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신용도의 무너짐

길 위의 어둠이 옅어졌다. 지하 하수도를 빠져나온 네 명은 거래소의 뒷골목—공식 플랫폼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도착했다. 이준호는 신용도 게이지를 확인했다. 560에서 급락해 있었다.

"4시간 42분."

강민준이 중얼거렸다. 시간 표시는 거래 추방까지의 카운트다운이었다. 김준석은 젖은 옷을 짜내며 벽에 기댔다. 그의 신용도도 이미 급락해 있었다. 길드연합의 추적 센터에서 이준호를 지휘했던 자신이, 지금은 쫓기는 입장이었다. 아이러니는 신용도 게이지 위에 적혀 있었다: '위험 거래자 · 추격 대상'.

유정희는 입을 떨고 있었다. 손가락이 부르르 떨린다. 그녀는 이준호를 바라보지 않았다.

"거래소 전광판에 뉴스가 떠 있어요." 박서연이 핸드폰 화면을 들었다. 길드연합의 공식 성명이었다.

**【길드연합 공식 성명】** **'이준호 역중개인의 불법 역수수료 행위로 인해 트레이드 코어 거래 데이터 왜곡 심화. 시스템 붕괴 위험 단계 진입.'** **'역수수료 거래에 참여한 모든 거래자에 대해 신용도 추가 감소 조치 실시.'** **'현 시점 신용도 600 이하 거래자 2만 3천 명 · 500 이하 거래자 8천 명 발생. 거래 추방 임박.'**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뉴스는 이게 끝이 아니야." 박서연이 계속 스크롤했다. 거래소 곳곳의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거래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 신용도 게이지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 어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용도 498. 내일이면 거래 추방이다.

"저건..." 이준호가 말을 더듬었다. "저건 제 책임이..."

"맞아." 유정희가 처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우리를 도와줬잖아요. 남편이 말했어요. '우리는 구원받았다'고. 신용도 650에서 떨어지던 남편이 당신 덕분에 780까지 올랐어요. 그런데..."

그녀가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거래 기록이 있었다. 어제 이준호가 중개한 거래. 유정희 남편의 신용도는 780에서 420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래소의 알고리즘은 이를 이렇게 표기하고 있었다:

**【부정한 거래자 · 의심 거래 기록 다수】**

"남편이 거래 추방 대기 중이에요." 유정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물이 흘렀다. "당신이 준 돈은 뭐예요? 약속은 뭐예요? 당신은 우리를 절대 버릴 수 없다고 했잖아요!"

이준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유정희." 강민준이 차분히 말했다. "그건 이준호의 잘못이 아니야. 시스템이..."

"시스템?" 유정희가 비웃음을 흘렸다. 눈물이 흐르고, 몸이 뒤로 물러났다. "당신은 신이 아니었군요. 그냥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돌아섰다. 발이 흔들렸다. 거리로. 거래소로. 어디든 여기가 아닌 곳으로.

박서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수수료 거래 한 건당 신용도 15점. 당신이 100명을 도와줬다면, 그 100명은 각각 15점씩 손실이야. 1500점."

이준호는 신용도 게이지를 봤다. 현재 표시는 정확하지 않았다. 매초 떨어지고 있었다.

**【신용도 500 이하 진입 · 거래 추방 임박】**

그 다음 순간, 거래소의 모든 거래자들이 일제히 돌아섰다. 이준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감사함에서 공포로. 신뢰에서 원망으로.

한 명의 여자가 이준호에게 다가왔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녀가 외쳤다.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우리는 다 망했어요!"

이준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또 다른 거래자가 나아왔다. 그 다음. 그 다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렸다. 어제는 이준호를 신으로 부르던 사람들. 오늘은 그를 저주했다.

"거래의 신? 거짓말쟁이야!"

"우리를 팔아먹었어!"

"당신의 이상주의가 우리의 지옥이야!"

강민준이 이준호의 팔을 잡아 뒤로 물렀다. 김준석이 앞에 섰다.

"나가자. 지금."

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거래소의 모든 출입구가 차단되고 있었다. 금속 셔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추격자들의 부츠 소리가 들렸다.

"길드연합이 온 거다." 박서연이 중얼거렸다. "신용도 게이지를 추적했어. 당신의 신용도가 500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자동으로 거래 추방 프로토콜이 활성화되고, 그게 길드연합의 추적 AI에 신호를 보낸 거야."

이준호는 이제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강민준이 다시 말했다.

"우리는 이제 도망쳐야 한다. 길드연합이 너를 생포하기 전에."

그 순간, 거래소의 모든 화면이 깜박였다. 신용도 게이지들. 거래 기록들. 모든 것이 동시에 먹통이 되고, 다시 켜졌다.

**【트레이드 코어 긴급 공시】** **【거래 추방 프로토콜 가동】** **【이준호 · 거래 추방 상태 전환 예정】**

거래소 천장의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불법 거래자 이준호. 즉시 자수하십시오. 저항할 경우..."

그 말이 끝나기 전에, 강민준이 이준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뛰었다.

뒤에서 추격자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거래소의 바닥이 흔들렸다.

거래소 지하 통로는 어둠과 물의 향기로 가득했다. 강민준이 앞서 뛰었고, 이준호는 그 뒤를 따랐다. 김준석과 박서연이 옆에 있었다.

"좌측 터널로!" 강민준이 외쳤다.

그들은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휴대폰 스캔 장비의 신호음이 울렸다. 그들은 이미 신용도 게이지로 이준호의 위치를 파악했다.

