에 완성할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해."

이준호는 그 말을 듣고 있었다. 3년. 예전 같으면 절망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감정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뭐가?"

"3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우리는 시간이 있잖아요."

김준석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추격자의 눈이 아니었다. 동지의 눈이었다.

"맞아. 우린 시간이 있어."

강민준이 옆에서 웃음을 흘렸다.

"좋아. 넌 이제 진짜 사람이 됐어."

거래소의 중앙 거래대 앞에서 새로운 거래자가 나타났다. 신용도는 280. 극도로 낮은 점수였다. 일반적으로 거래소 대부분의 중개인들은 이런 거래자를 거절했다. 신용도가 낮으면 거래가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중개인의 신용도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다르게 했다.

"거래 금액이 얼마신가요?"

"5백만 원이요. 제 신용도가... 낮아서..."

거래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괜찮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이준호가 거래를 받았다. 주변의 다른 중개인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신용도 280짜리 거래자를 받다니. 하지만 이준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거래가 진행됐다. 시스템 인터페이스에 수수료 항목이 떴다. 2%. 5백만 원의 2%는 10만 원이었다.

이준호가 버튼을 눌렀다. 역수수료 능력이 작동했다. 10만 원이 상대방에게 돌아갔다. 시스템은 이를 '중개인 수수료 인하'로 기록했다.

"거래 완료됐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거래자가 눈물을 흘렸다.

"아니에요. 이건 당연한 일이에요."

이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에는 신비로움이 없었다. 그냥 사람의 미소였다. 평범한 미소였다.

강민준이 거래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떴다.

"이제야 제목이 맞는 거네."

강민준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거래소의 벽면에 붙어 있던 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거래의 신'과 '거래의 사람'.

카메라가 천천히 줌아웃되며 거래소 전체가 보였다. 수천 명의 거래자들이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신용도 게이지들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거래 성공률 차트는 상승하고 있었다. 수수료율은 계속 하강하고 있었다.

박서연의 노트북 화면에는 여전히 녹색 코드들이 흘러내렸다. 다음 단계의 설계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준석은 길드연합 본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길드연합 내부 개혁안 초안이 들어 있었다.

강민준은 거래소의 구석에서 여러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다른 도시의 거래소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준호는 다음 거래자를 맞이하기 위해 거래대 앞에 서 있었다.

"다음 거래자분 들어와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평범했다. 신비로운 것도 없었다. 절망도 없었다. 그냥 사람의 목소리였다.

밤의 거래소는 여전히 밝았다. 하지만 그 빛의 성질이 변했다. 절망의 빛이 아니었다. 거래자들이 함께 만드는, 천천히 변해가는 희망의 빛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3년. 그 시간 동안 또 무엇이 바뀔 것인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혁명은 파괴가 아닌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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