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화면이 손가락 사이에서 떨렸다.
@anti_jh_fan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당신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문장이 자꾸만 다르게 해석되었다. 변화? 무엇을 어떻게? 지훈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밤 11시 47분. 손가락을 움직였다.
—혹시 당신이 정말인가요?
엔터를 누르고 휴대폰을 내려놨다. 화면을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30초 후 진동이 울렸다.
—정말 한지훈 맞나요?
—네. 맞습니다.
—증명해주시겠어요? 계정 보여주세요.
지훈은 자신의 공식 계정을 보여줬다. 팔로워 12만 3천. 대부분 악역 캐릭터를 추종하는 팬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안티'였다. 그래서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좋아요. 신뢰합니다. 비공개 채팅방에 초대할게요.
링크가 떨어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채팅방에 들어가는 순간, 지훈의 눈이 커졌다.
@anti_jh_fan 외에 3,199명이 있었다. 화면을 위로 스크롤했다. 댓글이 폭주했다.
—한지훈???? 진짜?????
—어? 어? 진짜 본인이야? 본계정 맞아?
—미쳤다 지훈이 여기 와ㅠㅠㅠ
—어서오세요!!!!!
—악역 왕 한지훈 환영합니다!!!!
지훈은 화면을 내려놨다. 손가락을 다시 들었다. 한 번 더 내려놨다. 댓글이 계속 쏟아졌다. 1초에 5개씩. 10개씩. 화면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드디어!!!! 우리 왕이 왔다!!!!
—당신의 악역이 없었으면 그 드라마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진심입니다.
—연기력 진짜 미쳤다. 악역할 때 감정 표현이 진짜 최고다.
—이 댓글 진짜 공감. 지훈이 악역을 안 했으면 주인공의 성장이 없었어.
—우리 지훈이를 악질이라고 부르는 업계가 이상한 거야. 당신은 배우다.
지훈은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댓글을 다시 읽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맴돌다가 멈췄다. 멈춘 손가락이 떨렸다.
'당신은 배우다.'
10년 동안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강력한 말이었다.
채팅방 상단에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안녕하세요. 펜클럽 대표 이서은입니다. 한지훈 님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공식 팬클럽이 아닌 '숨겨진 팬덤'입니다. 주류 팬덤이 좋은 이미지의 배우들을 추종할 때, 우리는 '악역'의 진정한 가치를 봅니다. 당신의 연기는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 진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지훈은 공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다음 DM을 열었다.
—혹시 시간 되세요? 통화하고 싶은데요.
지훈은 즉시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 아마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됐다.
"안녕하세요. 한지훈입니다."
"네, 알아요. 이 채팅방의 대표 이서은이라고 합니다. 먼저,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저를 찾으셨어요? 저는 지금 업계에서 '악역 배우'로 분류된 사람인데..."
"정확히 그 이유 때문입니다."
이서은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졌다.
"우리는 당신의 연기를 봤어요. <가을 밤의 소나기> <검은 날씨>의 악역들을요. 당신은 그 배우들이 진짜 악당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어요. 아니, 그냥 악당이 아니라 '인간'으로 만들었어요. 이해할 수 없는 악인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악인으로요."
지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업계는 당신을 '악질'로 분류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배우'로 봅니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가 함께 여론을 바꿔보려고 해요.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세상에 증명하려고요. 다음 달 '골든 에이지' 오디션 아세요?"
지훈의 호흡이 빨라졌다.
"네. 알아요. 하지만 저는 초대장을 받지 못했거든요..."
"아직입니다. 우리가 만들 거예요. SNS에서 트렌드를 만들고,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당신의 가치를 증명해서요. 그럼 캐스팅 디렉터들이 당신을 초대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게... 가능해요?"
"시작해봅시다."
이서은은 짧게 말했다.
