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실 대법정의 중앙 무대로 걸어가는 카르멘의 발걸음은 완벽했다. 화려한 자주색 드레스, 흑진주 목걸이, 그리고 금색 머릿장식—전생의 악녀 기억이 말해주는 대로, 절대 권력자는 자신의 외모로 말한다. 하지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손가락이 떨렸다.
심문 대상으로 서 있는 자신을 보는 모든 시선을 느꼈다. 왕비 이사벨의 얼굴은 차가운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리샤르 공작은 깊은 의자에 기대앉아 한 점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벨레나 자작부인은 가장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부채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을 향해 미소 짓던 입술이 이제는 오직 경멸로 굳어 있었다.
"카르멘 백작부인."
왕비의 목소리가 대리석 기둥을 타고 울려 퍼졌다.
"당신이 소피아 백작부인과 에드몬드 백작을 이용해 궁정의 권력을 조종했다는 증거들이 이곳에 제시될 것입니다. 이 재판은 왕실의 특별 심문으로 진행되며, 일반 법정의 규칙이 아닌 왕실의 판단만이 적용됩니다. 먼저 증인을 부르겠습니다."
문이 열렸다. 소피아가 들어왔다.
카르멘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소피아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그 안에 두려움도, 희망도 없었다. 오직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 공허함이 카르멘을 향해 직진했다.
"소피아 백작부인, 증언하십시오."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돌같이 딱딱한 것들이 부딪치고 있었다.
"카르멘 백작부인은 저에게 정식 아내 자리를 준다며 저를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습니다. 저는 법적으로는 아내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감금되었습니다."
카르멘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저에게 제1차 독살 사건에서 증거를 없앴다는 거짓 증거를 쥐어줬습니다. 제 형의 빚을 이용해 협박했습니다. 제 전 남편과의 아이들까지도. 저는 그녀의 명령에 절대 항거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항거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소피아는 카르멘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무언가 죽어 있었다.
"저는 정식 아내가 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감옥에 들어간 것입니다."
카르멘은 입술을 깨물었다. 손가락이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다음 증인, 에드몬드 백작."
에드몬드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는 헐거워 있었다. 3일간 잠을 자지 못한 듯했다. 그는 증인석에 앉으며 한 번도 카르멘을 바라보지 않았다.
"당신은 아내인 카르멘 백작부인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까?"
"...예."
"얼마나 오랫동안?"
에드몬드의 목이 울렸다.
"3년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이전부터입니다. 저는 그 여인이 정부를 정식 아내로 만드는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제 의지를 잃었습니다."
왕비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이전이라고 하면?"
"그녀는 저를 알았습니다. 제 약점, 제 욕망, 제 두려움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한 것처럼. 그리고 그 지식으로 저를 완벽하게 조종했습니다."
에드몬드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남편이 아니라 마리오네트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카르멘의 두 손이 이제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주머니 안에서도 손가락들이 계속 경련했다.
"다음 증인, 마르쿠스 비서."
마르쿠스가 들어섰다. 카르멘이 가장 믿었던 사람. 그 믿음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온 사람.
"당신은 백작부인 카르멘을 얼마나 오랫동안 섬겼습니까?"
"5년입니다. 그 동안 저는 그녀의 명령을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르쿠스가 잠시 멈췄다. 그의 눈이 카르멘과 만났다.
"왜냐하면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제 약점을 알았고, 그것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저는 그녀를 신뢰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공포 속에 있었습니다."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신뢰했던 것은 환상이었다는 것을."
카르멘은 마르쿠스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배신이 아니라 해방이 있었다.
"더 이상의 증인이 필요합니까, 폐하?"
리샤르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명확했다.
"증거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카르멘 백작부인이 궁정의 첩보망을 이용해 저의 반란 계획을 폭로하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리샤르가 몸을 일으켰다.
"이것은 단순한 가문의 내분이 아닙니다. 그녀는 국가 안보에 대한 정보를 왕비에게 제공했고, 그 결과 저는 체포되었습니다. 그녀가 폭로한 반란 계획이 실제로 국가 전복을 목표로 했는지, 아니면 정당한 국방 전략이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안보를 도구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카르멘의 눈이 커졌다. 그 부분은—그것은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생의 악녀 기억이 시킨 것이었다. 아니다. 그것도 자신이 한 것이었다. 현생에서도.
