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 에이지 초대장
택시 안.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발신자: 골든 에이지 조직위원회 제목: 최종 오디션 초대 안내
지훈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에 무언가 내려앉았다. 기쁨이 아니었다. 책임감이었다.
**'한지훈 배우님께 최종 오디션 초대장을 발송합니다. 심사일시: 2월 17일 오후 2시, 심사장소: 강남 대극장...'**
손가락이 떨렸다. 다리도 떨렸다. 아파트 현관까지 가는 길이 무한정 길어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훈은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글자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거실 소파에 쓰러지듯 앉자마자 손가락이 채팅 앱을 열었다.
**@anti_jh_fan 채팅방 (3,847명)**
메시지는 폭주했다. 벽돌처럼 쌓인 글귀들 위로 새로운 메시지들이 계속 올라왔다.
**'우리가 했다!!!!!'**
**'한지훈 배우 초대장 떨어졌다고 했을 때 진짜 눈물 났는데'**
**'이게 현실이냐고 ㅠㅠㅠㅠㅠ 10년만에!!!!!'**
**'주연 시대 온다 한지훈 주연 시대!!!!!'**
**'우리 손으로 만든 기적이다 ㄹㅇ'**
지훈은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했다. 멈추지 않았다. 이서은의 이름이 맨 처음 떴다.
**이서은: 축하합니다. 한지훈 배우님.**
짧은 문장이었다. 다른 팬들의 환호와는 다르게. 그 다음 메시지는 조금 길었다.
**이서은: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당신이 무대에서 보여줄 연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지훈은 화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이 떨렸다. 팔도 떨렸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10년. 10년을 기다렸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10년. 오디션 떨어진 10년. '악역 배우'라고 낙인 찍힌 10년.
그리고 2주.
2주 전만 해도 자신은 오디션장의 대기실에 있었다. 그곳에서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팬들의 응원 속에서 초대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지훈아."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부엌에서 나온 한미영은 아들의 표정을 봤다. 소파 위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아들의 얼굴을 봤다. 눈이 젖어 있었다.
"뭐 했어?"
"초대장... 받았어."
목소리가 떨렸다. 어머니가 옆에 앉았다. 지훈은 휴대폰을 어머니에게 보였다. 글자를 읽는 어머니의 얼굴이 변했다.
"하나님."
한 단어만 나왔다. 어머니의 손이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정말 오래간만에, 어머니가 웃었다. 눈물을 흘리며.
"우리 지훈이 배우 맞지?"
지훈이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끌어당겼다. 거실 벽에 붙은 거울로. 초대장을 들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거울에 비췄다.
"봐. 여기. 저기 봐."
어머니가 가리켰다. 거울 속 아들의 얼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초대장을 들고 선 아들의 모습. 10년 동안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너는 누구니?"
어머니가 속삭였다. 그러나 이번엔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자랑스러움이었다. 어머니의 눈빛이 달랐다. 처음으로. 정말로 처음으로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눈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훈은 거울 속 자신을 봤다. 초대장을 들고 선 자신을.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눈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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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스튜디오 대기실.
지훈은 악역 영상을 다시 봤다. 태블릿 화면 속에서 자신이 죽어가고 있었다. 드라마 <황제의 비>에서. 악당 '이강준'으로 분한 자신이 칼에 찔려 무너지고 있었다. 표정이 섬세했다. 죽음 직전의 절망. 마지막 순간의 후회. 그것들이 얼굴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인가?"
중얼거린 지훈의 손가락이 영상을 일시정지했다.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이 멈춰 있었다. 죽어가는 악당의 표정으로.
"뭐 하고 있어?"
박준호가 들어섰다. 매니저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
"준비 중이야. 2차 영상 제출 마감이 하루 남았거든."
"뭘 제출할 건데?"
"악역 장면. 최영미가 말했잖아. 내 '길'이 악역이라고. 그럼 최선을 다해서 악역을 보여주려고."
