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정원의 빵

빗소리가 점점 거세진다. 에이든은 이미 몇 시간을 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발밑의 돌이 미끄러웠고, 옷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알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마주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왜 손이 이토록 낯설고 무거운지, 그 답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차라리 빗속을 헤매는 것이 나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낡은 철문이었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너머로 황폐한 정원이 보였다. 담장은 무너지고 풀은 우거졌으며, 죽은 나무들이 팔을 벌린 채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간청하는 제스처처럼.

에이든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정원 깊숙이 들어갈수록 공기가 변했다. 비에 젖은 흙내음과 썩어가는 풀의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그 아래로 다른 향이 흘러나왔다. 따뜻한 버터와 밀가루의 냄새였다. 에이든의 발걸음이 멈췄다.

정원의 중앙에는 낡은 벽돌 베이커리가 있었다. 작은 건물이었지만, 그곳만 이상하게 따뜻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내부에서 노란 불빛이 흘러나왔다. 마치 누군가가 에이든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에이든은 천천히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신비로울 정도로 아늑했다. 오래된 목재로 만든 테이블들이 어둠 속에서 따뜻한 갈색으로 빛났다. 천장에서는 녹슨 벨이 달려 있었고, 벽면에는 수십 개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이커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오븐이었다.

그 오븐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에이든이 천천히 오븐에 접근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오래전의 기억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오븐 도어를 잡고 천천히 열었다.

안에는 금색으로 구워진 빵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식빵, 크루아상, 바게트, 초콜릿 페이스트리. 어떤 빵도 부족하지 않았고, 어떤 빵도 과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손으로 정성껏 배열된 것처럼.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빵들이 손도 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오븐의 온도계는 여전히 따뜻함을 나타내고 있었고, 빵 위에는 여전히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절로 구워졌다는 증거 같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에이든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한 조각의 크루아상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코에 닿은 냄새가 전신을 관통했다.

그 냄새.

어디선가 맡은 것 같은데, 마치 연기처럼 기억이 흩어져 있었다. 에이든은 눈을 감았다. 그 냄새를 따라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손가락이 차가워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빵을 구우며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따뜻한 오븐 앞에서, 밀가루가 소복이 날리는 가운데,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 입술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에이든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손가락이 더 차가워졌다. 이 냄새를 맡은 것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고, 그 기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박함만 남아 있었다. 마치 물 속에서 손을 뻗어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는데, 그것이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제발.

그 생각이 에이든의 입술을 떨리게 했다.

제발, 이 냄새가 무엇인지...

하지만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무거운 슬픔이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에이든은 눈을 떴다. 손에 들린 크루아상을 바라봤다. 금색의 표면이 불빛에 반짝였다. 그것은 아름다웠고, 완벽했고, 무언가 거짓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에이든은 그것을 깨물었다.

온기가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버터와 밀가루의 맛.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 에이든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감싸안는 것 같은 따뜻함이 몸을 감쌌다. 그것은 차가운 빗속에서 느껴본 어떤 온기보다 깊었고, 더 오래됐고, 더 진정성 있었다.

그 따뜻함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누군가에게 필요해진다는 느낌.

자신이 만든 것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이었다. 에이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때, 가벼운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세상이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다. 에이든은 테이블에 손을 짚으며 자신을 붙들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 마치 자신의 일부가 물에 녹듯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옆의 낡은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한순간 희미해졌다. 마치 손으로 그린 그림을 물로 지우는 것처럼. 그다음 즉시 다시 선명해졌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뭔가 바뀌었다.

에이든이 손을 떨며 중얼거렸다.

"뭐가... 사라졌어?"

목소리가 낯설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에이든은 거울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 손이 뭘 했었지? 이 손이 왜 이렇게 낯설지?

베이커리의 어둠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에이든이에요?"

에이든은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베이커리의 입구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였다. 긴 검은 머리, 창백한 얼굴, 그리고 무언가 절실한 것처럼 보이는 눈빛.

"누구세요?"

에이든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낯설었다.

여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동시에 확신에 찬 것처럼 보였다. 마치 자신이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제 이름은 세라예요."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다림이 가득했다.

"정원에서 오래... 정말 오래 당신을 기다렸어요."

세라가 에이든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뭔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희망과 절망,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그보다 더 어두운 무언가.

"당신이 정원을 구할 수 있어요."

"구한다고요?"

에이든이 물었다. 혼란이 더 깊어졌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기억 조각이 떠올랐다.

어떤 밤. 어떤 거리. 누군가의 목소리가 절규하는 소리. "제발... 다시는 빵을 굽지 마. 제발!"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에이든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았다. 에이든의 손이 떨렸다. 자신의 손이 뭘 했었는지 다시 생각나지 않았다.

세라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정원은 당신이 필요해요. 그리고 나도..."

그 순간, 베이커리의 불이 한 번에 꺼졌다.

어둠이 베이커리를 덮었다. 절대적인 어둠.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것처럼. 에이든은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공기가 변했다. 아까까지의 따뜻한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마치 그림자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그것이 에이든과 세라 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갔다. 순간, 세라의 손에서 뭔가 떨어졌다. 반짝이는 금속음을 내며. 세라가 비명을 질렀다.

