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3화 「추격의 그림자」

신용도 알림이 울렸다.

**신용도: 700 (-100)**

이준호는 거리 모퉁이에서 몸을 날렸다.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이 자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세 명. 아니, 네 명. 정확히 세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50미터 거리에 있었다.

이준호는 골목으로 몸을 날렸다. 휴대폰 화면이 떨리는 손 안에서 깜빡였다. 100점 하락. 어제 오후에는 800이었다. 시간당 12점 이상이 깎이고 있다는 뜻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그들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신이 정말로 끝날 것 같았다.

거래소로 돌아가야 한다. 강민준에게 물어야 한다. 이게 정상인지, 이 속도가 맞는 건지. 하지만 거래소 주변에서 신호등이 울렸다. 추격자들이 배회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잡힌다.'

강민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준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는 아메 카페. 아직 30분 남았다. 강민준이 지정한 시간까지 거기 닿아야 했다.

골목을 빠져나가자 거리의 대형 전광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가 깜박거리면서 글자를 띄워 올렸다.

**【긴급 공지】 트레이드 코어 공식 발표**

**"비정상 거래 패턴 감지 중입니다"**

이준호의 발걸음이 멈췄다.

> 최근 48시간 동안 거래 시스템에서 수수료 방향이 역전되는 이상 거래가 총 423건 적발되었습니다. 해당 거래들은 시스템 코드에 위배되는 무효 처리 대상입니다. 길드연합은 이를 '악의적 시스템 조작'으로 분류하며, 관련 거래자 추적을 본격화합니다. 신용도가 기준 이하인 거래자는 거래 추방 프로토콜 준비 단계에 진입합니다. > > — 트레이드 코어 시스템 공식 발표 (23:47 KST)

**거래 추방 프로토콜.**

그 단어들이 호흡을 멈추게 했다.

주변 행인들이 전광판을 보며 휴대폰을 들었다. 소수지만 얼굴이 창백해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용도가 낮은 거래자들이었을 것이다. 공포. 절망. 그리고 분노.

휴대폰이 또 울렸다.

**신용도: 650 (-50)**

30분이 아직 남았는데 또 떨어졌다.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었다.

이준호는 카페로 향하는 골목으로 내달았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육체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척추가 경직되었다.

아메 카페에 도착했을 때 신용도는 600이었다. 1시간에 100점. 6시간 안에 신용도가 0에 도달한다. 거래 추방까지 6시간.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강민준이 이미 앉아 있었다. 창가 테이블의 그림자 속에.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동자가 예각을 이루고 있었다.

"앉아." 강민준이 마주보는 의자를 치웠다.

이준호가 앉자마자 강민준은 목소리를 낮췄다.

"전광판 봤나?"

"네."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시스템이 공식으로 너를 버그 취급했다는 뜻이다. 이제 넌 거래 시스템의 적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 됐어. 더 위험해진 거야."

이준호가 신용도 화면을 강민준에게 보였다. 600. 강민준은 숫자를 본 후 눈을 감았다.

"이 속도면 6시간 안에 0이 된다."

"맞아. 트레이드 코어가 무효 처리를 시작했어. 역수수료로 돌려받은 수수료들이 모두 시스템에서 무효 판정되면서 신용도가 추락하고 있어. 423건의 거래가 모두 무효 처리되는 동안 넌 423번 신용도를 잃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이 아니라 몇십 번 단위로."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는데?"

강민준이 커피 잔을 집었다. 입술만 대고 마시지는 않았다.

"숨어야 한다. 깊숙이. 길드연합은 지금 너를 추적하는 게 아니라 사냥하고 있어. '거래 추방' 프로토콜이 준비되면 넌 모든 거래 플랫폼에서 영구 추방돼. 돈도 못 쓰고, 물건도 못 사고, 정보도 못 얻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야."

이준호의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근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난 그냥 수수료를 돌려줬을 뿐인데."

강민준이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이 이준호의 얼굴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왔다.

"넌 시스템을 흔들었어.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거래의 기초를. 넌 수수료는 피할 수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깨뜨렸고, 그 과정에서 길드연합의 수익을 깎아먹었어. 그 정도면 충분히 죽어야 할 죄야."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불공정한 거잖아요. 사람들이 수수료 때문에 신용도가 떨어지고, 신용도가 떨어지니까 더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고... 이게 순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강민준이 커피를 내려놓았다. 잔이 테이블에 부딪치는 음향이 작지만 선명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예전에."