"내일 오후 3시에 첫 번째 클립을 올릴 거예요. <검은 날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당신이 아들을 살해하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의 감정 표현이 정말 탁월하거든요. 우리가 편집해서 '한지훈은 배우다'라는 해시태그로 올릴 거고, 채팅방의 모든 팬들이 동시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 거예요."
"그런 식으로... 여론이 바뀔까요?"
"한 개의 클립으로는 안 돼요. 하지만 매일, 계속해서 올리면 달라져요. 트렌드는 반복으로 만들어지거든요. 그리고..."
이서은이 잠깐 멈췄다.
"당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혹시 골든 에이지 오디션을 위해 준비하고 계세요?"
"네. 물론입니다. 만약 초대장을 받는다면..."
"그럼 준비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여론을 만들 거고, 당신은 당신의 최고 연기를 준비하세요. 둘이 함께 움직여야 해요."
지훈은 핸드폰을 귀에 더 가깝게 당겼다.
"이서은 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뭘까요?"
"당신의 연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잠깐의 침묵.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악역'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정의할 수는 없잖아요. 당신도, 우리도."
지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통화가 끝나고 20분이 지났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박준호였다. 지훈의 매니저 겸 대학 후배였다.
"여보세요?"
"지훈아, 뭐 하는 거야?"
박준호의 목소리는 급했다.
"왜요?"
"SNS 봤어? 너 뭔가 팬덤 계정이랑 DM 주고받은 거 안 사람들이 캡처해서 퍼뜨리고 있어. '한지훈이 비공개 팬클럽에 들어갔다'고."
지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그게..."
"당신 뭐 하는 거야? 너 지금 뭘 해야 하는 시기인지 알아? 너 이미 업계에서 낙인 찍혔는데, 이런 식으로 팬덤이랑 엮이면 더 복잡해진다고!"
박준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준호, 잠깐..."
"잠깐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그 계정 차단하고 거리 둬. 알겠어? 팬덤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고, 그럼 넌 더 망가진다고!"
지훈은 박준호의 말을 들으면서도 휴대폰 화면을 봤다. 채팅방의 메시지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할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내일 오후 3시, 첫 클립이 올라갑니다.
지훈은 박준호에게 말했다.
"준호, 미안해. 근데 난 이걸 해야 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진심인 것 같아."
"진심? 지훈, 그건 착각이야. 팬덤은..."
"알아. 팬덤이 뭔지도 알고. 하지만 난..."
지훈은 잠깐 멈췄다.
"난 10년을 기다렸어. 누군가 내 연기를 봐주기를. 누군가 나를 '배우'로 봐주기를. 그런데 지금, 3,200명이 날 봐주고 있어. 그걸 무시할 수가 없어."
박준호의 침묵이 길어졌다.
"내일 오후 3시에 첫 클립이 올라가.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돼. 그 사람들과 함께."
통화가 끝났다. 지훈은 채팅방으로 돌아갔다.
이서은의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내일 준비하세요. 우리의 여론 역전이 시작됩니다.
지훈은 답장을 썼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엔터를 눌렀다.
채팅방이 다시 폭주했다.
—우리 왕!! 파이팅!!!
—내일 3시 기준 폭주할 준비됐다!!!
—해시태그 준비 끝!!! #한지훈은배우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자!!!!
지훈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천장을 봤다.
내일 오후 3시.
첫 클립이 올라간다.
그때부터 모든 게 바뀐다. 아니, 바뀔 수도 있다. 바뀔 수도 있다.
지훈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엔 두려움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희망? 기대? 아니면 그 둘을 합친 무엇?
휴대폰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떨어졌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지훈은 그 메시지를 읽고, 눈을 감았다.
# 본문
박준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훈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박준호의 경고는 현실이었다. 지훈이 @anti_jh_fan에 팔로우 신청을 보낸 지 정확히 47분 만에, 누군가 그 사실을 캡처해 트위터에 올렸다. 캡션은 단순했다. "한지훈 비공개 팬클럽 입장 확정??" 이미 3,000개의 리트윗이 달려 있었다.
