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무전기 신호

밤 9시 30분. 김준석은 게스트하우스 지하를 수색했다. 여섯 번째 건물이었다.

"지하 공실을 쓰는 손님 있습니까?"

"있긴 한데... 어제 손님이 잠깐 사용했어요."

"누구입니까?"

"모르겠어요. 현금 결제였고..."

김준석의 무전기가 울렸다.

"팀 리더, 위치 확인 완료. 게스트하우스 'S프라임' 지하층. 열감지 카메라에 세 명 감지."

세 명. 이준호, 강민준, 그리고 한 명 더. 유정희일 것이다.

김준석은 무전기를 들었다. 말을 준비했다.

그 순간, 그의 신용도가 떨어졌다.

950에서 650으로.

한 번에 300포인트.

무전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팀 리더! 팀 리더! 신용도 급락 감지! 거래 추방 프로토콜 활성화 임박!"

김준석은 자신의 팔찌 화면을 봤다. 신용도 650. 그 아래로는 '위험 거래자' 표시가 붙어 있었다.

*역수수료다.*

누군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지하 3층에서. 이준호가 누군가를 도우면서 자신의 신용도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용도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추격자인 자신에게 전이되었다.

"진입하시겠습니까?"

무전에서 물었다.

김준석은 입을 열었다.

"잠깐—"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용도 650. 거래 추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진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격자들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김준석은 무전기를 내려놨다.

---

게스트하우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김준석은 혼자였다. 추격자들은 위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의 총은 허리에 차 있었고, 신용도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650에서 640으로. 640에서 630으로.

지하 1층. 어두웠다.

지하 2층. 더 어두웠다.

지하 3층. 완벽한 검은색.

김준석은 손전등을 켰다. 그 순간, 그림자가 움직였다.

강민준이었다.

"여기까지 오셨군요. 추격자님."

강민준은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는데, 손전등 불빛 속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주인공님은 너 같은 사냥개한테 잡히지 않습니다."

"너는 누구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강민준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넌 이미 선택했다는 거야. 길드연합의 개로서의 삶을 선택했어. 하지만 넌 그것이 정말 옳은지 모르고 있어."

"이준호를 잡아야 해."

"그럼 나를 통과해야 해."

두 사람이 대치했다. 김준석의 손은 총으로 향했다. 차갑고 무거운 총. 지금까지 그는 이 총으로 한 번도 쏘지 않았다. 쏠 필요가 없었다. 신용도가 모든 것을 대신했으니까.

"이준호는 뭐하는 거야? 왜 자신의 신용도를 깎아내려?"

"누군가를 도우려고. 그게 뭐가 문제야?"

"그 대가로 나는..."

김준석이 말을 멈췄다. 자신의 팔찌를 봤다. 신용도 630.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넌 거래 추방당한다. 그게 문제야."

강민준이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동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거야. 길드연합의 시스템은 누군가의 이득이 곧 누군가의 손실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져. 넌 이준호를 추적했고, 이준호는 거래했고, 그 거래의 대가는 모두 너한테 돌아왔어."

"불공정하잖아."

"그래. 불공정해. 근데 그게 시스템이야."

그 순간, 김준석의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630에서 580으로.

한 번에 50포인트.

"뭐... 뭐야?!"

"더 큰 거래가 일어났어. 유정희의 아버지. 그 노인이 심장 수술을 받고 있어. 이준호가 그 수술비를 모두 대신 거래했어."

강민준이 지하 3층의 다른 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유정희가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화면에는 병원의 수술실이 보였다.

"넌 그 거래에 참여했어. 이준호를 추적했으니까. 시스템은 그걸 거래로 본다."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넌 이미 했어."

무전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팀 리더! 팀 리더! 신용도 급락 감지! 거래 추방 프로토콜 활성화 임박!"

김준석은 자신의 팔찌를 봤다. 신용도 580. 그 아래로는 **[거래 추방 프로토콜 5시간 이내 활성화 예정]**.

"이건... 이건..."

"넌 이제 길드연합에서 버려졌어. 신용도 580의 위험 거래자. 그들은 넌 배신할 수 있다고 본다. 아니, 이미 배신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넌 이준호를 잡지 못했거든."

강민준이 총을 빼앗았다.

김준석의 손이 떨렸다. 총을 빼앗기는 동안 한 번도 저항하지 못했다.

"넌 이제 선택할 수 있어. 위로 올라가서 길드연합에 항복하거나, 우릴 따라와서 진짜 거래가 뭔지 배우거나."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추격자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5초 안에 결정해."

김준석은 자신의 팔찌를 봤다. 신용도 580. 거래 추방까지 5시간. 그 5시간 동안 길드연합은 자신을 어디로든 추적할 수 있었다.