기억들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벨라 공작부인이 죽어가며 자신을 바라보던 눈. 그 눈빛이 한없이 파란색이었다. 리샤르의 정부와 아이들. 아이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는 왜 이렇게까지 선명한가.
"카르멘 백작부인, 당신의 최후 진술을 듣겠습니다."
왕비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아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았다.
카르멘은 일어섰다.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도 놀랐다. 자신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나왔다. 완벽하게 통제된 목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나는 모두를 위해 이렇게 한 것입니다! 리샤르의 반란을 적발함으로써 이 나라를 구했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국방 전략이었다면, 그것은 국가를 지킨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카르멘의 무릎이 꺾였다.
시간이 느려졌다. 자신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보는 것처럼.
전생의 악녀 기억과 현생의 조종이 동시에 떠올랐다. 독살. 모함. 협박. 고문. 그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 그리고 그 손이 자신의 손이라는 것.
카르멘은 무릎을 꿇은 채 중얼거렸다.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 속에서 카르멘의 기억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권력. 하지만 그것은 권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독이었다. 절대적인, 피할 수 없는 고독.
"나는 모두를 내 손 위에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카르멘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하지만 내 손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공허함만이 있었습니다."
근위대가 카르멘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카르멘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일어서면서 법정 전체가 자신을 바라봤다. 승리의 눈빛. 두려움의 눈빛. 경멸의 눈빛. 그리고 소피아의 눈빛—그것은 죽음의 눈빛이었다.
"이제 당신은 가실 수 있습니다."
왕비가 말했다.
"당신의 저택으로, 당신의 영지로. 당신은 이 나라의 영웅입니다."
카르멘은 천천히 법정을 나갔다. 사람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왔다. 하지만 그 시선들이 닿지 않는 것 같았다.
현관을 나가면서 카르멘은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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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려앉았을 때, 카르멘은 자신의 저택 침실에 혼자 있었다. 화려한 침대, 비단 커튼, 금색 거울.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봤다. 완벽한 외모. 완벽한 드레스. 완벽한 헤어스타일. 하지만 눈빛은 죽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카르멘이 다시 중얼거렸다.
그 순간, 침실의 벽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벽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카르멘의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벨라의 목소리. 리샤르의 정부의 울음소리. 아이의 비명. 에드몬드의 절망한 웃음. 소피아의 무표정한 시선. 마르쿠스의 배신의 편지. 그 모든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카르멘은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들은 밖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왕이 되고 싶었다."
카르멘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그 순간, 거울이 깨졌다. 카르멘의 손에는 유리 조각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통증이 없었다. 혹은 그것보다 더 큰 통증이 그것을 가리고 있었다.
거울 조각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그것은 더 이상 완벽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서진 얼굴이었다.
"나는 왕좌를 얻었다."
카르멘이 속삭였다.
"하지만 나는 그 위에 혼자다. 완전히 혼자다."
침실의 어둠이 더 짙어졌다. 그 어둠 속에서 카르멘은 자신이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것은 권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신뢰였다. 누군가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것. 누군가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것.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미 떠나갔다.
카르멘의 손에서 거울 조각이 떨어졌다. 그것이 바닥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무한히 메아리쳤다.
그 메아리 속에서, 카르멘은 자신이 정말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절대 권력. 절대 고독. 그리고 절대 절망.
침실의 창문 너머로 루미에르 궁정이 보였다. 밤의 궁정은 더욱 화려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반짝였고, 무도회장에서는 음악이 울려 나왔다. 그 음악은 카르멘에게 닿지 않았다.
그 음악 속에서,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었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멘은 여기 있었다. 침실의 어둠 속에서, 부서진 거울 위에서, 완전히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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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진 침실에서, 카르멘은 한 발 한 발 내디디기 시작했다. 유리 조각이 드레스 자락에 걸렸지만 그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이라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창가에 도달한 카르멘은 루미에르 궁정의 야경을 마주했다. 저 아래 무도회장에서는 여전히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밤하늘을 갈라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카르멘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이 아니라 경련이었다.
"저들은 지금도 춤을 추는군."
카르멘이 중얼거렸다. 유리창에 손을 댔다.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정지할 수 없는 진동. 마치 그것이 자신의 몸에 각인된 운명인 양.
침실의 문이 열렸다.
