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현관의 대리석 바닥에 울려 퍼진 시종들의 발걸음. 카르멘은 침실 문을 조용히 닫고 귀를 기울였다.
"백작부인을 찾으시오."
목소리는 왕실 근위대의 것이었다. 카르멘은 거울 앞에 앉아 있던 자신을 본다. 창백한 얼굴, 떨리는 손가락, 그리고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눈.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발걸음이 계단을 올라온다.
카르멘은 침대 밑으로 몸을 날렸다. 어린아이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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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왕비의 알현 후.
카르멘이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에드몬드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이상하게 맑았다. 마치 오랫동안 물속에 빠져 있다가 처음 공기를 마시는 사람처럼.
"카르멘."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손 위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카르멘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소피아를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에드몬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통제하셨고, 소피아를 감옥에 가두셨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소피아는 이미 떠났고, 나도 떠나갑니다."
"떠난다고?" 카르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동으로, 습관적으로. "남편이 아내를 떠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궁정에서의 지위를 모두 잃는다는 뜻입니다. 영지도, 작위도."
"그렇습니다." 에드몬드의 눈이 카르멘을 똑바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남자입니다. 여자가 아니라. 당신은 나를 제거할 수 없습니다. 왕실이 나를 보호할 것이거든요."
카르멘의 손가락이 떨렸다.
"당신은 절대 권력을 원하셨습니다." 에드몬드가 계속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조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당신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분노로 바뀝니다."
그는 서재 문으로 향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얻었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백작부인."
문이 닫혔다.
카르멘은 서재에 혼자 남겨졌다. 벽에는 여전히 전생 악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검은 드레스, 차가운 눈빛, 그리고 절대적인 고독. 그 초상화 속의 여자와 거울 속의 자신이 점점 같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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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침실의 어둠 속에서 카르멘은 눈을 떴다. 또 다른 악몽이었다.
목소리들이 들렸다. 벨라 공작부인의 목소리, 리샤르의 정부의 목소리, 그들의 아이의 목소리. 모두 죽은 자들의 목소리였다. 카르멘이 전생에 살해한 사람들.
"왜 우리를 죽였나?"
"왜?"
"왜?"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리도, 목소리도.
"당신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전생의 나가 했습니다. 나는 다릅니다."
하지만 거울 속의 얼굴은 같았다. 같은 눈, 같은 입술, 같은 공허함. 카르멘은 거울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놓여 있었다. 카르멘이 소피아를 조종할 때 만들어둔 것. 옷감으로 만든 인형의 팔은 위로 들려 있었고, 얼굴은 무표정했다.
카르멘은 그 인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던졌다.
인형은 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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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강 위의 다리. 카르멘은 그곳에 서 있었다. 발 아래로는 검은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깊은 물. 끝없는 물.
"떨어져야 합니다."
카르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뒤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카르멘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전생의 악녀라는 것을. 기억의 대가로 남겨진 것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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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더 이상 비명을 지를 목소리가 없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이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한 신경 증상이었다. 기계가 고장 나듯이.
카르멘은 침대 옆 테이블로 가 물을 마시려 했다. 하지만 손이 떨려 물잔을 떨어뜨렸다. 유리잔이 깨졌다. 물이 바닥에 흘렀다. 카르멘은 그것을 치우지 않았다.
현관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났다.
발걸음음. 이번엔 더 크고 분명했다.
"백작부인을 찾으시오. 왕실의 명령입니다."
카르멘은 창을 통해 밖을 봤다. 왕실 근위대의 검은 옷이 보였다. 그들은 저택 전체를 포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카르멘은 침대 밑으로 몸을 날렸다. 어린아이처럼.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음.
현관 문이 부서지는 소리.
"백작부인!"
근위대의 목소리.
카르멘은 침대 밑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눈도. 입술도.
침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카르멘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원했던 절대 권력은 이미 없었다는 것. 남겨진 것은 절대 고독뿐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은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을.
근위대의 손이 침대 밑으로 뻗어왔다.
카르멘은 손가락이 떨린 채로 그 손을 보고 있었다.
침대 위, 마리오네트 인형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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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새벽 6시 30분. 침실 문이 열렸을 때 카르멘의 손가락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떨림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었다.