"루미엘! 제발..."

하지만 그 목소리도 어둠에 삼켜졌다.

에이든은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었다. 다만 차가운 공기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가슴이 철렁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 마치 자신의 기억이 한 조각씩 벗겨져 나가는 것처럼.

에이든이 외쳤다.

"누구세요? 여기가... 어디예요?"

답이 없었다. 다만 어둠만 더 짙어져 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윤곽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았다. 마치 밤 자체가 인간의 모습을 빌려 입은 것처럼. 에이든은 숨을 멈추고 그 형태를 바라봤다. 움직임이 없었다. 단지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에이든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당신이... 루미엘인가요?"

목소리가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 형태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창백한 얼굴, 어두운 눈, 그리고 무언가 오래된 슬픔으로 가득한 표정. 루미엘은 에이든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에이든의 머릿속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어떤 밤. 어떤 정원. 누군가의 손이 빵을 나누는 모습. 그 손이 자신의 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 기억도 연기처럼 흩어져 간다.

루미엘의 입이 움직였다.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떠나."

그 한 글자가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경고, 거절, 그리고 어딘가 모를 슬픔.

"저는... 당신이 뭔지 모르겠어요."

에이든이 말했다. 손이 계속 떨렸다. 자신이 왜 떨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하지만 제가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건 알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중요한 게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루미엘이 한 발 가까워졌다. 그 움직임이 매우 느렸다. 마치 시간 자체가 늘어난 것처럼. 에이든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이 존재 앞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정원은..."

루미엘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여러 겹의 벨벳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처럼 부드럽고, 동시에 무거웠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베이커리의 한쪽 벽에 걸린 액자들이 갑자기 밝아졌다. 에이든이 돌아봤다. 액자 속에는 과거의 정원이 보였다. 화려한 꽃들이 가득한 정원. 그 중심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웃고 있는 여자. 아주 아름다운, 그리고 아주 슬픈 표정으로.

다음 액자에는 그 여자의 손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빵을 나누고 있는 손. 그 손이 아주 천천히 투명해지는 모습이 액자 속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기억을, 자신의 존재를 모두 포기했다. 그리고 이 정원이 태어났다."

루미엘의 목소리에 뭔가 흔들린다. 에이든은 처음으로 이 존재가 단순한 유령이나 정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을 가진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제 정원이 당신을 부르고 있다."

"왜요? 왜 저를?"

에이든이 물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왜냐하면..."

루미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베이커리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밤하늘이 보였다. 달이 없는 밤하늘. 그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미엘! 저한테 그 사람을 주면 안 돼!"

세라였다. 그녀는 베이커리 입구에 서 있었다. 손에는 반짝이는 쇠사슬이 들려 있었고, 그 끝에는 뭔가 어두운 기운이 감겨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눈빛이 다였다. 절박함 대신 무언가 광기 섞인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정원은 내 것이었어. 루미엘도. 그리고 그 빵도."

세라가 말했다.

"당신이 와서 모든 게 망가졌어요. 에이든. 당신이 와서 루미엘이 날 봐주지 않게 됐어요."

에이든은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루미엘이 먼저 움직였다. 루미엘의 몸이 어둠으로 변했다. 세라를 향해 흐르는 그림자처럼. 세라가 비명을 질렀고, 그녀의 손에서 쇠사슬이 떨어졌다. 그 비명도 어둠에 삼켜졌다.

에이든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순간에도 자신이 뭔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아까 빵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마치 누군가가 그의 기억을 손으로 직접 걷어내고 있는 것처럼.

에이든이 외쳤다.

"제발! 제발 멈춰요! 저는... 저는 뭐예요?"

어둠이 물러났다. 천천히, 차분히. 베이커리의 불이 다시 켜졌다. 촛불처럼 밝아졌다. 에이든은 눈을 떴다. 루미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세라도 없었다. 다만 베이커리의 바닥에는 뭔가 흩어져 있었다.

에이든이 다가가 봤다. 그것은 부서진 거울이었다. 거울 조각 위에는 아까 자신이 본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모습. 그 모습도 거울 조각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에이든이 손을 떨며 거울 조각을 집어 들었다.

"뭐가...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 순간, 베이커리의 한쪽 구석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에이든이 돌아봤다. 오븐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따뜻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 속에는 또 다른 빵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색이 아니었다. 은색이었다. 마치 달빛으로 만든 것처럼.

에이든은 그 빵을 바라봤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빵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이 빵이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손을 뻗기 전에, 에이든은 생각했다. 이 빵을 먹으면 자신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정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루미엘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처음이었다. 자신의 손이, 자신의 의지가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에이든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은색 빵 위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가락을 감쌌다.

"저는..."

에이든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정원의 선택을 받아들여요."

손가락이 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정원이 맞나?"

아이의 목소리였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리고 어딘가 외로운 아이의 목소리.

에이든은 손을 멈추고 베이커리의 문을 바라봤다.

문 너머에는 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밤 속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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