"부인."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멘은 돌아섰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실과 악몽이 뒤섞인 이 밤, 카르멘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환영 속의 마르쿠스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더 이상 신뢰가 없었다. 대신 있는 것은 연민이었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감정—동정.
"가지 마."
카르멘이 말했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침실의 불을 끄려던 순간, 현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손님이 있다는 뜻이었다. 한밤중에. 이 시간에.
카르멘은 거울 조각이 남아 있는 침실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려 했지만 거울들이 모두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아, 맞다. 자신이 그렇게 명령했다. 거울을 치우라고.
현관에서 본 것은 왕실의 시종이었다. 하지만 그의 복장은 평소와 달랐다. 이것은 공식 소환이었다.
"백작부인님. 왕비 폐하께서 명하십니다. 즉시 왕궁으로 향하실 것을."
카르멘의 입가에 다시 한 번 웃음이 맺혔다. 이번엔 더 큰 경련이었다. 왕비. 이사벨. 그 여자는 정말로 자신을 놓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가시겠습니까?"
시종이 물었다.
카르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거울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어둠만 있었다.
"네. 가겠습니다."
카르멘이 옷을 여민 채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알고 싶습니다. 왕비 폐하는 어디서 저를 받으실 건가요?"
"옥좌실입니다. 그곳에서... 특별한 심문이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옥좌실. 그곳은 궁정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일반 귀족들은 발을 들일 수도 없는 성역. 하지만 카르멘은 그곳을 알고 있었다. 전생의 악녀 기억이 그곳의 모든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독살이 이루어진 그 방. 음모가 꾸며진 그 탁자. 그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파멸시켰는지.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카르멘은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제 그것은 신경 증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이 내는 신호였다.
마차가 왕궁의 뒷문에 도착했을 때, 카르멘은 깨달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법정에서의 승리는 환상이었다. 왕비가 자신을 놓을 리 없었다. 그 여자는 이미 자신의 모든 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증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옥좌실로 향하는 복도는 예상과 달리 밝았다. 횃불이 벽에 촘촘히 달려 있었고, 각 횃불 앞에서는 근위대가 서 있었다. 그들은 카르멘을 보면서 눈을 돌렸다. 경외의 눈빛이 아니었다. 두려움의 눈빛도 아니었다. 그것은 혐오의 눈빛이었다.
"여기 들어가십시오."
근위대가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옥좌실의 문이 열렸을 때, 카르멘의 숨이 멎었다.
그곳에는 왕비 이사벨만 있지 않았다. 리샤르 공작도 있었다. 그리고—
소피아가 있었다.
그녀는 이제 드레스를 입고 있지 않았다. 대신 입고 있는 것은 죄수의 의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죄수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원한의 눈빛이었다.
"백작부인 카르멘."
왕비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당신은 여기서 특별한 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왕실의 특별 심문은 일반 법정의 규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증인의 증언을 통해 죄상을 명확히 한 후, 왕실의 판단만이 최종 결정권을 갖습니다. 오직 왕실의 판단만이 적용되는."
"무슨 죄로요?"
카르멘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차분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당신은 한 여인을 법적 아내로 만들고, 그 여인을 당신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당신은 궁정의 질서를 교란했고, 왕실의 권위를 훼손했으며, 무고한 자들을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왕비가 한 발 한 발 내려왔다.
"그 죄를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카르멘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죄를 증명할 증인을 제시하겠습니다."
왕비가 손을 들었다. 그 신호에 옥좌실의 옆문이 열렸다.
나타난 것은 한 명, 또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에드몬드.
마르쿠스.
그리고 벨레나 자작부인.
카르멘의 눈이 커졌다. 벨레나가. 그 여자가. 자신의 편에 서 있던 그 여자가.
"이들이 당신의 죄를 증명할 것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들을 조종했는지. 어떻게 그들을 해쳤는지."
왕비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증언이 끝나면, 당신은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죽음. 아니면 영원한 유배."
카르멘은 입을 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순간,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재판이 아니었다. 이것은 처형이었다.
소피아의 눈빛이 카르멘과 만났다. 그 눈빛 속에는 승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쁜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복수의 승리였다. 그리고 복수의 그 뒤에는 더 깊은 절망이 숨어 있었다.
"당신을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카르멘이 소피아에게 말했다.
소피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신은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 순간, 에드몬드가 증언 자리에 나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확실했다.