근위대 대장 로랑은 침대 밑에 웅크린 여인을 보고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루미에르 궁정에서 가장 두려운 여인, 에드몬드 백작의 아내가 침대 밑에 숨어 있다니. 로랑은 손을 내밀었다.
"백작부인. 왕비 폐하의 소환입니다."
카르멘은 천천히 기어 나왔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얼굴도 창백하지 않았다. 단지 공허했다. 침실복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어디론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장을 갖춰야 하지 않습니까?"
카르멘이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섬뜩했다.
"왕비 폐하께서는 당신이 현재의 상태로 오기를 원하십니다."
로랑은 말했다. 그는 이 여인을 잘 알고 있었다. 3년 전 궁정에 온 이후 모든 음모의 중심이었던 여인. 마르쿠스를 자신의 도구로 만들고, 소피아를 법적 아내로 만들고, 리샤르 공작을 권력에서 밀어낸 여인.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계산도 없었다. 그저 공허함만 있었다.
카르멘은 일어섰다. 침대 위의 마리오네트 인형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며 카르멘은 침실 거울 위의 초상화들을 봤다. 전생의 악녀 기억에 남아 있는 얼굴들. 벨라 공작부인. 리샤르의 정부. 그들의 아이. 모두 죽었다. 카르멘의 손에. 아니, 악녀의 손에.
"당신은 누구입니까?"
카르멘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누구에게 묻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말일 뿐이었다.
로랑은 카르멘을 왕실 마차로 안내했다. 마차 안에는 근위대 3명이 더 있었다. 카르멘은 한 명도 보지 않았다. 그저 창 밖으로 흐르는 루미에르 궁정을 바라봤다.
새벽의 궁정은 조용했다. 귀부인들의 살롱은 닫혀 있었고, 남자들의 회의실도 어두웠다. 하지만 카르멘은 안다. 궁정의 모든 창문 뒤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호기심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기쁨인지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카르멘에게는 더 이상 그것들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왕궁의 황금 계단 앞에서 마차가 멈췄다.
카르멘은 내렸다. 침실복 그대로. 맨발이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여전히 부적절했다. 여러 시종들이 카르멘을 보고 눈을 돌렸다. 이 여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해 보였다.
왕비의 알현실은 3층 북쪽 끝에 있었다. 창이 많아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이라 어둠이 가득했다. 그 어둠 속에 이사벨 왕비가 앉아 있었다.
"카르멘."
왕비가 말했다. 이름을 부르듯이. 마치 낡은 악기를 보듯이.
"폐하."
카르멘이 절을 했다. 예의 바르게. 완벽하게. 마치 3년 전 처음 왕궁에 들어온 그날처럼.
"당신의 죄를 나열합니다."
이사벨이 말했다. 왕비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감정이 없었다.
"협박. 위협. 정보 조작. 국가 기밀 누설. 그리고 왕실 가족 간 이간질. 이 모든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카르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남편은 혼인을 무효화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비서 마르쿠스는 당신을 고발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증거는 충분했습니다."
이사벨의 목소리가 더 차가워졌다.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카르멘은 침묵했다. 마르쿠스.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유일한 사람. 자신이 조종하지 못한 유일한 존재. 그가 배신했을 때 카르멘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했다. 마지막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마르쿠스는 당신이 그를 신뢰했기 때문에 배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벨이 계속했다. "신뢰는 약함입니다. 당신이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그는 당신을 고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뢰는 약함입니다."
카르멘이 중얼거렸다. 이것은 자신의 말이 아니었다. 전생의 악녀의 말이었다.
"당신은 왜 그를 신뢰했습니까?"
왕비가 물었다.
카르멘은 생각했다. 마르쿠스를 신뢰한 이유.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나?
"모르겠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아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사벨이 물었다.
카르멘은 거울 속의 자신을 떠올렸다. 공허한 눈. 침대 밑에서 근위대를 기다리던 자신. 그리고 강 위의 다리에서 떨어질 준비를 하던 자신.
"저는 죽었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당신이 죽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이사벨이 물었다.
"절대 권력을 원했습니다. 그것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잃었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이제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편도, 비서도, 궁정도. 그것들이 제 생명이었다면, 저는 죽은 것입니다."
이사벨은 카르멘을 오래 바라봤다. 그 차가운 눈. 정치가의 눈. 40년을 궁정에서 살아온 여인의 눈.