지훈은 화면을 끄고 싶었다. 하지만 끌 수 없었다.
채팅방의 메시지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할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내일 오후 3시, 첫 클립이 올라갑니다. 준비하세요.
—해시태그 준비 끝!!! #한지훈은배우다 #악역이아니라배우 #지훈의연기력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자!!!!
지훈은 이 메시지들을 읽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서은과의 통화에서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를.
10년 동안 아무도 그를 이렇게 부르지 않았다. "당신"이라고. 마치 한 사람, 한 배우, 한 인간으로서.
"응?"
지훈이 중얼거린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그는 채팅방을 다시 올렸다.
이번엔 다른 메시지가 맨 위에 떠 있었다. 이서은의 이름 옆에 빨간 별 표시가 있었다.
—한지훈입니까? 정말 본인이 맞습니까?
지훈의 손가락이 자판을 찾았다.
—네, 맞습니다.
답장을 보냈다. 1초 만에 답이 왔다.
—증명해주시겠어요? 당신의 최근 작 '그 남자의 정체'에서 13회 마지막 장면의 대사 첫 줄은?
지훈은 웃음이 나왔다. 팬덤은 정말 끝까지 팬덤이었다.
—"난 이미 죽어있었어.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야."
30초의 침묵.
그다음, 채팅방이 폭발했다.
—어어어어어어어어!!!
—진짜 본인 맞네!!!
—한지훈 본인이 여기 있다!!!
—님 뭐 해요???? 우리 채팅방 왜 들어오셨어요??
—아 진짜 울 거 같은데 ㅋㅋㅋㅋ
—님 연기력 진짜 미쳤어요
—'그 남자의 정체' 13화 안 봤으면 진짜 인생 손해라니까
—당신의 악역이 없었으면 그 드라마는 성립하지 않았어요
—진짜 당신이 주인공이었어요
지훈은 화면 속의 댓글들을 읽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10년 동안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었다.
"연기력 미쳤어요."
"당신의 악역이 없었으면..."
"당신이 주인공이었어요."
그는 이 말들이 진짜인 줄 몰랐다. 그저 팬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악역"을 사랑한다니. 그 감정의 색깔이, 그 응원의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니.
채팅창을 올렸다. 이서은이 메시지를 보냈다.
—환영합니다, 한지훈. 우리 펜클럽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훈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이제 당신이 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준비하는 것뿐입니다. 내일 오후 3시에 우리의 첫 클립이 올라갑니다. 당신의 악역 장면들을 모아서 편집한 영상입니다. 우리가 타이밍을 맞춰 모든 플랫폼에 동시에 올리겠습니다. 트렌드 해시태그, 실시간 검색어,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이름으로 장악될 겁니다.
지훈은 이 메시지를 읽고 멈췄다.
"타이밍을 맞춰 모든 플랫폼에 동시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팬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략이었다. 계획이었다. 전복이었다.
채팅방 위의 프로필을 눌렀다. @anti_jh_fan의 실제 이름은 이서은(25)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개란에는 한 문장이 있었다.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3,200명의 증인입니다."
지훈은 3,200이라는 숫자를 다시 봤다.
3,200명.
지난 10년간 자신을 본 캐스팅 디렉터는 100명도 안 됐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평론가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화면 속에는 3,200명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박준호였다.
"여보세요?"
"지훈아, 뭐 하는 거야?"
박준호의 목소리는 급했다.
"왜요?"
"SNS 봤어? 너 뭔가 팬덤 계정이랑 DM 주고받은 거 안 사람들이 캡처해서 퍼뜨리고 있어. '한지훈이 비공개 팬클럽에 들어갔다'고. 너 지금 뭘 해야 하는 시기인지 알아? 너 이미 업계에서 낙인 찍혔는데, 이런 식으로 팬덤이랑 엮이면..."
"준호."
지훈이 끊었다.
"뭐?"