박준호가 지훈 옆에 앉았다. 화면을 봤다. 영상 속 지훈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고민돼? 초대장 받았으니 가서 연기하면 되는 거 아냐?"
"팬들이 기대해. 주연 역할을."
"그래?"
"응. 채팅방에서 봤어. '주연 시대 온다', '한지훈 주연 시작', 이런 거들."
박준호가 한숨을 쉬었다.
"지훈, 이거 말이야. 팬덤은..."
그는 말을 멈췄다. 지훈을 바라봤다. 매니저의 눈이 진지했다.
"너는 뭘 하고 싶어? 진짜로."
"모르겠어."
"정말?"
지훈이 박준호를 봤다.
"팬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동시에 내 길을 가고 싶어. 근데 그 둘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 모르겠어."
박준호가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무대에서 알겠지. 그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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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카페.
지훈은 기사를 읽고 있었다. 신문사 웹사이트에 떠 있는 김도준 평론가의 글이었다.
**[연예계 평론] '한지훈' 현상을 보며 생각하는 것들 - 팬덤의 힘, 그것은 정의인가 폭력인가?**
박준호가 옆에서 함께 읽고 있었다.
**"한지훈 배우가 골든 에이지 초대장을 받았다. 10년간 업계에서 '악역 배우'로 분류된 인물이 SNS 팬덤의 집단행동으로 공식 오디션에 초대받은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필자는 우려한다. 팬덤의 집단지성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업계 기준을 무력화할 때, 그것은 더 이상 공정한 선발이 아니다. 그것은 여론의 선동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 과정에서 '공정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지훈은 팬덤의 응원으로 초대받았다. 다른 배우들은? 그들은 포트폴리오와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하는가? 시스템의 붕괴는 또 다른 불공정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훈의 손이 경직되었다. 박준호가 휴대폰을 빼앗았다.
"읽지 마. 이런 건."
"이미 읽었는데."
박준호가 커피를 마셨다. 지훈은 화면을 다시 들었다.
"팬덤이 날 올려줬다면... 떨어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하지 마."
"하지만 사실 아닌가? 다른 배우들은 포트폴리오로 평가받는데, 나는 팬덤으로 평가받은 거잖아."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훈은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팬덤 채팅방을 열었다.
**@anti_jh_fan 채팅방 (4,102명)**
채팅방은 이미 갈라지고 있었다. 팬덤 내 세 개의 파벌이 형성되어 있었다.
**절대 지훈파:**
**'김도준 저 평론가 진짜 뭐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선동? 우리는 진짜 실력 본 거잖아'**
**'한지훈은 우리가 발굴한 보석이야.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거야'**
**'심사위원들도 알아볼 거고. 우리가 맞아'**
**비판적 지지파:**
**'근데... 기사 읽고 생각해보니 좀 이상한데?'**
**'우리가 밀어준 건 맞는데, 한지훈 배우가 주연을 할 수 있을까?'**
**'악역은 진짜 잘하는데 주연은 어떨지... 모르지 않냐?'**
**'심사위원들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어'**
**'우리가 밀어줘도 실력이 안 따라가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지'**
**팬덤 견제파:**
**'진짜 이게 맞나? 팬덤이 배우를 만드는 게?'**
**'공정성이 없어졌다는 게 맞는 말 같은데'**
**'한지훈 배우는 좋지만, 이런 식으로 밀어주는 게 맞나?'**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우리가 선동당한 건 아닐까?'**
절대 지훈파가 비판적 지지파를 공격했다.
**'뭐하는 거야? 우리 팬이면서 의심해?'**
**'한지훈 배우를 믿지 못해?'**
**'이런 놈들 때문에 팬덤이 흔들린다'**
비판적 지지파가 반박했다.
**'우리도 팬이야. 근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거지'**
**'한지훈 배우가 주연을 못 하면 우리도 피해 입는 거 아냐?'**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거고'**
팬덤 견제파가 개입했다.