"당신의 형벌을 선고합니다."
왕비가 말했다.
"궁정 추방. 영지 몰수. 그리고 작위 박탈. 당신은 다시는 이 궁정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
카르멘은 왕비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궁정 추방이 아니라 절대 고독의 선고였다. 영지도, 남편도, 비서도, 그 누구도 아닌 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해합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이해합니까?"
이사벨이 물었다. "당신이 지배하려던 모든 것이 당신을 떠나가고, 당신 혼자만 남겨질 것이라는 것을 이해합니까? 신뢰할 사람도, 두려워할 사람도 없이?"
카르멘은 거울 앞의 자신을 떠올렸다. 공허한 눈. 침대 밑에서 근위대를 기다리던 자신. 강 위의 다리에서 떨어질 준비를 하던 자신.
"이미 그렇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이사벨은 손을 들었다. 근위대가 나왔다.
"당신을 호위하겠습니다."
로랑이 말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카르멘은 왕비를 바라봤다. 그 차가운 눈. 그 눈 속에는 동정도, 경멸도, 두려움도 없었다. 단지 정치가의 냉정함만 있었다. 카르멘은 처음으로 자신이 이기지 못한 상대를 본 것 같았다.
"영지로 돌아가겠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이사벨의 눈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놀라움인지, 만족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좋습니다."
왕비가 말했다.
그들은 왕궁을 나왔다. 새벽은 이제 밝아가고 있었다. 루미에르 궁정의 첫 햇빛이 대리석 기둥에 닿기 시작했다. 그 햇빛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카르멘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마차 안에서 카르멘은 손을 펼쳤다. 떨리지 않았다. 이제 손가락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감정도, 두려움도,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신체의 반사 작용일 뿐이었다.
마차는 궁정을 떠났다.
그 순간 카르멘은 마지막으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루미에르 궁정의 황금 지붕이 아침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에드몬드가 있고, 소피아가 있고, 마르쿠스가 있고, 벨레나가 있고, 리샤르가 있고, 이사벨이 있었다.
모두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카르멘만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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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궁정 밖의 낡은 여관.
카르멘은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왔다. 전생의 악녀의 악몽. 벨라 공작부인의 목소리. 리샤르의 정부의 울음소리. 아이의 비명.
"떨어져야 합니다."
카르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목소리인데, 자신의 것이 아닌 목소리. 전생의 기억이 빚어낸 그것.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을 열었다. 여관은 높은 곳에 있지 않았다. 3층. 떨어져도 죽지 않을 높이였다. 단지 뼈가 부러질 뿐이었다.
카르멘은 창틀에 앉았다. 발이 밖을 향했다. 바람이 불었다. 궁정의 바람과는 다른 바람이었다. 이것은 자유의 바람이었다. 아니, 무의 바람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카르멘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루미에르 궁정에서는 여전히 누군가 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었다. 에드몬드와 소피아가 함께. 마르쿠스는 리샤르 공작을 섬기고 있을 것이었다. 벨레나는 새로운 권력자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모두가 살아 있었다.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카르멘은 여관의 창틀에 앉아,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있었다.
"떨어져야 합니다."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더 강하게. 더 절박하게.
카르멘은 한 발을 더 앞으로 내밀었다. 몸이 기울어졌다. 중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떨어지는 것만 남았다. 단 한 발 더.
그 순간, 현관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났다.
발걸음음.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 그리고 문이 부서지는 소리.
"백작부인!"
로랑의 목소리였다.
카르멘은 창에서 내려왔다.
근위대가 침실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백작부인. 왕비 폐하께서 다시 소환하십니다."
로랑이 말했다.
카르멘은 근위대를 보지 않았다. 그저 창 밖을 바라봤다. 밤의 루미에르 궁정. 여전히 황금빛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가겠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르멘은 깨달았다. 자신이 원했던 것이 절대 권력이 아니라 절대 고독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미 얻었다는 것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 더 이상 원할 것도 없었다. 단지 남겨진 것은 끝없는 밤뿐이었다.
마차가 다시 움직였다. 궁정을 향해.
그리고 카르멘은 손을 펼쳤다.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감정도, 두려움도, 심지어 절망도.
루미에르 궁정의 황금 지붕이 다시 보였다.
카르멘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왕비의 재소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카르멘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