"이서은이라는 사람이 있어. 팬클럽 대표야. 그 사람한테 내일 오후 3시에 첫 클립이 올라간대. 내 악역 장면들을 모아서.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여론을 바꿔보자고 했어. 우리 함께 여론을 바꿔보자고."
박준호의 침묵이 길어졌다.
"지훈, 그건..."
"알아. 팬덤이 뭔지도 알고. 하지만 준호, 난..."
지훈은 잠깐 말을 멈췄다. 채팅방의 메시지들을 다시 봤다.
"난 10년을 기다렸어. 누군가 내 연기를 봐주기를. 누군가 나를 '배우'로 봐주기를. 그런데 지금, 3,200명이 날 봐주고 있어. 진심으로. 내 악역이 아니라 나 자체를 봐주고 있어."
"지훈..."
"내일 3시에 첫 클립이 올라가.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돼."
지훈은 전화를 끊었다.
채팅방으로 돌아갔다.
이서은의 메시지가 새로 올라와 있었다.
—내일 준비하세요. 우리의 여론 역전이 시작됩니다.
지훈이 답장을 썼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엔터를 눌렀다.
채팅방이 다시 폭주했다.
—우리 왕!! 파이팅!!!
—내일 3시 기준 폭주할 준비됐다!!!
—해시태그 준비 끝!!! #한지훈은배우다 #악역이아니라배우 #연기력미쳤어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자!!!!
—김도준 기자 봤어? 이제 그 친구 날 봐야지ㅋㅋㅋ
마지막 댓글에서 지훈의 눈이 멈췄다.
"김도준 기자?"
그 이름을 지훈이 모를 리 없었다. 김도준은 유명한 연예계 비평가였다. 신문, 잡지,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면서 배우들을 평가하는 사람. 그리고 지훈을 "악질 캐릭터 전문배우"로 처음 낙인 박은 사람 중 한 명.
2년 전 김도준의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한지훈, 더 이상 주연은 불가능한가? 악역만 13년의 배우, 이제는..."
그 기사 이후로 주연 오디션 초대장은 완전히 끊겼다.
채팅방의 다른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도준 유튜브 봤어? 요즘 '대중의 선동에 넘어가는 팬덤'이라고 개소리 하고 있더라
—그 기자 진짜 미쳤어. 한지훈님 연기 한 번 제대로 봤으면 이런 소리 못 할 텐데
—내일 우리 트렌드 1위 되면 그 기자도 봐야지ㅋㅋㅋㅋ
지훈은 그 댓글들을 읽으면서 한 가지를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팬 활동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쟁이었다.
업계의 낙인을 벗기 위한 전쟁. 김도준 같은 비평가들의 평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쟁. 그리고 지훈 자신을 "배우"로 재정의하기 위한 전쟁.
지훈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천장을 봤다.
내일 오후 3시.
첫 클립이 올라간다.
그 순간, 모든 게 시작된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박준호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지훈은 받지 않았다.
대신 채팅방을 열었다.
이서은의 메시지가 새로 떨어져 있었다.
—혹시 모르니 말씀드립니다. 내일부터 업계의 견제가 시작될 겁니다. 당신의 성공이 그들의 시스템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3,200명입니다.
지훈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내일 아침, 당신은 뉴스에 떠있을 겁니다. 준비하세요.
지훈은 답장을 쓰려다 멈췄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거실의 문이 열렸다.
어머니 한미영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지훈아, 너 SNS 봤어?"
"어... 아, 엄마."
"넌 뭐 하는 거야? 비공개 계정? 그게 뭐야?"
어머니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화면에는 지훈의 이름이 트렌드 5위에 떠 있었다.
"#한지훈은배우다"
어머니가 그 해시태그를 읽고 지훈을 봤다. 눈빛이 달라졌다.
"너... 혹시 뭔가 시작한 거야?"
지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해시태그를 봤다.
#한지훈은배우다
5위에서 4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지훈은 깨달았다.
내일은 없다.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