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강호의 첫 도시 입구에 이르는 길, 아침 햇살이 적색으로 물드는 시간이었다.

서운의 손끝에서 붉은 실이 흘러내렸다. 무형의 실이었지만, 그것이 빠져나갈 때마다 몸 전체가 얼음처럼 식어갔다. 밤새 검을 휘르지 않은 지 이틀째, 그런데도 생명이 소모되는 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두려워하면 더 빨리 깎여나간다."

여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녀는 서운의 옆을 걷지 않았다. 항상 뒤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마치 관찰하듯이.

"두려워한다고 가정하지 말아라. 난 단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할 뿐이다."

서운이 짧게 내뱉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붉은 실을 움켜쥐려 했으나, 그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만질 수 없는 것이었다. 3년 전의 천재 검객이었다면 이 따위 불가해한 일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운은 자신의 몸이 시간을 앞먹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이성이 흔들렸다.

"도선종이 뭐하는 집단인지나 말해주지. 넌 도선종의 무엇이고, 왜 날 따라다니는 건가?"

"도선종은 천년 전 혈월산에서 시작된 종파입니다."

여해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변함없이 일정했다.

"우리는 기록을 남깁니다. 강호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도시의 성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거대한 구조물이었고, 그 안에서는 이미 아침 시장의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주받은 자들을."

여해가 계속했다. 그 문장은 질문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서운은 멈춰 섰다. 여해도 같은 높이에서 멈췄다. 그녀의 눈이 서운의 측면을 향해 있었다.

"넌 13번째다. 도선종의 기록에 따르면, 적혈검을 체득한 자들은 정확히 13명이었다. 첫 번째는 천년 전의 혈연대사. 그 다음부터는..."

"다 죽었다고 했지. 3년 안에."

서운이 끊어 말했다. 여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은 모두 3년 전후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첫 번째 혈연대사가 3년 3개월을 버텼고, 그 이후의 체득자들은 정확히 3년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럼 저주를 푼 자는?"

"없습니다."

여해의 대답은 단호했다. 서운의 호흡이 짧아졌다. 없다는 것은, 자신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12명 전원이 저주를 풀지 못했다면, 13번째인 자신이 풀 확률은 희박했다.

"도선종은 그들을 어떻게 기록했나?"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혈월산 중턱의 혈연사에는 12개의 위패가 있습니다. 각각의 검객들이 남긴 유품과 함께."

여해가 도시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서운도 따라 걸었다. 성문을 지나며 도시의 소음이 급격히 커졌다. 시장의 악취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도시는 생각보다 컸다. 서운은 지금까지 산 위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규모의 인간사 집단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여관과 주점, 무기 상인들, 그리고 강호 사람들의 무예를 자랑하는 간판들이 즐비했다.

여해는 조용한 숙박소를 선택했다. 그곳의 주인은 여해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도선종의 도사라는 것을 알아본 것 같았다. 서운은 그것을 보며 여해의 정체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느꼈다.

방에 들어간 후, 여해가 지도를 펼쳤다. 중원의 지도였고, 그 위에는 여러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저것들이 뭐냐?"

"이전 체득자들의 흔적입니다. 그들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들."

여해가 손가락으로 지도 위의 한 점을 가리켰다.

"12번째 검객, 청산. 그는 30년 전 동쪽 해안의 칠성루에서 죽었습니다. 그의 유품 중에는 일기장이 있습니다."

여해가 가방에서 낡은 책을 꺼냈다. 검은 종이에 붉은 글씨로 쓰인 글귀들이 보였다. 서운이 손을 뻗었을 때, 손가락이 떨렸다.

여해는 일기를 서운의 손에 건넸다.

서운이 첫 장을 펼쳤다.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손가락이 종이를 파고들 듯 움켜졌다.

_"하루가 더 줄어들었다. 어제는 아침에 검을 휘르지 않았는데도 저녁에 생명이 깎여나갔다. 이제는 저항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안다. 받아들이는 수밖에."_

서운은 계속 읽었다.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떨렸다.