"신용도 게이지를 차단할 수 있나?" 이준호가 물었다.

박서연이 이어폰을 통해 대답했다. "불가능해. 거래 추방 프로토콜이 활성화된 후로는 실시간 추적이 자동으로 시작돼. 네 신용도 게이지 자체가 신호 발신기가 된 거야."

"그럼 어떻게—"

"신용도를 올려. 500 이상으로."

이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통스러운 웃음이었다.

"역수수료를 사용하면 신용도가 떨어져. 정직한 거래로만 회복되는데, 그게 얼마나 오래 걸린다고—"

"4시간 안에는 불가능하다." 박서연이 끝마쳤다.

터널이 갈라졌다. 강민준이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갔다. 더 깊은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저기!" 누군가가 외쳤다. 뒤쪽 터널에서 횃불이 나타났다.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강민준이 속도를 높였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 남자는 전에 이 길을 여러 번 걸었을 것이다. 길드연합에서 도망친 경험으로.

"강민준, 너는 왜 자꾸 우리를 돕는 거야?" 이준호가 물었다.

강민준은 계단을 내려가며 옆을 흘깃 봤을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복수심이 있었다.

"신용도 조작으로 버려진 건 나도 마찬가지야. 길드연합은 내 신용도를 조작해서 내 기록을 지웠고, 내 가족까지 추방시켰어." 강민준이 중얼거렸다. "넌 다르지 않나. 넌 아직도 싸우고 있어. 그래서 도와주는 거야. 너를 통해 이 시스템을 부술 기회가 생겼으니까."

이준호는 멈춰 섰다. 강민준의 말이 자신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건 아닐까. 복수의 도구. 시스템 파괴의 도구.

"그 기회라는 게 뭐야?" 이준호가 물었다. "내가 거래 추방당하면 끝인데."

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단을 재촉했다.

터널이 더 넓어졌다. 천장이 높아졌다. 여기는 옛날 지하철 역사였던 모양이었다. 버려진 플랫폼. 녹슨 기둥. 깨진 조명등.

"이곳은?" 김준석이 물었다.

"도시 외곽 폐역. 길드연합의 추적 AI도 건설 이전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 여기는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야." 강민준이 대답했다.

그들은 플랫폼에 도착했다.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터널 안에서 울렸다. 하지만 멀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갈라진 터널 중 다른 곳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준호는 바닥에 앉았다. 숨을 고르기 위해.

신용도 게이지를 확인했다. 숫자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485. 480. 475.

"이제 뭐 해?" 박서연이 물었다.

이준호는 손을 봤다. 어제는 이 손으로 유정희의 거래를 중개했고,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신으로 부르며. 오늘은 그 같은 손으로 그녀를 파괴했다.

유정희는 거래소에 남았을 것이다. 신용도 330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통해 거래한 모든 사람들처럼.

"유정희는?" 이준호가 물었다.

김준석과 박서연이 눈을 마주쳤다.

"거래소에 남았어." 김준석이 말했다.

"신용도가 얼마였어?"

"330. 그런데 계속 떨어지고 있을 거야. 당신을 통해 거래한 모든 사람들이."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유정희가 당신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면, 지금쯤 신용도는 200대일 것이다. 아니면 이미 거래 추방되었을 수도 있다.

이준호는 화면을 통해 거래소의 상황을 보려 했지만, 이미 신용도 게이지로 인한 추적이 시작되어 화면 접근이 차단되었다.

"내가 도움을 주려다 파괴했어."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박서연이 노트북을 펼쳤다. 손가락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에 코드들이 떠올랐다. 신용도 게이지의 신호 추적 알고리즘. 그녀는 신호를 차단하려 했다. 게이지를 위조하려 했다. 하지만 몇 초 만에 손을 거뒀다.

"안 돼. 신호가 중복 암호화되어 있어. 차단하려고 하는 순간 길드연합에 더 큰 신호가 전송돼."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것도 막혔다.

강민준이 이어폰을 꺼냈다.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강민준의 눈빛만 보였다. 뭔가를 결정하는 듯한, 또는 이미 결정한 것을 확인하는 듯한 눈빛. 그 눈빛에는 자신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 있었다.

"준비됐어. 30분 안에 여기 도착한대." 강민준이 이어폰을 내렸다.

"누가?" 이준호가 물었다.

"길드연합의 또 다른 면."

강민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준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길드연합의 또 다른 면? 그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강민준은 자신을 도와주는 걸까. 진정으로 동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이용하려는 건 아닐까.

이준호는 역수수료를 다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신용도를 더 떨어뜨리면서 길드연합의 추격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아니면 항복할 수도 있었다. 거래 추방을 받아들이고, 이 모든 것을 끝낼 수도 있었다. 혹은 도주. 강민준과 함께 이 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것.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것도 유정희를 구하지는 못했다.

터널 멀리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길드연합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이준호가 물었다.

"신용도 470. 3시간 35분." 박서연이 대답했다.

발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이번엔 다르다. 추격자들의 호흡이 들렸다. 그들은 이미 플랫폼 입구에 도착했을 것이다.

"강민준이 말한 '또 다른 면'이 30분 안에 온다고 했지?" 이준호가 물었다.

"그래." 강민준이 대답했다.

"그게 우리를 구할 수 있어?"

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강민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강민준은 처음부터 이 상황을 예상했을 수도 있다. 자신을 이용해 길드연합을 자극하려고.

이준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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