"나는 증언합니다. 백작부인 카르멘은 나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내 인생의 감시자였습니다. 그녀는 나의 모든 선택을 통제했고, 나의 모든 감정을 조종했습니다. 나는 그녀의 손 위의 인형이었습니다."
마르쿠스가 다음으로 나섰다.
"나는 증언합니다. 백작부인 카르멘은 나를 신뢰한 척했지만, 실제로는 나를 도구로만 봤습니다. 나는 그녀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마지막으로 나섰다.
"나는 증언합니다. 백작부인 카르멘이 보여준 권력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공포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는 그 공포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증언이 끝났을 때, 옥좌실은 무거운 침묵으로 채워졌다.
카르멘은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비도, 리샤르도, 소피아도, 에드몬드도, 마르쿠스도, 벨레나도.
모두가 자신을 외면했다.
"당신의 선택은?"
왕비가 물었다.
카르멘은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벨라의 목소리. 리샤르의 정부의 울음. 아이의 비명. 에드몬드의 절망. 소피아의 무표정. 마르쿠스의 배신. 모든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카르멘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녀가 외쳤다.
"나는 모두를 위해 이렇게 한 것입니다! 나는 이 궁정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리샤르의 반란을 적발함으로써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국방 전략이었다면, 그것은 국가를 보호한 것입니다!"
왕비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저는..."
카르멘이 말을 더듬었다.
"당신이 리샤르의 반란을 폭로한 것이 정당한 국방이라면, 소피아를 협박한 것은 무엇입니까? 에드몬드를 조종한 것은 무엇입니까? 마르쿠스를 이용한 것은 무엇입니까?"
왕비가 한 발 한 발 내려왔다.
"당신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개인을 파괴했습니다.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까?"
카르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자신의 논리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카르멘이 중얼거렸다.
말이 끝나기 전에 카르멘의 무릎이 꺾였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옥좌실의 찬 대리석 바닥 위에.
그 순간, 카르멘의 기억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빙의 3년 전. 처음으로 이 몸에 깨어났을 때의 충격. 그 다음 3년간 자신이 한 모든 것. 소피아를 조종하고, 에드몬드를 장악하고, 마르쿠스를 신뢰했다고 착각했던 모든 것.
그리고 전생의 악녀가 한 모든 악행.
벨라 공작부인의 독살. 리샤르의 정부와 아이. 수십 명의 고통. 수십 년의 공포.
"나는 왕이 되고 싶었다."
카르멘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악녀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그 순간, 카르멘은 자신이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권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상이었다.
사랑이었다. 신뢰였다. 누군가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것. 누군가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것.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미 떠나갔다.
"나는 당신들을 미안합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이번엔 누구를 향해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모두에게. 아마도 자신에게.
"하지만 미안함도 이제는 늦었습니다."
옥좌실의 침묵이 더욱 깊어졌다.
그 침묵 속에서 카르멘은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신경 증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이 내는 마지막 신호였다.
"자, 이제 선택하십시오."
왕비가 말했다.
"죽음. 아니면 영원한 유배."
카르멘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옥좌실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은 어떤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오직 냉담함만.
"나는..."
카르멘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옥좌실의 창문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새벽빛.
밤이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벽빛 속에서, 루미에르 궁정의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춤이 춤을 추고. 누군가는 사랑하고 누군가는 미워하고.
하지만 카르멘은 그 모든 것의 밖에 있었다.
"나는 영원한 유배를 선택합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미 죽은 것처럼 들렸다.
"당신은 이 나라에서 영원히 추방됩니다."
왕비가 선언했다.
"당신의 이름은 궁정의 기록에서 지워질 것입니다. 당신의 가문은 해산될 것입니다. 당신이 소유한 모든 것은 왕실에 몰수될 것입니다."
근위대가 카르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는 루미에르 궁정의 경계 안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카르멘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끌려갔다. 옥좌실의 문을 나가며, 그녀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가며 카르멘은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떨림 속에서, 카르멘은 마지막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루미에르 궁정의 새벽이 밝아오면서, 카르멘의 발걸음은 궁정의 정문을 향했다.
뒤에서 왕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거하십시오. 그 이름도, 그 존재도, 그 모든 흔적도."
근위대가 움직였다.
그리고 루미에르 궁정의 역사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 새로운 장 어딘가에, 카르멘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었다.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아무도 잊을 수 없는, 절대 고독의 그림자.