_"검을 들 때마다 나는 죽어간다. 하지만 그 죽음 속에서만 나는 산다."_

_"13번째가 올 것이다. 내가 이 검을 놓았으니, 언젠가는 누군가가 다시 들 것이다. 그 자가 나보다 오래 버틸 수 있기를."_

서운의 호흡이 가빠졌다. 글씨들이 흔들려 보였다. 마치 청산이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일기장을 파고들었고, 손톱 자국이 종이를 찢었다. 그 손은 더 이상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다른 것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절망이. 죽음이.

서운은 일기를 놓아버렸다. 마치 뜨거운 돌을 만진 것처럼.

"왜 이걸 보여준 건가?"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해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서운이 처음 듣는 감정이었다.

서운이 여해를 바라봤다. 그녀는 서운의 얼굴을 보지 않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것처럼.

"청산은 처음에 저주를 풀려고 했습니다."

여해가 천천히 말했다.

"10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 다음 10년은..."

"저주와 싸웠다."

서운이 끝을 맺었다. 여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10년은 검 속에서만 살았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서운은 여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혈연대사는?"

"혈연대사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여해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천년을 버텼다는 것은 천년을 저항했다는 뜻입니다. 검을 놓을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저주를 푸는 방법은?"

여해가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지도 위의 한 점으로 향했다. 북쪽이었다. 혈월산의 위쪽, 더 산깊숙한 곳이었다.

"혈연사. 도선종의 은둔 사찰입니다. 거기에는..."

여해가 입을 다물었다. 마치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서운은 그 위치를 눈에 담았다. 북쪽 산맥 깊숙한 곳. 혈월산에서 이틀 길이면 닿을 거리였다. 그곳에 가면 혈연대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시장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고 있었다.

"혈월산의 폐허에서 검객이 나타났다더군."

"뭐? 그 죽음의 산에서?"

"응. 그것도 비술단의 추적자들을 혼자 격퇴했다고. 검술이 미치광이 같다고들 한다."

서운은 찻집의 한 귀퉁이에 앉아 이 말들을 들었다. 여해는 그의 곁에 없었다. 그녀는 도선종의 다른 관찰자들과 만나러 갔다고 했다. 강호 전역에 흩어진 도선종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뜻이었다. 여해는 정보를 수집하고, 서운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필요하면 개입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관찰자로서의 역할.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판단하고, 때로는 개입해야 하는 역할.

서운은 차를 마시지 않았다. 단지 들었다. 정보를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혈연대사에 대해 아는 자가 있는지, 그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는지.

"혈연대사? 천년 전 인물이잖아."

찻집의 주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운은 그 웃음 속에 조롱이 섞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강호에 그런 기록이 남아 있다면 좋겠지만, 천년 전 일이면 거의 전설이나 마찬가지지."

서운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시장을 돌아다니며 무기 상인들의 가게를 방문했다. 강호의 무기상들은 대개 강호의 정보통이었다.

"검성파와 비술단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한 무기상이 서운을 자세히 관찰했다.

"넌 강호 사람이 아니군. 어딜 다니던?"

"산에."

"아, 산사람이구나. 글쎄, 둘은 물과 불이지. 검성파는 정통 무술만 인정하고, 비술단은 기이한 능력을 쫓아다닌다. 둘이 한 곳에서 만나면 싸움이 난다."

"검성파가 천년 전 기록을 소장하고 있나?"

무기상의 눈빛이 변했다.

"왜 천년 전 기록을 찾는가?"

서운은 그곳을 떠났다. 너무 오래 머물면 의심을 사게 될 것 같았다. 혈연사의 위치는 이미 알았다. 지도에 명시된 그곳으로 향하면 된다. 하지만 그 전에 비술단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왜 자신을 추적하는가. 적혈검이 무엇이기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가.

오후가 되었을 때,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검객이 시장의 사람들을 밀어내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비술단의 추적자들이었다. 그들의 눈이 서운에게 고정되었을 때, 서운은 알았다. 정보가 퍼졌다는 것을.

"천재 검객. 우리 단주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신다."

한 명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정중했으나, 손에 들린 검은 이미 반 정도 뽑혀 있었다.

"난 단주와 만날 일이 없다."

서운이 대답했다. 시장의 사람들이 뒤로 물러섰다. 강호 사람들은 싸움이 날 징조를 아는 것 같았다.

비술단의 추적자들이 동시에 검을 뽑았다. 그들의 검술은 능했다. 하지만 서운의 검술은 그것을 압도했다.