강민준이 카페 밖의 거리를 바라봤다. 아침 햇빛이 포장도로에 반사되고 있었다.

"나는 길드연합의 추격자였어. 넌 추격자가 뭔지 알아? 신용도가 낮은 거래자들을 찾아다니는 사냥개야."

강민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처음엔 잘했어. 매달 목표 달성률 120%를 넘겼고, 3년 안에 길드연합의 중간 간부까지 올라갔어. 그 과정에서 내가 잡아넘긴 거래자는 2,347명이야."

강민준이 카페의 한 구석을 바라봤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어느 날 밤, 신용도가 떨어진 한 거래자를 찾아갔어. 남자였나 여자였나, 얼굴도 기억 안 난다. 그 사람이 나한테 물었어. '당신은 왜 우리를 쫓아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강민준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떨렸다.

"나는 웃었어. 규칙을 어겼으니까 당연히 쫓는 거라고. 근데 그 사람이 다시 물었어. '그 규칙이 정말 정당한가요?'"

강민준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한 듯했다.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어. 그리고 그 대답 못 함 때문에 내 신용도가 조작당했어. 길드연합은 나를 버렸어. 12년을 충성했는데도, 한 번의 의심만으로 버렸어. 그게 이 시스템이야. 완벽하게 작동하는 악의 기계."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강민준의 말이 자신의 상황과 겹쳐 보였다. 그도 곧 버려질 것이다. 시스템에 의해.

"그래서 넌 거래소에서 살고 있고, 나는 거기서 넌 보호하는 거야. 넌 내가 할 수 없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시스템을 깨뜨리는 일을."

강민준이 테이블 아래에서 뭔가를 꺼냈다. USB 드라이브였다. 검은색. 작고 무해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이건 박서연이 주고 간 거야. 너한테 꼭 필요한 거라고. 어디서 본 여자 아니냐?"

이준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봤다면 곧 만날 거야. 그 여자는 트레이드 코어 개발팀 출신이야. 시스템 내부 코드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그리고..."

강민준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 여자는 이 시스템이 처음부터 부정하게 설계됐다고 알고 있어. 수수료 배분 구조, 신용도 조작 메커니즘, 거래 추방 프로토콜—모든 게 길드연합의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거야. 그 사실을 알리려다가 길드연합에 입을 다물게 당했어."

이준호가 USB를 집었다. 따뜻했다. 아직 누군가의 손에 있었던 것처럼.

"이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모르지. 그 여자가 뭐라고 하든 넌 절대 공개하면 안 돼. 이건 증거가 아니라 무기야. 길드연합을 협박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강민준이 일어섰다. 카페 문 쪽을 재빠르게 훑어봤다.

"지금 당장 거래소 지하 3층으로 내려가. 거기 하수도 터널이 있어. 트레이드 코어의 신호가 닿지 않는 데드존이야. 신용도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

"그 여자를 어떻게 찾으면—"

"너는 찾을 필요 없어. 그 여자가 너를 찾아올 거야."

강민준이 돌아섰다. 그 순간, 카페 밖 거리에서 신호등이 울렸다. 카랑카랑. 추격자들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였다.

강민준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지금 가. 뒤로 나가는 통로가 있어. 그쪽으로."

이준호가 일어서려 했다. 강민준이 손을 잡았다.

"한 가지만 더. 넌 지금 무섭겠지? 당신의 이상이 정말 이상인지 의심되겠지?"

이준호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준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게 정상이야. 두려움 없는 혁명은 없어. 그리고 의심 없는 성장도 없고."

강민준이 손을 놨다.

"넌 신용도가 0이 되는 순간 모든 거래에서 추방돼. 거래 시스템 없이는 이 세상에서 살 수 없어. 추방되면 넌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니면 밖으로 나가야 해. 시스템이 닿지 않는 세상으로."

이준호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런 세상이 있어요?"

"없어. 그래서 넌 죽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 하나야. 아니면..."

강민준이 눈을 좁혔다.

"시스템을 깨뜨리거나."