950에서 580으로.

한 번의 거래로 모든 게 바뀌었다.

그런데 정말 거래였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신용도가 깎였다. 길드연합의 시스템은 이미 처음부터 자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추격자는 도구일 뿐,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도구.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 그리고 손전등 빛.

김준석은 선택했다.

통로 쪽으로 몸을 날렸다.

---

지하 3층의 좁은 통로. 흙 냄새. 고인 물. 어둠.

강민준이 앞서 걸었고, 유정희는 그의 등에 업혀 있었고, 김준석은 뒤를 따랐다.

뒤에서 추격자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거기 멈춰! 거기 멈춰!"

하지만 통로는 좁았고, 어두웠고, 길드연합의 카메라도 닿지 못했다.

"너 뭐하는 거야?"

김준석이 물었다.

"거래를 하는 거야. 넌 길드연합을 버리고, 우린 넌 살려주고."

"그게... 그게 거래야?"

"그게 제일 순수한 거래야. 너는 나를 도우면 되고, 나는 너를 도우면 된다. 수수료도 신용도도 필요 없는. 한쪽이 주고, 한쪽이 받는. 그게 전부야."

강민준이 계속 걸었다.

"우리 주인공님은 처음부터 이걸 원했어. 완전한 거래. 아무것도 빼앗지 않는 거래."

"그런데 이준호는?"

"이미 떠났어. 저 아래로. 더 깊은 곳으로."

강민준이 손을 들어 통로의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수도. 강. 그 너머.

김준석은 이제 깨달았다.

자신의 신용도가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것도 계획이었다. 이준호를 추적하는 추격자를 역으로 거래에 끌어들이는 계획. 그렇게 해서 길드연합의 추격자 중 한 명을 빼내는 계획.

완벽했다.

---

길드연합의 본부에서 한태원이 모니터를 봤다.

화면에는 실시간 추적 데이터가 떴다.

이준호: 신용도 520 (위치 추적 불가)

김준석: 신용도 580 (위치 추적 불가)

유정희: 신용도 380 (위치 추적 불가)

한태원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김준석이 배신했다."

옆에 선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용도 기반의 추적은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시스템 범위 밖에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거래 추방 프로토콜을 조기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김준석과 이준호 모두. 그러면 그들은 어떤 플랫폼에서도 거래할 수 없게 됩니다."

한태원은 모니터를 오래 봤다.

"거래 추방 프로토콜. 6시간 안에 활성화하라."

"만약 그들이..."

"그들이 뭘 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이미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

---

지하 통로에서 김준석은 계속 뛰었다.

신용도 580. 그 아래로는 '위험 거래자' 표시. 그 아래로는 **[거래 추방 프로토콜 5시간 18분 이내 활성화 예정]**.

5시간 18분.

김준석은 계산했다. 5시간 18분 안에 어디론가 가야 한다. 길드연합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강민준. 우린 어디로 가는 거야?"

"앞으로. 계속 앞으로. 거기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뭐하는 사람들?"

"거래 추방된 사람들. 신용도를 모두 잃고 시스템 밖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강민준이 멈춰 섰다.

그 앞에는 강이 있었다. 거대한 지하 강. 그 위에는 보트들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보트 위에는 약 100명이 있었다. 모두 신용도가 0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손을 모으고 있었고, 어떤 이는 다른 사람을 부축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이 있었다. 해방감.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 중 한 명."

강민준이 가리켰다.

가장 앞의 보트 위에서 이준호가 서 있었다. 신용도 510.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다른 표정이 있었다.

흔들려 보이는 표정.

"우리가 뭘 하는지 알아?"

이준호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우린 이미 잃었어. 신용도는 물론이고, 거래 시스템에서도. 하지만 우린 살아있어. 그리고..."

이준호가 손을 펼쳤다.

"우린 처음으로 진짜 거래를 시작할 수 있어."

"진짜 거래?"

"너는 나를 도우면 되고, 나는 너를 도우면 된다. 수수료도 신용도도 필요 없는. 한쪽이 주고, 한쪽이 받는. 그게 전부야."

이준호의 신용도가 또 떨어졌다.

510에서 500으로.

하지만 그의 눈에는 처음으로 두려움이 없었다.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우린 시스템 밖에서 거래한다. 하지만 길드연합은 우리가 뭘 하는지 모를 거야. 왜냐하면—"

그가 말을 멈췄다. 뒤를 돌아봤다. 김준석을 봤다.

"넌 우리 편이니까."

김준석은 뛰어들었다. 보트 위로.

길드연합의 추격은 계속될 것이고, 거래 추방 프로토콜은 5시간 안에 활성화될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수수료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강 위에서.

새로운 거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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