**'이미 팬덤이 분열됐다'**
**'이게 바로 팬덤 폭력이야'**
**'공정성을 잃은 시스템은 결국 자기들끼리 싸우게 돼'**
지훈은 화면을 내렸다. 댓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팬덤의 균열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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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신태호와의 만남.
지훈은 신태호와 카페에서 마주앉았다. 신태호는 지훈을 보며 웃었다. 그 웃음은 따뜻하지 않았다.
"축하해. 초대장 받았다고 들었어."
"고마워."
"SNS 덕분에 왔다고 들었는데. 신기하네. 요즘 시대는 팬덤이 배우를 만드나?"
"그렇지만은 않아."
"아니? 그럼 뭐야? 너는 정석적인 경로로 온 거야?"
신태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포트폴리오로 초대받았어. 너는?"
지훈이 대답하지 않았다. 신태호가 몸을 기울였다.
"팬덤이 너를 만들었어. 팬덤이 없으면 넌 여기 없어.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서 뭘 보여줄 거야? 팬덤이 원하는 주연? 아니면 네가 잘하는 악역?"
지훈은 신태호의 눈을 마주쳤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를 할 거야."
"보여주고 싶은?"
신태호가 비웃었다.
"넌 팬덤에 선택받은 배우야. 네가 보여주고 싶은 게 뭔지는 중요하지 않아. 팬덤이 원하는 게 뭔지가 중요한 거야. 그게 지금 시스템이야."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잘못된 거 아닌가?"
"잘못됐고 말고. 하지만 넌 이미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됐어. 넌 팬덤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왔어. 그리고 팬덤의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넌 끝이야."
신태호가 일어섰다. 지훈을 내려다봤다.
"너 때문에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어. 팬덤의 선택이 업계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어. 그리고 넌 아직도 뭘 할지 모른다고? 진심이야?"
신태호는 떠났다. 지훈은 혼자 남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신태호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팬덤이 너를 만들었어. 팬덤이 없으면 넌 여기 없어.'
그렇다면 자신은 팬덤의 선택에 지배받는 건 아닐까? 팬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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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대기실 직전.
지훕은 혼자 앉아 있었다. 심사 하루 전. 무대 위에서 뭘 할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서은이었다.
"한지훈 배우님."
"네."
"내일이 심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도울 뿐입니다."
지훈은 그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이상했다. 초대장을 받던 날의 메시지와 같은 말.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들렸다. 그 말 속에 뭔가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이서은님."
"네?"
"당신이... 나를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전화 너머에서 침묵이 흘렀다.
"배우님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습니까?"
"팬덤이 날 만들었다는 거. 그렇다면 팬덤이 날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거."
"그렇습니다."
이서은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팬덤이 배우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님이 팬덤을 배반한다면, 팬덤도 배우님을 배반할 것입니다. 그것이 팬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당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팬덤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전적으로 당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지훈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서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팬덤 리더인 그녀도 그 답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지훈이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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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강남 대극장.
지훈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배우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신태호도 있었다. 신태호는 지훈을 봤다. 눈빛이 차가웠다. 그리고 두려움도 있었다. 지훈은 그것을 알아챘다.
"24번?"
스태프가 외쳤다. 지훈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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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조명이 지훈을 비추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었다. 최영미 대표가 맨 앞에 있었다. 그 옆에는 유명 PD들과 영화사 임원들. 그리고 김도준 평론가도 심사 관찰자로 앉아 있었다.
지훈은 무대 중앙에 섰다.
"준비됐습니다."
음악이 나왔다. <황제의 비> OST. 그 장면이다. 악당 이강준이 죽어가는 장면의 음악.
지훈이 움직였다.
처음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절망. 후회. 마지막 순간의 모든 감정이 얼굴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눈이 고정되었다. 최영미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PD 중 한 명은 펜을 내려놨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기자들이 찍고 있었다.
지훈은 무대 바닥을 짚으며 더 깊이 내려갔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몸 전체로 표현했다. 마지막 순간의 무게. 그것을 감당하는 배우의 모습. 심사위원들이 숨을 죽였다.