서운이 적혈검을 들었다. 손가락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 기운이 검 위를 타고 흐르며 검신 전체를 적색으로 물들였다. 검의 기운이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갔다. 파도 같은 기운이 시장을 휩쓸었다.

첫 번째 추적자는 검을 놓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팔이 검의 기운에 베어 피를 흘렸다. 두 번째는 몸을 날려 피했으나, 기운의 끝자락이 그의 옷깃을 찢었다. 세 번째는 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그 순간, 적혈검의 기운이 그의 검을 부러뜨렸다. 금속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세 명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입을 벌렸다.

"이것이... 적혈검인가?"

서운의 손이 떨렸다. 검을 내렸을 때, 몸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 같았다. 생명력이 깎여나갔다. 하루가 사라졌다. 3년 중 하루. 1094일이 남았다.

그 순간의 허전함이 서운을 사로잡았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한 주먹 움켜쥐고 짜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검을 한 번 휘르는 데 하루를 잃는다. 그렇다면 저주를 풀기 전에 자신은 먼저 죽을 것이다. 청산처럼. 12명처럼.

시장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그 와중에서 여해가 나타났다.

여해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녀는 서운의 눈을 마주쳤다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마치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여해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서운은 들었다.

"뭐가 안 된다는 건가?"

여해가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녀의 손이 서운의 팔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다. 마치 죽음의 손처럼. 손가락이 서운의 팔을 파고들었고, 손톱 자국이 피를 흘렸다.

"너도 그들처럼 되는 것."

여해의 목소리가 떨렸다.

"검의 노예가 되는 것. 죽음 앞에서 검을 놓지 못하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여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서운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그 눈에는 깊은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지켜야 할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는 눈이었다.

"청산도 처음엔 저항했다. 저주를 풀겠다고, 혈연대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여해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검을 휘를 때마다 생명이 깎여나갔다. 그렇게 30년이 지났다."

"그 다음은?"

"검을 놓았다."

여해의 목소리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게 아니라면 더 빨리 죽었을 것이다."

"그럼 저주는 풀렸나?"

여해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검을 놓아도, 들어도, 죽음은 변하지 않았다.

시장의 하늘이 어두워졌다. 하늘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천을 덮은 것처럼. 시장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비술. 환상을 만드는 술법이다."

여해가 서운을 끌어당겼다. 그 손의 힘이 강했다.

"결계가 생겼다. 우리를 가두려는 것이다. 묵연이다. 비술단의 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 왜?"

"당신의 검 한 번이 신호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해가 서운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을 통해 뭔가를 전달했다. 따뜻한 기운이었다. 도교의 술법이었다. 그 기운이 서운의 눈을 열었다.

검은 안개 속에서, 비술단의 추적자들의 형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해의 술법이 그들을 묶어 두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금이다. 달아나자."

여해가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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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강호의 한 사찰에서 한 노승이 눈을 떴다. 그의 이름은 원정. 도선종의 고승이었다. 그는 천년의 기록을 담당한 자였고, 13번째 체득자의 출현을 기다려온 자였다.

원정은 일어나 명상실을 나갔다. 벽에 붙은 지도 앞에 섰다. 그 지도에는 13개의 빨간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12개는 이미 사라진 점이었고, 마지막 하나는 방금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원정의 몸이 반응했다. 마치 천년의 기억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느낌이었다. 저주의 파동이 그의 신체를 관통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 떨림 속에는 기대와 공포가 섞여 있었다.

원정의 얼굴이 굳었다. 빨간 점의 위치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저 점이 죽어서는 안 된다. 천년의 윤회를 끝내기 위해서는. 혈연대사가 저주를 남길 때 정한 조건이 있었다. 13번째 검객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저주를 깨닫고, 검을 놓고, 그럼에도 죽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만약 13번째가 죽는다면, 저주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또 다른 13번째를 기다리며. 그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원정이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에서 도교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복잡한 인을 맺으며 그는 주문을 중얼거렸다. 도선종의 모든 술법을 동원했다. 천년 동안 축적된 모든 힘을.

강호의 하늘이 반응했다. 검은 안개를 뚫고 금빛이 내려꼬아졌다. 그 빛은 시장을 향했다. 비술단의 결계를 부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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