카페의 뒷문이 열렸다. 강민준이 손짓했다. 이준호는 USB를 주머니에 넣고 뛰어나갔다. 뒷골목의 어둠 속으로.

신용도 알림이 울렸다.

**신용도: 550 (-50)**

이준호는 거래소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세상이 더 어두워졌다. 지하 1층은 여전히 형광등의 빛이 닿았다. 지하 2층은 반사 조명이 깜박거렸다. 지하 3층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강민준이 미리 손전등을 놓아뒀다. 이준호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불빛이 하수도 입구를 비추었다. 붉은 벽돌과 검은 물. 냄새. 오래된 시스템의 냄새였다.

하수도 안으로 들어가자 휴대폰의 신호가 끊겼다. 신용도 표시도 사라졌다. 잠시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제까지 자신은 수수료를 돌려주며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하수도 속에서 숨어 있는 자신을 보니, 무언가가 이상했다.

강민준의 말이 맴돌았다. '너는 시스템을 흔들었어.'

맞다. 자신은 거래를 돌려주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었던 거다. 사람들을 도우려는 의도는 순수했지만, 그 결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손전등의 불빛이 하수도의 벽에 낙서된 글자들을 비추었다.

**'시스템을 바꾸려는 자는 시스템에 의해 바뀐다.'**

누가 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자신은 이미 바뀌고 있었다. 순수함에서 의심으로. 의심에서 결단으로.

이준호는 손전등을 내려놨다. 어둠 속에 앉았다. 신용도 게이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여전히 느껴졌다. 시스템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건. 그리고 자신을 바꾸고 있다는 것도.

그 순간, 하수도의 다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손전등을 켜려고 했다. 하지만 켜기 전에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

여자의 목소리였다. 차갑고 논리적인 톤. 마치 데이터를 읽는 것처럼 중성적이었다.

"나 박서연이야. 강민준이 말했을 거다."

하수도 속의 어둠 속에서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손에 들린 게 보였다. 노트북. 그리고 그 옆에—총.

이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박서연이 말했다.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 넌 지금 신용도 몇 점이야?"

신호가 끊겨 있었으니 이준호가 대답할 수 없었다.

박서연이 웃음을 흘렸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난 너한테 진실을 알려줄 거고, 넌 그걸 가지고 선택을 할 거야."

박서연이 노트북을 켰다. 화면이 밝아졌다. 코드들이 나타났다.

"이게 트레이드 코어의 핵심 알고리즘이야."

화면에 표시된 숫자들이 보였다. 거래액의 30%가 시스템 유지비라는 명목으로 징수되고, 그 중 40%가 길드연합에 직접 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박서연이 계속했다.

"시스템 유지비는 최대 5%면 충분해. 나머지 25%는 그냥 탈취하는 거야. 그 돈이 길드연합의 주머니로 들어가. 그들은 그걸 '시스템 안정화'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세금이야."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숫자들이 명확했다. 그리고 그 명확함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신용도 시스템."

박서연이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더 복잡한 코드들이 나타났다.

"신용도 500 이하면 수수료가 30%로 뛴다. 위험도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더 빨리 추방하기 위한 설계야. 신용도가 떨어지니까 더 높은 수수료를 내고, 그러니까 더 빨리 신용도가 떨어져. 신용도가 0이 되면 거래 추방. 이게 길드연합이 설계한 진짜 목적이야. 가난한 자를 영구적으로 배제하기."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목이 메었다.

박서연이 노트북을 닫았다.

"넌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어. 죽거나, 항복하거나, 아니면..."

박서연이 총을 들었다. 하지만 총구는 이준호가 아니라 노트북을 향했다.

"시스템을 깨뜨리거나."

이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그럼... 제가 죽잖아요."

박서연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 뭔가가 있었다. 분노. 결의. 그리고 슬픔.

"그래. 넌 죽어. 하지만 시스템은 깨져. 그리고 그 과정이 모두에게 보여질 거야. 시스템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개인을 삭제하는지."

이준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수도 위쪽에서 음성이 울렸다. 공식 길드연합의 마크가 든 무전기에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대상 확인. 지하 3층 하수도 구간. 지금 진입한다."**

박서연이 손전등을 꺼버렸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왔다.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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