그 순간, 지훈은 깨달았다.
이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다. 악역. 그것이 자신의 연기다. 팬덤이 원하는 주연도 아니고. 업계가 정한 '길'도 아니고. 자신의 진짜 모습이 여기에 있다.
왜 주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주연이 더 나은 배우라는 환상에 사로잡혔을까? 하지만 자신은 악역에서 빛난다.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자신의 진정성이 악역에 있다면,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진정한 배반 아닐까?
팬덤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팬덤이 자신을 악역으로 발굴한 것도 사실이다. 팬덤이 원하는 주연을 하는 것이 팬덤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팬덤을 존중하는 것 아닐까? 진정한 신뢰는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최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훈은 한 발을 디디고 일어섰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변했다. 최영미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뭔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고 있었다. 옆의 영화사 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PD는 다시 펜을 들었다.
김도준은 메모를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무대 아래 관중석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그리고 다른 휴대폰도. 또 다른 휴대폰도.
심사위원들이 휴대폰을 들었다. 실시간 댓글. 팬덤의 반응. 지훈의 선택이 얼마나 예상 밖인지.
채팅방이 폭주하고 있었다.
**절대 지훈파의 혼란:**
**'어? 뭐하는 거야?'**
**'악역을 또?'**
**'주연 장면은 안 하는 건가?'**
**'아니... 이건 우리가 원한 게 아닌데?'**
**'우리가 뭐라고 했는데?'**
**'주연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이건 배반이야'**
**'한지훈 배우 정신 차려'**
비판적 지지파의 재평가:
**'어? 잠깐... 이게 오히려 더 나은데?'**
**'악역이 진짜 잘한다'**
**'심사위원들도 이걸 보겠지'**
**'우리가 기대한 주연보다 이게 더 설득력 있네'**
**'아... 한지훈 배우가 뭔가 깨달은 거 같은데?'**
팬덤 견제파의 변화:
**'이건... 다르네?'**
**'팬덤의 기대를 저버렸는데, 왜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배우가 자기 길을 가는 거네'**
**'이게 진정한 주체성 아닐까?'**
절대 지훈파가 다시 반발했다.
**'뭐하는 거야?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우리가 밀어줬는데?'**
**'이건 배신이야'**
비판적 지지파가 응답했다.
**'아니야. 이게 진정한 신뢰야'**
**'배우가 자신의 최고를 보여주는 거야'**
**'우리가 원하는 주연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더 큰 신뢰 아닐까?'**
**'한지훈 배우는 우리를 진짜 팬으로 본 거야'**
절대 지훈파가 다시 공격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틀렸다는 거야?'**
**'우리가 선동당한 거야?'**
팬덤 견제파가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다. 우리가 배운 거야'**
**'팬덤이 배우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배우를 믿는 게 진정한 팬덤이라는 걸'**
**'한지훈 배우가 보여준 거 봤지?'**
**'그게 진정성이야'**
최영미가 휴대폰을 내려놨다. 화면의 댓글들을 읽으며 뭔가를 깨닫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불편함에서 이해로 변했다. 그리고 존경으로.
김도준은 계속 메모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 있었다.
지훈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대기실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박준호가 서 있었다. 매니저의 얼굴이 창백했다.
"지훈... 넌 뭐 한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했어."
"주연 장면을 해야 했잖아. 팬들이..."
"팬들도 날 봐야 해. 내 진짜 모습을."
박준호가 대답할 수 없었다. 지훈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채팅방 알림이. 실시간 검색어 알림이. 기사 알림이.
**[긴급] 한지훈, 최종 심사서 악역 선택? 팬덤과의 충돌 예상**
**[속보] 골든 에이지 심사위원들 만장일치 통과... 지훈의 선택이 화제**
**'한지훈 배우, 팬덤의 기대 저버리다' vs '배우의 진정성이 빛나다'**
지훈은 휴대폰을 들었다. 팬덤 채팅방을 열었다.
**@anti_jh_fan 채팅방 (5,204명)**
채팅방은 여전히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균열의 의미가 달라졌다.
**절대 지훈파의 분노:**
**'뭐 한 거야 진짜?'**
**'주연 장면 왜 안 했어?'**
**'우리가 밀어줬는데?'**
**'미쳤나? 악역이라고?'**
**'우리가 뭐라고 했는데 주연을 못 한다고?'**
**'이제 우리는 뭐가 되는 거야? 그냥 선동당한 팬덤?'**
**'한지훈 배우 정신 차려'**
**'팬덤을 무시하면 끝이야'**
**비판적 지지파의 옹호:**
**'아니야. 이게 진정한 배우의 선택이야'**
**'한지훈 배우가 뭔가 깨달은 거 같아'**
**'악역이 이렇게 좋은데, 왜 주연을 해야 해?'**
**'심사위원들도 이걸 봤을 거야'**
**'우리가 기대한 주연보다, 이게 훨씬 더 설득력 있어'**
**'배우가 자기 길을 가는 거야. 그게 진정한 신뢰 아닐까?'**
**팬덤 견제파의 성찰:**
**'이제 알겠어'**
**'팬덤이 배우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배우를 믿는 게 진정한 팬덤이라는 걸'**
**'한지훈 배우는 우리를 진짜 팬으로 본 거야'**
**'자신의 최고를 보여주는 게 팬덤에 대한 진정한 존경이야'**
**'우리도 배워야 할 게 있어'**
절대 지훈파가 다시 공격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틀렸다는 거야?'**
**'우리가 선동당한 거야?'**
**'한지훈 배우는 우리를 배반했어'**
비판적 지지파가 침착하게 응답했다.
**'틀렸다는 게 아니야'**
**'우리도 배우를 믿지 못했던 거야'**
**'팬덤의 기대에 배우를 가두려고 했던 거야'**
**'한지훈 배우가 그걸 깨쳐준 거고'**
**'이게 진정한 성장 아닐까?'**
절대 지훈파의 일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악역이 진짜 좋긴 했어'**
**'우리가 주연을 강요했던 건 아닐까?'**
**'배우의 진정성을 무시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아래로 이서은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서은: 한지훈 배우님. 당신이 결정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결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초대장을 받던 날의 메시지와 달랐다. 지훈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팬덤 리더인 그녀도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지훈의 선택이 팬덤 내부의 균열을 낳았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파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성장의 시작이었다.
지훈은 휴대폰을 들었다. 이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음이 울렸다. 한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네. 한지훈 배우님."
이서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있었다. 지훈은 그것이 뭔지 알아차렸다.
절망.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 목소리 속에는 또 다른 것도 있었다.
후회. 아니, 더 정확히는. 자책.
그리고 그 아래에 흐르는 또 다른 감정. 이해. 깨달음. 성장.
"이서은님..."
"배우님. 저는... 당신을 도왔던 걸까요. 아니면 조종했던 걸까요?"
지훈은 한 번 숨을 쉬었다.
"둘 다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도움이었고, 어느 순간부턴 조종이 되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지금은 우리가 함께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팬덤이 뭔지, 신뢰가 뭔지."
전화 너머에서 이서은의 숨소리가 들렸다.
"배우님. 저는... 팬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 함께 배워요. 당신도, 나도, 그리고 팬덤도."
지훈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팬덤 채팅방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절대 지훈파의 일부가 비판적 지지파에 합류하고 있었다. 팬덤 견제파는 더 이상 견제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성찰하고 있었다.
팬덤은 여전히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균열은 더 이상 파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화였다. 성장이었다.
지훈은 전화를 들고 있었다. 이서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배우님.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답을 찾는 방법을 알았어요."
"어떤 방법이죠?"
"함께 가는 거예요. 팬덤과 함께. 배우와 팬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
이서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이해가 있었다. 깨달음이 있었다.
그리고 팬덤 채팅방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